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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세계 밀프 헌터가 되었다-60화 (60/370)

〈 60화 〉 남녀역전 된 대학교(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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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노골적으로 섹시한 여교수 채영의 봉긋하게 솟은 풍만한 젖가슴을 응시하자, 오히려 당황한 것은 여교수 채영이었다.

그녀가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먼저 피하며 말했다.

“그러면, 이따 수업 끝나고 3층 교수실에서 봐요. 시원씨.”

“네. 채영 교수님.”

나는 채영 교수에게 인사를 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서 앉았다.

그 이후는 살짝 따분한 학생들의 매스커뮤니케이션 이론 발표 시간이었다.

먼저 안경 쓴 평범하게 생긴 여학생의 발표였다.

“저는 오늘 매스커뮤니케이션의 배양효과 이론에 대해서 발표하려고 합니다. 거브너는 중(?)시청자와 경(?)시청자의 비교에 기초하여 배양이론을 뒷받침하는 연구를 제시했는데요. 중시청자에게 있어 텔레비전은 사실상 정보원, 사상, 의식을 독점하고 포함한다고 했습니다.........”

다음으로는 제법 예쁘게 생긴 긴 생머리의 여학생.

“탄환이론이란........”

마지막으로 여자로서는 전혀 매력이 없어 보이는 남자 같아 생긴 여학생의 발표.

“저는 제한효과이론에 대해 발표하게 된 김하늘입니다.”

그런데 남자같이 생긴 여학생이 발표를 시작하자, 여학생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 하늘언니 오늘도 잘 생긴 것 좀 봐.”

“하늘언니 지금 사귀는 애가 일 학년 이유리라면서?”

자세히 알지는 못 하겠지만, 대충 짐작해 볼 때, 저 김하늘이라는 숏 컷 머리 여학생은 흔히 말하는 레즈비언인 것 같다.

남자가 부족한 세계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자들끼리 사귀는 레즈비언들도 숫자가 늘어난 것인가?

이걸 반대로 생각해 보면 BL세상인거 아니야?

윽. 그건 싫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토가 나올 것 같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김하늘이라는 여학생의 발표가 끝나자, 섹시한 채영 여교수가 다시 강단에 서서 말했다.

“자,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주 화요일에 봐요.”

그렇게 메스커뮤니케이션 이론 수업이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안경을 쓴 평범해 보이는 여학생이 나에게 다가온다.

“저기, 시원아. 이거, 전달 해 달라고 부탁받아서 말이야.”

자세히 보니 외모는 조금 달라졌지만, 같은 신문방송학과 동기인 이하은이다.

나는 하은이가 전달해 준 쪽지를 바로 열어 보았다.

[시원아. 안녕. 나 김하늘인데, 뒷자리에서 좀 보자. 할 말이 있어서 그래.]

응? 김하늘이라면 방금 발표 했던 남자 같이 생긴 여자 아니야.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뭐 석연치는 않았지만, 학생들이 어느 정도 빠져 나가자 강의실 뒷자리로 걸어갔다.

뒷자리에는 김하늘이라는 여자 선배가 나를 응시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는 꽤 놀아 보이는 여자 선배 두 명이 더 있었다.

김하늘 선배는 멀리서 보았을 때는 머리가 짧아서 남자 같아 보였는데, 가까이서 보니 화장을 전혀 하지 않은 얼굴임에도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피부도 하얗다.

머리를 긴 생머리로 기르고 화장도 하면 남자에게도 꽤 인기가 많을 미인상이다.

“선배 보자고 하셨어요?”

내가 김하늘 선배를 바라보며 말하자, 김하늘 선배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내 바로 앞에 서서 느끼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왠지 거부감이 든다.

마치 옛날 홍콩영화에 나오는 주윤발 아저씨의 눈빛과 비슷하다고 할까?

“시원아, 내가 너를 보자고 한 건 다른 게 아니고.”

김하늘 선배가 느끼하게 머리를 위로 쓸어 올린다.

아.......

화장하고 여자같이 꾸미면 예쁠 것 같은데.

“네, 다른 게 아니고 뭐죠 선배?”

“응. 그 시원이는 현재 사귀는 여자 친구 있어?”

뭐야.

이 선배 레즈비언인거 아니었어?

“아니요. 없는데요. 선배. 왜 그러시죠?”

김하늘 선배가 갑자기 손을 들어서 터프하게 내 허리를 감싼다.

“그러면 우리 오늘부터 사귈까? 오늘부터 일일?”

으.......

속에서부터 오글오글 거린다.

이런 건 내가 원래 살던 세상에서, 자뻑에 빠진 복학생 선배가 신입생 여자 꼬실 때 쓰던 방식인데.

나는 내 허리를 감싼 김하늘 선배의 손을 살짝 들어서 치우며 말했다.

“아니요. 선배. 저는 선배한테 관심 없는데요. 저는 선배 같은 중성적인 스타일 보다는 여자여자한 귀엽고 섹시한 스타일이 좋거든요. 선배도 화장도 좀 하고, 귀엽게 꾸미면........ 관심이 생길지도 모르겠는데. 지금 상태로는 제 이상형이랑 거리가 너무 멉니다.”

내가 딱 부러지게 거절하자, 김하늘 선배가 충격을 먹었는지 멍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내가 싫어? 왜? 내가 왜 싫어? 시원이 네가 몰라서 그러나 본데. 나랑 사귀고 싶다는 남자애들, 여자 애들 학교에 얼마나 많은데. 진짜, 내가 마지막으로 물어보는 거야. 시원이 너는 내가 싫어?”

“네. 싫은데요? 제가 지금 여자 친구가 있거나 그런 건 아닌데. 하늘 선배는 슈터로서도 별로에요. 선배가 머리도 길고 화장도 하고. 그 느끼한 행동도 좀 고치면 생각 해 볼게요. 그럼 저는 배고파서 식당 가려고 하니까 좀 비켜주실래요?”

그제야 하늘 선배는 자기가 내 앞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깨 닳고는 한걸음 옆으로 물러났다.

그런데 차인 것이 꽤나 충격적이었나 보다.

얼굴에 수치심이 가득하다.

물론 예쁘다면 오는 여자 안 막는 것이 내 스타일이긴 한데, 지금 하늘 선배가 입고 있는 옷도, 너무 보이시 하다.

남자 아이돌들이나 입을 것 같은 하얀색 셔츠에 검은색 조끼.

거기다가 검은색 슬랙스.

신발은 운동화.

딱 여자들이 좋아할 것 같은 미소년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옷이다.

한 마디로 내가 BL이나 보는 게이가 아닌 이상, 전혀 관심이 가지 않는 김하늘 선배다.

나는 조금의 미련도 없이 김하늘 선배를 지나쳐서 강의실 뒷문으로 나왔다.

강의실 뒷문으로 나오자, 쪽지를 전해 주었던 같은 과 동기 하은이와 얼굴은 못생겨도 입담이 좋아서 동기들 사이에서 재미있는 걸로 인기가 많았던 시은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시원아. 너 진짜 하늘 선배 찬 거야? 대박이다.”

시은이가 주접을 떨며 말했다.

“하늘 선배랑 사귀고 싶은 후배들 얼마나 많은데. 넌 진짜 복에 겨웠다. 겨워. 당장 사귀지는 않더라도 슈터로서 만나도 될 텐데. 아예 슈터로서도 거절해 버리냐? 그렇게 하늘 선배가 마음에 안 들어?”

보아하니 나랑 김하늘 선배가 했던 대화를 전부다 들은 모양이다.

“응, 뭐. 그렇게 됐다. 그 얘기는 그만하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아, 배고프다. 학생식당 오늘 메뉴 뭐냐?”

밥 먹으러 같이 가자는 말에 하은이가 살짝 놀란 얼굴로 말한다.

“응? 우리랑 같이 밥 먹자고? 그것도 학생 식당에서? 너 밥 사주려고 기다리는 선배들 많을 텐데. 그 선배들이랑 같이 안 먹고?”

아........

남녀역전 세상이지.

하긴 내가 원래 살던 세상에서도 예쁘게 생긴 신입 여학생은 학과 남자 선배들이 서로 밥 사주려고 경쟁을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나는 여자가 아니고 남자.

밥은 친구들이랑 편하게 먹는 게 제일이지.

나는 시은이와 하은이의 어깨에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야, 됐어. 그냥 우리끼리 먹으러 가자. 내가 살게. 콜?”

시은이와 하은이가 내 쿨한 행동에 놀랐는지, 자신들의 어깨에 걸친 내 팔을 보며 침을 꿀꺽 삼킨다.

“어? 어........ 그러면 우리는 좋지. 그리고 밥은 내가 살게. 어떻게 여자가 남자한테 얻어 먹어.”

“야, 내가 살게. 나도 시원이 밥 한번 사 보자. 걱정 마. 오늘 내가 풀코스로 학생식당에서 쏜다.”

뭐가 그리 좋은지 시은이와 하은이가 신나서 입을 헤~ 벌리고 웃으며 학생식당을 향해 걸어간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본 긴 생머리에 모델처럼 예쁘게 생긴 선배가 손을 들어 아는 척을 한다.

저 선배 이름이 뭐였더라........

아 맞다.

손예림 선배.

내가 원래 있던 세계에서 도도하기로 유명했던 예림 선배다.

얼굴은 예쁘지만, 돈 많고 잘생긴 남자가 아니면 일상적인 대화도 무시하기 일쑤였다.

물론 나도 괜히 말 걸었다가 무시만 당했던 기억이 있다.

예림 선배는 남녀가 역전된 세계에서 보니 더 도도하고 예뻐 보인다.

싸가지가 워낙에 없어서 그렇지, 외모만 보면 당장 연예인 오디션을 봐도 될 정도인데.

하여간 그렇게 도도하고 예쁜 예림선배가 나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다니.

역시 남녀역전 세상이 좋긴 좋구나.

나도 예림선배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시은이와 하은이도.

“선배님 안녕하세요.”

“응, 그래 애들아. 그런데 너희 시원이랑 어디 가는 거야?”

시은이가 대답한다.

“네. 선배님. 시원이랑 학생식당에 점심 먹으러 가는데요.”

예림선배가 마치 깔보는 눈빛으로 시은이랑 하은이를 보며 말한다.

“어머. 어쩌니. 시원이는 오늘 나랑 같이 레프코젠에서 점심 먹기로 약속했는데.”

레프코젠?

레프코젠은 우리 한국외대 용인캠퍼스 근처에서 가장 비싸고 맛있기로 유명한 양식집이었다.

스테이크가 유명한 집인데........

“시원아. 뭐하니. 빨리 가자. 누나가 스테이크 사줄게. 오늘 람보르기니 우라칸 새로 뽑았거든. 우리 시원이 시승도 시켜 줄 겸. 인문경상관 앞에 주차해 놨어.”

스테이크와 람보르기니 라는 말에 시은이와 하은이가 기가 죽어서 내 옆에서 살짝 거리를 두고 떨어진다.

평범한 자기들과는 클라스가 다른 예림선배의 포스에 눌린 것 같다.

하아.........

내가 원래 있던 세계를 돌이켜 보면, 나도 이런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신문방송학과에서 가장 예쁜 신입생이었던 혜정이.

마침 시간대가 맞아서 혜정이와 승현이 이렇게 셋이서 점심을 먹으러 가려는 찰나.

마치 우연을 가장한 것처럼 재벌 2세 선배.

규찬이 형이 갑자기 나타나서 혜정이를 고급 차와 비싼 음식으로 유혹해서 빼 갔었지.

그 때의 설렜다가 갑자기 허탈해진 마음이란.

승현이도 나도........

딱히 혜정이와 뭐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닌데.

그저 예쁜 신입생 여학생과 점심을 먹는다는 사실 자체가 좋았던 거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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