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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세계 밀프 헌터가 되었다-62화 (62/370)

〈 62화 〉 남녀역전 된 대학교(8)

* * *

형준이 새끼는 혼자 고결한 척은 다 하기 때문에 괜히 야동 같은 거 물어 봤다가 천박하다고 꾸사리나 먹었다.

아마 다른 남자 녀석들도 좋은 건 숨겨두고 혼자서만 보고 있겠지.

치사하게도 말이다.

그러니까 이런 문제로 골머리를 앓을 바에야 차라리 야동 자주 보고, 자위를 자주 할 것 같은 여자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남자에게 별로 인기가 없을 것 같은 방구석 자위 마니아 여자들에게 정보를 얻는 편이 빠르고 화끈할 것 이다.

매스커뮤니케이션 수업 시간에서 김하늘 선배가 인기 있었던 걸 보면 백합물이 취향인 여자들도 꽤 있을 것 같고.

그리고 내가 남자라서 지금 하은이와 시은이의 반응을 잘 안다.

처음에야 섹스라든가 야동 같은 것에 전혀 관심이 없을 것 같은 학과에서 가장 청순한 여자, 아니 남자의 돌발적인 질문에 어리둥절하겠지만.........

곧 그녀들은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아! 이렇게 청순한 남자도 우리와 같은 성욕이 있는 사람이구나!

그리고.

“시원아, 그런 건 말이지 내가 빠삭하지. 야, 잘 물어봤다. 진짜. 번지수 제대로 찾아왔네.”

곧 자신의 야동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학과 킹카에게 자랑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추종자로 돌변한다.

내가 원래 살던 세계로 치자면.

예쁘고 섹시한 몸매를 가진 학과 최고의 미녀가 털털한 성격에 서슴없이 야동에 관한 대화까지 주고받을 수 있다면!

나 같이 평범한 남자는 닿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던 그 거리감!

거리감이 좁혀진다.

하지만 역시나 현실의 벽은 존재하기에, 감히 사귀자고 말을 못하지만 좋아하는 마음은 가질 수 있다.

그리고 그녀의 열렬한 추종자로 돌변하는 게 일반적이다.

남녀역전 세계에서는 그 남자의 추종자로 돌변하겠지.

일명 내가 원래 살던 세계에서는 이렇게 털털한 성격과 외모로, 평범한 뭇 남성들의 마음을 후리고 다니는 여자를 꽃뱀! 이라고 칭한다.

하지만 이곳은 남녀가 역전된 세계이니 만큼........

아마, 꽃뱀보다는.......

좀 더 과감하고 직설적인 단어가 필요한데.

조........ 좆뱀, 그래 좆뱀! 이라고 칭하면 되지 않을까?

하여간 나의 추종자로 돌변한 시은이가 침을 튀기며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시원이 네가 찾는 장르는. 카메라의 포커스가 남자가 아니라 여자여야 한다 이거 아니야? 신음소리도 남자의 애절한 다메 다메!가 아니라 여자의 다메! 기무찌! 여야 하고. 하아. 그건 진짜 극히 드문 하이 클라스 분야인데. 가만있어 보자아~”

시은이가 학생식당 계단을 올라가며 곰곰이 생각에 잠겨있는데, 하은이가 수줍게 작은 목소리로 말을 내 뱉었다.

“이, 있어. 오토코노코물.”

오, 오토코노코!

이건 그야 말로 나도 전혀 생각지 못했던 극악의 장르 아니던가!

오토코노코란.

내가 살던 세계에서는 귀엽게 생긴 남자가 여장을 하고 남자들의 관심을 끈다.

그리고 남자들이 그 여자같이 귀엽게 생긴 남자를 덮치려고 할 때!

귀엽게 생긴 남자가 사실은 나는 남자야! 라면서 커밍아웃!

그리고 그 이후는.......

으.......

생각하고 싶지 않다. 괴롭다.

하지만, 남녀가 역전이 된 세계라면 전혀 다른 얘기가 된다.

하은이가 빨개진 얼굴로 조근조근 말을 이어간다.

“귀엽게 생긴 여자가 남자인 척 여자를 유혹.

귀여운 남자인 척하는 여자에 반해 보지 성욕의 노예가 된 여자들이, 귀여운 남자인 척 하는 여자를 둘러싸는 거야.

하지만 건방지게도 귀여운 남자인 줄 알았던 사람은 사실은 여자!

변태적인 취미가 있는 귀여운 남장 여자는 옷을 벗으며 소리치지.

하하하! 속았지. 언니들! 나는 사실 여자지롱!

자지도 없어. 섹스는 무리!

언니들 어서 벗고 있던 팬티 올리고 집에 가서 야동 보면서 자위나 해! 아하하.”

하은이는 극적인 장면에 꽤나 빠져있는지 실제 배우처럼 연기까지 한다.

역시 조용한 여자가 더 오타쿠 성향이 강하다더니.

시은이 조차 하은이의 이런 모습을 처음 봤는지, 질려하고 있다.

하지만 한 번 발동이 걸린 하은이는 여기서 멈출 것 같지 않다.

계속해서 상황극을 이어간다.

“하지만 정작 속은 건 남장여자!

그녀들은 사실 그녀가 여자인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흥! 그 동안 우리가 너한테 속아서 쏜 별풍선이 얼마인데!

오늘 별풍선 다 돌려받아야겠다!]

상황의 심각성을 이해한 BJ 남장여자!

[언니들, 언니들이 쏜 별풍선은 다 남자랑 떡치는 데 썼어요. 남아있는 건 없다고요!]

[그래? 그러면 할 수 없지. 실제로 보니 얼굴도 제법 귀엽고. 돈이 없으면 몸으로라도 갚아! 오늘은 우리도 레즈비언이다. 딜도와 가위치기로 마음껏 따 먹어 주겠어!]

[언니들! 사, 살려 주세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흥! 남자 자지는 사실 한 번 떡치고 나면 시들시들 해 버리는데, 네 녀석은 얼굴도 귀여운 데다가 몇 번을 강간해도 시들지 않을 거 아니야! 딜도를 꼽아서 마음껏. 실신 할 때 까지! 레이프 해 주도록 하겠어!]

그리고 시작되는 강제 레이프 플레이.............”

라고 신들린 듯이 야동의 대사까지 줄줄 외워서 연기하던 하은이가 그제야 나와 시은이의 넋 나간 눈빛을 느끼고는 고개를 다시 푹 숙이고 말없이 묵묵히 걷기 시작한다.

역시 진짜 변태는 평소에는 조용한, 은자들이 많구나.

하지만 생각해보니 남녀역전 세계에서의 오토코노코 물은 꽤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아니 그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어 보일 정도다.

남성용 잡지에 나오는 여자들도 야하고 섹시하다는 느낌보다는 뭔가 품위 있고 간지나는 누나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표지 모델 여자들로는 딸을 칠 수 없다.

나는 홍당무처럼 달아오른 얼굴로 묵묵히 길을 걷고 있는 하은이에게 말했다.

“그, 동영상 품번 좀 카통 보내 줘. 하은아. 알겠지? 듣고 보니 좀 꼴리긴 하다.”

하은이의 표정이 밝아진다.

역시 나는 틀리지 않았어! 라는 눈빛.

“응. 알았어. 시원아. 내가 그런 종류 찾을 때마다 시원이에게 보고 할게. 나만 믿어.”

나에게 뭔가 도움이 되고 싶어하는 건 알겠는데.

그렇게 까지 적극적일 건 없는데.

우리 얘기를 듣고만 있던 하은이도 자기만 질 수 없다는 듯 말한다.

“시원아. 나도 하은이 만큼 고수는 아니지만 네 취향에 맞는 영상을 찾게 된다면 꼭 카통으로 알려줄게!”

이거 또, 여자들이 너무 적극적으로 야동을 찾아준다고 하니까 뭔가 쑥스럽네.

그래도 내가 원래 있던 세계의 남자 녀석들 같이 털털한 하은이와 시은이와 같이 있으니 마음도 편하고 즐겁다.

남녀역전 세계에 와서 여자애들 같이 조신한 남자 녀석들이랑만 말을 섞어서 아쉬운 마음이 있었는데.

하은이와 시은이는 내가 원래 있던 세계의 여자 밝히는 단순한 남자 녀석들 같아서 거리감도 없고, 답답하지 않다.

어느 덧 학교식당에 도착한 우리는 자리를 잡고 학교식당에 앉았다.

나는 먼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하은이와 시은이에게 말했다.

“오늘 점심은 무조건 내가 사는 거다! 하은이랑 시은이가 내 큰 고민을 해결 해 주었으니까. 알겠지?”

내 박력 있는 말투에 하은이와 시은이가 고개를 끄덕끄덕 거린다.

학교식당이 뭐 항상 그렇지만, 오늘도 저번 주에 먹었던 메뉴와 다를 바 없다.

싸고 가까우니까 학교식당에서 먹는 거지.

가격 비싸면 학교 식당에 올 일은 레알 절대 없을 거다.

짜장밥에 김치. 콩나물 국. 소세지와 오징어 채.

대충 이정도.

그래도 오징어채는 내가 좋아하는 메뉴니까 대충 먹을 만 하겠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하은이 시은이를 위해 식권 3장을 통에 넣었다.

“아이고, 시원이 학생 왔네. 통 안 오더니. 많이 먹어요~”

학교식당 아주머니도 나를 아네?

“네, 아주머니. 감사합니다.”

“우리 시원이 학생. 인사도 잘해.”

어떻게 아는지 학교식당 아주머니가 오징어채를 많이 준다.

흡족하게 식판 가득 오징어채를 채우고 자리로 돌아가는데, 한 쪽 구석에서 쓸쓸하게 혼자 밥을 먹고 있는 소녀가 보인다.

그런데 멀리 있어도 광채가 나는 아름다움,

붉은 머리에 눈처럼 새하얀 완벽한 브이라인 얼굴.

저 작은 얼굴에 오모조목 눈 코, 입이 다 들어가 있다.

눈은 고양이 같이 크고 요염하게 반짝거려서 신비로운 느낌까지 준다.

코는 오뚝한데 크지도 작지도 않다.

입술은 하얀 얼굴과 대조적으로 붉다.

마치 중세 시대에 살던 우아한 귀족 아가씨를 그대로 현대에 가져다 놓은 듯한 얼굴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나는 그녀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아니, 내가 원래 있던 세계에서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그녀였다.

바로 우리 한국외대 용인캠퍼스 탄생 이래 가장 절세미녀로 추앙받는 그녀.

학교 입학 식 날 부터 모든 남자 학우들의 마음을 앗아가 버린.

명실 공히 한국외대 용인캠퍼스.

아니 한국외대! 더 나아가서 전국에 있는 모든 대학생들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의 미녀라고 할 수 있는.

한국외대 얼음공주 유설화였다.

보통 내가 원래 있던 세계라면 유설화가 저렇게 혼자 학생식당에서 쓸쓸히 밥을 먹는 일은 결코 없었다.

그녀의 주위에는 항상 잘나가는 수많은 남자 선배들이 마치 공주님을 지키는 기사들처럼 유설화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으니까.

그만큼 유설화의 미모는 신비롭고 압도적이었다.

사실 나도 유설화를 처음 보았을 때 그녀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한 동안 그녀의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을 정도니까.

그런데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아무리 남녀가 역전된 세상이라고 할지라도 유설화 정도의 미모라면 그녀의 현혹된 남자들이 주위에 가득해야 정상이었다.

심지어 내가 원래 살던 세상에서의 유설화보다 남녀가 역전된 세계에서의 유설화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 될 정도로 신비스러우면서 화려한 최강 미모를 뿜어내고 있었다.

나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해져서 자리에 앉으며 시은이에게 물었다.

학교의 정보통 시은이라면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있을 것 같았다.

“시은아. 저기 유설화 아니야? 쟤 왜 혼자 저렇게 앉아서 밥 먹고 있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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