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8화 〉 강세나와의 첫 야스(5)
* * *
몇 명은 수줍게 세나에게 다가가 연락처도 물어 보기도 했으니까.
남녀 비율이 10 대 1인 세상에서 그 잘나간다는 아이돌들과 배우들에게 데이트 신청을 먼저 받을 만큼, 세나가 특별하게 귀엽고 예쁜 거다.
“시현오빠, 이제 가요·······”
세나가 조심스럽게 내 눈치를 살핀다.
술기운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는지 다시 소심한 세나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말없이 귀여운 세나의 어깨를 감싸고는 그녀와 함께 가장 깨끗해 보이는 호텔로 들어갔다.
* * * * *
“여기가 호텔이라는 곳이구나.”
세나가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호텔 안을 둘러본다.
우리가 투숙한 방은 엔틱 스타일의 깔끔한 방이었다.
“방안에 욕조도 있네? 연인들은 이렇게 방 안에 있는 욕조에서 같이 몸도 담구고 그런 건가 봐요? 영화에서만 봤는데.”
막상 호텔에 가자고 할 때는 요염한 서큐버스처럼 덤벼들 기세였는데, 술이 깨서 그런지 평소의 수줍음 많은 세나로 돌아와 있었다.
“그러게. 나도 호텔은 처음 와봐서. 신기하다.”
나도 호텔에 처음 와본 척 한다.
무언가 모르게 어색한 분위기.
호텔에 들어오기 전의 기세는 어디로 가고.
어색한 분위기만 흐른다.
내 눈치를 보며 세나가 TV리모컨을 누른다.
“아직 안 졸리죠? 우리 영화나 볼까요?”
아직 남자와의 잠자리를 리드 해 본적이 없는 청순한 세나.
최악의 선택을 한다.
보통 수줍음 많은 남자에게 이렇게 미적지근한 태도로 나간다면, 정말로 그냥 영화나 보다가 잠들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나는 그런 조신한 남녀가 역전된 세계의 남자들과는 다르지.
“시현오빠. 이것 봐요. 쿵푸판다 해요. 나 이거 좋아하는데.”
TV에서 하는 영화를 보며 내 눈치만 살피는 세나.
이러다가는 정말 밤새도 진도를 못 나간다.
나는 입고 있던 후드티를 벗었다.
“밖에 있을 때는 좀 쌀쌀하더니 안에 들어오니까 좀 덥네.”
후드티를 벗으면서 살짝 보이는 복근.
세나가 침을 꿀꺽 삼키며 내 복근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 그렇죠. 시현오빠.”
나는 얇은 흰색 티에 청바지만 입은 채 세나 곁에 다가가서 앉는다.
세나는 남자와 단 둘이 호텔에 있다는 사실이 설레고 긴장되는지, 허둥지둥 거린다.
“시현오빠. 오빠도 쿵푸 판다 좋아해요? 콜라 마실래요? 오늘 날씨 참 좋죠?”
긴장해서 인지 말이 앞뒤가 하나도 맞지 않는다.
"응. 그러네. 쿵푸 판다는 어렸을 때 너무 많이 봐서.”
아무리 처음이라고 해도 그렇지, 남자와 단 둘이 있는 호텔에서 어린이 영화를 선택하다니.
있던 분위기도 다 없어지겠다.
“맞아요, 안 그래도 저도 유치해서 그만 볼 생각이었어요. 이런 건 애들이나 보는 거지.”
손을 뻗어서 TV 리모컨을 잡으려는데, 마침 세나도 TV 리모컨을 향해 손을 뻗었다.
자연스럽게 세나의 부드럽고 하얀 손과 맞닿았다.
세나가 자기도 모르게 화들짝 놀라 손을 뺀다.
“시현오빠. 일부러 시현오빠가 손 만진 거 아니에요. 알죠?”
바깥에서는 자연스럽게 손도 잡고 팔짱도 꼈으면서.
호텔에 들어오고 나서는 긴장해서인지 너무 조심성이 많아진 세나.
“응. 괜찮아. 세나야. 다른 채널에서는 뭐 하나 볼까?”
나는 자연스럽게 TV채널을 돌렸다.
보통 호텔에서는 0번이·······
“하아아앙! 누, 누나! 아, 안 되요! 거기는 정말.... 흐윽!!!”
역시나.
0번으로 채널을 돌리자 자연스럽게 야동이 나온다.
그런데 짜증나게도, 남녀가 역전된 세계에서의 야동은 남자 배우 위주로 화면을 보여준다.
젠장. 이걸 생각 못했네.
역겨워서 빨리 다른 채널로 돌렸다.
“세나야, 러브호텔에서는 이런 것도 보여주나 봐. 채널 잘 못 돌렸다.”
슬쩍 세나를 보았다.
세나는 얼굴이 붉어진 채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다.
포르노 채널을 보여준 게 효과가 있다.
그래도 아직 어색한 분위기가 가시지 않는다.
“세나야 우리 술 더 마시자. 아까 술이 좀 모자란 것 같아.”
“수, 술? 응. 그래요. 시현오빠. 이번에는 맥주라는 것도 마셔볼까요? 편의점에서 보면 사람들이 맥주 많이 마시던데.”
소주를 마시고 한 번 속이 뒤집혔던 세나라서인지, 이번에는 맥주를 제안한다.
사실 나도 세나 주량을 아는지라, 소주 보다는 맥주가 편하긴 하다.
“그래, 세나야. 주문 좀 해줄래?”
“응, 알았어요. 시현오빠.”
잠시 후.
“여기 맥주랑 마른안주 가져 왔습니다!”
호텔 알바생이 맥주를 가지고 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호텔에서의 술자리.
콸콸콸!
“세나야, 짠!”
“응. 시현오빠!”
세나가 소주를 마시고 힘들었던 기억 때문인지 이번에는 조심스럽게 맥주를 마신다.
하지만 맥주를 마신 세나가 얼굴을 찡그린다.
“크. 시현오빠, 맥주는 소주보다 더 쓴데요? 이게 뭐가 맛있다는 거지. 정말.”
사실 처음 마실 때는 맥주보다 달콤한 소주가 맛있긴 하다.
맥주를 마음에 안 들어 하는 세나.
이러다가는 분위기가 더 안 좋아질지도 모르겠다.
재빨리 다른 제안을 한다.
“세나야, 우리 게임 할래? 술 마시기 3,6,9 게임. 어때?”
“술 마시기?”
“응. 왜? 싫어?”
탐탐치 않게 생각하는 술이 약한 세나.
미끼를 던져 본다.
“처음에는 술 마시고. 그러다 더 이상 못 마시겠으면. 지는 사람이 이기는 사람 소원 들어주기?”
“소원 들어주기요?”
“응. 얘를 들어 키스하기라던가.”
키스하기라는 말에 내 입술을 바라보며 세나가 두 눈을 반짝반짝 거린다.
“그래! 하자. 해! 3,6,9 게임! 시현오빠가 하고 싶다는데, 해야죠.”
갑자기 태도가 180도 돌변한 세나.
“그래. 그럼 내가 먼저 시작한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바로 숫자를 불렀다.
나: “1!”
강세나: “2!”
나: “짝!”
강세나: “4!”
나: “5!”
강세나: “6!”
역시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아직 술이 완전히 안 깬 세나는 3, 6, 9 게임에 취약했다.
“아이, 틀렸네. 히잉. 빨리 시현오빠가 술 많이 마시게 해야 하는데.”
세나가 혼잣말로 어두운 속내를 드러낸다.
지금 세나의 계획은 나를 술 취하게 해서, 더 이상 술을 못 마시게 되면.
키스라던가 하는 소원을 빌 생각인 거다.
벌컥벌컥벌컥!
세나가 잔에 담긴 맥주를 원 샷 한다.
“빨리 한 판 더행!”
세나가 다시 잔에 맥주를 가득 채우며, 도전 한다.
강세나: “1!”
나: “2!”
강세나: “짝!”
나: “4!”
강세나: “짝!
술에 취하고 의욕만 앞섰는지 세나가 초반부터 무너진다.
“시웡오빵 게임 징짜 잘한다.”
세나가 먹음직스러운 토끼를 놓친 늑대같이 아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사실 나도 대충 져주고 싶은데, 세나가 게임을 이렇게 못 할 줄은 몰랐다.
벌컥벌컥벌컥!
다시 맥주를 원 샷 하는 세나.
계속 되는 맥주 원 샷에 세나 눈이 풀린 것 같다.
“세나야 괜찮아?”
“아헤헤. 괜찮앙. 괜찮앙.”
“너 취한 것 같은데?”
“내가? 헤헤헤. 아니양. 진짜 아니양. 빨리 게임 하자. 게임.”
나이트클럽에서 술 취한 골뱅이 아가씨들처럼 세나의 발음이 완전 꼬였다.
다시 시작되는 3, 6, 9 게임.
이번에도 역시나!
“아. 또 걸렸넹. 하응. 으.”
세나가 힘들어하며 술잔을 내려다본다.
“시현오빠. 나 술 취해서 못 마실 것 같은데, 소원 말행. 내가 들어 줄겡. 뭐 할까? 춤추기? 노래 부르기?”
세나가 비틀비틀 거리며 초점 풀린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곰곰이 생각하는 척 하며, 세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내 소원은 세나가 내 볼에 10초 동안 뽀뽀하기.”
“뭐? 뽀뽀?”
세나가 술이 올라 귀엽게 붉어진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두근두근♡♡♡
세나의 심장 뛰는 소리가 나에게 까지 들리는 것 같다.
“시현오빠가 소원이니까, 나 진짜 뽀뽀 한다. 무르기 없기.”
세나가 일어서서는 비틀비틀 거리면서 천천히 나에게 다가왔다.
우유같이 뽀얗고 하얀 피부에.
토끼같이 큰 눈.
거기다가 그녀가 입은 흰 티 안에서 출렁출렁 거리는 거유의 가슴까지.
모든 것이 귀여우면서 섹시한 세나다.
어느 덧 내 바로 옆까지 다가온 세나.
달콤하면서 기분 좋은 분유 냄새가 난다.
나는 자연스럽게 볼을 내밀었다.
세나가 상기된 얼굴로 그녀의 루비같이 붉은 입술을 내 볼을 향해 내민다.
“시현오빠, 나 남자한테 뽀뽀하는 거 처음이라. 떨려·······”
세나가 내 귀에 작게 속삭이고는 천천히 볼에 입을 맞추려 한다.
하지만!
겨우 볼에 뽀뽀하는 것 정도라 만족할 내가 아니다.
나는 고개를 틀어 세나의 귀여운 양 볼을 두 손으로 잡고는 천천히 그녀의 입술을 내 입술에 포개었다.
“시, 시현오빠! 으읍. 읍.”
놀란 토끼같이 커진 세나의 귀여운 두 눈.
원래 키스라는 게 전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해야 기억에도 오래남고 설레는 법이다.
이건 세나의 첫 키스.
세나의 기억에서 평생 지우지 못 할 첫 키스를 선물해주고 싶었기에, 일부러 볼에 뽀뽀하라고 연기했던 것이다.
세나의 머리에서 산뜻한 샴푸냄새가 내 코를 자극했다.
마치 나도 첫 키스를 하는 10대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달콤하면서 보드라운 세나의 붉은 입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