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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 미소년이 살아남는 법-391화 (391/413)

〈 391화 〉 세 명의 여자와 야한 바캉스(6)

* * *

“안 그래도 장사도 안 되서 죽겠는데, 너희들 오늘 잘 걸렸다!”

가재는 게 편이라고, 옥보단상회 아줌마가 help 요청을 보내자 격렬하게 반응한다.

“시, 시현오빠. 우리 어떡해!”

상인 아줌마들한테 집단 리치 당할 위기!

예슬이가 안절부절 못하며, 빠져나갈 궁리를 한다.

하지만 나에게도 다 생각이 있다.

이런 일을 예상 못하고 일을 벌인 것이 아니다.

십여 명의 자갈치 시장 아줌마들에게 둘러싸인 나와 예슬이.

그리고 의기양양해진 옥보단상회 아줌마.

“이. 씨발 새끼야. 어디 해 봐! 방금 전처럼 또 싸가지 없게 말대꾸 해봐라. 이 씨발놈아.”

그녀가 더 큰소리를 치며 나를 옥죄어 온다.

하지만 나도 남녀역전 세계에 평행이동 하게 된 후 배운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남자의 섹시함은 권력이라는 것이다.

내가 원래 살던 세계로 치자면, 텐프로에서나 일할 것 같은 섹시한 여자가 우락부락한 시장 상인 아저씨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상황.

그 상황을 100프로 활용하기로 한다.

“무, 무슨 말이에요. 아주머니. 흐윽. 아주머니가 제 몸을 마음대로 더듬으려 해서 제가 하지 말라고 말씀드린 것뿐이잖아요.”

“뭐··· 뭐!!! 내가 너 이 새끼 몸을 더듬어?”

너무나 황당해서 말문이 막혀버린 옥보단상회 아줌마.

이렇게 어리둥절해 할 때 더 밀어붙여야 한다.

“여자친구도 바로 옆에 있는데, 그렇게 성추행 하시면 어떡해요. 진짜, 너무하세요.”

“아, 아니!!!! 저, 저저저!!!”

너무 당황해서 말을 절기 시작한다.

그리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옥보단상회 사장을 돕기 위해 적극적이던 시장 상인들도 그녀를 향해 의심의 눈초리를 하나, 둘 보내기 시작한다.

“뭐야. 에이 그런 거였어? 난, 또. 어느 안하무인 손님이라도 만난 줄 알았네.”

“에유. 순옥아. 너 남자 좀 그만 밝히라고 했지?”

의심의 눈초리를 받자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하는 옥보단상회 아줌마.

“아니야! 언니들! 진짜 아니야. 저 새끼가 지금 거짓말 하는 거야. 나 저 새끼가 어깨를 밀쳐서 앞으로 넘어졌다니까. 봐봐. 내 무릎 까진 거!”

옥보단상회 아줌마가 입고 있던 반바지를 걷어 올리며 다친 상처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것도 다 대처방법이 이미 머릿속에 있다.

“그거야. 아주머니가 강제로 제 가슴을 더듬으려다가 제가 피해서 넘어지신 거잖아요. 흐윽.”

“가슴을 더듬다니! 내, 내가 언제!!”

“그러셨잖아요. 운동 열심히 해서 가슴 근육 잘 나온 것 같다면서··· 만져 봐야겠다고. 히이잉. 엄마아···”

윽. 내가 봐도 도저히 못 들어 줄 정도의 연약한 척이지만, 사기꾼 상인 아줌마를 참교육하기 위해서는 실감나는 연기가 필요하다

얼마 전 TV에서 본 성추행 당한 남자 배우 녀석이 분명 이렇게 연기했었지?

그리고 내 연기발이 제대로 먹혔는지 그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맞아요. 저 남자 대학생 말이 맞아요. 저도 봤어요. 상인 아줌마가 억지로 막 더듬으려 했다니까요.”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여자가 남자 가슴을 함부로 더듬으려고 해! 학생 괜찮아요? 울지마요. 아, 진짜 어떡해.”

“하여간 여자들은 남자가 섹시하다 싶으면 어떻게든 한 번 해보려고. 여자친구까지 옆에 있는데 그러고 싶어요!”

옆에서 구경만 하던 자갈치 시장에 놀러 온 손님들도.

여자가 남자 성추행이라는 화제 앞에서는 자기 일처럼 나서기 시작했다.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고요. 아, 진짜 답답해 미치겠네.”

하지만 주위에 있는 민심은 이미 우리쪽으로 완벽하게 기울어진 상태.

심지어 옥보단상회 아줌마를 도와주기 위해 나섰던 자갈치 시장 아줌마들마저도 등을 올린다.

“에이. 진짜. 찝찝하게. 이런 일은 직접 알아서 처리해야지. 어디서 도와달라고 요청을 해요. 순옥씨 그렇게 안 봤는데.”

“야. 순옥아! 어서 잘 못 했다고 사과드려. 너 그러다 큰 일 난다. 진짜. 죄송합니다. 손님. 저희 순옥이가 마음은 착한데, 남자를 밝혀서 그래요. 이 번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내가 진짜 저 사장 남자를 너무 밝혀서 언제가 한 번 일 날 줄 알았다니까. 아니, 남자가 여자를 밀어서 넘어트렸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잖아. 거짓말을 하려면 좀 그럴듯하게 해야지.”

같은 편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에게까지 욕을 먹는 상황이 되자, 옥보단상회 아줌마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한다. 거기다가 진짜로 내가 경찰서에 성추행으로 신고라도 하면, 지금 이 분위기에서 그녀의 죄는 유죄가 될 것이 확실하다.

성추행은 여자가 남자를 성추행 하는 것은 남녀가 역전된 상황에서는 전자발찌를 찰 수도 있는 큰 죄다.

시장 상인이 전자발찌라도 차면.

성범죄자로 낙인 찍혀서 장사가 잘 될 리 만무하고, 평생 성범죄자로 낙인찍힌 체 손가락질 받을 것이다.

그야말로 사람 하나 묻어버리는 일 따위 간단한 세상이다.

“미, 미안해.”

할 수 없다는 듯, 옥보단상회 아줌마가 사과를 한다.

하지만 겨우 그 정도로 성에 찰리가 없다.

성추행은 안했지만, 철면피를 깔고 사기를 치려고 했다.

“진심이 안 느껴지네요. 예슬아. 성추행 신고하러 경찰서 가자. 우리 저녁은 건너뛰더라도 사회정의 구현이 먼저지. 안 그래?”

눈치를 보던 예슬이도 내 의도를 눈치 채고 그럴 듯하게 연기를 한다.

“그래. 시현오빠. 어디 다 썩은 동태같은 눈깔로 우리 시현오빠 가슴이랑 허벅지를 훔쳐 봐. 확 그냥 뽑아 버릴라!”

“가자, 예슬아.”

그렇게 말하고 나가려하는데, 옥보단상회 아줌마가 털썩! 무릎을 꿇는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한 번만 봐주세요.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드디어 이렇게 가만히 체면만 지키고 있으면 정말로 좆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섰는지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고 빌기 시작한 거다.

그런 아줌마를 가만히 바라보는 나와 예슬이.

이제는 아예 두 손을 모으고 싹싹 빌기 시작하는 옥보단상회 아줌마다.

“제가 몰라 뵙고···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이렇게 빌어요. 제발, 한 번만 선처를 베풀어 주세요. 흐흑. 저 성추행으로 감옥가면 저희 홀어머니는 누가 모셔요. 사장님. 사모님. 제발 이 모자란년 살려 주신다 생각하시고 한 번만. 딱 한 번만 살려 주세요·······”

하아.

물론 우리를 사기 치려고 했던 대가로 참교육을 제대로 시켜주려면 이정도로는 부족하지만, 예슬이와 나의 다음 일정도 있으니 이쯤에서 봐주기로 할까?

“하아. 진짜. 그러게 후회 할 짓을 왜 했어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머리를 땅에 쿵쿵 박으며 사죄를 한다.

“알겠어요. 이번 딱 한 번만 봐줄 테니까 그만 일어나요.”

“감사합니다. 사장님! 사모님!”

참교육 한 번에 학생에서 사장님과 사모님으로 대우가 달라졌다.

역시 사람은 만만해 보이면 호구로 본다니까.

자리에서 일어난 옥보단상회 아줌마를 향해 손을 내민다.

“그러면 줘야 줘.”

“네? 뭐를 드려야 할지···”

주춤하는 아줌마.

설마 용서해 준 대가로 돈을 바라는 걸까?

라는 눈빛이다.

“우리가 산 우럭이요.”

“아! 네. 넵!”

바닥에서 팔딱팔딱 거리는 크고 싱싱한 우럭을 얼른 손질해서 포장하기 시작한다.

“여기 있습니다. 사장님. 맛있게 드세요!”

억지로 활짝 웃는 미소를 띠며 90도로 인사를 하는 아줌마.

그런 아줌마를 향해 한숨을 쉬며 말한다.

“아주머니. 그런데 이거 너무 양손이 가벼운 것 같지 않아요?”

“네? 무, 무슨 말씀이신지.”

전혀 모르겠다는 눈빛의 아줌마다.

“아주머니가 약속한 것 있잖아요. 스끼다시. 스끼다시도 많이 주시겠다면서요. 우럭사면.”

“아! 그, 그건. 진짜 우리 이렇게 크고 싱싱한 우럭 그 가격에 팔면 남는 것 하나 없어요. 좀 봐주세요. 사장님.”

“아, 그건 아주머니 사정이고요. 뭐, 싫으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 보던가요. 예슬아~ 여기서 제일 가까운 경찰서가 어디지?”

경찰서라는 말에 상인 아줌마가 다시 넙쭉 엎드리며 공손하게 말한다.

“아, 아닙니다! 아이고, 이거 제가 사장님. 사모님. 양손을 너무 가볍게 해 드렸네요.”

그렇게 말하고는 열심히 해삼, 멍게, 조개 같은 해산물을 담기 시작한다.

“아. 아줌마. 우리 예슬이는 산낙지 좋아한다던데요?”

“산낙지요? 아. 드려야죠. 드려야죠.”

산낙지까지 추가로 득템.

양손가득 산낙지와 해삼, 멍개, 조개가 담긴 비닐봉지를 스끼다시로 얻었다.

이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모양.

물론 아줌마가 처음부터 사기를 치지 않았다면, 당연히 이런 불합리한 요구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대로 넘어가면, 아줌마는 다음에도 서울에서 온 호구로 보이는 손님한테 똑같이 사기를 치려고 할 테니 본보기를 보여준 것이다.

양손가득 해산물이 담긴 봉지를 들고 나오며 상인 아줌마에게 차갑게 말했다.

“아줌마. 진짜 운 좋은 줄 알아요. 다음에 또 손님한테 눈탱이치다 걸리면, 그 때는 사기죄에 성추행까지 어떻게든 만들어서 경찰서에 신고해 버릴 테니까.”

“예, 예. 앞으로 절대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조심하겠습니다. 살펴가세요. 사장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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