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화 〉 일진녀 신세경
* * *
일단 아는 체 하니까, 뭐 받아는 줘야겠지?
“어, 세경아. 오랜만이네. 고등학교 졸업하고 처음이지?”
“어. 시원아. 야, 너 그런데, 대학교 들어가더니 많이 멋있어 졌다. 고등학교 때도 괜찮기는 했지만........”
오늘따라 이상하게 여자들한테 호감을 많이 받네.
뭐, 기분 좋은 일이긴 하다.
“멋있어 지긴........ 너야 말로 진짜 몰라 볼 정도로 많이 예뻐졌다.”
“야, 예뻐졌다니까 고맙긴 한데, 예전에도 예뻤거든. 몰라보게 예뻐졌다니....... 누가 들으면 고등학교 졸업하고 존나 성형으로 다 갈아엎은 줄 알겠다.”
어? 그 말을 듣고 보니, 진짜 성형을 좀 하긴 했구나.
눈도 앞트임 한 것 같고.
코도 좀 높인 것 같고.
뭐 그래도 본판이 예뻤으니까.
원래 예쁜데 성형해서 더 예뻐진 케이스지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처럼 결코 추녀에서 미녀로 다시 태어난 케이스는 아니다.
하얀 셔츠 안으로 살짝 살짝 보이는 젖가슴도 눈에 띄게 볼륨이 좋다.
내 예전 기억에 세경이의 젖가슴은 잘 해봐야 꽉 찬 A컵 정도였던 것 같은데.
확실히 예전에 비해 많이 업그레이드 된 것 같으니, 아마 성형외과에서 풀 세트 팩키지로 관리 좀 받았나보다.
뭐 관리 좀 받았으면 어떠랴.
보기 좋고 먹기 좋아졌으면 그만이지.
“어, 세경아 그런 말은 아니고. 그나저나 네가 웬일로 나한테 다 아는 척을 다 하냐? 우리 학교 다닐 때는 별로 말 섞어 본 적 없지 않나?”
세경이가 약간 붉어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 그때는 내가 학교에서 좀 놀았잖냐. 너는 노는 애들 쪽은 아니었고. 뭐 지금은 나도 마음잡고 건실하게 살고 있으니까 오해는 말고. 나 사실 너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말할 기회가 없었을 뿐이지.”
어 뭐야? 이거 설마 그 야동에 나오는 개연성 없는 무지성 고백?
“그건 그거고. 너 혹시 만원 있냐? 어제 술 마시고 지갑을 잃어버려서. 택시 타야 하는데 돈이 없네. 집까지 걸어 갈 수도 없고. 만원 만 좀 빌려줘라.”
아, 역시 그런 건 아니구나.
고등학교 때라면 괜히 일진녀한테 돈 뜯기는 기분이 들어서 안 빌려 줬을 텐데, 지금은 나름 얼굴 붉히면서 부탁하는 게 정말로 곤란해 보였다.
내가 돈을 막 뿌리고 다닐 정도로 부자는 아니지만, 이정도 예쁜 고등학교 동창이 부탁한다면 만 원 정도야 빌려 줄 수 있지. 더군다나 오늘은 형준이 어머니랑 떡을 쳐서 그런지 기분도 좋았다.
나는 지갑에서 만 원 짜리 한 장을 꺼내서 세경이에게 건네주었다.
“야, 너는 어떻게 여자가 칠칠맞게 술 마시고 지갑을 잃어버려. 그럼 술 마시고 집에도 안 들어 간 거야? 요즘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데. 여자가 겁이 없냐. 너는. 지금이 무슨 고등학생도 아니고. 고등학교 때야 애들이 너랑 같이 다니는 일진 애들 무서워서 막 하고 다녀도 아무 일 없었겠지만, 사회에서는 조심 좀 해라. 진짜.”
만 원을 빌려주는 대신 세경이에게 잔소리를 좀 했다.
세경이가 피식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보조개도 살살 들어가는 것이 걸 그룹 아이돌 같이 귀여웠다.
“야, 지금 네가 나 걱정하는 거야? 어이구, 진짜. 귀엽다. 귀여워. 유시원, 네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뇌절이 왔나 본데, 나 신세경이야 신세경. 삼쏭 고등학교 신세경. 야, 하여간 만원은 잘 쓸게.”
지이잉!
마침 지하철 문이 활짝 열렸다.
우리는 같이 지하철에서 내리며 걸었다.
세경이가 나를 보더니 주머니에서 네모난 하얀색 명함을 한 장 꺼내서 건넸다.
“야, 지금이 고등학교도 아니고, 삥 뜯는 거 아니다. 여기 나 일하는 곳이거든. 잠실에서 멀지 않으니까, 언제든 찾아와. 만 원 갚을게.”
나는 세경이에게 건네받은 하얀색 명함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핏불리 헬스 실장 신세경]
놀랍게도 세경이는 벌써 사회에서 헬스 강사로 일을 하고 있었다.
짜식, 고등학교 때는 그렇게 일진들이랑 붙어 다니면서 사고만 치고 다니더니 철은 일찍 들었나 보다. 하긴 고등학교 때를 생각해 보면 세경이가 여자치고는 운동도 열심히 하고 몸도 좋았던 것 같기는 하다.
바스트가 좀 아쉬웠는데, 지금은 바스트까지 좋으니.
남자 회원들이 줄을 서겠지.
저 미모에 헬스강사라면.
“유시원, 너 오면 돈도 갚고, 피티 한 번 무료로 시켜 줄게. 알겠지?”
세경이가 내 몸을 훑어보면서 복근과 승모근을 손으로 꾹꾹 눌러 보았다.
“어, 그리고 보니 시원이 너 운동 좀 했구나? 근육 예쁘게 잡혔네. 우리 헬스장 오면 내가 더 예쁘게 몸 만들어 줄게. 꼭 오는 거다. 꼭!”
마침 세경이가 일 하는 헬스장은 우리 집에서도 그리 먼 곳은 아니었다.
집에서 유튜브만 보면서 운동을 따라했었는데, 세경이 같은 미녀가 가르쳐 준다면 한 번 쯤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운동을 배운다는 핑계로 세경이랑 스킵쉽도 하고 말이지.
세경이의 탱탱하게 볼륨 업 된 엉덩이와 가슴을 상상하니 다시 자지가 꼴렸다.
진짜 젊어서 그런지 시도 때도 없이 꼴리는 구나. 휴우.
나는 세경이를 바라보며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알겠어. 세경아. 봐서 내일이라도 너 얼굴 보러 한 번 갈게.”
세경이가 활짝 웃는 내 얼굴을 보더니 얼굴이 살짝 복숭아처럼 붉어졌다.
내가 붉어진 얼굴의 세경이를 똑바로 바라보자, 세경이가 고개를 살짝 틀어 시선을 피했다.
뭐야? 천하의 쌈쏭고 일진 신세경이 부끄러워하는 거야?
얘, 완전 양아치 아니었나?
의외로 순진한 구석이 있네.
“야! 너는 뭘 그렇게 사람 얼굴을 빤히 보고 그러냐. 아이. 진짜. 나간다. 헬스장에서 보자. 안녕~”
세경이가 얼굴을 가리고는 재빨리 다람쥐처럼 먼저 달려갔다.
“응, 그래. 세경아. 내일 보자.”
나도 세경이에게 잘 가라고 인사를 하고 잠실역 5번 출구를 향해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흐아암~
아직도 새벽부터 형준이 어머니랑 섹스를 너무 격렬하게 해서인지 피곤함이 가시지 않았다.
형준이 어머니는 이제 일어나서 샤워하고 침대 정리했으려나?
카통이나 한 번 보내 볼까?
핸드폰을 꺼내서 아까 형준이 어머니에게 받은 카통 프로필을 꾹 눌렀다.
형준이 어머니의 요염한 얼굴이 확대되어 보여 졌다.
하아.......
진짜 섹시하다.
사진으로만 봐도 형준이 어머니의 요염한 얼굴과 탱탱한 가슴 빵빵한 엉덩이가 생각나서 존나 꼴렸다.
지금 당장이라도 다시 형준이네 집에 가서 형준이 어머니의 꽉 조이는 보지에 자지를 존나게 박고 허리를 흔들고 싶었다.
으, 생각만 해도 흥분되었다.
다음에는 아예 형준이 어머니를 모텔로 불러내어서 방을 잡고 떡을 쳐야지.
오늘은 혹시라도 형준이나 형준이 아버지에게 들킬까봐 겨우 두 번 떡치고 끝냈지만, 다음에는 기필코 형준이 어머니의 맛있는 보지에 하루 종일 내 자지를 박고 싶었다.
종종 일본야동을 보면 연인이 온천이 있는 료칸을 잡고 술도 마시고 밥도 먹으면서 밖에도 안 나가고 온천과 방에서 떡만치는 품번들이 있었는데, 형준이 어머니와 그런 야동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주말을 보내고 싶었다.
나는 형준이 어머니에게 카통을 보냈다.
[나: 어머니. 일어나셨어요? 저는 집에 다 와 가요.]
뭐, 젊은 대물 꼬추 맛을 제대로 봤으니 답장이 오겠지.
이렇게 편하게 생각하며 지하철 5번 출구를 나와 집으로 향하는 거리를 걸었다.
토요일 아침이라서인지 출근시간으로 붐벼야 할 거리에도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걸으면서 느끼는 건데, 오늘 따라 지하철에서도 그렇고.
거리에서도 그렇고.
여자가 평소보다 많은 느낌이었다.
확실히 지하철에서도 같은 칸에 여자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고.
지금 걷고 있는 거리도 대부분이 젊은 여자나 아줌마들이었다.
하긴 뭐.
내가 토요일 아침에는 보통 늦잠을 자느라 나가 본 적이 있어야지.
아마도 토요일 아침 이런 이른 시간에는 남자들은 다들 어제 늦게까지 술로 달리거나, 직장에서 근무하느라 피곤해서 늦잠 자나보다.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재빨리 걸어서 집에 도착했다.
띵동!
벨을 눌렀다.
“누구세요?”
어머니 목소리다.
“엄마 나야.”
내 목소리를 들은 어머니가 현관문을 활짝 열었다.
동그란 얼굴에 귀여운 판다 같이 볼록한 배.
형준이 어머니가 나보다 고작 3~4살 많은 누나로 보인다면, 우리어머니는 완전 귀여운 동네 아줌마다.
나는 어머니가 반가워서 활짝 웃었다.
그런데 어머니는 나를 보더니, 밥주걱으로 갑자기 등짝을 후려갈긴다.
“이 노무 자슥이, 어디서 자고 아침에 들어와. 남자 새끼가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아이 엄마아~ 형준이 집에서 자고 왔어요. 어제 저녁에 그렇게 연락해도 안 받았으면서, 이제 와서 그래요.”
“이놈아. 엄마는 8시면 자는 거 몰라! 그리고 아무리 엄마가 연락을 안 받아도 그렇지. 남자가 밖에서 자고 들어오면 쓰냐! 요즘 세상이 얼마나 험한데.”
“아이 진짜. 내가 무슨 고등학생도 아니고 친구 집에서 좀 자고 올 수도 있지. 하여간 엄마는 내가 아직도 무슨 애인 줄 알아.”
“이놈아. 네가 딸이면 엄마가 이렇게 걱정을 안 하지. 하여간 어제 형준이네 집에서 잔 거 맞지? 어디 엄한데서 자고 온 거 아니고?”
어? 무슨 말이야. 딸이면 걱정을 안 한다니.
엄마가 노망이 들었나.
에휴. 쯔쯔쯔
“어, 엄마. 형준이한테 전화라도 해서 확인시켜줘? 아 진짜. 잔소리 좀 그만해요. 평소에는 안 그러더니 오늘 따라 왜이래 진짜.”
“이놈의 자슥이. 끝까지 뭘 잘했다고 엄마한테 대들어!”
엄마가 다시 주걱을 들어서 등짝을 때리려고 한다.
아이씨. 형준이 어머니한테는 그렇게 카리스마 있고 강한 남자였는데 우리 엄마한테는 완전 고양이 앞에 쥐다.
“아, 알겠어. 엄마. 내가 잘못했어. 그만 좀 때려.”
“이이그. 이놈아. 알면 됐다. 아침은 먹었어?”
“아니, 엄마. 마침 배고픈데, 뭐 먹을 것 좀 있어?”
“있지. 그럼. 없겠냐. 얼른 씻고 식탁에 가서 아침 밥 먹어. 네가 좋아하는 계란후라이 해 놨다.”
“응 엄마~”
에휴, 그래도 역시 아들 챙겨주는 건 엄마 밖에 없구나.
나는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고는 식탁에 앉아서 내가 좋아하는 계란 후라이 반숙과 밥을 열심히 퍼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따라단다 딴다. 따라딴다단~
카통으로 전화가 왔다.
하긴 요즘에는 인터넷이 웬만한 곳에서는 다 되니까.
보통 카통으로 통화를 한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았다.
“야! 아, 씨발.”
이 목소리는 형준이다.
어? 형준이가 그런데 이 시간에 전화를 해서 욕을 먼저 내 뱉다니.
혹시 형준이 어머니랑 떡친 거 들킨 건가?
아, 씨발.......
나는 걱정과 불안이 섞인 마음으로 형준이와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