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7화 〉 강세나와의 첫 야스(4)
* * *
“안되겠다. 세나야. 가자.”
세나를 억지로 일으켜 세워서 술집을 나선다.
그런 세나를 보고 오징어 3인방이 또 참견을 한다.
“저, 늑대 같은 여자애 좀 봐. 저렇게 술 취한 척 하고 순진한 남자를 꼬셔서 어디를 가려고.”
“그러게 말이야. 별로 취한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야. 저거 다 연기야 연기.”
“남자 분 진짜 걱정 되서 하는 말인데, 조심하세요. 알겠죠?”
지나친 오지랖들을 부리고 있다.
녀석들을 무시한 채, 비틀 거리는 세나와 함께 술집을 나왔다
“세나야, 우리 택시 타자. 집 어디야?”
“아니야, 시현오빠. 나, 진짜 괜찮아. 그러니까 우리 조금만 쉬었다 가자. 그러면 진짜 괜찮아 진다니까.”
“쉬었다 가자고? 어디서?”
세나가 내 품에 몸을 더 바짝 붙이며 파고든다.
“저기. 공원도 있고.”
“공원? 공원은 안 돼. 늦은 시간에 위험하게. 너 술도 취했잖아.”
“그러면, 저, 저기. 저기서 우리 조금만 쉬었다 가자. 괜찮아 지면 내가 시현오빠가 집까지 데려다 줄게.”
“저기? 어디?”
나는 내 품에 안겨 비틀 거리며 세나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곳은 바로.
우아한 라이트가 번쩍이고 있는 호텔이 있는 곳이었다.
나는 그제야 세나가 나와 함께 호텔에 가고 싶어서 억지로 버티고 있는 걸 알아차렸다.
세나도 오늘은 꽤나 적극적인 걸?
물론 당장에 세나가 원하는 대로 호텔에 갈 수도 있지만.
너무 쉽게 가면 재미가 없다.
나도 세나랑 호텔에 가고 싶지만, 세나를 조금 놀려주기로 한다.
“에이, 세나야. 장난 하지 마. 호텔은 무슨. 아무리 여름이어도 저녁 되니까 춥다. 어서 택시 잡아서 집에 가자.”
호텔을 거절당하자, 세나는 술이 확 깨는지 적극적으로 변한다.
“추워? 시현오빠? 그러면 우리 진짜 조금만 저기서 쉬었다 가자. 응? 따뜻한 데 들어가면 금방 괜찮아 질 거야.”
숙취를 이기는 불굴의 의지라니.
역시 남녀가 역전된 세계의 여자들의 의지는 대단하다.
“시현오빠. 가자. 응?”
세나가 어디서 그런 기운이 났는지 나를 호텔이 있는 쪽으로 끌고 가려고 한다.
쪼그만 게 힘은 또 세네?
아니면 나와 호텔이 가고 싶어서 초인적인 힘이 솟아난 건가?
하긴 원래 남자나 여자나 술을 마시면 성욕이 끌어 오른다.
거기다가 세나는 술도 처음 마셔 본 상태.
성욕으로 주체할 수 없을 지경일 것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애를 태우는 재미가 있지.
“가긴, 어딜 가. 세나야.”
내가 세나의 손을 뿌리치며, 살짝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자 세나가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장난이야. 장난. 시현오빠. 화내지마.”“세나야, 너 저기 가서 뭐하려고 그래. 설마 응큼한 생각하는 건 아니지?”
응큼한 생각이라는 말에 세나가 내 시선을 회피하며 얼굴을 붉힌다.
“아니야, 시현오빠. 그게, 사실은. 으응. 내가 속이 너무 안 좋아서 그래. 그러니까 우리 저기 들어가서 화장실 잠깐만 쓰고 가자 응? 나 술 오랜만에 마셔서 속 다 뒤집어 진거 시현오빠도 알잖아.”
세나가 귀엽게 볼이 살짝 빨개진 채 발을 동동 구른다.
뭐야, 이거.
술 마셔서 달아오른 세나를 애태우는 재미가 생각보다 재미있다.
이제야 왜 여자들이 내가 원래 살던 세계에서 자기도 남자랑 함께 있고 싶으면서, 남자 애를 태우다 못 이기는 척 호텔에 가는지 알 것 같다.
“시현오빠. 진짜. 우리 저기 가서 화장실만 잠깐 쓰고 가자.”
나는 세나의 의도를 이미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 말한다.
“세나야, 저기 가면 돈 내야 돼. 그러니까 조금만 참고 우리 집에 가자.”
“아니야. 시현오빠. 나 돈 있어. 10만원. 내가 당당하게 10만원 내고 화장실 쓰고 싶다니까. 진짜. 시현오빠~ 우리 저기 가자, 응?”
“아니, 세나야. 그러면 커피숍 가서 화장실 써도 되잖아. 무슨 7만원을 화장실 쓰려고 돈을 내.”
“커피숍 화장실은 내가 불편해서 그래. 진짜, 내가 화장실만 갔다가 시현오빠가 데려다 줄게. 우리 잠깐만 저기 갔다 가자. 시현오빠아~”
세나가 슈렉에 나오는 장화신은 고양이처럼 나를 바라보며 애원한다.
안 그래도 큰 눈이 더 동그랗고 귀엽다.
“왜 그래, 세나야. 진짜. 가자. 저기 택시 온다.”
지금 당장이라도 조각 같이 아름다운 세나와 호텔에 가서 섹스를 하고 싶지만, 당황하는 세나가 너무 재미있어서 계속 놀리게 된다.
“시현오빠. 진짜 이렇게 까지 해야겠어요? 알겠어요. 진짜. 가지 마. 가지 마.”
세나가 삐진척을 하며 뒤돌아선다.
하지만 떨어지지 않는 세나의 발걸음.
당연하게도 내가 잡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 이럴 때는 한 번 당겨 줘야지.
밀당도 너무 밀기만 하면 진짜 밀려 나간다.
“세나야, 화났어? 미안해.”
그렇게 말하며 세나의 손을 잡아 준다.
세나가 화난 척 볼을 뾰루퉁 부풀리며 나를 다시 호텔이 있는 골목으로 이끈다.
“시현오빠, 춥지? 응? 빨리 가자.”
한 여름에 춥다니?
얼렁뚱땅 나를 호텔로 데려가는 세나.
아직은 더 애를 태우고 싶다.
“아, 세나야. 거기는 싫다니까.”
세나가 발을 동동 구르며 말한다.
“시현오빠. 아직 시간도 이른데 집에 가서 뭐하려고 그래요. 나랑 좀만 더 있어요~ 진짜 이러기예요?”
내가 원래 살던 세계에서 남자가 여자 할 말을 여자한테 들으니까
기분이 묘하다.
“세나야. 나는 집 아니면 잠을 잘 못 잔다 말이야. 진짜.”
“시현오빠. 누가 잠자자고 했어요? 그냥 손만 잡고....... 아. 아니. 나 진짜 오빠랑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어서 그래요”
세나가 그렇게 말하며 내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는다.
“나, 진짜. 시현오빠 너무 좋아해서 오빠의 많은 것을 알고 싶단 말이예요. 시현오빠 내 가슴 만져봐. 진짜 두근두근 거린다니까.”
세나가 내 손을 잡아서는 자신의 가슴으로 이끈다.
뭉클뭉클하고 탱글탱글한 세나의 왕 젖가슴이 손에 닿자 나도 모르게 성욕이 불끈 솟아오른다.
하지만 당장이라도 세나와 섹스를 하고 싶은 걸 숨기며 말한다.
“세나야, 사람들 다 보잖아.”
사람들이 다 보던 말던 세나는 별로 상관이 없는 것 같다.
하긴 남녀가 역전 된 세상에서 남자가 여자 가슴을 만지는 건 흔한 일이니까.
“알겠어요. 시현오빠. 그럼 우리 이렇게 하기로 하자. 가위바위보 해서 시현오빠이가 이기면 시현오빠가 말대로 하고. 내가 이기면 내 소원 들어주기. 어때요? 공평하죠?”
가위바위보?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좋아. 세나야.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결과는········
나는 바위.
세나는 가위.
오늘은 정말 세나의 날이 아닌지 가위바위보도 손쉽게 내가 이겼다.
세나가 잔뜩 실망한 얼굴로 자기 머리를 쿵쿵 때리며 자책한다.
“진짜, 바보 같이 이것도 못 이기고!”
얼굴은 고등학생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 가슴은 무려 C컵.
그런 미소녀 베이글녀가 나랑 호텔 한 번 가보겠다고 이렇게 애를 태우고 있다니.
이것보다 더 재미있는 일이 어디 있겠어.
사실 처음에는 그냥 잠깐만 장난치다가 호텔에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세나 애를 태우는 게 더 재미있다.
“시현오빠. 오늘 내가 진짜 딱 지갑에 10만원이 남아서 그래요. 내가 진짜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해서. 오빠랑 호텔가고 싶어서 딱 10만원 남겨났단 말이예요~ 시현오빠아. 진짜 딱 한번만 가요. 응? 제바알.”
가위바위보까지 져서 더 이상 물러 설 곳이 없어지자 세나가 이제는 수치심도 잊은 채 직설적으로 호텔에 가자고 조르고 있다.
이렇게 까지 하는데.
이제 그만 놀리고 호텔 가 줄까?
“그러면 우리 들어가서 진짜 얘기만 하는 거다. 나 이런데 한 번도 안 와봤단 말이야.”
끝까지 순진한 척 연기를 한다.
사실 페미 걸레들을 길들이기 위해 러브 모텔을 몇 번이나 갔는지 모른다.
그래도 너무 걸레 같이 노는 남자보다는 순진해 보이는 게 낫겠지?
“진짜? 시현오빠. 진짜죠! 진짜 가는 거죠?”
세나가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뻐하며, 내 팔을 감아 꼬옥 팔짱을 낀다.
호텔에 가는 게 그렇게 기쁜가?
“그런데, 세나야. 너는 남자랑 호텔에 가 본적 있어?”
세나가 고개를 돌리며 수줍어한다.
“아, 아니. 그 뭐냐. 영화에서나 봤죠. 저도 처음인데. 바빠서 남자랑 데이트하는 것도 사실 처음인데, 호텔도 안 와봤죠. 말하기 부끄럽지만 저 아직 다른 여자들 다 하는 그 것도, 안 해 봤는걸요.”
다른 여자들 다 하는 그 것?
설마 자위?
아직 자위도 안 해 봤다니.
그럼 세나는 진짜 완벽한 처녀인거 아니야?
“세나는 쪼그만 게 남자랑 호텔도 안 와 봤으면서 왜 나한테 호텔에 가자고 그렇게 졸랐던 건데?”
황당해서 물어보자 세나가 다리를 비비꼬며 말한다.
“나도 모르겠어요. 그냥 시현오빠랑 헤어지기 싫고. 그냥 시현오빠를 보면 나도 모르게 몸이 뜨거워지고 막 그래. 그런데, 진짜 오해는 하지 마요. 내가 호텔에 가고 싶은 건 시현오빠라서 그런 거예요. 영화랑 드라마 찍다 보면 저랑 같이 데이트 하자고 내 연락처 물어보는 연예인들 정말 많거든요.”
말하기 부끄러운지 세나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간다.
사실 그 말은 사실이다.
내가 세나를 샤넬 프라이빗 파티에서 만났을 때만 해도 세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배우며 아이돌들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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