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2화 〉 세 명의 여자와 야한 바캉스(7)
* * *
참교육 한 번에 온순한 양이 되어버린 자갈치 상인 아줌마.
물론 이렇게 한다고 해서 평소 호구 손님을 상대로 사기 치던 버릇이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경고쯤은 되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예슬이와 함게 자갈치 시장을 나섰다.
쏴아아~! 철썩~!
오후 늦은 시간의 해운대 바닷가 산책.
황금색 모래사장을 예슬이와 단 둘이 걷는다.
생각만큼 바다가 에메랄드빛으로 푸르게 빛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올 해 처음 보는 바다. 바닷가의 시현한 바람을 맞으며 예슬이처럼 아름다운 슈터와 함께 걸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시현오빠. 오빠 자갈치 시장에서 똑 부러지더라. 사기 치는 상인 아줌마도 다 참교육 시켜주고. 나는 시장 아줌마들 무서워서 아무 것도 못했는데.”
“아니야. 나도 내가 여자였으면 몸 사렸어. 아줌마들 말투도 거칠고. 나는 남자라서 어차피 상인 아줌마가 못 건들 거 아니까 막 나간거지.”
“그래도. 보통 남자들은 무섭고 부끄러워서 시현오빠처럼 바른말 못하는데. 남자한테 이렇게 말하면 좀 이상할지 모르겠지만. 시현오빠 오늘 좀 멋있었어. 연약한 남자를 도와주는 여자처럼.”
그렇게 말하며 예슬이가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대어 온다.
예슬이의 긴 생머리에서 나는 기분 좋은 샴프 냄새.
언제까지라도 예슬이와 계속 이 해변을 걷고 싶다.
“혹시라도 나한테 무슨 일 생기면, 시현오빠가 아까처럼 도와 줄 거야?”
“당연하지. 누가 우리 예슬이 건들기만 해 봐. 내가 다 갈아 마셔 버릴 테니까.”
“진짜? 누가 들으면 내가 남자고 시현오빠가 여자인 줄 알겠다. 든든하네. 우리 오빠.”
호수같이 아름답고 큰 눈으로 나를 보는 예슬이.
나도 모르게 그녀의 붉고 상큼한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개어 간다.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고 볼이 빨개진다.
본격적으로 섹스를 할 때 키스하는 것보다, 지금처럼 서로의 감정이 달아올라 키스하는 것이 훨씬 감미롭고 설렌다.
“하아··· 나 정말 어떡하지.”
짧은 키스가 끝난 후 예슬이가 한숨을 쉰다.
“왜 그래. 예슬아?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
“응. 있지. 너무 큰 고민.”
“뭔데? 나한테 말 해봐. 예슬아.”
예슬이가 나를 알 수없는 미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한다.
“비밀. 시현오빠에게 만은 비밀이야. 그것 보다. 시현오빠!”
“어???”
“우리 숙소까지 달리기 내기해요. 여기서 얼마 안 머니까. 지는 사람이 요리하기!”
그렇게 말하며 해운대 바닷가를 달려가는 예슬이.
지평선위로 쏟아지는 저녁노을과 청순한 여신처럼 아름다운 예슬이의 모습.
나는 이 여름날의 추억을 아마도 평생 잊지 못 할 것이다.
* * * * *
“하아하아... 시현오빠 오빠는 무슨 남자가 여자보다 더 잘 달려? 아, 진짜 억울해.”
나보다 예슬이가 먼저 출발했지만 결국 펜션에 먼저도착한 건 나였다. 아무리 운동을 평소에 열심히 하는 예슬이지만, 남자의 기본 체력은 당해낼 수 없었다.
그리고 사실 예슬이가 요리를 하고 싶어서인지 일부러 천천히 달린 것도 있고.
물론 마지막에는 정말로 역전할 수 없게 되자 자존심 때문에 이를 악물고 달렸지만, 나를 따라잡기에는 두 말 할 것도 없이 무리였다.
“눼에 눼에~ 예슬님. 그러면 오늘의 쉐프로 당첨! 맛있는 우럭회와 산낙지 손질 부탁해요~!”
“알겠어. 치. 오늘 실력 발휘 제대로 해 볼 테니까 시현오빠는 배터지게 먹을 준비나 해!”
예슬이의 요리실력.
사실 예슬이와 만난 건 벌써 여러 번 이지만 예슬이의 요리를 먹어 본 적은 없다.
가정이 행복하려면 와이프가 요리를 잘 해야··· 라고 나도 모르게 예슬이와 신혼살림을 차리는 망상을 하고 있다.
그 때 다급하게 나를 부르는 예슬이.
“어! 시현오빠! 큰일 났어요!”
“응? 왜???? 무슨 일인데?”
예슬이가 당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분하다는 듯 말한다.
“글쎄... 산낙지에 초장이 없어! 상인 아줌마가 챙겨주는 척 하면서 엿 먹으라고 뺏나 봐!”
치사하게 초장으로 복수하다니.
초장은 산낙지나 회를 먹을 때 필수적인 소스다.
초장 없는 회와 산낙지는 상상조차 하기 싫다!
“걱정 마. 예슬아. 내가 사올 게. 펜션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슈퍼 있더라.”
“진짜? 괜찮겠어? 벌써 어두운데. 같이 갈까?”
“아니야. 예슬아. 예슬이는 요리해야지. 내가 무슨 애도 아니고 금방 갔다 올게. 예슬이는 요리에 포커스! 알겠지?”
“알았어요. 시현오빠. 조심해야해. 부산 여자들은 거칠다고 하더라. 시현오빠는 너무 귀여워서 부산 애들한테 보쌈이라도 당할까 봐 마음이 안 놓인다니까.”
“걱정도 팔자 셔. 나 간다. 바이~”
예슬이에게 인사를 하고 펜션문을 나선다.
그런데 낯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어. 시현오빠. 어디가요?”
고개를 돌려 보니 최설화가 다가오고 있다.
“어. 여기 앞에 슈퍼 좀 갔다 오려고. 설화는 무슨 일인데?”
“아. 우리 이따 술 마시기로 했잖아. 엄마가 10시까지 오래. 괜찮지?”
“응. 알겠어. 그럼 이따 봐.”
최설화도 이렇게 평범한 대화만 하니까, 그냥 예쁜 이십 대 여자 같다.
최설화를 지나쳐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버튼을 누르는데 최설화각 걱정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아무리 앞에 슈퍼 가더라도 조심해. 벌써 저녁이니까. 요즘 휴가철이라서 그런지 부산 여자애들이 서울 남자애들 어떻게 한 번 해보려고 난리래. 하여간 이 세계 여자들은 다들 왜 이런 건지········”
그렇게 혼잣말 하듯 말하며 최설화가 반대 쪽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웬일이야. 최설화가 내 걱정을 다 하고? 그 사이에 철들었나?’
띵동!
펜션 일 층에 도착.
펜션은 화려하지만 펜션 앞은 조명이 어두운 편이라 살짝 으스스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뭐 걸어서 10분 거리인데 무슨 일 있겠어?
저벅저벅.
펜션 앞 작은 공원을 지나쳐 가는데, 들리는 발자국 소리.
두근두근.
나도 모르게 심장이 빨리 뛴다.
설마 누가 나를 뒤 쫒기라도 하는 것일까?
최근 들어 부산에서 호캉스 관광객을 타깃으로 노리는 흉악범죄도 늘어났다고 하던데.
펜션에서 봤던 뉴스가 생각난다.
점점 더 걸음을 빨리 하는데, 허스키한 여자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온다.
“어디를 그렇게 급하게 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갸루 스타일의 화장에 일본 애니에나 나올 듯한, 야한 옷을 입은 섹시한 여자가 나를 보며 눈빛을 빛내고 있다.
“네? 지금 저한테 한 말이에요?”
“그럼 거기 잘생긴 서울 오빠. 오빠 말고 또 누가 있어?”
거친 말투다.
“안 바쁘면 누나랑 데이트 한 번 하자~ 누나 무서운 사람 아니야.”
꿀꺽.
다른 남자라면 모르겠지만 나는 오히려 좋아! 라는 상황.
하지만 지금은 예슬이가 펜션에서 요리를 하며 내가 사 올 초장을 기다리고 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말한다.
“아니요. 지금은 제가 바빠서요.”
그렇게 무시하며 앞을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왕가슴을 출렁출렁 거리며 부산 가루녀2가 내 앞을 가로 막는다.
“어허. 그냥 가면 누나들이 섭하지. 서울 남자라 그런가? 참 곱네.”
앞뒤로 부산 갸루 누나들에게 둘러싸인 상황.
이건 도망치기도 애매하다.
일단 상황을 정면으로 부딪쳐 본다.
“왜 이러시는 건데요? 저 바빠서 빨리 가야 한다니까요.”
“알아. 알아. 누나들이 동생 바쁜 거 다 아는데··· 누나들도 한가한 사람들 아니거든. 그러니까 짧고 굵게 데이트 한 번 하자는데 뭔 말이 그리 많노. 따라 와봐라. 그 고운 얼굴 다치기 싫으면.”
마치 야동 속 불량배들이 하는 말투를 내 뱉으며 거칠게 밀어 붙이는 갸루 누나 1, 2.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그냥 무시하고 재빨리 달려서 도망쳐야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뒤에 서 있던 갸루누나가 덥썩! 내 팔을 낚아채며 귓가에 대고 속삭인다.
“우리도 이러고 싶지 않거든? 그러니까 동상이 협조 좀 하지. 빨리 끝내 줄게.”
어두운 불빛 아래에서 봤을 때는 그냥 좀 섹시하네? 정도의 느낌이었는데. 바로 등 뒤에 달라붙어 육덕진 젖가슴을 부비부비하는 긴 금발의 갸루누나는 그야말로 야하고 요염했다.
굳이 얼굴로 따지자면 최설화나 예슬이에 비해 떨어지는 듯하지만, 한 번 먹는 원나잇 용으로는 최상등급. 예슬이와 최설화가 데이트용이라면, 지금 나를 요염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혀로 입술을 할짝이는 금발 갸루누나는 완벽하게 원나잇 야스용 섹시녀였다.
“가스나야. 살살해. 우리 귀여운 서울 오빠 무서워서 오줌 싸겠다. 가만히 있으면 누나들이 다 알아서 해줄게. 누나들 무서운 사람 아니거든. 그냥 누나들한테 맡기고 눈 감고 있으면 금방 끝나. 알았지?”
이 부산 갸루 누나들은 보지가 뇌에 박혀 빨리 섹스를 하고 싶어 안달이나 있는 것 같다.
어떡하지?
보아하니 칼이나 무기를 들은 것 같지는 않고.
“저기 누나들. 이러지 마세요. 자꾸 이러면 소리 지를 거예요!”
소리 지른다는 말에 내 입을 호피무늬로 야하게 칠해진 손가락으로 꽈악 틀어막으며 말한다.
“오빠. 귀엽다귀엽다 하니까 진짜 안 되겠네. 가스나야 뭐 하노. 얼른 한적한 곳으로 끌고 가서 제대로 떡 한 번 쳐야 할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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