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2화 〉 돼지 발정제와 요염한 밀프녀(2)
* * *
한선아가 술 잔 가득히 천 이백 만원짜리 양주를 따라주고, 최설화의 잔도 채워준다.
“짠! 부산에서의 첫 날 밤을 위하여~!
다 같이 잔을 부딪치고는 첫 잔으로는 원 샷! 을 한다.
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역시 비싼 술이라서인지 목 넘김이 부드럽고 좋다.
평소에 비싼 음식과 술을 즐기는 한선아도 이 술은 특별한지 눈을 감고 맛을 음미하고 있다.
그리고 나를 이해가 안 된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최설화.
그녀가 끝내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나에게 말을 건다.
“시현아. 너... 오늘 부산에 와서 뭐했어?”
직접적으로 혹시 양아치 누나들 만나지 않았냐고 물어보면, 너무 티가 나니까 돌려서 오늘 부산에 도착한 후 일과를 물어보는 최설화.
내 대신 예슬이가 신이 나서 대신 떠들기 시작한다.
“응. 설화언니. 오늘 시현오빠랑 부산에 와서 자갈치 시장에 갔는데, 글쎄 시현오빠가 사기 치려는 상인 아줌마를 완전 사이다! 콸콸 터지게 참교육 해줬다니까.”
“시현씨가 상인 아줌마를 참교육 해줬다고요?”
한선아가 귀를 쫑긋 거리며 우리가 자갈치 시장에서 양심 없는 상인 아줌마를 혼내줬던 얘기를 경청한다.
물론 과장도 좀 섞여있었지만, 어찌되었든 예슬이의 의도는 내가 퀄팅하는 남자가 이정도로 화끈하고 잘났어요! 라는 것을 어필하는 데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얘기를 다 들은 한선아가 더욱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역시 남의 떡이 맛있어 보이는 건, 원래 세계나 이 세계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그랬구나. 우리 시현씨. 진짜 대단하다. 요즘 남자답지 않게. 얼굴도 잘생기고, 몸매도 섹시하고. 성격은 더 화끈하네? 시현씨. 자, 한 잔 더 해요.”
“그쳐? 사장님? 우리 시현오빠 완전 멋있죠? 자~ 다 같이 짠!!”
예슬이는 설마 한선아가 나를 따먹기 위해 하이에나처럼 시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건 상상도 못하는지 해맑게 웃으며 건배를 권한다.
“아... 그래요.”
한선아는 은근슬쩍 나와 단 둘이서만 술잔을 부딪치고 싶었는데, 예슬이가 끼어들자 마음에 안 드는 눈치다.
다시 잔을 부딪치고 원샷을 하며 서로를 바라본다.
현재 상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예슬이.
어떻게든 예슬이와 나 사이를 갈라놓고 NTR하고 싶어 안달이 난 한선아.
내가 짜증나서 죽을 것 같은데, 속마음을 꼭꼭 숨기고 있는 최설화.
그리고.
그런 최설화를 바라보며 여유롭게 웃고 있는 나.
모두가 각자 다른 생각을 품은 술자리가 계속 되고 있다.
* * * * *
“그러면. 자갈치 식당에 갔다 와서, 아무 일도 없었어? 하아... 그럴 리가 없는데.”
최설화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 모르겠다는 듯 깊게 한 숨을 쉰다.
그녀가 미리 준비한 양아치 누나들이 나를 은밀한 곳으로 끌고 간 것까지는 알고 있는 것 같다.
그 다음에 양아치 갸루 누나들과 연락이 끊겨서 문제지.
“왜? 나랑 예슬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어?”
최설화의 정곡을 찌르는 말을 내 뱉으며, 차갑게 웃는다.
“아,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시현아. 무슨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니. 친구끼리. 아, 아무 일도 없어서 다행이라는 얘기지. 요즘 부산 휴가철이라 거친 언니들이 많아서 걱정했는데.”
최설화가 말까지 더듬으며 부정을 한다.
그러니까 더 무슨 일이 있었으면 좋은 사람처럼 보이잖아!
그리고 또 다시 나와 최설화의 대화에 끼어드는 예슬이.
“아. 맞다! 있었다. 무슨 일.”
예슬이의 말에, 최설화의 눈동자가 커진다.
“그치. 무슨 일 있었지?”
그래, 내가 분명히 봤는데. 아무 일도 없었을 리 없지. 분명 양아치 언니들한테 시현이가 집단 강간당했는데, 수치스러워서 말을 못 했던 거야! 라는 눈빛이다.
“어! 사실.......”
말을 중간에 끊으며 나를 바라보는 예슬이.
뭐야! 설마 예슬이가 나하고 갸루 양아치 누나들이랑 쓰리썸 한 것 알고 있는 거야?
“사실은! 자갈치 식당 갔다 와서 시현오빠한테 초장 사오라고 심부름 시켰거든. 그리고 시현오빠가 다시 펜션에 돌아 왔을 때! 짜잔~ 내가 케이크 준비해서 우리 기념일 파티 했지!”
하아...... 다행이다.
역시 예슬이는 갸루 누나들이랑 나 사이에 있었던 일을 모르는구나.
물론 예슬이가 안다고 해서, 남자가 여자 여러 명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남녀 역전 사회의 분위기상 달라질 일은 없지만.
앞으로 예슬이 보기가 좀 껄끄러워질 뻔 한 건 사실이다.
“아... 그, 그래. 기념일 파티 했구나.”
잔뜩 기대했다가 예상과는 전혀 다른 예슬이와 나 사이에 있었던 일에 최설화가 실망해서 맥없이 말한다.
반면에 한선아는 또 다시 질투심에 불타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좋았겠네. 기념일 파티도 하고. 흥. 그래서 속옷에 앞치마만 입고 있었나보네.”
자기도 모르게 진심이 입 밖으로 나와 버린 한선아.
그녀가 놀라서 자기도 모르게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는다.
하지만.
의외로 예슬이는 차분한 표정으로 앞에 놓인 술잔을 홀짝이고 있다.
“아.... 기분 좋다. 오늘. 이렇게 좋은 술도 마시고. 맛있는 안주도 먹고.... 그런데, 아. 왜 이렇게 졸리지. 이러면 안 되는데....”
자세히 보니 예슬이는 차분한 것이 아니라, 멍한 얼굴이다.
금방이라도 테이블에 얼굴을 박고 잠이 들 것 같다.
그리고 멍한 얼굴을 하고 있는 건, 예슬이 뿐만이 아니다.
“아... 뭐야. 예슬아. 너 설마 벌써 취했어? 하암~”
하품을 하며 맛이 간 얼굴로 기지개를 펴는 최설화.
그리고 멍한 얼굴로 꾸벅꾸벅 졸더니 점점 고개가 식탁을 향해 내려간다.
갑자기 수면제라도 먹은 듯 나른해 하며 예슬이와 최설화가 잠에 빠져든다.
그리고.
요염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한선아.
그녀가 느긋하게 술을 한 잔 더 따라서는 나에게 건네며 말한다.
“약효가 생각보다 너무 빨리 오네. 수면제를 너무 많이 탔나?”
역시나!
한선아가 나와 예슬이를 저녁 술 자리에 초대한 건 다 계획이 있었던 것이다.
이미 한선아의 같은 수법에 한 번 당한 적이 있던 나는 차분하게 한선아가 건네는 술잔을 받으며 말했다.
“하아.... 술에 약을 탄 거예요? 진짜 그렇게 까지 해서 예슬이한테 나를 뺏고 싶어요?”
“그러게. 나도 사실 이럴 생각 까지는 없었어. 자기가 휴게소에서 들린 화장실에서 나를 외면하지만 안았어도 말이야.”
“예슬이는 그렇다 치고. 설화한테 까지 술에 수면제를 탄 이유가 뭐예요?”
사실 예슬이는 한선아 입장에서 꼭 제거해야 하는 방해물이었지만 최설화한테까지 수면제를?
“그거야 설화가 깨어 있으면, 내가 마음대로 자기랑....”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요염한 발걸음으로 걸어오기 시작하는 한선아.
자연스럽게 묶은 검은 머리와 주름 하나 없는 작고 하얀 얼굴.
신비로운 파란색 렌즈를 낀 눈은 고양이처럼 크고 살짝 치켜 올라간 느낌이다.
코는 오뚝하고 입술은 빨갛다.
술을 마신 상태라서 인지 평소보다 더욱 더 색기가 줄줄 흘러내린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야한 속옷이 다 비치는 검은색 시스루를 입고 있는데.
그녀가 나에게 걸어 올 때 마다 하얗고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가 출렁출렁 거린다.
정말 요염하고 색기쩌는 육덕진 밀프녀다.
내 뒤에 선 한선아가 손으로 부드럽게 내 가슴을 만지며 속삭인다.
“딸이 보는 앞에서 어떻게 자기를 잡아먹겠어. 당연히 재워야지. 안 그래?”
뒤에서 풍만한 젖가슴으로 비비며 내 탄탄한 가슴을 섹시한 호피무늬 매니큐어가 칠해진 손톱을 세워 긁기 시작한다.
그녀의 손톱이 가슴에 닿을 때마다 전기에라도 감전된 듯 찌릿찌릿하다.
마치 서양 포르노 영화 속에 나오는 주인공이 된 것 같다.
하지만.
이대로 한선아에게 따먹히는 건 내가 미리 세웠던 계획과 어긋나는 일.
최대한 정신을 차리며, 한선아의 손을 밀쳐낸다.
그러자 한선아가 의외라는 듯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천천히 내 앞으로 걸어온다.
“반항하지 마. 그런다고 자기가, 예슬이 앞에서, 실신 할 때까지 앙앙대고 흐느끼며 따먹힌다는 사실에 변하는 건 없으니까.”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앙앙대고 흐느끼며 실신 할 때까지 따먹힌다니?”
사실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요염한 밀프녀에게 유혹 당하자 점점 성욕이 미친 듯이 올라오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섹스를 한다고 해도 한선아가 실신 할 때 까지 나에게 박히는 것이 상식 아니겠는가? 이미 나에게 따먹히고 실신까지 한 적이 있으면서 그걸 모르지 않을 텐데?
하지만 오늘의 한선아는 자신 만만하게 반대로 자기가 나를 예슬이 앞에서 실신 할 때까지 따먹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그거야 보면 알겠지? 자기. 혹시 지금 막~ 몸이 뜨겁고, 당장에라도 시현이의 달아오른 물건을 내 은밀한 곳에 박고 싶지 않아?”
물론 몸이 달아오른 건 사실이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차갑게 한선아를 바라보자, 한선아가 고개를 갸웃 거린다.
“어머, 아직 약발이 안 받는가 보네. 시현이한테는? 처음 써 보는 거라, 너무 조금 투약했나?”
“약발? 그럼 설마 내 술에도 수면제를 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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