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화 〉 하렘이 당연한 남녀역전 세상
* * *
나도 그 유혹을 뿌리칠 수 있다고 완벽하게 자신 할 수는 없었다.
휴우........
설마. 유나가 나를 유혹하려고 하겠어?
방금 전 까지 같이 술을 마시고 얘기를 해 보았지만, 유나가 나를 유혹한다는 건 상상이 가지 않는다.
지금 상태로서는 겉모습은 완벽한 인형같이 흠잡을 것 하나 없이 귀엽고 청순하며, 몸매는 가슴과 엉덩이는 육감적으로 크고 허리는 잘록한 내 이상형에 가장 가까운.
만화에서나 존재할 것 같은 초 절정 미소녀지만.
말투는 완벽하게 내가 원래 살던 세계의 여자나 존나 밝히는 형준이 녀석이다.
그런 녀석이........
설마 섹스하자고 저돌적으로 나한테 들이대는지 않겠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이상해진다.
“시원아. 그나저나 우리 술 언제 마셔? 저번에 같이 술 마시기로 약속 했잖아.”
나는 얼빠진 채 생각에 잠겨 있다가 유비의 말을 듣고야 잠에서 깬 듯 정신이 들었다.
“어? 술? 아. 마셔야지. 그런데, 사실 나 그것 보다 궁금한 게 있는데. 유비야. 너 혹시........”
유비가 귀여운 급식 학생 같아 보이는 청순한 베이비 페이스로 나를 바라본다.
“응? 혹시 뭐?”
“너 혹시 퀄팅하는 남자가 있어?”
“퀄팅? 아, 아니. 없는데.......”
퀄팅이라는 말에 유비가 당황했는지, 말을 더듬는다.
“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
“응. 그냥 궁금해서.”
“치. 내가 퀄팅하는 남자가 있으면 시원이한테 술 마시자고 얘기 했겠어?”
“응? 퀄팅하는 남자가 있으면 다른 남자랑 술도 마시면 안 되는 거야?”
유비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이어 나갔다.
“남자를 퀄팅하는 슈터 여자는 그 남자만 진심을 다해서 좋아해야 하는 게 당연하잖아. 새삼스럽게........”
퀄팅이라는 문화는 진짜 대단하다.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남자가 합법적으로 여자 하렘을 만들 수 있는 완벽한 문화이다.
퀄팅이라는 걸 만든 녀석은 칼만 안 들었지 강도가 따로 없다.
“그것보다 시원아. 나도 궁금한 게 있는데.”
유비가 살짝 붉어진 얼굴로 진지하게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응? 뭔데?”
“시원이 너는 슈터가 몇 명이나 있어?”
슈터라는 건 내가 현재 데이트하고 있는 여자를 말하는 거겠지.
내가 원래 있던 세계라면 도저히 말도 안 되는 대화를 유비와 나누고 있다.
내가 조선시대의 왕도 아니고........
원래 있던 세계라면 여자한테 맞아죽기 딱 좋은 대화다.
한 번 시험 삼아 유비한테 말 해 보았다.
“응, 지금 나를 슈터하는 여자는 3명.”
유비가 내 슈터가 3명이라는 말에 얼굴이 밝아졌다.
“진짜? 생각보다 적네. 시현이 정도면 슈터가 10명 정도는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현이는 슈터를 고르는 게 까다롭다 보다. 헤헤.”
데이트하는 여자가 3명이나 있다는데도 적다고 좋아하는 유비를 보니 이건 무슨 신세계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유비야. 유비는 만약에 퀄팅하는 여자가 다른 여자를 만나면 질투심 들지 않겠어?”
유비가 살짝 달아오른 얼굴로 말한다.
“그거야, 당연히 질투심이 생기지. 그런데 뭐. 어쩌겠어. 다 내가 퀄팅하는 남자가 잘나서 그런 건데. 질투심도 생기지만 자부심도 들지.”
남자한테 천국도 이런 천국이 없구나.
“그런데, 유비야. 만약에 이런 경우는 어떻게 돼? 퀄팅하는 남자가 슈터여자 3명을 동시에 불러서 그 중 한 명만 선택해서 데이트 하면? 나머지 슈터 여자들은 집에 가는 거야?”
“응. 당연하지. 그 날은 내가 퀄팅하는 남자가 다른 슈터 여자랑 데이트 한다는 건데. 내가 뭘 어쩌겠어. 다음에는 나랑 데이트 할 수 있게 더 예쁘게 꾸미고, 선물도 더 많이 줘야지. 더 잘해서 퀄팅하는 남자한테 잘 보이는 수밖에 방법이 없지.”
이거 진짜.
남녀가 역전된 세계의 여자들은 자존심도 없는 건가?
이건 해도 해도 너무 하네.
물론 남자한테는 이것보다 더한 천국이 없는 거지만.
“그런데, 시원이 너는 갑자기 퀄팅 문화는 새삼스럽게 왜 물어보는데?”
“으응. 그냥, 퀄팅에 대한 유비 생각을 듣고 싶어서.”
“아........”
유비가 살짝 수줍어서 붉어진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그, 혹시 말이야. 우리 좀 더 가까워지면. 나......... 시원이를.”
“응? 유비가 나를 뭐?”
유비가 귀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푹 숙인다.
“아, 아니야. 신경 쓰지 마.”
귀여운 유비는 부끄러움이 많다.
나는 유비를 바라보며 말했다.
“유비야, 우리 이번 주 일요일에 시간되면 술 한 잔 하자. 어때?”
유비의 얼굴에 홍조가 떠오른다.
이유비는 참 알기 쉬운 단순한 여자다.
“응 좋아. 시원아. 나 사실 그날 야간 근무인데, 미리 말해서 그날 시간 뺄게. 내가 이 근처에 좋은 술집 알아.”
“아, 진짜? 괜히 나 때문에 근무시간도 빼고 무리하는 거 아니야?”
유비가 놀라서 말했다.
“아니야! 아니니까, 제발 약속 취소하지 마. 응? 알았지?”
혹시라도 내가 술 약속을 취소할까 봐 유비가 다급하게 재빨리 말했다.
참.....
여자가 남자가 술 약속 취소할까 봐 매달리는 세상이라니.
진짜 개꿀이다.
남자로 살아가는 게 너무 쉬운 세상이다.
“응. 알았어. 유비야. 그럼 우리 일요일 저녁 8시에 보는 게 어때? 괜찮아? 그리고 장소는 어디?”
유비가 저녁 8시라는 말에 마른침을 꿀꺽 삼킨다.
“8시?”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응? 왜? 시간이 유비한테 너무 늦나?”
유비가 다급히 손을 저었다.
“아니, 아니야. 저녁 8시 너무 좋아. 내가 시원이네 동내로 마중 나갈게. 어디로 가면 돼?”
“응? 아니야. 그냥 네가 말한 술집에서 보자. 어차피 같은 동네 사는데 뭐. 우리집 여기 너 일하는 편의점에서 엄청 가까워.”
“진짜? 하긴. 아직 잘 알지도 못하는 데, 내가 너희 동네에 데리러 가는 것도 좀 그렇겠다. 좀 더 친해지면........ 데리러 갈게.”
여자가 남자를 데리러 오는 게 당연한 세상이라니.
아직 남녀가 역전된 세계로 온지 삼일 밖에 안 되어서 그런지, 익숙하지 않은 일투성이다.
“그래, 그러면 카통으로 술집 찍어 줘. 구굴로 찾아서 갈게.”
“응. 알았어. 가려고?”
“어. 원래 유비랑도 대화도 좀 하고 천천히 있다 가려고 했는데, TS된 형준이 녀석이 갑자기 편의점으로 찾아오는 바람에 유비랑 대화도 얼마 못했네. 일요일 밤에 보자. 유비야.”
유비가 아쉬운 듯 강아지 같은 눈으로 처량하게 나를 바라본다.
“알겠어. 시원아. 하긴 너무 늦게 남자혼자 다니면 위험 할 수도 있으니까. 카통 하자. 잘 가~”
“응. 유비야. 일요일에 보자.”
나는 유비와 헤어져서는 다시 집까지 살짝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오늘도 참, 내가 원래 있던 세계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을 많이 겪었다.
오전에는 PC방 금발 태닝 알바랑 화장실에서 섹스를 하고.
오후에는 형준이의 첫 째 누나 홍유리를 만나서 보드 게임방에서 보지랑 애널 처녀를 따 먹었다.
유리누나는 집에 잘 갔으려나?
카통이나 한 번 넣어 볼까?
나는 핸드폰을 꺼내서 유리 누나에게 카통을 보냈다.
[나: 누나 집에 잘 갔어요?]
유리누나에게서 카통이 없다.
처녀 보지와 애널을 원래는 그냥 잠깐 가지고 놀다가 버릴 장난감이었던, 친구 동생에게 따 먹혔으니 아마 정신이 없겠지.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인지 집에는 금방 도착했다.
덜커덩.
집 문을 열고 들어가니까, 엄마가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다.
“아들. 뭐하다 이제 와? 내일은 학교도 가야 하는데. 저녁 먹었어?”
“응. 엄마, 편의점에서 형준이 만나서 먹고 왔어요.”
“아? 형준이? 그래. 형준이는 잘 지내지?”
엄마, 형준이는 TS병에 걸려서 여자가 되었답니다.
그래서 이제 이름이 홍형준이 아니라 홍유나에요.
하지만 차마 그 사실을 엄마한테 말하지는 못했다.
그걸 알면 엄마가 호들갑을 떨며 형준이 어머니한테도 전화하고 시끄러워 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오늘은 피곤해서 푹 쉬고 싶었다.
“응. 엄마. 형준이 잘 지내죠.”
“그래. 다음에 형준이 보면 우리집에도 좀 놀라 오라고 하렴. 그리고 보니 형준이 못 본지 오래됐네.”
“네, 엄마. 저는 좀 쉴게요.”
나는 엄마한테 쉰다고 말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가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핸드폰을 열었다.
그 새 유리누나한테 카통 답장이 와 있었다.
[유리누나: 나 지금, 남자친구 만나고 있어. 카통 보내지 마.]
나와 헤어지고 유리누나는 그 새 남자친구를 만나러 갔나 보다.
나는 가볍게 유리누나에게 카통 답장을 보냈다.
[나: 알겠어요. 누나. 누나 남자친구한테 안부 전해주세요.]
유리누나가 내 카통을 읽기는 했지만, 답장은 없다.
하긴 거의 반 강제로 처녀 아다랑 애널을 따 먹혔는데, 나한테 좋은 감정이 있을 리 없지.
뭐 자업자득이긴 하지만.
나는 이번에는 형준이 어머니와의 카통을 열었다.
[나: 어머니, 오늘 형준이 만났는데, TS병에 걸려서 힘들어 보이던데요. 어머니가 형준이 위로 해 주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형준이 때문에 만나기 힘들면 수요일 약속은 취소해도 되는데요.]
바로 형준이 어머니한테서 카통이 왔다.
[손나은: 어, 형준이 만났구나. 이제 형준이 아니고 유나야. 시원이 너도 이제 유나라고 부르렴. 그래야. 유나도 자기가 여자라는 것에 적응을 빨리 할 테니. 그리고 형준이가 유나가 된 건 우리 만나는 거랑은 아무 상관없으니까 수요일에 꼭 만나자. 수요일 저녁 7시에 한정식집 청담. 잊지 않았지?]
역시 젊은 대물 자지의 맛을 본 형준이 어머니는 쉽게 나와의 만남을 포기하지 않는다.
사실 나도 형준이 어머니와의 만남이 기대되는 건 마찬가지다.
한정식집에서 몸에 좋은 맛있는 걸 사준다는 건 그냥 만나기 위한 구실일 뿐이고, 나를 보고자 하는 진정한 이유는 따로 있겠지?
나는 형준이 어머니의 탱탱한 구릿빛 가슴과 엉덩이를 생각하며 눈을 감고 침대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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