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화 〉 친구의 S대 누나 홍유리 공략(2)
* * *
돼지 새끼가 쭉 찢어진 눈으로 나를 야렸다.
확, 그냥 마.
좆만 한 게.
천사 같은 모델이 나를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눈에서 꿀이 떨어질 것 같았다.
주위를 보니 여자들이 자꾸 나를 힐끗힐끗 쳐다봤다.
동물원 원숭이가 된 기분이었다.
“3,000원 이예요.”
카운터 알바생이 계산금액을 알려줬다.
“네? 3,500원 아니에요?”
PC방 시간이야 남은 정액제 쓴 거고, 라면+김밥: 3,500원이 맞지.
“많이 드셨는데, 500원은 할인해 드려야죠.”
“네?”
라면이랑 김밥밖에 안 시켰는데.
서비스로 음료수에 핫바까지 받고 PC방 1시간 서비스.
뭐지, 아까부터 알바생 정신 줄 놓고 사나?
PC방주인이 봤으면 화병으로 죽을 거 같은데?
뭐 하여간 나한테는 개이득 이니까.
10,000원 짜리를 꺼내서 계산했다.
그런데, PC방 귀여운 알바생이 계속해서 나를 힐끔힐끔 바라본다.
“저기요.”
7,000원을 거슬러 주던 알바생이 화들짝 놀랐다.
“네?”
얼굴이 빨개졌다.
“혹시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귀여운 PC방 카운터 알바생이 머뭇거리며 말한다.
“네, 잘생김이요.”
뭐? 뭐래? 진짜.
어이가 없네.
알바생도 자기가 말해 놓고도 쑥스러워서 얼굴이 홍당무로 변했다.
에휴, 어떻게든 한 번 꼬셔 보겠다고 고생 한다 고생해.
그래, 본인도 무안 할 텐데.
한 번 넘어가 주자.
“농담 잘 하시네요.”
“농담 아닌데요.......”
뭐야, 귀여운 PC방 알바생, 나름 직설적이네.
“야, 뭐 해! 빨리 계산하고 가자.”
뒤에 서 있던 형준이가 빨리 가자고 보챈다.
나는 귀여운 PC방 알바생에게 웃으며 말한다.
“카통으로 연락 할게요. 다음에 봐요.”
“네, 잘 가요~ 섹시한 오빠.”
하, 이 귀여운 PC방 알바생은 끝까지 거침없이 들이 대는 구나!
* * * * *
여자들의 시선.
홍유리는 자신의 된장남 동생 홍형준을 기다리며 초조해 하고 있었다.
바로 그녀 앞에 해병대 군대 선임 세 명이 그녀를 압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홍유리! 이제 제대했다고 군기가 빠졌나! 도대체 동생은 언제 오는데?”
“홍유리 이병, 병아리 때 기억 못하고 지금 선임들이 존나 만만하지? 사회 나오면 해병 아닌가!”
“아, 다들 진정해. 진정! 설마 유리가 우리 엿먹이기야 하겠어? 홍유리, 네 그 사진 보여준 형준 동생이 안 오면 오늘 집에 편하게 걸어서 돌아 갈 생각은 하지 마라. 알겠나!”
홍유리가 각을 딱 잡아서 부동자세를 취하며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걱정 하지 마시지 말입니다! 연락한지 한 시간이 지났으니 곧 오지 않겠지 말입니다! 원래 잘생긴 남자는 준비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말입니다! 절대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충성!”
벌써 해병대를 제대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홍유리는 아직까지 해병대 시절 거의 매일 보던 이 세 명을 보면 군기가 바짝 들어 있었다.
군대를 안가는 남자들은 결코 이런 여자만의 군대문화를 이해하지 못 할 것이다.
아, 진짜. 홍형준. 왜 안 오는 거야. 이러다 진짜 안 오면 나 진짜 봊 되는데!
그런데 그 때 스타벌스 문이 열리며 한 잘생긴 청년이 환한 햇살과 함께 훈훈한 발걸음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그 남자는 기다리던 동생 홍형준이 아니라 동생의 절친 유시원이었다.
자기가 못 오면 시원이라도 보낸다고 하더니.
어찌되었던 지금은 일단 이 남자에 눈이 먼 선임들의 욕구를 채워주어야 한다.
시치미 뚝 떼고 말했다.
“충성! 저기 제 잘생기고 귀여운 동생 홍형준이 도착 했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걸어오는 홍형준을 보며 홍유리와 함께 앉아있는 세 명의 여자들이 모두 기립 자세로 일어났다.
“저게 사람입니까? 김병장님.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왔지 말입니다!”
“정상병. 왜 일어나고 그래! 나도 정상병이 일어나니까 따라서 일어났잖아.”
“그러니까 자네들 왜 다들 일어나고 그래! 앉아. 앉으라고. 긴장하지 말고.”
“사실 행보관님이 제일 먼저 벌떡 일어났지 말입니다! 잘생긴 남자 처음 보시지 말입니다!”
세 명의 여인들 김병장, 정상병, 행보관이 홍형준을 보자 마치 멀대 인형처럼 벌떡 일어서서는 꼿꼿하게 긴장해서 얼어붙었다.
“형준아, 여기 누나가 얘기한 우리 군대 선임들이셔. 인사드려.”
일일 홍형준이 된 유시원이 남자다운 얼굴로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누님들. 저희 누나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저희 누나가 군대에 있을 때 잘 챙겨주셔서 항상 감사했다고 그러더라고요.”
“김병장님, 천사가 사람 말을 합니다!”
“정상병! 쪽팔리게 왜이래. 천사 처음 봐!”
홍유리가 억지로 뻣뻣하게 굳은 세 명의 선임들을 의자에 앉히며 유시원에게 말했다.
“형준아 너는 그린티 프라프치노지? 그란데 사이즈?”
“누나, 나 오늘은 여기까지 걸어오느라 목말라서, 벤티 사이즈 콜?”
유시원이 짓궂게 형준이 누나 홍유리에게 장난을 쳐 본다.
홍유리가 휴우 한 숨을 쉬며 시원이에게 말한다.
“야! 그냥 그란데사이즈 마셔. 웬 벤티 사이즈?”
그런데 홍형준과 홍유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행보관 한지혜 행보관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말없이 스타벌스 카운터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한지혜 행보관님! 뭐하시지 말입니다!”
홍유리가 한지혜 행보관을 바라보며 소리치자 한지혜 행보관이 딱딱하게 굳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뭐하긴! 평소처럼 내가 스타벌스 커피를 사려고 하는 거지! 뭘 새삼스럽게 그러나! 형준 군은 그린티프라푸치노 벤티 사이즈! 나머지는 아이스아메리카노 제일 작은 사이즈 맞나!”
홍유리가 깜짝 놀라서 크고 예쁜 눈을 굴렸다.
뭐야. 한지혜 행보관님 더위 먹으셨나. 평소에는 군대 PX 아이스크림 한 번 안사시던 분이. 스타벌스를 사신다고! 그것도 제일 비싼 그란티프라푸치노 벤티 사이즈 메뉴를?
“행보관님. 저도 홍형준군과 같은 그란티프란푸치노.............”
사회에는 꼭 눈치 없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건 군대에도 마찬가지로 관심사병이라는 눈치라고는 밥 말아먹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정상병이 그란티프란푸치노를 말하다, 호랑이 같이 불타오르는 한지혜 행보관의 뜨거운 눈빛과 교차했다.
“뭐라고! 아이스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작고 귀여운 체구와는 달리 화통을 삶아 먹은 듯한, 우렁차고 위엄이 가득 찬 목소리였다.
아무리 눈치 없는 관심사병 정상병이라도 이 정도는 알았다.
“넵. 맞습니다! 아이스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꼭 톨사이즈로 마시고 싶습니다!”
평생 써보지 않았을 것 같은 카드로 계산을 끝낸 한지혜 행보관이 홍유리를 불렀다.
“잠깐 이리 와보세요. 홍유리양.”
어느새 호칭도 홍유리 이병에서 홍유리 양으로 바뀌어 있었다. 목소리도 처음 들어 봤을 부드럽고 고운 목소리였다. 사람이 이렇게 까지 달라질 수 있나? 홍유리가 어리둥절해 하며 한지혜 행보관에게 걸어갔다.
“홍유리양. 좀 도와주시겠어요? 주문을 좀 많이 해서........”
“네? 주문을 많이 하셨지 말입니다?”
“이제, 다는 좀 빼고 사회말투로 하지 그래요. 동생분이 보면 제대한 지금도 군기 잡는다고 오해하겠어요.”
홍유리는 억울했다.
잘생긴 남동생 친구 시원이가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면서 얼 차례 받고 집까지 굴러갈 상황이었는데. 잘생긴 남동생 친구 하나로 판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이것이 바로 남자가 잘생기게 태어나야 하는 이유고, 잘생긴 남동생 하나쯤은 있어야 군대생활이 편해지는 이유였다.
“알겠습니다. 행보관님.”
“한지혜! 그냥 지혜 언니라고 불러요.”
“네? 넵. 지혜 언니.”
태어나서 처음 불러보는 지혜언니라는 말이 어색했다. 그렇게 같이 술을 많이 마셨지만 한 번도 지혜 언니는커녕, 언니라는 호칭으로 불러 본 적도 없었다.
잠시 후 주문한 커피들과 함께 케이크와 빵이 한가득 나왔다.
자랑스럽게 주문한 커피와 케이크를 들고 오며 한지혜 행보관이 유시원을 보며 말했다.
“형준씨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몰라서, 종류 별로 하나씩 시켜봤어요. 부담 가지지 말고 많이 먹어요~”
홍유리와 정상병 김병장 다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짠돌이 한지혜 행보관이 용돈을 다 털어서 빵과 커피를 산 것이다.
유시원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저기 그런데 제가 누님들을 어떻게 불러야 할 지 몰라서......”
“아, 그냥 편하게 지혜, 한지혜누나 라고 해요.”
“네, 그럼 감사합니다. 지혜 누나. 얼굴만큼이나 마음씨도 예쁘세요.”
이 전 세계에 있을 때는 쑥맥이었지만, 지금 남녀가 역전된 세계에서는 여자가 재주를 부리게 만들 줄 아는 능숙한 조련자 유시원이었다.
한지혜 행보관의 얼굴이 사과처럼 붉어졌다.
“그 부족한 거 있으면 모든 시켜요.”
이 모습을 지켜보던 김주희 병장이 불쑥 대화에 끼어들었다.
“와, 진짜 사진보다 실물이 훨신 더 잘생기고 남자다우세요. 보통은 어플로 얼굴을 많이 바꿔서 실물이랑 사진이랑 알아보기 힘든 남자들도 많은데요. 완전 아이돌 해도 되겠어요. 아니, 아이돌보다 형준씨가 훨씬 잘생기고 멋있어요. 제가 블루아트 팬이라 실제로 팬 사인회 가서 봤는데, 블루아트에서 제일 인기 많은 제닉도 형준씨의 외모에 비하면 떨어진다니까요. 진짜로요.”
사실 형준이와 유시원은 다른 사람이었기 때문에 얼굴이 다른 건 당연했다.
하지만 항상 성욕으로 보지가 벌렁 거리는 여자들에게 얼굴이 다른 건 상관없다.
그저 잘생기면 장땡이다.
그리고 아무래도 이대로 가다가는 한지혜 행보관에게 페이스를 뺏길 것 같아서 나중에 구를 생각을 하고 아부로 홍형준의 환심을 사려고 하는 것이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제가 연예인보다 잘 생겼겠어요. 너무 거짓말이 심하세요. 그래도 남자들은 상냥하고 재미있는 여자 좋아하니까 인기 많으실 것 같아요.”
사실 남자치고 잘생겼다는 칭찬 싫어하는 남자는 없다.
그리고 재미있다는 칭찬을 싫어하는 여자도 없다.
인기 많은 인사 여자가 되기 위해서는 꼭 갖추어야 할 덕목이 바로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말빨 좋은 여자가 미남을 얻는 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형준씨는 얼굴도 잘생겼는데, 마음씨는 더 고우네요. 진짜 형준씨 팬클럽이라도 만들어야겠어요.”
이를 가만히 지켜보던 관심사병 정리사 상병이 불쑥 깜빡이도 안 키고 끼어들었다.
“형준씨는 여자친구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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