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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 미소년이 살아남는 법-306화 (306/413)

〈 306화 〉 돌아온 예슬이와의 아찔한 데이트(3)

* * *

“왜? 나는 예슬이랑 손잡고 가는 게 훨씬 좋은데. 다시는 손 빼지 마라! 확, 그냥. 키스해 버리기 전에.”

나는 예슬이 놀리는 것이 재미있어서 그냥 장난으로 던져 봤다.

그런데 역시 예슬이는 예슬이다.

동그랗게 눈을 뜨며 왼손으로 자기 입술을 가린다.

“키, 키스?”

꽤 긴장했는지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는 소리가 나한테 까지 들리는 것 같다.

아이고, 이거 순진해서 무슨 중학생이랑 데이트하는 것 같다.

원래도 예슬이가 때가 묻지 않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지금 보니 순진 순수 그 자체였다.

“아, 예슬아. 내가 예약한 곳 저기 보인다.”

나는 손가락으로 내가 예약한 고급술집을 가리켰다.

“저기 예약했어요?”

예슬이의 시선이 자기 지갑으로 향한다.

아마도 고급스러운 술집이라 자기 주머니 사정을 걱정하는 것 같다.

소속사에서 잠적한 상태이기 때문에 카드 사용은 못 하겠지.

요즘 세상에 현금 쓰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

현금도 얼마 없을 테고.

“가, 가요. 맛있어 보여요. 오빠. 예약 잘했어요.”

예슬이가 허세를 부린다.

허세 부리는 모습도 귀엽네?

우리는 손을 잡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거리를 지나 고급스러워 보이는 일품향 일식집에 들어갔다.

자리에 착석을 하자 알바생이 우리를 바라보더니, 좀 더 안쪽의 자리로 권했다.

“커플석은 안쪽입니다.”

“저희, 커플........”

예슬이가 부끄러워 하며 나를 본다.

내가 재빨리 예슬이의 손을 잡고 알바생에게 말한다.

“네, 안내해 주세요.”

“아, 네~”

일품향의 알바생이 친절하게 웃으며 우리를 커플석으로 안내 해 주었다.

일품향의 커플석은 미닫이문이 있는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자리였다.

거기다가 바로 옆에 붙어 앉을 수밖에 없도록 자리가 일자로 구성되어 있었다.

나는 예슬이를 안쪽으로 앉히고 내가 바깥쪽에 앉았다.

예슬이가 나에게 받은 꽃다발을 테이블에 올려놓고는 살짝 긴장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여유롭게 웃으며 예슬이에게 말했다.

“걱정 하지 마. 안 잡아먹어.........”

“피. 제가 언제 오빠가 저 잡아먹는다고 했어요?”

예슬이가 귀엽게 삐진척하며 볼을 부풀렸다.

“그것보다 뭐 먹을래? 예슬아?”

“네? 남자인 오빠가 먼저 골라요. 저는 아무거나 잘 먹잖아요. 입맛은 남자가 까다롭지, 여자야 뭐 그냥 주는 대로 먹는 거죠.”

생각해 보니 예슬이는 한강에서도 매점에서 다람쥐처럼 볼 한가득 음식을 물고 우물우물 거렸던 것이 떠오른다.

나는 종업원을 불렀다.

“저기요. 여기 풀코스 요리로 2인분 주세요. 술은.... 예슬이 뭐 마실래?”

풀코스 요리라는 말에 예슬이가 덜덜덜 떨며 지갑을 살피고 있다가, 깜짝 놀라며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싸, 싼 거. 이 집에서 제일 싼 거요!”

아이고, 예슬아.

설마 내가 너보고 술 값 내라고 하겠니.

쫄기는 진짜.......

무의식에 튀어나온 대답이었지만, 예슬이가 쪽팔렸는지 눈치를 보며 말을 바꾸었다.

“아, 아니. 이 집에서 제일 맛있는. 참이슬! 우리 참이슬 마셔요. 오빠. 나 참이슬이 제일 좋아요.”

“그래, 나도 참이슬 좋아해. 여기 참이슬 두 병 주세요.”

예슬이가 여전히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메뉴판을 보고 있었다.

이 집에서 제일 비싼 풀코스 요리는 1인분에 200,000원 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2인분을 시켰으니 400,000원.

싼 가격은 아니었으나, 이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만 했다.

“예슬아 뭘 그렇게 자꾸 보니?”

예슬이가 얼른 메뉴판을 덮으며 말했다.

“아니예요. 그 부담 가지지 말고 많이 먹어요. 시현오빠. 오빠 회 좋아하는가 봐요.”

예슬이의 귀여운 눈이 파르르르 떨린다.

내가 장난이 좀 지나쳤나?

그냥 내가 산다고 말을 하는 게 좋을라나?

아니야. 그래도 예슬이가 당황하는 모습이 귀여우니까 좀 더 지켜보자.

나는 가방에서 미리 준비했던 귀여운 스마일 팬던트가 담긴 상자를 꺼내서 예슬이에게 내밀었다.

“원래 아까 꽃이랑 같이 주려고 했는데, 정신이 없어서. 이제 주네. 열어 봐. 마음에 드나.”

예슬이가 깜짝 놀라서 눈이 토끼처럼 커졌다.

그러고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니예요, 시현오빠. 꽃다발만 해도 충분한데, 뭘 이런걸 다 주고 그래요. 저, 이건 진짜 못 받아요. 오빠! 진짜....... 남자가 여자한테 데이트 때 선물 주면 반칙 아니예요!? 나는 아무것도 준비 못 했는데, 꽃다발에 선물까지.......”

예슬이가 말은 톡톡 튕기지만, 속으로는 감동 받았는지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 따뜻함이 묻어 나온다.

역시 선물을 준비한 보람이 있다.

원래 선물은 받는 사람이 행복한 만큼 주는 사람은 몇 배나 더 행복해 지는 거니까.

“에이 뭘. 그냥 오다가 너한테 어울릴 것 같아서 하나 산 거야. 내가 열어 줄게.”

예슬이보고 직접 열라고 하면 온종일 걸릴 것 같아서 내가 직접 선물을 오픈해서 보여줬다.

예슬이가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바라본다.

“너무 귀여워요. 스마일 목걸이네요? 나 오빠 웃는 얼굴 진짜 좋아하는데.”

“진짜? 어쩐지 너한테 잘 어울릴 것 같더라. 이거 나라고 생각하면서 항상 하고 다녀야 해. 자 내가 해 줄게.”

예슬이가 스마일 팬던트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나는 스마일 팬던트를 손에 들고 예슬이의 하얀 목에 가져다 대었다.

길고 하얀 예슬이의 목선이 아름다웠다.

예슬이가 청순한 검은 긴 머리를 손으로 들어 올리자, 나는 예슬이의 목에 스마일 팬던트 목걸이를 걸어 주었다.

“와 예슬이랑 진짜 잘 어울린다. 예슬이는 목선이랑 쇄골라인이 예뻐서 목걸이가 잘 어울려. 이거 이제부터 매일 하고 다녀야 해. 저 스마일 짓고 있는 얼굴이 나라고 생각하고.”

예슬이가 나와 스마일 목걸이를 번갈아 바라보며 예쁘게 미소 지었다.

“오빠 보고 싶을 때 마다 이 목걸이 볼게요. 웃는 모습이...... 너무 예뻐요. 헤헤.”

“치. 나 보고 싶을 때마다 목걸이만 보고 나는 안 볼 거야? 안 되겠다. 질투나서. 다시 뺏어야지.”

내가 장난으로 예슬이 목에 걸어 준 목걸이를 뺏으려고 하자 예슬이가 마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듯 으르렁 거린다.

“오빠! 줬다가 뺏는 게 어디 있어요! 절대 못 줘요! 오빠가 준 선물. 평생 간직할 거란 말이에요!!!!”

그렇게 달달하게 예슬이와 장난치고 있는데, 참이슬을 들고 종업원이 우리 자리로 걸어왔다.

“여기 소주 나왔습니다. 음식도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바로 나올 거예요. 좋은 시간 보내세요.”

확실히 비싼 음식을 주문해서 그런지 종업원도 친절했다.

역시 돈을 써야 대우받는 세상인 건, 내가 원래 살 던 세계나, 여기나 똑같구나.

“시현오빠,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예슬이가 귀엽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아니야, 술이나 마시자. 예슬아. 너 술 잘 마신다고 했지?”

소주병을 따고는 예슬이의 소주잔에 소주를 부었다.

“자~ 건배! 예슬이 소원이 나랑 술 마시는 거였으니까. 한 명 뻗을 때까지 집에 못 가는 거 알지?”

“걱정 하지 마요. 오빠! 설마 남자인 시현오빠 보다 제가 술 더 못 마시겠어요? 헤헤. 이 누나가 우리 시현이 골뱅이 되도 집까지 잘 데려다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예슬이가 나를 귀엽다는 듯이 발라보며 장난을 친다.

하지만......

아니지, 예슬아.

지금 걱정해야 할 건 내가 아니라 예슬이야.

오늘 예슬이 진짜 너무 예뻐서 술 취해서, 쥬지가 뇌에 박히면 위험하단 말이야.

오늘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마셔야 한다.

“그래. 예슬아. 나 골뱅이 되면 예슬이는 나 집에 데려다 줘. 나는 예슬이 골뱅이 되면 예슬이 데리고...... 호텔 갈 거니까. 그러니까 정신 바짝 차리고 마셔야 해. 알았지?”

호텔이라는 말에 예슬이의 얼굴이 빨개지고 숨이 거칠어졌다.

아, 예슬이는 너무 순진해서 장난도 못 치겠다 진짜.

나는 예슬이의 옆구리를 슬쩍 손으로 감싸 안으며 말했다.

“아, 농담이야. 예슬아! 야. 술이나 마시자. 자! 건배!”

예슬이가 자기 옆구리를 감싸고 있는 내 손을 바라보며 소주잔을 들었다.

다행히 예슬이가 몸을 빼거나 거부하지 않았다.

예슬이의 잘 빠진 잘록한 옆구리를 통해 미약한 열기와 심장 박동이 느껴졌다.

예슬이의 몸에 남자의 손길이 이렇게까지 직접 닿은 적이 없었던지, 엄청 긴장하는 것 같다.

나는 예슬이와 소주로 짠~을 하고는 한 입에 털어 넣었다.

예슬이의 몸에서 나는 깨끗하고 기분 좋은 비누냄새 때문인지, 술이 더 달게 느껴졌다.

“캬~ 좋다.”

예슬이가 귀엽게 코끝을 살짝 찡그렸다.

“오빠, 시현오빠 소주. 생각보다 시원시원하게 잘 마시는데요?”

“남자가 그럼 술을 잘 마셔야. 남자지. 예슬이는 소주 주량이 얼마나 되는데?

“저요? 음........ 한 3병이요? 시현오빠는요?”

나는 내색은 안 했지만, 속으로 좆 되었다고 외치고 있었다.

­아, 오늘 완전 맛 가겠네. 내 최대 주량이 소주 세 병인데.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 때 소주 세 병 마시고 집까지 기어갔던 기억이 났다.

그래도 남자가 가오가 있지.

“나는 4병!”

그래도 예슬이한테 술로 지고 싶지 않아서 주량을 소주 4병이라고 했다.

한국 남자 술부심이 어디 가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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