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화 〉 편의점 베이글녀 이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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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방을 나온 나는 유리누나와의 격렬한 섹스 때문인지 다시 배가 고파졌다.
마침 집으로 가는 길에 이유비가 일하는 편의점이 있었다.
오늘도 일 하려나?
베이글녀 이유비의 아이 같이 귀여운 앳된 얼굴과, 그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젖소같이 큰 왕가슴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었다.
딸랑딸랑~!
편의점 유리문을 열자 벨이 울렸다.
“어서 오세~....... 어? 시원아.”
다행히 베이글녀 이유비는 오늘도 일 하는 날이었다.
“안녕. 유비야. 지나가다가 들렸어.”
“아, 진짜? 잘 왔어.”
유비가 나를 반겨주었다.
하지만 표정은 밝지 않았다.
“유비야, 무슨 일 있어? 표정이 안 좋은 데?”
“응....... 아니. 그게 아니라.”
유비가 내 눈치를 보며 말을 얼버무린다.
“유비야, 괜찮아. 왜 그러는지 말해 봐.”
내가 계속 말해 보라고 재촉하자, 유비가 살짝 서운한 말투로 마음에 담아두었던 말을 했다.
“내가, 카통 많이 보냈는데.......”
“응? 카통? 유비 네가?”
“응. 시원이가 답장을 안 해서. 내가 너무 질척거렸지? 너무 친한 척 들이대서 미안해.”
“진짜? 그런 거 아니야. 잠시만.......”
나는 핸드폰을 열어서 카통을 확인했다.
헉.
내가 유리누나랑 섹스하는 동안 읽지 않은 카통이 108개나 와 있었다.
[손나은 28개]
[신세경 18개]
[단백질 도둑 여사장 35개]
[한지혜 20개]
[형준이 3개]
[그밖에..... 잡다한 카통이 4개]
하지만, 이유비가 보낸 카통은 없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유비에게 말했다.
“유비야, 너한테 온 카통 없는데?”
유비가 부끄러운지 살짝 빨개진 고개를 숙이고는 자기 핸드폰을 체크했다.
“시원아, 봐봐. 여기 내가 너한테 보낸 카통인데?”
나는 유비의 핸드폰을 받아서 체크 해 보았다.
유비가 등록한 카통 아이디는 내가 아니었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유리에게 말했다.
“아, 유리야. 미안해. 내가 너한테 카통 아이디를 잘 못 알려 줬다. 여기, 네가 카통 등록한 사람 나 아니야. 내가 다시 입력 해 줄게. 내 카통 아이디.”
나는 재빨리 내 카통 아이디를 유비의 카통에 입력했다.
그리고 내 카통으로 HI! 라고 보냈다.
카통, 카통왑썹!
내 카통으로 HI! 라는 메시지가 전달 된 것 보니, 이번에는 제대로 카통 아이디가 입력 된 것 같다.
유비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주인만난 강아지처럼 해맑게 웃으며 자기 핸드폰에 찍힌 내 카통 프로필을 바라보고 있다.
“정말? 시현아. 그럼 너 내가 귀찮아서 내 카통 씹은 거 아니야?”
“어? 내가 유비가 왜 귀찮아. 너처럼 귀여운 애가 카통 보내면 언제든 답장 하지. 그걸 말이라고 하냐. 그냥 내가 바보 같이 카통 아이디를 잘 못 알려 준거야.”
유비가 신나서 핸드폰으로 타이핑을 한다.
그리고.
카통, 카통왑섭!
나에게 바로 카통이 왔다.
[이유비: 안녕! 시원아! . 너가 나 읽씹한 줄 알고 오해해서 미안해!]
나는 내 앞에 서 있는 유비를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
“응. 괜찮아. 유비야. 그런데 너는 사람이 바로 앞에 있는데, 말로 하지. 왜 카통으로 보내?”
유비가 쑥스러워서 달아오른 얼굴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으응. 시원이 앞에서면 좀 부끄러워서 하고 싶은 말은 못 하고, 계속 이상한 말만 하게 돼서........ 그 것 보다 시원아, 너 저녁 먹었어? 내가 쏠게. 여기 편의점에 있는 거 아무거나 먹어.”
아이고, 유비야.
편의점 시급이 얼마나 한다고.
나 올 때마다 매 번 쏜다고 하니.
이이구. 착한 것도 좋지만, 얘는 너무 순수하고 착하니까 나쁜 사람들한테 제대로 당하기 전에 버릇을 좀 고쳐놔야겠다.
나는 편의점을 돌아다니며 비싸 보이는 제품들을 바구니에 담으며 말했다.
“유비 네가 다 산다고 하니까 편하게 먹을게.”
유비가 내가 담고 있는 물품들을 눈으로 체크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으,....응. 부담, 부담 없이 골라. 시원아.”
“크림치즈 카스테라 인절미. 이거 맛있어?”
고작 인절미가 4개 밖에 안 들어 있는데.
가격은 5,000원이나 한다.
제품 이름이 고급 져서 가격도 비싼 건가?
“아하하. 아, 아니. 그게. 잘 안 팔리는 건데. 나도 아직 안 먹어봐서 모르는 데. 가성비가 안 나오는 제품이라.......”
하긴 유비는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여자였지.
저번에 내가 편의점에 왔을 때도 주로 추천하는 상품들은 극악의 난이도지만, 1+1 행사를 하는 제품들을 추천했다.
그만큼 알뜰살뜰하게 가성비 위주로 제품들을 선택하는 소시민 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유비를 놀려주고 싶다.
나는 이름만 고급 진 크림치즈 카스테라 인절미를 두 개 바구니에 담으며 말했다.
“아. 진짜? 그럼 내가 오늘 먹어 보고 평가 해 줄게.”
“그, 그래. 시원아.......
유비가 억지로 미소를 짓고 있지만, 얼굴이 뻣뻣하게 굳어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지금 내가 고른 고작 인절미 2팩이 유비의 한 시간 아르바이트 비 보다 더 비싸다.
그리고 다음으로 고른 것은, 작은 양에 비해 비싸기로 유명한 불막창.
고작 100g 밖에 안 들어있는데, 가격은 만원이다.
나는 불막창을 손에 들고 흔들며 유비에게 말했다.
“유비야~ 이거 전자렌지에 데워서 먹으면 되나?”
내가 손에 들고 흔들고 있는 불막창을 본 유비의 얼굴이 숨길 수 없을 정도로 굳어졌다.
“어......... 그거 데워 먹으면 되기는 하는데.........”
“어. 알았어. 오케이! 맛있어 보인다. 이거.”
나는 불막창도 두 개를 바구니에 넣었다.
유비가 나를 바라보며 자기도 모르게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허. 헉. 두 개나.”
그리고 나는 시원해 보이는 호가든 맥주등을 몇 개 더 집어서 편의점 카운터로 가지고 갔다.
유리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제품에 찍혀있는 바코드를 찍었다.
삐빅! 삐 비빅!
편의점 카운터기 화면에 53,000원이라는 금액이 떴다.
아마 오늘 유비의 하루 편의점 아르바이트 비용에 맘먹는 금액일 거다.
유리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웃었다.
입은 웃고 있는데, 얼굴은 굳어있으니 살짝 괴기한 느낌까지 낫다.
“아...하하. 오, 오만 삼천 원이네. 정말 부, 부담 없이 골랐구나. 시원아.”
“응? 왜? 유비야? 내가 너무 많이 골랐나? 유비 너도 부담되지? 몇 개 뺄까?”
내가 손을 들어서 편의점 계산대에 올려놓은 제품 몇 개를 골라서 빼려고 하는데, 유비가 내 손을 탁! 잡았다.
“아, 아니야! 빼기는........ 너무 저, 적게 골라서 그런 거야. 더, 더 골라도 되는데.”
“그래? 그러면......... 저기 말보로 라이트도 한 박스?”
유비가 깜짝 놀라서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시, 시원아!”
유비가 다급하게 나를 불렀다.
나는 그제야 당황한 유비를 보며, 웃으면서 말했다.
“아이구. 유비야. 진짜. 그냥 장난 좀 친 거야. 야! 너는 편의점 알바 얼마나 버는지 뻔히 보이는데, 무슨 나 볼 때마다 사준다고 해. 너 그 착한 버릇 좀 고쳐 주려고 내가 오버해서 고른 거야.”
유비가 부끄러워서 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야. 나. 진짜 괜찮다니까........”
“아. 됐어요. 유비야. 오늘 사실 너 잘 있나 궁금해서 보러 온 것도 있고. 간단하게 야식이나 먹으로 온 거야.”
나는 내가 고른 것 중에 염라대비 라면이랑 민트초코 음료수, 그리고 이름만 화려한 크림치즈 카스테라 인절미를 손에 들며 말했다.
“유비야. 이것만 계산해 줘. 그리고 내가 낼 거니까. 네가 산다고 하지 마라. 알겠지? 또 네가 산다고 하면, 진짜 여기 계산대에 있는 편의점 제품들 다! 그리고 말보로 라이트 한 박스 까지 다 가져가 버릴 테니까.”
유비가 부끄러운지 얼굴을 한 손으로 가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급식 중딩이 어른한테 혼나는 것 같아 귀여웠다.
정말 다시 봐도 유비는 20살 이라고 안 믿길 만큼 어려보이는 외모였다.
거기다가 피부도 깨끗하고 투명해서 존슨즈 베이비 로션 같은 제품의 광고 모델로 출현하면 딱 어울릴만한 아기 같은 깨끗한 외모였다.
그런데 깨끗하고 어려보이는 외모에 반해 몸매는 정 반대였다.
결코 노출하려고 드러낸 게 아닌, 하얀 티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음에도 유비의 육감적인 몸매가 스스로 그 존재감을 알리며 아우라를 뿜어낸다.
다른 여자가 입으면 평범한 하얀 티셔츠였지만 유비가 입으니 모델들이 입는 명품 티셔츠처럼 보인다.
옷이 이유비 발을 받는 거다.
그냥 이유비는 마치 모델이 되기 위해 태어난 것 같다.
수선을 한 것도 아닌데, 하얀 티셔츠와 청바지가 마치 유비에게만 맞춤인 옷처럼 유비의 핏을 매끈하게 살려준다.
딱 떨어지는 쇄골라인에, 풍만하고 탱탱하게 솟아오른 젖가슴.
그에 반해 허리는 가늘고 골반과 연결된 힙 라인은 또 완벽하다.
한 마디로 의식하지 않고 봐도, 누구나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는 베이비 페이스에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 S라인.
베이글의 완성형이다.
사실 이 정도로 예쁘고 완벽한 몸매를 가진 유비가 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지 의문이 갈 정도이다.
유비가 문득 내가 고른 편의점 제품들을 보며 살짝 귀엽게 미소를 띠며 말했다.
“시원아. 내가 추천해 줬던 음식들 또 골랐네? 어때? 먹어보니까 괜찮지?”
사실 아닌 게 아니라, 유비가 추천해 줬던 음식들은 처음에는 무슨 이런 괴이한 조합이 다 있나! 얘가 나를 죽이려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막상 먹어보니까, 중독성이 쩌는 맛 이었다.
그래서 지금같이 밥 보다는 불량한 간식이 먹고 싶을 때는 땡길 수밖에 없는 음식들이다.
“어. 유비야. 처음 먹을 때는 이상했는데, 먹고 나서 집에 가니까 또 생각나더라. 이게 바로 땡기는 불량한 맛인가 봐?”
“그치? 거 봐. 내가 맛있다고 했잖아.”
유비에게 음식값을 계산하고는 편의점 자리에 앉아서 핸드폰 카통을 켰다.
손나은, 신세경, 단백질 도둑 여사장, 한지혜........
여자들 메시지는 뭐. 뻔한 내용들 일 것 같아서 나중에 확인해 보기로 하고 일단 형준이의 카통 메시지를 먼저 확인했다.
[형준이: 야. 내 카통 보면 전화 좀 해라.]
[형준이: 야. 너는 메시지 씹냐? 안 그래도 기분 좆같은데.]
[형준이: 야! 너, 전화 안 된다. 카통 보면 빨리 전화해.]
아씨!
뭐야. 설마 형준이 어머니랑 떡친 거 들킨 건가?
아니면 유리 누나 따 먹은 거.
설마 유리누나가 형준이한테 말한 건 아니겠지?
온갖 잡생각이 다 들었다.
형준이한테 책잡힐 일이 너무 많았다.
나는 지체 없이 형준이에게 카통으로 보이스통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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