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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 미소년이 살아남는 법-259화 (259/413)

〈 259화 〉 세나와 두근 거리는 한강 데이트(Final)

* * *

“세나야. 오늘 즐거웠어.”

데이트를 끝내고 아파트 앞에 도착한 유시현이 차에서 내린다.

“네. 오빠 저도요.”

“응. 태워줘서 고마워. 집에 가면 연락 줘. 알았지?”

“네. 오빠. 잘 들어가요~”

유시현이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세나.

그녀 역시 차를 주차하고 시나를 안은 채 아파트를 향해 걸어간다.

유시현은 모르고 있지만, 사실 세나는 유시현과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유시현을 24시간 스토킹하며.

* * *

집으로 들어온 유시현이 씻기 위해 욕실로 들어간다.

쏴아아아­!

수도꼭지를 틀자 투명한 물줄기가 세면대를 향해 떨어져 내린다.

‘세나와 헤어졌는데도. 세나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아.’

한 번의 데이트였지만, 생각지도 못 할 만큼 그녀를 좋아하게 된 유시현.

그의 머릿속에 한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그런데 세나는 그런데 왜 이렇게 낯이 익지? 너무 편안한 느낌. 이런 게 인연이라는 건가?’

사실 유시현은 세나와 아파트 엘리베이터.

주차장.

쇼핑센터 등 수 많은 곳에서 마주쳤었다.

다만 세나가 철저하게 얼굴을 가리고 있었기에 몰랐을 뿐.

씻기 위해 세면대를 향해 손을 내미는 유시현.

랩으로 감싸진 새끼손가락이 그의 눈에 들어온다.

‘아. 봉숭아 물! 아직도 하고 있었구나. 이미 두 시간은 지났으니까, 풀어 봐도 되겠지?’

유시현이 랩을 감싸고 있는 고무줄을 풀어서 벗겨낸다.

은은하게 아름다운 보라색으로 염색된 새끼손가락.

약품을 사용한 인공적인 색이 아니라서인지, 더욱 정감 있고 매력 있다.

‘예쁘게 물들었네. 세나도 봉숭아 물 들었겠지?’

유시현의 머릿속에 귀엽게 봉숭아물이 든 세나의 천사 같이 하얗고 아름다운 손이 그려진다.

‘방금 헤어졌는데도 세나 보고 싶다. 가까운 곳에 살면 지금 당장 만나고 싶을 정도로.’

세나와 손을 잡고 공원을 산책하는 상상을 하는 유시현.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세나가 어린 왕자 속 여우처럼.

세상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그만의 여우로 자리잡아가고 있었다.

* * *

집으로 돌아 온 세나.

그녀가 메고 있던 가방을 벗어 던지고는 시나를 힘껏 껴안는다.

“시나야!!! 나, 우리 오빠가 볼 키스 해줬어! 어떡해! 너무 좋아서 심장이 계속 두근거려!”

“냐! 냐오옹! 고냥이 살려옹!!! 붉은 머리 닝겐! 살살 안아라옹!”

세나의 품에 안긴 채 갸르릉 거리는 시나.

“시나야! 누나 곧 오빠랑 결혼 할 거 같아. 시나도 기쁘지? 웨딩드레스는 하얀색이 좋겠지? 아니야... 요즘에는 파격적으로 시크한 붉은색 웨딩드레스도 많이 한다던데. 시현 오빠랑 결혼! 어떡해에~!! 너무 행복해♡♡♡”

볼 키스 한 번으로 이미 결혼까지 앞서나가 버린 세나.

그녀의 상상 속에는 유시현과의 핑크빛 미래만 가득하다.

사실.

유시현이 세나에게 볼 키스를 할 때, 세나도 잠에서 깨어 있었다.

점점 더 가까워지는 유시현의 숨결에, 너무 황홀해서 정신을 못 차리고 누워있었던 것 뿐.

더군다나 촉촉하고 부드러운 유시현의 귀여운 붉은 입술이 세나의 볼에 닿았을 때.

세나의 심장은.

마치 세계대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주체 못 할 정도로 두근거리고 있었다.

한편.

유시현 역시 세나에게 볼 키스를 했을 때를 떠올리며 멍한 얼굴로 책상 의자에 앉아있다.

‘세나에게 허락도 받지 않고 볼에 키스를 하고 말았어! 세나가 알게 되면 화내겠지?’

유시현이 고개를 도리도리 좌우로 흔든다.

‘그래도 후회는 없어. 아니, 오히려 좀 더 과감하게 세나의 입술을 뺏었더라면...’

세나의 루비처럼 빛나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붉은 입술.

그녀의 입술을 떠올리자, 자꾸만 야한 생각들이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다.

‘아, 안 돼! 우리 순수한 세나를 두고 이게 무슨 나쁜 생각이야!’

쫘악­!

양 손으로 자신의 뺨을 찰진 소리 나도록 때린 유시현.

‘정신 차리자! 유시현! 휴우. 하지만 이게 다 세나가 너무 예뻐서 그런 거야. 사람 혼을 다 빼놓을 정도로.’

유시현이 눈을 감고 세나의 얼굴을 떠올려 본다.

백설기처럼 하얀 피부에 고양이처럼 큰 눈.

작고 오뚝한 귀여운 코.

루비처럼 붉은 입술에 가느다란 목 선.

유럽 어느 유서 깊은 왕국의 공주님 같은 모습이다.

거기다가 세나 만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그리스 여신 같은 붉은 머리와

잘 세공된 보석을 박아 놓은 듯 한, 홍안.

누구라도 한 번 보면 절대로 잊지 못할 경국지색의 미소녀.

상상하는 것만으로 유시현의 볼이 수줍게 달아오른다.

‘이제 세나도 집에 갔겠지. 세나한테 연락 한 번 해볼까?’

유시현이 컴퓨터 윈도우 화면에 떠 있는 시간을 본다.

저녁 아홉시.

‘더 늦게 연락하면 예의가 아니겠지’

유시현이 핸드폰을 찾아서 세나와의 대화창을 선택한다.

그런데.

세나의 프로필 사진이 바뀌어있다.

‘어? 이건.......’

바뀐 세나의 프로필 사진.

봉숭아꽃이 랩으로 감싸진 새끼손가락.

그건 바로 유시현이 세나와 찍었던 같이 봉숭아물을 들인 사진이다.

두근두근.....

유시현의 심장이 다시 주체 못 할 정도로 나대며 뛰기 시작한다.

‘세나가 왜 프로필 사진을 이걸로 바꾸었지? 정말로 나를 좋아하나?'

세나와의 대화창을 열고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는 유시현.

‘좋아한다고 고백해 버릴까! 세나도 나를 좋아하니까 프로필 사진을 이걸로 바꾸었을 거야!’

하지만.......

이미 예슬이에게 고백하기도 전에 차이고.

세나에게는 잠들었을 때 고백해서 무시당한 경험이 있는 유시현.

상처를 받기 싫어하는 그의 마음이 신중해진다.

이번에도 고백했다가 무시당하거나 차이면.

정말 회복이 힘들 것 같다.

‘아니야. 원래 살던 세계. 인터넷에서 보니까, 괜히 관심 있는 여자가 프사 하나 바꾼 걸로 혼자 오버해서 설레발치는 남자들 많다더라. 혼자 오해하고 고백했다가, 차이고는. 어장관리 당했다고 친구한테 여자 뒷담아 까고 술이나 퍼마시고. 그냥 봉숭아꽃 물든 사진이 예뻐서 프사 바꿨겠지. 괜히 오버하지 말자.’

거절당할 까봐 두려운 유시현.

그가 소극적인 문자를 보낸다.

[유시현: 세나야. 집에 잘 들어갔어? 걱정돼서 연락했어.]

잠시 후.

[세나: 네. 오빠! 저는 집에 잘 들어왔어요. 안 그래도 오빠한테 연락하려고 했어요.]

[유시현: 아~ 그래. 아참. 오늘 헤어질 때 정신없어서 시나한테는 작별 인사도 못했네. 시나는 뭐해?]

유시현과 세나 사이에 생긴 그들만 아는 공통의 관심사.

아기 고양이 시나의 안부를 묻는 유시현.

[세나: 시나는 지금. 화장실에서 응가하고 있어요. 많이 참았나 봐요.]

유시현이 시나가 화장실에서 볼을 보고 있다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응? 원래 고양이님은 산책 나갈 때 볼일을 보시는데, 시나는 화장실도 내외하나 보네. 거참.... 정말 사람 같은 고양이님이라니까.’

[유시현: 아. 그래? 그래.... 세나야. 세나도 시나도 그러면 좋은 잠자고 내일 또 연락하자.]

혹시라도 세나가 귀찮아할까 봐 대화를 종료하려는 유시현.

여자들은 질척거리는 남자한테는 매력을 못 느끼니까.

하지만 세나는 아쉽기만 하다.

[세나: 아.... 오빠! 혹시 제 프로파일 사진 봤어요?]

[유시현: 응. 봤어. 세나야. 세나 손 예쁘더라.]

내심 프로필 사진을 바꾸고 유시현의 달콤한 반응을 기대했던 세나.

오늘부터 1일 이라던가.

하지만 평범한 유시현의 반응에 그녀가 내심 실망해서 기가 죽는다.

‘오빠한테 괜히 부담 줬나 봐. 나름 사진으로 고백 한 건데....’

평소에는 자신만만하고 당당한 세나지만, 좋아하는 유시현 앞에서 만큼은 수줍은 소녀가 되어버린다.

[세나: 네. 고마워요. 오빠. 그럼. 잘 자요.]

[유시현: 응. 세나도. 잘 자~]

그렇게 대화가 끝나고 세나는 우울해져서 베개에 얼굴을 파묻는다.

‘혹시 나 혼자만 착각 한 걸까. 오빠는 나를 그냥. 귀여운 동생쯤으로 생각하는 거 아니야? 귀여운 동생에게도 볼 뽀뽀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세나의 아름다운 홍안에 근심이 가득하다.

‘하긴....... 시현 오빠를 좋아하는 여자들. 다들 나보다 훨씬 대단하니까.’

한국에서 내놓으라 하는 걸 그룹 아이돌 블루블랙의 비쥬얼 센터 한예슬.

그녀가 보이게도 한예슬은 너무 귀엽고 청순하다.

보통 남자들은 세나처럼 너무 완벽하고 차가운 외모보다는 한예슬처럼 귀엽고 청순한 동생 같은 이미지의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니까.

세나의 한숨은 깊어진다.

거기다가 미유키.

일본 200대 기업에 드는 엄청난 재력을 자랑하는 집 안의 손녀딸이면서.

아이돌 뺨치는 미소녀.

신붓감으로 치자면 미유키만큼 완벽한 여자는 세상에 없을 것이다.

‘역시 나 정도로는 우리 시현 오빠에게는 무리겠지.’

세나가 이불을 둘둘 말고 침대에서 뒹굴 거린다.

그리고 어느 덧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나온 시나도 풀쩍~ 뛰어 올라 세나 옆에 눕는다.

“붉은 머리 닝겐! 배고프냐옹! 간식을 내놔라! 아까 사는 것 다 봤다냐옹!”

그리고 간식 이라는 시나의 냐옹거림을 찰떡 같이 알아들은 세나가 다시 유시현과 채팅을 하기 위해 핸드폰을 오픈한다.

‘아. 맞다! 시나 간식 오빠 가방에 넣어놨었는데!’

토독.

손가락으로 유시현과의 대화창을 연 세나.

그리고 그녀의 눈에.......

봉숭아꽃이 랩으로 감싸진 세나와 유시현의 새끼손가락.

세나의 것과 똑같이 바뀐 유시현의 새로운 프로필 사진이 펼쳐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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