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화 〉 피트니스 미녀 실장 신세경 공략(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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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세서리 가게 여사장이 핸드폰을 받으러 나간 사이 계집애 같이 화장한 남자종업원이 섹시한 액세서리 상점 여사장의 지시대로 불독 팬던트가 달린 14k 목걸이를 포장하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요. 제가 걱정 되서 그러는 건데, 저희 사장님 완전 바람둥이거든요. 처신 잘 하세요. 피해보지 않게.”
씨발새끼.
계집애 같은 새끼가 무슨 내 걱정 해주는 척?
딱 보아하니 나랑 섹시한 액세서리 가게 여사장 사이를 이간질 하고 싶어 하는 게 눈에 보인다.
나는 차갑고 남자답게 말했다.
“아, 예. 제가 알아서 할게요. 신경 끄세요.”
그런데 이 계집애 같은 새끼가 또 시비를 건다.
“걱정 되서 말해주는 건데, 어째 동생 말투가 좀 그러네. 싸가지 없게.”
아니, 누가 내 걱정 해주라고 했냐고?
표독스러운 말투가 아마 이 새끼도 저 섹시한 여사장한테 따먹혔거나 좋아하나 보다.
느낌이 확 온다.
“야. 그 쪽이 나를 언제 봤다고. 동생이야. 동생은. 남 일 신경 쓰지 말고, 그 쪽 할 일이나 잘 해요. 네? 확 처 맞으려고. 어디서 개수작이야.”
내가 딱 부러지게 차갑게 말하자, 액세서리가게 종업원이 쫄았는지 눈을 깐다.
겁먹었는지 포장을 하는 손이 떨린다.
뭐야.
이세계 남자새끼들은 순 겁쟁이들 아니야.
더 자신감이 살아난다.
겁쟁이 새끼가 포장 해 준 목걸이를 받아 들고 나가려는데, 마침 섹시한 여사장이 전화 통화를 끝내고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어머, 벌써 가게요? 좀 더 있다가지.”
“아, 친구랑 약속이 있어서요. 선물 고마워요. 카통 할게요.”
“네....... 친구랑 좋은 시간 보내요.”
나는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가는데, 섹시한 여사장이 내 가슴과 엉덩이를 음흉한 눈초리로 바라본다.
씨발 아깝네.
저 게이 같은 종업원 새끼랑 세경이랑 약속만 없었어도 가게에서 한 떡 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래도 뭐 목요일 밤에 존나게 따 먹으면 되니까.
지금은 처녀 보지 세경이를 따 먹는 게 최우선이다.
존나 섹시한 액세서리 상점 여사장이 물론 섹스 상대로는 더 좋아 보이지만, 처녀 보지 세경이는 청순하고 남자 손을 안타서인지 같이 놀면 재미있었다.
손때가 안 탄 신상품 물건을 정복하는 재미가 있다고 해야 하나?
마치 택배 온 새 상품 언박싱처럼 말이다.
하여간 지금은 세경이를 빨리 만나서 스킨쉽을 하며 술 마시고 싶었다.
나는 미리 인터넷으로 찾아 놓은 액세서리 집 근처 꽃집에 가서, 라일락과 장미가 한 아름 담긴 꽃다발을 골랐다.
꽃집 사장님 아저씨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아니, 학생. 무슨 남자가 여자친구 준다고 꽃다발을 사? 그것도 이렇게 예쁜 꽃다발을. 그 학생 여자친구가 누군지는 몰라도 복 받았네. 진짜.”
“에이. 아저씨. 남자가 여자한테 꽃다발 사주는 거야 데이트 할 때 기본이죠.”
“우리나이 때야, 그러긴 했었는데. 요즘에는 그런 젊은 남자들이 거의 없는데. 학생은 참 나 어렸을 때 떠오르게 하네.”
산적처럼 생긴 꽃가게 주인아저씨가 나를 보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듯 아련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헐.
아저씨는 젊었을 때도, 결코 저랑 닮았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하여간, 요즘 젊은 남자 녀석들은 여자들이 다들 오냐오냐 하면서 받아주니까.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진다니까. 그래서 인지 낭만이 없어 낭만이. 좋다. 학생은 낭만이 좀 있네. 내가 특별히 학생은 20프로 할인 해 줄게. 나 젊었을 때가 생각나서 말이야. 미영이는 잘 살고 있으려나.......”
오! 이게 웬 행운?
산적처럼 생긴 꽃가게 아저씨가 자꾸 나를 자기 젊은 시절과 투영시키며 감정이입한다.
뭐 어찌 되었든 꽃다발 가격 대폭 할인이라니.......
그걸로 충분히 산적 아저씨의 젊은 시절 낭만을 회상시키는 희생양이 되어 줄 수 있다.
목걸이는 섹시한 미씨 액세서리 가게 사장님한테 사은품으로 받고, 꽃다발은 20프로 할인.
오늘 세경이와의 데이트도 잘 풀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나는 산적같이 생긴 꽃가게 사장님에게 꾸벅 90도로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 꽃가게를 나왔다. 이제 제법 하늘이 어두워졌다.
나는 기분이 좋아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세경이가 일하는 핏불리 헬스장으로 가는데, 남자들이 나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본다.
어? 뭐야. 이건.
아, 그렇군.
반대로 생각해보니 이해가 간다.
남녀가 역전된 세계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꽃다발과 선물을 하는 일은 거의 없으니까, 다들 내가 여자친구에게 선물로 꽃다발과 액세서리를 받은 걸로 착각하는구나.
아, 그렇게 생각하니 또 존나 창피하네.
남자 새끼가 여자한테 선물 받은 꽃다발이나 들고 다니고.
얼굴이 빨개졌다.
나는 최대한 빨리 걸어서 세경이가 일하는 곳에 도착했다.
“어서오세요~ 어? 아까 세경실장님 보러 오셨던 분이시네요?”
핏불리 헬스장 남자 리셉션 직원들이 아는 체 한다.
나도 인사를 한다.
“네~ 안녕하세요. 세경이 있어요?”
“네. 잠시만 앉아서 기다리세요. 세경씨한테 손님 왔다고 전달 해 드릴게요. 그런데, 꽃다발 예쁘네요. 여자친구한테 선물 받으셨나 봐요?”
리셉션 직원이 장미와 라일락이 섞인 꽃다발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나는 무덤덤하게 리셉션 직원에게 말했다.
“아니요. 이거 세경이 주려고 산건데요. 아, 가지고 오는데 쪽팔려 죽는 줄 알았어요. 사람들이 쳐다봐서.”
리셉션 남자직원이 놀란 토끼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네? 세경이한테 주려고 꽃다발을 샀다고요? 남자가요? 여자한테 꽃다발을?”
아, 진짜.
이 세계 남자 녀석들은 귀찮게 왜 이렇게 같은 말을 반복하게 만드냐.
나는 귀찮은 듯 성의 없게 대답했다.
“네. 그, 세경이나 좀 빨리 불러주세요. 이거 들고 있기 쪽팔려서요.”
“아? 네? 네.......”
리셉션 남자직원이 아직도 믿지 못하겠다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헬스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검은 모자를 쓰고 아디더스 트레이닝복을 입은 세경이가 가방을 메고 나타났다.
심플한 트레이닝 복 옷차림이었는데도 확실히 얼굴 예쁘고 몸매가 탱탱한 콜라병 몸매여서 그런지 옷 태가 확 살았다.
오히려 막 예쁘게 꾸미고 차려입은 것 보다 약간 보이시한 느낌이 더 매력 있어 보였다.
풋풋한 학생의 느낌이라고 할까?
세경이가 꽃다발을 들고 있는 나를 보더니 깜짝 놀라서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야, 시원아. 너 그 꽃다발 뭐야?”
나는 활짝 미소를 지으며 세경이에게 꽃다발을 건네주었다.
“응, 오다가 너 주려고 샀지. 너무 부담 가지지는 말고. 야, 네가 예뻐서 그런지 꽃이랑 진짜 잘 어울린다. 화사한 게.”
세경이의 얼굴이 화끈화끈 붉게 달아올랐다.
“아, 고, 고맙다. 야. 아, 가, 가자! 아이씨! 서주호씨! 웃지 마. 웃지 말라고!”
세경이가 키득 거리며 꽃을 든 세경이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리셉션 직원에게 큰 소리 치고는 얼른 내손을 잡고는 밖으로 나왔다.
세경이의 검은 모자 속으로 보이는 빨개진 작은 예쁜 얼굴이 귀여웠다.
“세경아, 뭘 그렇게 부끄러워하고 그래. 누가 보면 너 남자한테 꽃 한 번도 안 받아 본 줄 알겠다.”
세경이가 작은 목소리로 나를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처, 처음 맞는데. 남자한테 꽃 받아 본거.”
어? 진짜 처음인가 보구나.
이렇게 예쁜데?
남자한테 고백 받아 본 적이 없나?
“응? 뭐야? 그러면 여태까지 너 좋다고 선물 한 애도 없었어? 세경이 너 연예인처럼 귀엽고 예쁜데?”
안 그래도 빨갛던 세경이의 얼굴이 더 빨개졌다.
완전 홍당무 같아졌다.
“그, 남자 애들한테 손 편지는 받아 본 적 있는데, 꽃은 처음. 그런데 너 진짜. 이상하다. 보통 남자애들은 너처럼 그런 얘기 잘 못하던데........ 사람 부끄럽게.”
나는 잡고 있는 세경이의 작고 하얀손을 더 꽉 잡으며 싱긋 웃으며 말했다.
“응? 얘기? 무슨 얘기?”
세경이가 고개를 푹 숙이며 들릴 듯 말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막 예쁘다거나 연예인 같다거나 그런 얘기.........”
“아~ 그거야. 다른 남자들이 용기가 없어서 그런 건가 보지. 그런데 야. 원래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 법이라고 하잖아. 세경이 너처럼 예쁜애랑 만나려면 당연히 남자가 먼저 용기를 내야지.”
세경이가 부끄러운지 발을 동동 구르며 나를 바라봤다.
크고 맑은 토끼처럼 아름다운 눈이다.
“아이씨. 진짜. 그만하라니까. 부끄럽게......... 그보다 너 오늘 왜 이렇게 그, 머 멋있게 입고 왔냐? 평소에 멋없었다는 게 아니라, 오늘 따라 옷도 남자 아이돌같이 입고 오고. 나는 트레이닝복이나 입고 있는데. 아, 진짜.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집에 가서 예쁘게 입고 올걸. 아 쪽팔려.”
“지금도 충분히 예쁜데 뭐. 세경이 너는 지금처럼 자연스러운 옷이 더 잘 어울려. 청순하게 예쁘게 생겨서.”
이번에는 진짜 거짓말 하나도 없이 있는 그대로 말했다.
세경이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야, 너. 진짜 계속 그렇게 거짓 말 할래........”
말은 그렇게 했지만, 목소리를 들으니 전혀 싫은 투가 아니다.
오히려 좋아서 죽겠는데 표현을 못하는 것 같다.
“세경아, 그런데 너 손 따뜻하다. 부드럽고......”
“소... 손?”
세경이가 화들짝 놀라며 자기 손을 바라봤다.
아까 헬스장에서 나오면서 얼떨결에 잡았던 손을 지금까지 잡고 있다는 것을 그제야 눈치 첸 것 같다.
그만큼 정신이 없었던 거다.
세경이가 급하게 손을 빼며 말했다.
“미, 미안! 나도 모르게 손을 잡고 있었네. 아까 너무 창피해서....... 빨리나가자고 손을 잡았는데 아직까지 잡고 있었네.”
나는 세경이를 다시 꽈악 잡으며 말했다.
“왜? 나는 세경이랑 손잡고 가는 게 훨씬 좋은데. 다시는 손 빼지 마라! 확, 그냥. 키스해 버리기 전에.”
나는 세경이 놀리는 것이 재미있어서 그냥 장난으로 아무 말이나 던져 봤다.
그런데 역시 세경이는 세경이다.
동그랗게 눈을 뜨며 왼손으로 자기 입술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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