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6화 〉 세나와 두근 거리는 한강 데이트(2)
* * *
“세나야. 저기 한강 보인다.”
어린왕자 얘기를 하며 걷다보니 어느 덧 한강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강에 도착하자.
선선하게 불어오는 강바람.
걷느라 흘렸던 땀을 시원하게 바람으로 씻겨준다.
“오빠. 사실 저 오빠랑 한강에 오면 꼭 먹고 싶은 게 있었어요.”
“먹고 싶은 거?”
“네. 오빠. 어? 마침 저기 있어요!”
세나가 내 손을 이끌며 데려간 곳은.
“어서 오세요. 손님.”
바로 아이스크림가게였다.
“아~ 아이스크림. 세나 아이스크림 좋아하는 구나?”
“꼭 아이스크림을 좋아 한다기보다, 그냥 제 버켓리스트 중에 하나였어요. 좋아하는 사람이랑 한강에서 같이 아이스크림 먹기.”
“그래? 아이스크림이 뭐라고 버켓리스트까지...? 어? 좋아하는 사람이랑?”
“오, 오빠! 제가 주문할게요! 앉아서 기다리세요.”
복숭아처럼 붉어진 얼굴로 화제를 바꾸는 세나다.
아이스크림 가게 점원과 얘기를 나눈 세나가 컵에 아이스크림을 가득 채워 가지고 온다.
“어? 콘이 아니라 컵에?”
“오빠! 우리 같이 먹어요. 콘으로 먹으면 한 가지 맛 밖에 느낄 수 없잖아요.”
아이스크림용 수저를 건네며 미소 짓는 세나.
세나가 건네 준 수저로 아이스크림을 푼다.
어? 그런데! 이렇게 한 컵에 같이 먹으면... 내 수저에 닿은 걸 세나가 먹을지도 모르는데.
세나는 그 사실을 모르는 걸까?
나는 당연히 세나의 귀여운 입에 닿았던 아이스크림이라면 환영이다.
내가 푼 초코맛 아이스크림을 세나가 바라보다 똑 같이 퍼서 먹기 시작하며 혼잣말 한다.
‘오빠, 입술이 느껴지는 것 같아...♡♡♡’
뭐가 그렇게 좋은지 미소가 끊이지 않는 세나의 귀여운 얼굴.
역시 오늘 세나를 만나길 잘했어.
세나의 미소를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세나야. 아이스크림에 민트초코가 있네?”
“네? 네! 오빠 민트초코 아이스크림 좋아하죠?”
사실 민트초코는 적응하려고도 해 보았지만, 역시 민초단에 가입하는 건 난이도가 높다.
“그게. 남자들이 좋아하는 맛이라고 해서 노력은 해 봤는데 나는 무리더라. 세나가 민초 좋아하나 봐?”
세나가 고개를 좌우로 가로 젓는다.
“아니요! 저도 민트초코 싫어해요. 치약맛 나잖아요.”
세나도 민트초코를 싫어한다고? 그런데 왜 민트초코를 가져 온 거지.
내 눈치를 보며 한수저 가득 담았던 민트초코를 얼른 입속에 넣고 오물거리는 세나.
‘이상하다. 오빠가 민트초코 피자 주문시켜서 민초단인줄 알았는데. 오빠가 좋아하는 민트초코 적응하느라 힘들었는데. 적응하고 나니 오빠가 민초단을 탈퇴해 버렸어. 민트초코도 적응만 하면 맛있는데...’
열심히 민트초코만을 골라서 퍼먹는 세나.
“오빠가 민초 싫어하니까 세나가 빨리 다 먹어서 없애버릴게요!”
마치 햄스터처럼 양볼 가득 아이스크림을 우물거리는 세나.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아이스크림을 먹다 넋 놓고 바라본다.
‘그리스 여신처럼 얼굴이 너무 완벽해서 아름답기만 한 줄 알았는데. 귀엽기까지 하다니. 이건 반칙이지!’
눈을 감고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음미하던 세나가 갑자기 굳은 얼굴로 꿀꺽 삼킨다.
“오빠! 그렇게 보지 말아요. 저 누가 보면 음식 잘 못 먹는 스타일이란 말이에요.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이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미안. 세나가 아이스크림 먹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나도 모르게 세나가 먹는 걸 훔쳐보고 말았네?”
“예뻐요? 제가 아이스크림 먹는 모습이?”
세나가 수줍어서 빨개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다, 그만 아이스크림을 입가에 흘리고 말았다.
“어? 세나야. 입술에 아이스크림.”
“여기요?
세나가 손으로 오른쪽 입술 귀여운 혀로 날름 핥는다.
마치 디즈니 만화에 나오는 귀여운 담비 같다.
“아니. 여기.”
스윽~!
세나의 왼쪽 입술 아래 묻은 아이스크림을 손으로 닦아준다.
손에 묻은 푸른색 아이스크림.
이건 세나의 입술에 묻었던 아이스크림!
왠지 맛있어 보인다.
그래, 아이스크림 버리면 아깝지.
지구 반대편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며 살아가는 아이들도 있는데.
무의식적으로 입에 가져가서는 쪼옥 빨아서 맛을 음미한다.
맛있다!!!
세나의 입술에 묻었던 아이스크림은 상큼하고 달콤하고 감미롭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나의 우아한 향기가 맛으로 느껴지는 것만 같아.
“오빠! 그거 제 입술에 묻었던 아이스크림인데요... 그것도 민트초코!”
그 모습을 본 세나가 놀라서 눈이 커진다.
어? 민트초코?
민트초코가 이렇게 맛있었나?
뭐야. 민트초코 아이스크림도 세나 얼굴발을 받는 건가?
세나를 향해 어른스럽게 웃으며, 여유로운 표정을 짓는다.
“가끔은 싫은 것도 먹어봐야지. 편식하면 안 되잖아.”
“아! 그렇죠. 편식하면 안 되죠! 역시 오빠는 생각이 깊어요!”
이제야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는 세나.
그리고 다시 아이스크림을 열심히 먹기 시작한다.
양볼 가득히.
아, 귀엽다.
세나는 스무 살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젖살이 있네?
세나의 어린아이처럼 통통한 볼.
만지고 싶다! 만지고 싶다! 만지고 싶다!
혹시라도 변태로 오해 할까 봐 참아보았지만.
어린아이처럼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귀엽게 아이스크림을 먹는 세나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
덥썩.♡♡♡
결국 양손으로 세나의 귀여운 양쪽 볼을 집게처럼 집어 버리고 말았다.
양 볼을 붙잡힌 세나가 토끼처럼 커진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오, 오빠! 뭐하는 거예요.”
“미안 세나야. 참아보려 했는데, 아이스크림을 물고 있는 세나 볼이 너무 귀여워서.”
“그, 그만 만져요. 오빠! 볼을 만지면 저 부끄러워진단 말이에요.”
세나의 얼굴이 부끄러워서 볼만 빨개졌다.
“미, 미안! 세나야.”
황급히 세나의 볼을 놓았지만, 젖살 가득한 세나의 볼이 자꾸만 나를 유혹한다.
‘세나의 볼 부드럽고 너무 기분 좋아. 또 만지고 싶다...’
탱탱해서 마치 찹쌀떡처럼 쫀득쫀득한 세나의 귀여운 볼의 감촉.
쉽게 잊혀 질 것 같지 않다.
한편 나에게 잡혔던 양쪽 볼을 쓰다듬는 세나.
그녀가 혼잣말로 작게 중얼 거린다.
‘남자와 손을 잡고 걸은 것도. 아이스크림을 같이 먹은 것도. 볼을 만져진 것도. 모두 처음. 시현 오빠가 내 처음을··· 전부 다 가져가 버렸어. 마치 어린왕자가 여우를 길들이듯.’
* * *
아이스크림을 먹고 가게에서 나온 세나와 나.
시나를 산책시키며 발길 닿는 대로 한강을 걷기 시작한다.
세나와 손을 잡고 함께 할 수 있다면, 아무리 걸어도 피곤하지 않다.
이래서 여행을 자주 다녀 본 사람들이 말하는가 보다.
여행은 장소보다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세나가 옆에 있으니, 한강이 스위스의 알프스산맥처럼 아름답게 느껴진다.
세나의 매력에 빠져 현실과 동화 속을 오가고 있는데, 시나가 멈추어 선 채 나를 바라본다.
“냐옹! 냐앙. 물다옹! 목마르다옹!”
프로 집사는 냥이님게서 무엇을 원하시는지 재빠르게 캐치해야 한다.
평범한 고양이 소리 같지만, 냥이님들이 냐옹 거리실 때는 다 이유가 있다.
“세나야. 시나가 목마른 것 같은데. 우리 물 좀 사자.”
“네. 오빠. 시나는 좋겠다. 아빠가 우리 시나를 많이 아끼나봐.”
아, 아빠? 설마...
오빠를 잘 못 들었나보다.
때 마침 보이는 매점.
“저기 가자. 세나야.”
세나의 손을 잡고 매점을 향해 걸어가는데, 세나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춘다.
그리고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오빠! 우리 다른 매점 가요. 매점이 마음에 안 들어요.”
“응? 매점이 마음에 안 든다고?”
아니 한강에 있는 매점이 다 비슷하지, 딱히 마음에 안 들 것이 있나?
그런데.
지금 다시 보니. 이 매점.
예슬이와 함께 왔던 매점이다.
예슬이와 첫 키스를 나누었던.
이곳에 오니 예슬이 생각이 나서 수많은 감정들이 한 번에 파도처럼 밀려온다.
행복하고, 설레고, 아름다웠지만.
결국에는 마음에 구멍이 난 듯 아픈 첫 사랑의 상처가 되어버린.
세나가 예슬이와 내가 이곳에 왔던 것을 알지는 못 할 텐데.
여자에게는 역시 여자만의 직감이라는 것이 있는가 보다.
지금은 예슬이는 잊고 세나와의 데이트에만 충실하고 싶다.
“그래. 세나야. 가자. 다른 곳으로. 나도 여기 마음에 안 들어. 기분 나쁘게 너무 모던하잖아. 한강에 있는 매점이면 좀 옛날 감수성이 있어야지. 낭만 없게.”
“그렇죠? 오빠! 다음 매점까지 5km만 걸으면 된다고 구글님이 알려줬어요! 너무 가깝죠?”
“어. 5km? 운동장 10바퀴 정도 도는 거랑 똑같네. 그 정도는 낭만을 위해서 참을 수 있지.”
하지만 시나는 나와 세나의 마음도 모르고 계속해서 갸르릉 거린다.
“냐, 냐옹! 5km냥? 목말라 죽겠다냥! 고양이포로 만들셈이냥! 건방진 집사녀석들앙!”
시나가 눈 앞에 있는 매점을 향해 시끄럽게 울어대자 세나가 시나를 향해 쭈그려 앉는다.
“시나야. 목말라? 그러면 우리 시나. 여기서부터 여의도까지 수영으로 한강 두 바퀴만 왕복하면서 강물 좀 마음껏 마셔볼래?”
“냐?!!!! 한강냥? 빨강머리는 진심이다냥!!! 익사하기엔 너무 꽃다운 아기고양이다냥!!!”
익사하기는 싫은지 시나가 씩씩하게 먼저 앞장서서 다음 매점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