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화 〉 친구의 S대 누나 홍유리 공략(3)
* * *
너무 단도직입적으로 들어오는 질문에 유시원이 당황하며 말했다.
“아니요. 제가 못나서 그런지 아직 여자친구가 없어요. 누나들처럼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 좀 시켜주세요. 저희 누나는 제가 소개팅 좀 시켜달라고 해도 항상 저같이 못난 동생한테 어울리는 사람은 주변에 없다고 구박만 해요.”
당황했지만 자연스럽게 받아 넘겼다.
홍유리에게 짖꿎은 장난을 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화살은 홍형준의 누나 홍유리에게 돌아갔다.
세 명의 여자들이 죽일 듯이 홍유리를 쏘아 보았다.
“개,,,,”
“씹...”
“뒤질....”
각자 유시원 때문에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그 입모양으로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홍유리가 고개를 푹 숙였다.
아오. 유시원! 진짜. 잘생기기만 한 늑대를 동생 친구로 둔 내 잘못이다.
말빨 좋은 김주희 병장이 손사래를 치며 재빨리 말했다.
“홍유리 이병이 미쳤나 봅니다! 형준씨 같이 터프하고 잘생긴 분한테 못났다는 그런 막말을 하다니요! 말도 안 됩니다!”
한지혜 행보관이 홍유리에게 다가가서는 조인트를 까며 조용히 귓속말로 말했다.
“야, 야! 미쳤냐. 감히 형준군에게 그런 차마 입에 담지 못 할 말을 지껄여. 너 형준군만 가면 봐봐. 오늘 집까지 머리박아 자세로 기어가게 만들어 줄 테니까.”
아까는 친근하게 지혜언니라고 부르라면서.
순식간에 다시 호랑이 행보관 한지혜로 바뀌었다.
그런데 이때,
“그럼 저도 남자친구 없는데, 저랑 사귀지 말입니다!”
눈치 없는 관심사병 정리사가 대차게 김주희 병장과 한지혜 행보관을 눈앞에 두고 유시원에게 대쉬했다.
유시원이 난처해하며 말을 얼버무리자, 한지혜 행보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정리사의 멱살을 잡고는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키가 한지혜보다 정리사가 더 컸지만 반항도 못하고 개처럼 끌려 나갔다.
끌려 나가면서도 자신이 왜 끌려 나가는지 모르는 눈치였다.
김주희 병장도 벌떡 일어나서는 목을 뚜뚝 소리 내며 한지혜 행보관을 따라갔다.
사람들이 밖으로 나간 틈을 나서 홍유리가 유시원을 쏘아보며 말했다.
“야! 너는 이 누나를 꼭 그렇게 선임들 앞에서 곤란하게 해야겠냐?”
“왜요? 나는 우리 유리 누나가 당황해 하는 모습 보니까 재미있는데. 나는 누나가 S대생에 외모도 인형처럼 예뻐서 이런 인간적인 면이 없는지 알았거든요.”
갑자기 훅 들어오는 유시원의 칭찬에 홍유리의 얼굴이 쌔빨게 졌다.
“야, 너는 눈빛하나 안변하고 거짓 말 잘한다.”
“왜요? 그럼 누나가 보기에 내가 잘생겼어?”
사실 홍유리도 아무리 유시원이 친 동생의 친구라고 하지만, 잘생기고 잘난 건 확실했다. 차마 친 동생의 친구라 말을 못할 뿐이지.
“에휴, 됐다 됐어. 이 못난아. 내가 너랑 말을 말지. 하여간 너 때문에 내가 아주 곤란하다 지금. 잘 못하면 너 가고 얼차례 하루 종일 받게 생겼어.”
홍유리가 시원이가 귀여워서 일부러 못난이라고 애칭으로 불렀다.
“아 진짜, 무슨 군기를 그렇게 잡는지 모르겠어. 제대 했으면 끝 아니야? 에휴....... 알겠다. 알겠어. 누나한테 피해 안가도록 내가 알아서 잘 정리해 줄 테니까, 너무 걱정 말아요.”
잠시 후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정리사 상병과 이제야 좀 분이 풀린 듯 활짝 웃으며 한지혜 행보관 김주희 병장이 들어왔다.
정리사 상병이 고개를 푹 숙이며 홍형준에게 말했다.
“감히 형준님을 넘봐서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시정하겠습니다!”
유시원이 어찌할지 모르고 당황하자, 한지혜 행보관이 상큼하게 웃으며 유시원을 향해 말했다.
“다 부하를 잘 못 교육시킨 제 잘 못입니다. 오르지 못 할 나무는 쳐다보는 게 아니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말입니다.”
유시원이 홍유리를 바라보며 한쪽 눈을 살짝 윙크했다.
“아니에요. 지혜누나. 그런 말 마세요. 그것보다 제가 지금 다음 약속이 있어서 가봐야 하는데, 지혜누나 연락처 있으면 주세요. 오늘 누나가 샀으니까, 제가 다음에 커피라도 한 잔 살게요.”
사실 요즘 같은 시대에 남자가 여자한테 좀 얻어먹었다고 해서 다음에 사겠다는 행동은 아주 드문 일이었다.
실제로 이런 일이 발생하면 각종 커뮤니티에 개념남이라는 글이 올라오고는 했으며, 여자들의 엄청난 호응을 받았다.
[바비인형님: 와, 대박. 내가 오늘 남자랑 소개팅을 했는데, 글쎄 커피 값을 자기가 내더라고!]
[나 자까: 님? 진짜임? 님 혹시 얼굴이 김테희 급임? 아니면 전지연급?]
[대동일기: 소설 쓰고 있네. 진짜면 인증 샷 날려 보셈.]
[BlBL: 그런 개념남은 널리 알려야 함. 어디 페북 주소 줘 보셈. 절대 내가 만나려는 거 아님]
[블랙블루만져줘: 에이, 설마 잘생기고 예쁜 남자가 그러겠어? 어디 오우크 쯤 되니까 그런 거 아니겠슴?]
[미소년NTR: 그거 다 님 꼬셔서 공사하려는 큰 그림임. 속지 마셈. 절대 배 아파서 그러는 거 아님]
과연 유시원의 예상대로 한지혜 행보관의 눈이 깜짝 놀라서 토끼처럼 커졌다.
“아, 아닙니다! 어찌 여자로 태어나서 남자가 돈을 쓰게 할 수 있습니까. 여자가 가오 없으면 시체지 말입니다! 만나만 주신다면 다음에는 더 멋진 곳에서 사겠습니다! 아니, 꼭 사게 해주십시오!
유시원이 홍유리와 다른 누나들을 번갈아 바라보며 눈빛교환을 하며 말했다.
“누나들. 나 유리 누나랑 갈 때가 있어서 그러는데. 저희 먼저 가 볼 게요~ 누나들 만나서 반가웠어요.”
유시원이 스타벌스 밖으로 나가자, 유시원을 따라서 밖으로 나가려는 홍유리의 어깨에 한지혜 행보관이 손을 턱 올리며 말했다.
“유리야, 이제부터 누가 너 괴롭히는 해병대 년들 있으면 다 나한테 말해라. 내가 너는 털끝하나 못 건드리게 할 테니까. 고맙다. 저렇게 잘생기고 예의바른 형준이가 네 동생이라서.”
홍유리는 그렇게 해병대를 제대하고 나서야 굳이 풀리지 않아도 될 군생활이 풀렸다.
* * * * *
스탈벅스 커피숍에서 나오자 유리누나가 이제야 살았다는 듯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휴우~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아 진짜, 군대 제대했으면 이제 좀 군기는 그만 잡아야 할 거 아니야.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다! 라면서, 군대 제대했는데도 계속 괴롭히네. 선임들이. 덕분에 살았다. 시원아. 고마워.”
유리누나가 그 인형같이 아름다운 얼굴로 예쁘게 웃었다.
꿀꺽........
그 상큼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사실 유리누나는 S대생답게, 항상 공부하느라 바쁘기 때문에 지금 아니면 이렇게 따로 볼 기회도 별로 없다.
거기다가 형준이네 어머니가 도끼눈을 뜨고 나와 유리 누나 사이를 경계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자연스럽게 둘이 만날 기회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이런 절호의 찬스를 놓칠 수는 없지.
나는 유니누나의 루비같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붉은 입술을 바라보며 말했다.
“에이, 누나. 말로만 고맙다고 할 거에요? 진짜 고마우면 술이라도 한 잔 사세요.”
유리누나가 핸드폰 시계를 들여다보며 말한다.
“어? 술? 나 공부하러 도서관에 가야 하는데.......”
역시 유리누나는 연예인 뺨치는 예쁜 외모와는 다르게 범생이다.
범생이를 꼬시는 건 쉽지 않지.
나는 끈질기게 유리누나에게 매달렸다.
“누나~! 저 배고파요. 빨리 맛있는 거 먹으로 가요.”
“어? 어?”
유리누나가 당황하는 사이, 나는 유리 누나의 하얗고 작은 손을 꽉 잡았다.
그리고는 남자답게 유리누나는 끌고 내가 여자 친구가 생기면 꼭 가보고 싶었던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유리누나는 자신의 손을 꽉 잡은 내 손을 바라보며, 자기도 모르게 끌려가고 있었다.
역시 여자는 남자가 강하고 남자답게 나가면, 끌려오게 되어 있다.
남녀가 역전된 세계라고 해서 예외는 아닌 거다.
웅성 웅성 웅성........
사람들이 모여서 시끄럽게 떠들며 웅성거린다.
유리누나가 어리바리한 얼굴로 내가 끌고 온 곳을 바라보았다.
“시원아. 여기는? 너 배고프다면서 왜 이런 곳에 온 거야?”
나는 장난끼가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유리누나에게 말했다.
“누나, 요즘에는 이런 곳에서도 술이랑 음식 다 팔아요. 저 여자친구 생기면 여기 꼭 와보고 싶었거든요!”
유리누나가 휴우~ 한 숨을 쉬며 귀엽게 말했다.
“에이구. 시원이 너는 무슨 애도 아니고..........”
“누나. 지금 보드게임방 무시 하는 거예요! 요즘은 대학생들이나 직장인들도 보드게임방 많이 오거든요.”
그렇다.
내가 유리누나를 억지로 끌고 온 곳은 바로 보드게임방 이었다.
지금 시간은 대학교와 직장이 끝나고 보드 게임방이 한참 붐빌 시간이었다.
이렇게 붐비는 시간에 내가 유리누나를 굳이 보드 게임방에 데리고 온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두 명 자리 있죠?”
나는 능청스럽게 보드게임방 카운터 알바생한테 자리를 요청했다.
보드게임방 카운터 알바생이 곤란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 손님. 지금 일반 자리는 없고, 커플자리 밖에 없는데요. 괜찮으신가요?”
커플 자리라는 말에 유리 누나가 흠칫하고 나를 바라본다.
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보드게임방 카운터 알바생에게 자신 있게 말한다.
“네, 그럼 커플석 주세요.”
“야! 유시원!”
유리 누나가 나를 보며 놀란 표정을 짓는다.
나는 능구렁이 같이 웃으며 유리누나에게 말한다.
“누나. 왜? 설마 나 남자로 의식하는 거 아니지? 동생 친구랑 보드게임방 온 건데. 커플 석 가면 뭐 어때? 안 그래 누나?”
내가 오히려 유리누나를 동생 친구를 남자로 보는 이상한여자로 만들자 유리누나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어. 어? 아니야. 그래, 가자. 가. 에휴. 오늘 그래도 시원이 덕택에 위기 잘 넘겼는데, 딱 한 시간만 하고 나가는 거야.”
“응, 알겠어. 유리누나.”
우리가 커플석에 가는 것을 동의하자, 보드게임방 알바생이 우리를 커플자리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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