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화 〉 남녀역전 된 대학교(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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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문학관에서 인문경산관까지는 거리가 멀지 않다.
오 분 정도면 충분히 걸어서 갈 수 있다.
다만 이 학교의 고질적인 문제.
산을 깎아서 만든 건지, 내리막길과 오르막길이 많다.
어문학관에서 50미터 가량을 내려오면 또 인문경산관까지 50미터 가량을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급해서 뛰어가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운동도 할 겸 걸어 갈만 하다.
허벅지와 장단지 근육을 발달시키는 데 꽤 도움이 된다.
남자라면 두꺼운 허벅지가 받침이 되어야, 침대에서도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다.
터벅터벅.
맑은 공기를 마시며 아침 햇살을 느낀다.
어문학관을 내려오는데, 이제 일교시가 시작 할 시간쯤이라서인지, 수많은 여자들의 인파가 어문학관으로 올라오고 있다.
교복만 입었다면 마치 내가 여자 고등학교에 혼자 입학한 남학생 같은 기분이다.
나는 어문학관을 내려가고 여자들은 어문학관을 올라간다.
여름이라서인지 여학생들의 옷이 꽤나 짧고 과감하다.
심지어 거의 젖가슴이 보일 정도로 깊게 파인 옷이나, 팬티가 보일 정도로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학생들도 있다.
여자가 많은 세상이라서인지 남자들의 관심을 끌기위한 여자들의 옷차림이 과감하다.
공작새는 수컷이 꼬리날개를 화려하게 펼치며 암컷을 유혹 한다 든데.
남녀가 역전이 된 세계에서는 공작새도 암컷이 수컷을 유혹하려나?
역시나 올라가면서 나를 다들 힐끗힐끗 쳐다본다.
연예인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다.
“야, 쟤, 귀엽다. 누구야?”
“신방과 존잘남. 너 몰라? 나 쟤랑 교양수업 같이 들어서 자주 봐.”
“진짜? 나도 그 수업 청강할래. 같이 듣자.”
“미쳤냐? 아무리 귀여운 남자가 수업에 있다고, 수업을 하나 더 듣게.”
“씨발. 그건 또 그렇다. 하아. 저렇게 귀여운 남자가 내 남자친구면 얼마나 좋을까?”
“야, 꿈도 크다. 저런 남자애들은 다들 부자 누나 스폰있거나, 의사나 변호사 여친 있지. 우리 같은 애들이랑 놀 클라스냐?”
“야, 말이 그렇다는 거지. 하아. 어디 여자친구 없는 남자 없나. 그냥 눈 코 입 달리고 꼬추만 크면 되는데.”
“꼬추 큰 애들은 이미 예쁜 애들이 다 잡아갔어. 대물남자랑 한 번만 섹스 해 보면 소원이 없겠다. 진짜........”
남녀가 역전이 된 세상인 만큼 여자들의 대화도 가히 내가 원래 살던 세상의 남자들 대화를 능가 할 정도로 섹드립이 과감하다.
그렇게 어문학관을 내려가서 인문경산관을 올라가는데, 역시나 계단이 많다.
아무리 평소에 기본적인 운동은 한다 하더라도, 100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가는 건 빡세다.
“헉... 헉........”
나도 모르게 숨이 거칠어진다.
“하아. 다 올라왔다.”
천국의 계단이라는 머신이 헬스장에 있는데, 우리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천국의 계단 헬스 머신은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 학교를 4년간 다니면 허벅지와 종아리는 자연스럽게 단련이 될 테니까.
아직도 시간이 30분이나 남았다.
천천히 걸어서 인문경산관 건물로 들어갔다.
그리고 로비에서 동전을 넣고 음료수를 뽑았다.
덜크덕!
평소 좋아하는 포카리스웨트가 음료 자판기로 출구로 떨어져 내렸다.
나는 포카리스웨트를 집어서 마셨다.
벌컥벌컥~
크........
역시 힘들 때는 수분을 빨리 흡수시켜 주는 포카리스웨트가 좋다.
그렇게 포카리 스웨트를 마시며 로비에 잠깐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데, 한 남학생이 인문경산관 입구로 들어온다.
남자 따위를 바라보는 취미는 없으나, 이 녀석은 좀 특이하다.
일단 주위에 여자들이.
그것도 가히 최상급이라 할 수 있는 여자들이 세 명이나 녀석을 따라다니고 있다.
한 명은 노란색 금발 머리가 허리까지 내려온다.
얼굴은 청순한데 배우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깨끗하고 단아하다.
다른 한 명은 단발머리에 고양이 같이 눈이 크다.
얼굴에 색기가 줄줄 흘러내린다.
몸에 딱 달라붙는 스판 옷을 입었는데, 큰 거유의 가슴과 탱탱한 엉덩이가 그대로 드러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일 뒤에서 따라오는 여자는 키는 작은데 얼굴이 아이돌을 해도 될 정도로 귀엽다.
얼굴만 보면 가장 귀엽고 예쁘다.
그리고 이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귀찮은 표정을 짓고 있는 녀석은.
남자인 내가 봐도.
분하게도 귀엽게 생긴 얼굴이다.
러시아 혼혈로 보일 정도로 새 하얀 얼굴에 큰 눈
오뚝한 코.
하지만 키가 160 정도 밖에 되지 않고 외소해서 병약해 보인다.
“아........ 누나들 이제 그만 좀 따라와요. 저 수업 있다니까요.”
녀석이 여자들을 향해 말한다.
하지만 목소리가 가늘고 여자 같아서 전혀 박력 있어 보이지 않는다.
“알겠어. 지훈아. 너 수업 들어가는 것 만 보고.”
“지훈아, 수업 끝날 때 까지 기다릴게. 응? 나 어차피 오늘 수업 없는데 지훈이 보고 싶어서 학교 온 거야.”
“지훈아, 나는 너랑 일부러 수업 다 똑같이 수강 신청했잖아. 같이 들어가자.”
지훈이라는 병약해 보이는 녀석이 한숨을 푹 쉰다.
“아니, 은정이 누나는 학점 다 채워서 이번 학기는 3학점만 들어도 되잖아요. 왜 저랑 똑같이 21학점을 신청해서. 그리고 수지 누나는 수업도 없는데 학교를 왜 와요?”
가장 뒤에서 따라오던 아이돌 같이 귀여워 보이는 여자가 울상을 짖는다.
“지훈아, 누나가 잘 못했어. 그러니까 화내지 마. 응?”
섹시해 보이는 단발머리 여자도 머리를 긁적이며 말한다.
“지훈아. 누나는 지훈이 보러 학교 오는 건 하나도 힘들지 않아. 그러니까 누나 걱정하지 않아도 돼.”
수지라는 여자는 섹시한 단발머리이고 아이돌 같이 귀여운 여자가 은정이인가 보다.
지훈이라는 병약해 보이는 녀석이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한숨을 내쉰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단아한 얼굴에 모델 같은 몸매를 가진 금발머리 여자가 수지와 은정을 향해 말한다.
“너희들 때문에 지훈이 화났잖아! 왜, 지훈이를 귀찮게 해 가지고 화나게 만들어. 지훈이는 내가 알아서 케어 할 테니까. 너희는 저 멀리 떨어져. 훠이~”
금발머리 여자를 보며 지훈이라는 병약해 보이는 녀석이 한심하다는 듯이 말한다.
“수영이 누나가 제일 문제에요. 누나는 학교도 졸업했으면서 왜 학교까지 따라오는 건데요? 그리고 어차피 같은 집에 사니까 매일 보잖아요. 아, 진짜. 귀찮게. 좀, 다들 가라고요. 제발!”
지훈이라는 녀석이 그렇게 말하고는 재빨리 여자들을 뿌리치고는 계단을 올라갔다.
맨 뒤에 있던 아이돌 같이 생긴 외모의 은지라는 여자가 손에 들고 있던 책을 흔들며 지훈이라는 녀석을 따라간다.
“지훈아! 채, 책! 너 책 나한테 있어. 같이 가!!!”
그렇게 지훈이라는 병약해 보이는 미소년 녀석과 은지라는 여자가 사라지자, 남겨진 모델 같은 몸매를 가진 금발머리 수영과 섹시한 단발머리의 수지라는 여자가 로비에 남겨졌다.
둘은 한 숨을 푹푹 내쉬며 음료 자판기로 와서는 음료를 뽑았다.
덜커덩........
음료가 떨어지자 수영과 수지가 내 옆자리에 앉아서는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하아...... 우리 지훈이는 너무 까칠해. 내 마음도 몰라주고.”
“언니, 지훈이가 그러는 거 하루 이틀도 아니고. 오히려 그게 더 매력적이지 않아? 하응....... 나 어젯밤에 지훈이가 꿈에 나와서, 지훈이랑 섹스하는 꿈 꿨다.”
금발머리 수영이 질투나면서 부러운 듯 말했다.
“진짜? 좋았겠다. 야, 좀 구체적으로 얘기 좀 해 봐.”
“응. 언니. 언니 내가 말하면 속 뒤집어 질 텐데. 지훈이가 혼자 목욕을 하고 있는 거야. 그래서 내가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가서 목욕하고 있는 지훈이의 하얀 가슴을 뒤에서 꽈악 끌어안았어. 그러니까 지훈이가 수줍음이 가득한 놀란 얼굴로 뒤를 돌아보는데, 어찌나 섹시하고 귀엽던지. 하아... 지금 생각해도 보지 꼴려 죽을 것 같아.”
얘기를 듣던 금발머리 수영이 침을 꿀꺽 삼킨다.
그리고 너무 흥분해서인지 잡고 있던 음료수 병을 놓치고 말았다.
퉁~! 뎅구르르르
음료수병이 굴러서 내 앞에 떨어졌다.
나는 자연스럽게 음료수병을 주어서 금발머리 수영에게 건네주었다.
“여기, 떨어뜨리셔서.”
나는 매력 있게 금발머리 수영을 향해 남자다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눈앞에서 본 금발머리 수영은 정말 눈부시도록 예뻤다.
우아하면서 단아해 보이는 마치 귀족집안의 공녀 같은 모습이다.
“아, 예.”
그런데 금발머리 수영이라는 여자는 나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지, 나한테 짧게 대답하고는 음료수 병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옆에 앉은 단발머리 수지에게 달아오른 얼굴로 말했다.
“야, 빨리 말해 봐. 그 다음에 어떻게 됐냐고!!!”
남녀가 역전된 이세계 와서 처음으로 나에게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는 여자들을 만난 것이다.
금발머리의 수영뿐만 아니라 단발머리의 섹시한 여자 수지도 나에게 눈길조차 한 번 주지 않는다.
아예 투명인간이 된 듯하다.
이상하게도 이렇게 여자들에게 무시를 당하니까 굴욕감이 든다.
나는 눈을 감고 천천히 지훈이라는 녀석과 나를 내가 원래 있던 여자로 바꾸어서 생각해 보았다.
지훈이라는 녀석은 키가 158cm정도의 청순하고 귀여운 외모의 소녀.
나는 키가 173cm 정도의 섹시한 몸매의 모델 같은 여자.
흐음........
그렇게 바꾸어서 생각해보니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된다.
물론 내가 원래 살던 세계에서도 키 크고 모델 같은 몸매의 여자를 더 선호하는 남자들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키가 아담하고 귀엽고 청순해 보이는 여자가 더 인기가 많을 것이다.
사실 얼굴만 놓고 본다면.
현실적으로 냉정하게 생각 해 볼 때, 나보다는 아까 그 지훈이라는 녀석이 훨씬 귀엽게 잘 생기기는 했다.
나는 얼굴은 꽤 괜찮은 훈남 정도에 탄탄한 몸과 큰 키가 매력 포인트이고.
지훈이라는 녀석은 넘사벽 외모에 연약해 보이는 이미지가 매력 포인트이다.
내가 원래 살던 세계였다면 키 160cm의 존잘남 보다는 키 183cm의 훈남이 여자들에게 훨씬 잘 먹혔겠지만, 분하게도 이 남녀가 역전된 세상에서는 지훈이라는 녀석이 나보다 여자들에게 잘 먹어주는 것이다.
잠시 상념에 빠져있는 사이 단발머리의 섹시한 여자 수지가 다시 꿈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내가 지훈이의 하얀 가슴을 꽈악 끌어안고는 강제로 지훈이의 붉고 귀여운 입술을 덮쳐 가는데, 지훈이가 반항을 하는 거야. 그래서 강제로 지훈이의 고개를 잡고 유린하기 시작하는데....... 지훈이가 하으윽! 거리면서 부들부들 떠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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