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5화 〉 강세나 와의 첫 야스(2)
* * *
직원의 말을 들은 세나가 조심스럽게 직원에게 물어 본다.
“이, 이거 무서워요? 진짜 막 귀신같은 거 나오고 그래요?”
직원이 웃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에이. 무섭긴요. 그냥 애들용이죠. 보니까 고등학생 정도 되는 것 같은데, 고등학생이면 하나도 안 무서워요. 걱정 말아요.”
안 무섭다는 말에 세나가 환하게 미소를 짓는다.
“자, 가요. 시현오빠. 하나 둘 셋!”
숫자를 세며 출발하는 세나.
나도 세나를 따라 호러의 집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호러의 집에 들어가자마자 세나가 소리를 지르며 빨리 걷기 시작한다.
“아, 안 무서워어어어어!!!!!!!!”
정말 걸음아 나 살려라 정도의 빠른 걸음.
아, 아니. 세나가 귀신 얘기 할 때부터 긴장해서.
겁이 많은 건 짐작했지만 이건 너무 하잖아.
세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나도 세나를 빨리 따라간다.
중간중간 보이는 엉성한 해골 인형들과 귀신분장.
아무리 행사로 대충대충 만든 것이라고는 하지만, 정말 너무 하다.
이런 걸 무서워 할 사람이 어디 있········
어라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들려오는 엄청난 비명소리.
“아아아악! 엄마아!!!!!!!!”
목소리의 주인공은 세나였다.
“세나야, 어디 있어? 같이 가!!”
다 죽어가는 비명소리에 나는 재빨리 세나를 찾기 위해 호러의 집을 걷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아! 엄마아! 무, 무서워! 싫어어어어엇!!!!!”
점점 더 커져가는 세나의 목소리.
정말 사람 하나 잡나? 싶을 정도로 엄청난 비명소리다.
“오, 오지마아앗! 싫어어! 싫다고오오!!!!”
점점 더 가까워지는 세나의 비명소리.
갔던 길을 되돌아서 다시 나에게 달려오고 있다.
세나가 손에 들고 있던 물 컵은 어디다 던져버렸는지 보이지 않는다.
세나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나에게 달려오더니 푸욱 안긴다.
“시현오빠. 무, 무서워. 무서워어엉!!!”
아니 무슨 이런 두부 심장이 다 있지?
내 품에 안겨서 훌쩍거리는 세나.
어이가 없으면서도 귀엽다.
거기다가 부드러우면서 탱탱한 육덕진 젖가슴의 감촉까지.
그냥 계속 호러의 집에 있어도 괜찮겠다 싶을 정도다.
“세나야, 괜찮아. 나랑 같이 가자. 나랑 같이 가면 괜찮을거야.”
“흐윽. 흐윽. 안 무섭다고 했는데. 직원 언니가 안 무섭다고 했는데에·······”
세나가 입구에서 안 무섭다고 설명했던 직원 언니를 원망하며, 눈물방울을 글썽 거린다.
얼굴은 비너스 조각처럼 아름답고 완벽한데.
아니. 뭐 이런 귀여운 여자가 다 있지?
눈물을 글썽거리는 세나는 귀여워도 너무 귀엽다.
“흐윽. 빨리 왔더니 무서워. 여기 귀신 있어써! 시현오빠. 나 무서워어. 흐윽. 흐윽.”
“어디? 어디 귀신 있어?”
세나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다리 건너편을 가리킨다.
“저기, 저기 귀신 있어. 시현오빠아. 나 무서워서 저기 어떻게 가.”
그리고 때 마침 나타나는 귀신분장을 한 아줌마.
후다닥!
우리를 가로질러 간다.
“꺄아아아악! 무서워요. 흐윽, 귀 귀신 진짜 있단 말이에요. 흐윽.”
그런데 오히려 우리를 지나쳐 가던 귀신 분장을 한 아줌마가 비명소리에 더 놀라서 주르륵 미끄러 넘어진다.
하아·······
이런 엉성한 분장에 설마 초등학생도 아닌 어른이 놀랄 줄은 몰랐나 보다.
“나, 무서워서 못가겠어어. 시현오빠아아. 엄마아아아.”
“세나야. 내가 먼저 갈게. 나만 붙잡고 따라와.”
너무 무서워서 대성통곡하는 세나를 보니 놀리는 거고 뭐고.
일단은 세나를 진정시켜서 빨리 데리고 나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시현오빠아아. 나 진짜 무서워 죽을 것 같아. 쟤, 쟤 봐! 움직여! 움직인단 말이야. 흐아앙!”
세나가 공중에 초라하게 매달린 허수아비를 보며 또 다시 무서워서 눈물을 글썽거린다.
“괜찮아. 세나야. 울지 말고 내 등만 보고 따라와. 알겠지?”
“얘가 막 움직여서 나 놀래키면 어떻해에. 시현오빠오빠. 진짜, 언니가 안 무섭다고 했는데. 흐윽.”
아이고, 우리 세나.
생긴 건 고딩인데, 귀신에 겁 많은 건 초딩보다 더하다.
“아니야, 세나야. 안 놀래켜. 진짜야. 안 놀래키니까 나만 보고 따라와.”
“얘가, 얘가 나 놀래킬 것 같아아. 시현오빠오빠아아. 엄마아아아. 나 나가게 해 주세요~~!!!”
“세나야, 눈 감고 내 손 꽉 잡고. 그냥 따라오기만 해. 알았지?”
“알았어. 흑. 진짜, 안 놀래키는 거 맞지?”
그렇게 겁쟁이 세나의 손을 붙잡고 공중에 매달린 허수아비를 지나쳤다.
그러자 나오는 철창과 그 안에 갇혀있는 귀신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귀신 분장을 한 아르바이트생들이다.
그래도 지금 지나고 있는 이곳이 이 행사장에서는 가장 무서운 하이라이트 구간인 것 같다.
철창 안에 갇힌 귀신들을 보자 세나가 얼어붙었다.
“흐흐흑. ㅠㅠ. 엄마아아... 귀신들이 나 째려봐요. 못 가겠어요.”
“세나야. 내가 먼저 갈게. 괜찮아. 세나야.”
간신히 세나를 달래며 한발 한발 전진한다.
세나는 철창 반대편 벽에 딱 달라붙어서 게가 걷듯이 울면서 옆으로 걷고 있다.
“진짜, 놀래키는 거 없다고. 안 무섭다고 언니가 그랬는데에. 너무 무서워.”
덜덜덜 떨면서 간신히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전진하는 세나.
그래도 다행히 이곳이 마지막 구간이다.
이렇게 무서워 할 줄 알았으면 귀신의집 따위 오자고 하는 게 아니었는데.
눈물을 흘리면 덜덜 떠는 세나를 보니 후회가 되었다.
“세나야. 다 왔어. 진짜. 다 왔어. 조금만 힘내자. 알았지?”
세나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끄덕 거린다.
마치 귀여운 여동생과 함께 귀신에 집에 온 것 같아 묘한 감정이 든다.
겁먹은 모습마저 사랑스러운 세나다.
“진짜. 다 와가는 거죠? 흐윽. 진짜지?”
세나가 확인을 하 듯 반복해서 묻는다.
“응. 진짜야. 세나야. 자, 저기 써 있잖아. 나가는 길이라고.”
나가는 길이라고 써있는 화살표를 발견한 세나가 눈물을 닦으며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세상에는 꼭 눈치 없는 녀석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제야 겨우 안심을 하며 미소를 짓는 세나를 향해.
철창에 갇혀있던 귀신 알바생 하나가 철창을 두드리며 소리를 질렀다.
“으으으~ 내 몸이 불타고 있다! 분신사바. 분신사바!”
딴에는 일 열심히 한다고 혼신의 연기를 펼친 것 같은데.
문제는 그 대상이 바로 귀신에는 두부심장 세나라는 것이다.
“으아아아아악! 흐윽. 흐윽. 엄마아아아아!”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버리는 세나.
"오빠가 안 무섭다메. 흐흑. 안 놀래 킨다며. 시현오빠, 나 좀 살려줘. 살려주세요. 흐윽.“
그냥 자기 일 열심히 하던 귀신 알바생이 더 당황해서 어리둥절해졌다.
“세, 세나야. 미안해. 미안해. 일어나 세나야. 저기 까지만 가면 돼. 이제 다 끝났어. 진짜.”
세나가 내 등에 바짝 거북이 등딱지 마냥 꼬옥 붙었다.
뭉클뭉클!
세나의 왕젖가슴이 내 등에 밀착해서 탱탱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그대로 느껴진다.
“하, 하지마! 하지마아아아아! 귀신님 제발 하지마아. 흐윽. 이렇게 빌게요. 하지마세요오.”
세나가 울면서 내 등에 꼬옥 달라붙은 채, 귀신님에게 빌고 있다.
조폭에게도 당당하던 세나에게도 의외의 약점이 있었던 것이다.
나도 귀신 옷을 입은 알바생에게 더 이상 겁주지 말라고 손짓한다.
알바생도 이런 경우는 처음인지 자기가 더 놀래서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선다.
“다왔어. 세나야. 진짜 다 왔어.”
“아니야. 흐윽. 아직도 쟤가 나 쳐다 봐. 쳐다본단 말이야.”
세나가 놀라지 않기 위해 부동자세로 서 있는 귀신 알바생을 보며 흐느끼며 소리친다.
“다, 됐어. 세나야. 진짜 조금만 가면 돼.”
세나를 거의 업다 시피해서 겨우 귀신의 집을 빠져 나왔다.
귀신의 집을 빠져나오자 그제야 좀 진정이 되었는지 세나가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 내린다.
그 모습을 보고 다가오는 입구에 서 있던 직원.
“저, 저기 안에서 무슨 일 있었어요? 아니 학생은 왜 이렇게 울고 있어?
직원이 다가오자 세나가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으며 울먹인다.
“언니가. 언니가 안 무섭다면서요. 놀래키는 거 없다면서요. 그런데, 그런데. 귀신이 흐흑. 귀신이 막 나 노려보고. 소리 지르고. 언니가 놀래키는 없다고 했는데.”
그제야 세나가 귀신의 집이 무서워서 혼비백산 했다는 것을 깨달은 직원이, 재빨리 영화표를 내밀며 수습을 한다.
“그게 아니라. 진짜 여섯 살짜리 아이도 하나도 안 무섭다고 했는데. 학생 미안해요. 영화표 줄게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 울어요. 응? 언니가 미안해요.”
그리고는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저기, 오빠 분이시죠? 동생 좀 잘 달래줘요. 동생이 겁이 많은가 봐요.”
직원이 보기에 우리가 남매 같아 보였나 보다.
하긴 내가 봐도 세나는 나와 눈매가 비슷하고 어려 보인다.
물론 들어갈 곳은 들어가고 나 올 곳은 제대로 나왔지만.
“아. 예. 제가 잘 달래볼게요.”
그 때 주저앉아 우리 대화를 듣고 있던 세나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한다.
“시현 오빠랑 저는 친남매 아니에요! 시현 오빠는 제 미래의, 미래의........ ”
수줍게 달아오른 얼굴로 친남매가 아니라고 부정하는 세나.
직원이 당황해서 말했다.
“아, 그러니. 언니가 미안해요. 둘이 눈매가 너무 닮아서........ 그럼 둘 다 고등학생 선 후배 사이?”
하긴 남매로 오해 할 만큼 세나와 나는 닮은 구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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