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화 〉 친구의 S대 누나 홍유리 공략(4)
* * *
사실 내가 이 사람들이 붐비는 시간에 보드게임방에 온 것은 바로 이 커플자리를 염두 해 두고 온 것이었다.
대학교 친구들과 자주 오던 보드게임방이다.
이 시간이면 대학교가 끝나고 보드게임을 하러 온 대학교 학생들로 보통 일반 자리는 꽉 찬다. 하지만 커플 자리는 보통 이 시간대에는 여유롭게 자리가 있다.
커플들은 주로 야심한 시각에 보드게임방을 많이 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보드게임방 알바생이 미닫이문을 닫으며 말했다.
“좋은 시간 되세요~”
보드게임방의 커플자리를 본 유리누나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사실 보드 게임방의 커플석은 완벽히 밀폐된 공간이다.
마치 모텔과 같다.
그래서 모텔을 구하지 못 한 대학교 커플들이 보드게임방 커플석을 모텔 대신 많이 이용하기도 한다. 범생이 유리 누나한테 모텔 가자고 하면 당연히 갈 리가 없을 테니, 자연스럽게 보드게임방 커플석으로 유도 한 것이다.
“야, 유시원. 여기 좀 그렇지 않냐?”
유리누나가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흘러내리며 나를 바라본다.
남녀가 역전된 세상.
여자의 성욕이 내가 원래 살던 세계의 남자들만큼 강하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유리누나는 남자이고. 지금 존나 섹시한 여동생의 친구와 단 둘이 밀폐된 보드게임방 커플석에 온 것이다.
당연히 보지가 뇌를 지배한다.
성욕이 생겨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상대는 자기 동생의 베스트프랜드.
어떻게든 이성으로 성욕을 억눌러야 한다.
하지만, 그게 쉽진 않을 거야 누나.
왜냐하면 내가 누나를 작정하고 유혹할 생각이니까.
유리누나가 어색한 동작으로 보드게임방 커플석 자리에 앉았다.
나는 거침없이 유리누나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누나, 우리 음식 먼저 시키자. 나는 김치볶음밥. 누나는?”
“어? 나는...........”
유리누나가 천천히 메뉴판을 보다가, 스파게티를 고른다.
“토마토 소스 미트볼 스파게티.”
띵똥. 띵동!
벨을 누르자 보드게임방 알바생이 나타났다.
“네~ 손님. 필요하신 거라도 있으세요?”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주문을 넣기 시작한다.
“여기, 김치볶음밥 하나랑 토마토 소스 미트볼 스파게티 하나. 그리고 땅콩과 오징어. 맥주 4캔 소주 한 병 주세요.”
유리 누나가 당황해서 나를 바라본다.
내 마음대로 사전에 없던 맥주를 시켰기 때문이다.
나는 유리누나를 바라보며 능청스럽게 말한다.
“왜? 누나? 친구 동생 맥주 한 잔 사주는 게 그렇게 아까워?”
“아니~ 아까운 게 아니라. 난 술 잘 못 마시는데........”
“으이구. 누나. 걱정 마. 딱 한 잔씩만 하자.”
유리누나가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네. 이렇게 가져다주세요. 맛있게 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손님. 좋은 시간 되세요.”
보드게임방 알바생이 나가자 나는 입고 있던 후드티를 하나 벗었다.
“아~ 누나 여기 좀 덥지 않아? 누나도 더우면 겉 옷 벗지 그래?”
내가 후드티를 벗자, 근육이 그대로 드러나는 흰 티가 나타났다.
유리 누나가 자기도 모르게 내 근육질 몸을 찬찬히 훑어보며 연신 마른침을 삼켰다.
“시원아....... 너 옷이 너무.......”
“응? 누나? 내 옷이 왜?”
유리누나가 끝내 말을 끝내지 못하고 눈을 돌렸다.
“아, 아니야. 으휴........”
지금 보지는 꼴려 죽겠는데, 차마 친구 동생한테 너 옷이 너무 야하다는 말은 못하는 거겠지. 그러면 오히려 자기가 더 변태로 몰릴 수 있으니까.
잠시 후........
보드게임방 알바생이 음식과 맥주를 가지고 나타났다.
키는 작지만 꽤 귀엽게 생긴 햄토리 같은 여자 알바생이었다.
“자~ 여기 주문하신 음식과 술이 나왔...... 아...으?”
햄토리 같은 보드게임방 알바생이 나를 보고는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내 근육이 그대로 드러나는 상체를 자기도 모르게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요!”
유리누나가 햄토리 같은 보드게임방 알바생이 마음에 안 드는지 날카롭게 말했다.
“음식 배달하다가 지금 뭐하는 거예요? 왜 남의 남자 몸은 그렇게 뚫어져라 보는 건데요?”
그제야 햄토리 같은 보드게임방 알바생이 자신의 잘 못을 알아채고는 고개를 숙이며 급히 사과했다.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나는 웃으며 햄토리 같은 보드게임방 알바생한테 말했다.
“아, 괜찮아요. 걱정 말아요. 뭐가 그리 죄송하다고 연신 고개를 숙여요.”
햄토리 같은 보드게임방 알바생이 나를 마치 천사를 바라보듯 경이롭게 바라보았다.
“아, 배달 다 했으면 어서 가서 일 보세요.”
유리누나가 괜히 또 심술을 부렸다.
“네? 네.......”
햄토리 같은 보드게임방 알바생이 뭐가 그리 아쉬운지 계속해서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사라져 갔다.
“야. 유시원! 너 얼른 후드티 다시 입어. 아이 씨. 진짜. 네가 조신하지가 못하니까 저런 같잖은 년까지 노리는 거 아니야!”
어? 유리누나 지금 질투하는 건가?
노려지는 건 난데, 왜 자기가 더 화내는 건데?
나는 유리누나가 더 질투 나도록 일부러 화를 돋웠다.
“왜. 누나. 저 알바생 햄토리 같아서 귀엽던데. 전화번호라도 딸 걸 그랬나?”
유리누나가 삐진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저 인형 같은 얼굴로 살짝 토라지기 까지 하니까, 더 귀엽고.......
따 먹고 싶다.
“아, 됐어! 네 맘대로 해. 그래서 무슨 게임 할 건데?”
나는 유리누나가 귀여워서 실실 웃으며 말했다.
“아직, 시간 많은 데 뭐. 누나 일단 먹고 하자.”
“야, 나 한 시간 만 있다가 간다니까........”
“알겠어. 누나. 누나 가면 나는 저 귀여운 알바생이랑 놀아야겠다.”
유리누나가 질투가 나는지 나를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원래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건 질투유발이 제일 잘 먹힌다.
“누나, 누나 파스타 맛있어 보인다. 우리 서로 나눠 먹자.”
내가 유리 누나의 파스타를 포크로 집으며 말했다.
유리 누나가 그런 나를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본다.
“시원이 너. 원래 이런 성격이었나? 원래는 되게 조신하고 조용조용한 성격인 줄 알았는데......”
아, 형준이의 말을 들어봐도 그렇고.
유리누나의 말을 들어봐도.
원래 이세계의 유시원은 초식남이었나 보다.
하지만 지금의 유시원은 광활한 대한민국의 성욕에 굶주린 미녀들을 마음대로 따 먹고 다니는 자유로운 숫사자다.
그야 말로 짐승남.
“왜, 그래서 누나는 지금 내가 싫어? 나는 누나 볼 때마다 너무 예뻐서, 내 여자 친구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했는데. 이거 오늘 나 누나한테 차이는 거야?”
유리 누나가 내 돌직구 발언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렇게 붉어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시원이 너는. 참 다른 남자애들이랑 다른 것 같아.”
“응? 내가 어떻게 다른데 누나?”
“으응. 뭐라 그럴까. 대게 여자들한테 인기 많을 것 같다고나 할까? 요즘 남자들은 대부분 조용조용하고, 소극적이어서. 시원이 같이 시원시원 한 남자가 없거든. 하여간 매력적이라고 생각해. 아, 물론 다른 마음이 있어서 이런 말 하는 건 아니고. 그냥 진짜 내 진심에서 우러나와서 한 말이야.”
유리누나는 말을 해놓고도 자기가 무안한지 고개를 똑바로 들지 못했다.
이대로 있으면 더 서먹서먹 해 질 것 같아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일부러 오버해서 말했다.
“아, 누나 무슨 말이야~ 자 얼른 먹기나 해. 안 그러면 내가 다 먹어 버린다!”
나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아구아구 김치 볶음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제야 유리누나도 포크를 들어서는 맛있게 토마토소스 미트볼 스파게티를 먹기 시작했다.
“아~ 배부르다. 누나도 여기 음식 잘 하네~”
유리누나도 스파게티를 다 먹었는지, 한 쪽으로 치우며 말했다.
“응. 시원아. 여기 음식 맛있게 한다. 진짜.”
“누나. 우리 이제 음식도 다 먹었는데, 보드게임하자.”
“보드 게임? 어떤 보드 게임?”
나는 재빨리 보드게임 커플 방 구석에 쌓여있는 보드게임 들 중에서 젠가를 꺼내들었다.
“누나, 우리 젠가하자. 누나. 젠가 어떻게 하는지 알지?”
“젠가? 어....... 몇 번 해 본적은 있어.”
젠가는 직육면체 나무 블록을 3개씩 엇갈려 18층으로 쌓아 두고, 차례대로 돌아가며 블록 하나를 빼내어 맨 위층에 쌓는 게임인데, 블록을 제대로 빼지 못하거나 탑을 무너뜨리면 게임에서 패배하는 게임이었다.
“시원이 너 젠가 잘 하는가 보다? 제일 먼저 하자는 거 보니까.”
유리 누나가 귀엽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며 눈을 마주친다.
꿀꺽!
가까이서 보니 유리누나는 더 예쁘다.
하얗고 깨끗한 피부가 매력적이다.
순수하게만 보였던 토끼같이 큰 눈이 지금은 여우처럼 요염해 보인다.
살짝 붉어진 얼굴에 웃을 때 마다 보조개가 들어간다.
이 공간에 유리누나와 단 둘이 있다니 꿈만 같다.
“젠가요? 나 이거 잘 못해. 누나 대학생 때 MT가서 한 두 번 해본게 다인데......”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젠가는 자신 있다.
친구 녀석들이랑 술 값 내기 젠가 자주 했었다.
술값이 요즘에 얼마나 비싼데.
집에서 젠가를 사서 피나는 연습을 했다.
일부러 취한 척 연기한다.
몇 판 져준다.
친구 녀석들이 좋아한다.
자식들 좋아하지 마라! 너희는 딱 걸린 거다.
나머지 판은 아슬아슬하게 이긴다.
그렇게 이겨서 안 낸 술값만 수십 번이다.
나는 이걸 접대 젠가라고 부른다.
“시원아. 왜? 젠가 자신 없어? 자신 없으면 다른 거 하고.”
어? 이럼 안 돼지.
일부러 좀 못하는 척 한 거라고. 유리누나.
“아, 아니에요. 젠가 해요! 내가 너무 잘하는 걸로 하면 누나 계속 재미없어.”
유리누나가 내가 귀엽다는 듯이 바라본다.
“치. 지금 나 봐준다고 말하는 거야? 두고 보자. 시원이. 계속 져서 울기 없기.”
내가 형준이한테 들은 바로는 유리누나는 어렸을 때부터 승부욕이 남 달랐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에서 제일 좋은 S대에 들어갈 만큼 공부를 열심히 한 거겠지.
반에서 1등을 놓치면 분해서 잠도 못 잘 정도라고 하니까.
그래서 내가 범생이 유리누나를 따 먹기 위해서 생각해 낸 방법이 바로 승부욕 자극이다.
다른 방법으로는 유리누나를 공략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유리누나의 승부욕을 자극하기 위해 미끼를 던졌다.
“누나. 우리 그냥 하면 재미없잖아. 우리 내기 하자. 내기.”
“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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