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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 미소년이 살아남는 법-307화 (307/413)

〈 307화 〉 돌아온 예슬이와의 아찔한 데이트(4)

* * *

“와~ 시현오빠, 술 완전 잘 마셔요. 술고래다. 술고래! 내가 아는 남자애들 중에서 소주 두 병 이상 마시는 애 없었는데.”

씨발, 오늘은 안주가 좋으니까 안주발로 어떻게 버텨 봐야지

“예슬아! 달리자 달려~! 마셔, 마셔!”

아직 안주가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두 잔째를 기울이고 있었다.

“술이 들어간다!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 쭉쭉쭉쭉!”

예슬이도 기분이 좋은지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술이 들어간다.”를 부르며 귀엽게 손동작했다.

원래도 귀엽지만, 술이 한 잔 들어간 예슬이는 진짜 치명적으로 귀엽다.

그때, 종업원이 풀코스 일식 메뉴를 하나씩 가져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나온 음식은 게살이 듬뿍 들어간 게살죽이었다.

부드럽게 넘어가서 허한 속을 달래고 술 스타트하기에 아주 좋은 음식이었다.

그다음으로는 복튀김이 나왔다.

맛은 생선튀김과 비슷했지만 훨씬 고급스러웠다.

그리고 다음으로 드디어 광어와 도미, 참치, 복어회가 예쁘게 플레이팅 된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메인 메뉴가 나왔다.

메인 메뉴도 나왔겠다, 이제 슬슬 본격적으로 달려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예슬아 우리 둘이서만 술 마시니까 좀 심심하다. 그치? 우리 게임이나 할까?”

예슬이가 그냥 술이나 처마시지 하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마치 술에만 관심 있는 주당 친구 녀석들이랑 같은 반응이다.

“게임이요? 둘이서요?”

나는 소주 뚜껑의 꽁다리를 비비 꼬며 말했다.

“이 소주병 꽁다리를 손가락으로 튕겨서 떨어뜨리는 사람이 말하는 소원을 진 사람이 들어주기? 못하겠으면 소주 두 잔, 원 샷!”

“좋아요! 저도 이 게임 언니들이랑 많이 해봤어요. 각오해요! 남자라고 안 봐줄 테니까요!”

예슬아 네가 아무리 이 게임을 많이 해봤어도, 딸딸이로 단련된 대한민국 남자 딸근육을 당할 것 같으냐! 이 게임은 내가 지배한다!

예슬이가 먼저 소주뚜껑을 잡고 꽁다리를 쳤다.

탁!

역시나 예슬이는 청순한 여자여서 인지, 튕기는 힘이 약하다.

소주뚜껑 꽁다리가 거의 그대로였다.

나는 소주뚜껑을 잡고 손가락에 기를 모았다.

허이차!

틱!

역시 대학교 동기들과 술을 마시며 수련한 성과가 있었다.

소주 뚜껑의 꽁다리가 간당간당하게 달려 있었다.

간당간당 하지만, 일반적인 소녀는 저 정도로 남아있는 소주뚜껑 꽁다리를 날려 버릴 순 없다. 이게 다 대학교 MT에서 쌓은 실전 노하우였다.

탁!

역시나 예슬이가 소주뚜껑 꽁다리를 떨어뜨리지 못했다.

예슬이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아깝다! 오빠! 제가 이거 완전 날려버릴 수 있는 건데, 일부러 남자한테 매너 지키느라 안 떨어뜨린 거 알죠?”

네? 게임에는 승부가 중요하지 매너 따위 필요 없는 데요? 흐흐흐

나는 사악하게 웃으며 소주뚜껑을 붙잡고는 꽁다리를 있는 힘껏 쳤다!

그런데,

휙!

기를 잔뜩 모은 내 손가락이 소주뚜껑대신 꽁다리 대신 바람을 갈랐다.

너무 기쁜 나머지 그만 미스를 범하고 만 것이다.

“뭐야~ 시현오빠. 완전 다 이긴 것처럼 폼 잡더니, 영 못하네요. 헤헤”

나는 무안해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이게 다 매너를 지키려고 그런 거지. 너무 쉽게 이기면 재미없잖아.”

“어이구. 그러셔요? 눈빛은 이기고 싶어서 완전 초 집중한 눈빛이던데요?”

소주뚜껑을 받아 든 예슬이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겨서 소주뚜껑 꽁다리를 떨어뜨렸다.

“제가 이겼어요~ 아하하하. 이제 시현오빠가 내가 말하는 소원 들어 줄 차례에요!”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남녀가 역전된 세계니까, 혹시 야한 짓을 시키진 않을까?

약간의 불안감과 함께 기대가 되었다.

­아, 예슬이 오늘 완전 텐션 좋아 보이는데, 도대체 뭘 시키려고 저러나.

예슬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하다가 주저 없이 말했다.

“내가 원하는 소원은, 시현오빠가 테이블 위에 올라가서 귀여운 춤 추기!”

­헉, 젠장 안전 망했다. 남자가 귀여운 춤이라니. 그 것만큼은 절대 못한다.

나는 두말 할 것도 없이 소주잔을 들어서는 두 잔을 연거푸 원 샷 했다.

안 그래도 소주를 두 잔이나 마신 상태에서 마셔서 그런지 머리가 핑글핑글 돌았다.

“에이~ 뭐야. 재미없어요. 시현오빠! 루저~”

예슬이가 신나서 나를 놀려대기 시작했다.

­오냐! 지금 많이 웃어라. 예슬아. 곧 눈물 흘리면서 나에게 매달리게 될 테니.

나는 생각해 두었던 비장의 게임을 예슬이에게 제시했다.

내가 알기로 남녀가 역전된 세계의 대부분의 여자들은 운동은 잘하지만 공부는 남자보다 못한다.

그러니까 예슬이도 몸을 쓰는 것에 특화되었지만, 머리를 쓰는 건 나보다 떨어진다는 말

더군다나 나는 친구들과 함께했던 술 게임으로 이 방면에는 특화되어 있다.

“이제 소주 뚜껑도 없고, 생각해보니 이 게임은 예슬이에게 너무 불리한 것 같아. 우리 다른 게임하자.”

“응? 왜요? 오빠? 난 이게임 좋은데...... 하긴, 시현오빠는 남자니까, 우리 시현오빠한테는 이 게임이 불리하겠다. 그러면 무슨 게임하고 싶은데요?”

“예슬아, 3, 6, 9. 게임 알아?”

“1, 2, 짝! 4, 5, 짝! 이거요?”

“응 잘 아네. 3, 6, 9 게임 오케이?”

“응 오케이~ 고고고.”

나는 음흉하게 미소 지으며 삼 육구, 삼 육구!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내가 먼저 시작했다.

나: “1!”

예슬: “2!”

나: “짝!”

예슬: “4!”

나: “5!”

예슬: “6!”

역시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예슬이는 얼굴은 귀엽지만 산수에는 젬병이었다.

“아이, 틀렸네. 히잉.”

“이제 예슬이가 내 소원 들어 줄 차례~ 내 소원은.”

예슬이가 긴장했는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내 입술에 10초 동안 뽀뽀하기!”

예슬이의 내 입술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예슬이의 저 초조한 눈빛을 보니 역시 예슬이는 청순하고 부끄러움이 많은 것이 분명하다.

귀엽고 청순한 이상형의 미소녀가 앞에 있다.

제대로 키스해서 절대로 나를 잊지 못하도록 만들어줘야지.

한 동안 망설이던 예슬이가 고운 이마를 찡그리며, 소주잔을 내밀었다.

하지만, 아직 마취가 덜 되었는지 수줍음이 본능을 이겼다.

“시현오빠!! 빨리 소주 줘요! 아, 목마르다!”

아마 여자의 성욕이 강한 남녀역전 세계임에도 예슬이가 키스를 거부한 것은, 예슬이가 워낙 수줍음이 많기도 하지만, 혹시라도 너무 어설프게 해서 나에게 놀림을 당할까봐여서 인 것 같았다.

역시 예슬이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구나.

나는 한숨을 내쉬며 예슬이에게 술을 따라줬다.

예슬이가 소주를 연거푸 두 잔 원 샷 하고는 콜라를 마시며 얼굴을 찡그렸다.

“으, 쓰다 써. 시현오빠, 한 번 더해요!”

예슬이는 운동을 좋아하는 여자답게 꽤 승부욕이 있는 스타일인지, 절대로 본인이 이길 것 같지 않은 게임을 먼저 계속 하자고 제안했다.

나야 뭐, 완전 땡큐지.

이 분위기로 계속 이끌어가서 예슬이가 나보다 먼저 취하면 나에겐 개이득이다.

그리고 역시 나!

“아이정말. 시현오빠! 이 게임 왜 이렇게 잘해요?”

내가 잘하는 게 아니고 예슬이가 못하는 것 같은데?

도대체 삼 육 구 게임이 숫자 10을 넘어가지를 못한다.

“내 소원은........”

“아 됐어요. 시현오빠. 소주나 줘요. 내가 목말라서 일부러 저 준거란 말이에요!”

예슬이 녀석. 허세 부리기는.

그 허세가 얼마나 가나 보자.

나는 소주잔에 소주를 가득 따라서 예슬이에게 주었다.

뭐 소주 주량이 3병이라니까 아직은 괜찮겠지.

예슬이가 역시나 두 잔을 연거푸 원 샷 했다.

“시현오빠, 한 판 더 행.”

응? 예슬이의 혀가 꼬부라졌다.

주량이 세 병이라면서?

“예슬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앙.”

“너 취한 것 같은데?”

“내가? 헤헤헤. 아니아. 진짜 아니양. 빨리 게임 하자. 게임. 막판이야 막판.”

클럽에서 술 취한 골뱅이 아가씨들처럼 예슬이의 발음이 완전 꼬였다.

혹시 얘가 나랑 섹스는 하고 싶고, 자기가 나를 호텔 데려갈 용기는 없으니까 술 취한 척 하는 건가? 등등.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내가 동의 하지도 않았는데, 예슬이가 먼저 게임을 시작했다.

예슬: “1!”

나: “2!”

예슬: “짝!”

나: “4!”

예슬: “짝!

어? 진짜 취한 것 같은데?

나는 예슬이를 바라보며 내 소원을 말했다.

“내 소원은 예슬이가 내 볼에 10초 동안 뽀뽀하기.”

설마 아무리 부끄러움이 많은 예슬이라도 이 정도는 들어 주겠지.

예슬이가 빨개진 얼굴로 귀엽게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아, 나 더능 못마셩. 응? 보뽀? 뽀뽀 해요 해.”

분명 주량이 소주 3병이라고 했는데, 벌써 취한 거야?

하긴 예슬이가 3, 6, 9 게임을 못해서 소주를 연속으로 6잔 원 샷 하기는 했다.

예슬이가 일어서서는 비틀비틀 거리면서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자연스럽게 내 볼을 내밀었다.

예슬이가 내 양 볼을 귀엽고 작은 하얀 두 손으로 잡았다.

그녀의 토끼같이 큰 눈을 보니 살짝 풀린 게 확실히 술 취한 연기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예슬이의 붉은 입술이 나에게 가까워질수록, 그녀의 몸에서 좋은 향기가 났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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