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1화 〉 예슬이와 놀이동산에서 (1)
* * *
아, 예슬이 생각난다. 어제 예슬이가 너무 술에 취해서 섹스도 한 번 밖에 못 했네.
내 마음 같아서는 24시간 풀 파워로 예슬이와 야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카톡, 카톡 왔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카통이 울렸다.
나는 대충 물기를 타월로 닦고는 재빨리 카톡 메시지를 확인했다.
헤어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예슬이가 보고 싶었다.
[예슬이: 오빠! 먼저 가서 미안해요. 오늘 오전에는 정말 중요한 일이 있어서 그랬어요.]
[나: 괜찮아. 예슬아. 오늘 프로젝트 있다며? 다시 소속사로 복귀 한 거야?]
[예슬이: 네. 이렇게 피하기만 하는 건 저 답지 않은 것 같아서요. 정면돌파 해 보려고 해요.... 그런데 오빠.]
[나: 응. 예슬아.....]
[예슬이: 혹시 이번 주 주말에 시간 있어요? 저 오빠랑 꼭 같이 가고 싶은 곳이 있어서요.]
[나: 주말?]
사실 이번 주 주말에는 진영이 누나도 봐야하고 할 일이 많지만.....
예슬이를 위해서라면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어야지.
[예슬이: 네. 오빠. 혹시 바빠요?]
[나: 아니야. 예슬아. 토요일에 보자. 예슬이가 나랑 꼭 가고 싶은 곳이 있다는데, 당연히 만나야지]
[예슬아: 고마워요. 오빠! 앗! 사장님이 부르세요. 나중에 톡 해요♡♡♡]
그렇게 예슬이와 카톡을 끝내고 호텔방에서 나오며 생각을 해본다.
‘예슬이가 나와 꼭 가고 싶은 곳이 있다고? 설마....... 둘이서 은밀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온천이라던가..... 별장이라던가 이런 곳 일까?
눈을 감고 하얀 토끼처럼 귀엽고 청순한 예슬이를 떠올리자 심장이 두근두근.
설레이기 시작한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 예슬이와 만나기로 한 토요일 오후]
하아.......!
예슬이와 은밀한 곳을 가길 기대했건만.......
정작 예슬이가 나와 꼭 같이 가고 싶다고 한 곳은.
건전하기로 소문난.....
놀이동산 서울랜드였다!
오늘은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고 서울대공원역에 도착했다.
당연하게도 검은모자와 마스크를 껴서 대중들의 시선을 피했다.
“다음 정거장은 서울 대공원! 서울 대공원!”
안내 방송이 나오고 재빨리 지하철에서 내려서 대공원 방향으로 걸어가는데,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시현오빠! 같이 가요!”
익숙한 귀여우면서 상큼한 목소리.
뒤를 돌아보니 예슬이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술집에서 봤을 때는 예슬이가 피자집에 숨어서 생활했기 때문에 아디다스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는데........
하지만 오늘은 마음먹고 꾸미고 나왔는지.
저번에 만났을 때와는 너무 달랐다.
나를 향해 환하게 눈웃음 짓고 있는 예슬이는 과연 현재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신인 걸그룹 아이돌인만큼.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지만 하늘에서 떨어진 순결한 천사처럼 예뻤다.
하얀 피부에 잘 어울리는 청순한 검은 생머리.
거기에 귀여우면서 섹시한 치파오 스타일의 옷을 입고 있었다.
검은 머리에 하얀 얼굴.
거기에 붉은 색의 치파오는 찰떡같이 잘 어울렸다.
살짝 가슴 골 부분이 파져있어서 예슬이의 예쁘고 풍만한 젖가슴이 더욱 더 돋보였다.
예슬이가 너무 귀엽고 예뻐서 놀란 눈으로 바라보자, 예슬이의 얼굴이 살짝 빨개졌다.
“시현오빠! 뭘 그렇게 뚫어져라 봐요. 부끄럽게.”
“어? 아니. 예슬이가 너무 예뻐서........”
빨간색 치파오에 섹시한 검은색 망사 스타킹을 신은 예슬이를 넋을 놓고 바라봤다.
“치, 나 예쁜 거 이제 알았어요? 부끄러우니까, 그만 봐요!”
예슬이가 귀엽게 총총 걸어서는 나에게 다가왔다.
오늘은 평소에 신던 운동화가 아닌 굽이 높은 하이힐을 신었다.
안 그래도 섹시하고 귀여운 예슬이인데, 하이힐을 신으니 각선미까지 살아난다.
하지만 하이힐을 신고 걷는 것이 익숙지 않은지 예슬이의 발걸음이 넘어질 듯 불안해 보였다.
하긴 블랙블루는 무대에서도 주로 캐주얼한 옷차림에 운동화를 자주 신었다.
나는 얼른 다가가서 예슬이를 부축해 주었다.
예슬이가 하얗고 고운 손으로 내 어깨를 붙잡았다.
“미안해요, 시현오빠. 하이힐 신는 건 아직 익숙지 않아서”
“예슬아. 아이구..... 왜 하이힐을 신었어. 오늘 놀이동산에서 신나게 놀려면 많이 걸어야 할 텐데.......”
“그야, 시현오빠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작게 말하는 예슬이의 얼굴이 발그레 빨갛게 달아올랐다.
나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평소에 신지도 않던 하이힐까지 신고 나오다니.
안 그래도 예쁜 예슬이가 더 예뻐 보였다.
역시 예슬이는 나와 같은 스무 살이라서 그런지 세상에 찌든 회사원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풋풋함과 청순함이 있다.
“자, 하이힐이 익숙하지 않아서 넘어질 수 있으니까 내 손 잡아 예슬아.”
나는 그렇게 말하며 예슬이의 하얗고 고운 손을 잡았다.
예슬이가 꽉 잡은 내 손을 바라보며 말한다.
“고마워요, 시현오빠. 시현이는 진짜 다른 남자들이랑 다른 것 같아요. 다른 남자들은 이렇게 여자를 배려해 주는 남자가 없는데. 오빠랑 있으면 마치 내가 남자가 된 것 같아요.”
예슬이를 바라보니, 내 배려에 감동이라도 먹은 듯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다.
가까이에서 본 예슬이는 물광 메이크업을 했는지, 얼굴이 아기 같이 깨끗하고 광채가 난다.
더군다나 독한 향수가 아닌, 그녀의 상큼한 샴푸냄새와 살 냄새가 기분 좋게 코를 간질인다.
역시, 예슬이는 그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예슬이이의 손을 잡고 대공원역을 빠져나가 밖으로 나왔다.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우리를 비추었다.
“오늘 날씨 진짜 좋다. 시현오빠. 밖에서 만나길 잘한 것 같아요.”
예슬이가 숨을 크게 들이쉬며 대공원의 맑은 공기를 흡인한다.
“진짜 오늘 날씨 죽이네. 그런데 예슬이랑 이렇게 걷고 있으니까, 꼭 고등학교 수학여행 온 것 같아. 그때는 예슬이 같이 예쁜 여자랑 나랑 이렇게 같이 걷게 될 줄 상상도 못했는데.”
예슬이가 나를 그녀의 아름다운 검은색 눈동자를 빛내며 바라본다.
“네? 그럴리가요!! 오빠 같이 천사같이 귀엽게 생긴 남자. 거기다가 사실 오빠의 정체는 대한민국 올해 최고의 아이돌 박지훈. 고등학교 때도 여자들이 연변장 한 바퀴는 돌고 남을 정도로 대쉬했다는 거.... 아는 사람은 다 아는데요! 치...... 오빠. 겸손도 적당해야 믿음이 가죠!”
고등학교 때의 유시현이라.
생각해 보니 내가 이 남녀역전 세계로 빙의되기 전의 유시현이 어떤 고등학교 생활을 보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그저 지금의 나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을 것이라 추측만 할 뿐.
“그래? 고등학교 때의 나는 어땠는데?”
“네? 지금 고등학교 때 오빠가 어땠는지에 대해 저한테 물어보는 거에요?”
“아...... 그러니까. 나야 물론 내가 어땠는지 잘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나를 어떤 시선으로 봤는지 궁금해서.......”
“아하. 그건 그래요. 저도 부끄럽기도 하고 댓글에 상처 받을까 봐 팬들이 만들어 놓은 제 과거에 대한 유튜브는 못 보겠어요.”
내가 눈빛으로 예슬이에게 신호를 보내자, 예슬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서 말한다.
“사실. 저도 오빠의 과거가 궁금해서 오빠 학교 다닐 때 영상 찾아봤어요. 오빠 고등학교 때 오빠 친구들이 보기에...... 시현 오빠는 여자들한테 인기는 많았지만. 여자들과는 선을 긋는 느낌이 강했다고 했어요. 거기다 너무 조신해서 말 걸기가 어려울 정도? 사실 저도 오빠가 박지훈인걸 몰라서 처음 만났을 때 메시지 보낼 수 있었지만, 아마 알았다면 나도 아는 척 하기 어려웠을 거야. 그리고 그 때 제가 오빠한테 메시지를 안 보냈으면...... 아마 지금처럼 오빠랑 가까워 질수도 없었겠죠. 지금 생각하면, 참 다행이야. 내가 그 때 용기내서 시현오빠한테 말 걸어서.”
예슬이가 아름답고 큰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너무 예쁘고 청순한 예슬이.
바라보는 것만으로 매혹되어버릴 것 같다.
“그런데 시현오빠. 그 혹시....... 실망했어요?”
“응? 실망하다니? 무슨 실망?”
예슬이가 얼굴을 붉히며 말한다.
“제가 그날 밤 시현오빠...... 만족도 못 시켜주고, 너무 미숙해서.......”
아. 호텔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는 거구나.
“처음이라서 그래요! 다음에는 정말 잘 할 수 있어요!”
아........
역시 남녀가 역전된 세상이구나.
원래 내가 살던 세상으로 치면, 남자가 처음이라 너무 빨리 사정 해 버려서 혹시나 여자가 만족하지 못 했을 까봐 걱정하는 것과 같은 이치인가?
이건 또 진짜 생각도 못했다.
“아니야. 예슬아. 처음 치고는 잘했어. 정말이야.”
나는 예슬이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 해 주었다.
사실 나도 여자와 잠자리를 한 것은 예슬이가 처음이다.
그러니까......
미숙하고 어설픈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예슬이가 기쁜 듯이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진짜요?? 처음인데 그 정도면 괜찮은 거예요? 아, 다행이다. 집에서 혼자 얼마나 고민했는데. 제가 잘 못해서 시현오빠가 나한테 연락 안하는 줄 알고. 언니들도 다 내가 오빠 만족 못 시켜줘서 연락 안 올 거라고 하고. 나쁜 언니들. 진짜. 응원은 못해 줄 망정, 저주나 하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