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 미소년이 살아남는 법-199화 (251/413)

〈 199화 〉 샤넬 프라이빗 클럽 파티(17)

* * *

맛없는 흰 우유 따위를 어떤 고양이가 좋아하겠어.

흰 우유는 빵셔틀이나 먹는 무맛 음료 아니던가?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시현오빠가 봉지에서 흰우유를 찾아 능숙하게 우유곽을 열고는 아기 고양이 앞에 놓아주자 아기 고양이가 꼬리를 흔들며 다가왔다.

그리고는 킁킁 거리며 검은 코로 우유 냄새를 맡더니.

할짝할짝.

우유 맛을 음미하며 작고 귀여운 혀로 맛있게 핥기 시작한다.

‘뭐야. 아기 고양이 녀석. 사람 차별하는 거야? 아무리 시현오빠가 좋아도 그렇지. 내가 준 맛있는 햄버거와 오렌지 주스는 외면하면서 흰 우유 따위는 맛있게 핥아 먹다니’

곁눈질로 시현오빠를 바라본다.

맛있게 우유를 핥고 있는 아기 고양이를 바라보는 시현오빠의 모습.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왕자님같이 귀엽고 멋있다.

하아·······

지금 당장이라도 시현 오빠와 결혼하고 싶다.

그래, 시현 오빠 정도라면 고양이라도 반해버려 흰 우유 따위 맛있게 먹을 수 있지.

아기 고양이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아기 고양이에게 우유를 주던 시현 오빠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재빨리 시현 오빠에게 안 들키도록 눈동자를 돌려서 고양이 녀석을 바라본다.

나를 유심히 관찰하듯 바라보는 시현이 오빠.

두근두근

설마 오빠가 나 따위에게 관심이라도 있는 걸까?

심장이 떨려서 진정이 안 된다.

따르르릉.

하필 그 때 울리는 알람소리.

시현오빠의 핸드폰에서 나는 소리다.

시현오빠는 알람이 울리자 약속이 있는지, 자리에서 일어난다.

하아·······

시현오빠가 가려나 보다.

아쉽다.

하지만 우리 오빠는 바쁘니까.

나도 시현오빠를 따라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저 가볼게요.”

약속이 있는 시현오빠한테 부담주기는 싫다.

내가 먼저 자리를 피해줘야 시현오빠도 편하게 다음약속 장소로 이동하겠지.

그런데, 고양이는·······

고양이 녀석이 나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시현 오빠만 바라보고 있다.

그래.

고양이.

너도 역시 나보다는 시현오빠가 좋은 거구나.

건방지지만 제법 훈련시킬만한 가치가있는 냥냥펀치를 가진 고양이 녀석인데.

헤어지려니까 아쉽네.

그래도 우리 시현이 오빠가 잘 보살펴 줄 거야.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자리를 뜨려는데, 시현오빠가 다급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건다.

“세나씨. 혹시 이 고양이 좀 맡아 주실 수 있어요? 기르기 힘드시면 며칠 동안이라도 부탁드려요. 제가 반드시 찾으러 갈게요.”

시현오빠가.

고양이를 나에게?

거기다가 고양이를 보러 나를 찾아온다고?

역시 시현오빠도 나에게 있는 거였어.

나 혼자만의 착각이 아니야.

오빠와 나를 이어줄 소중한 신수 같은 고양이.

생각할 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요? 제가 길러도 되는 거예요?”

너무나 행복해서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네. 세나씨가 길러주시면 좋겠어요. 염치없지만 부탁드려요. 제가 지금 고양이를 기를만한 상황이 아니라 서요.”

나는 재빨리 다가와 다시 고양이 앞에 앉았다.

그리고 손을 뻗어서 고양이에게 가져다 되었다.

킁킁 냄새를 맡던 고양이가 손을 와왕 하고 물어 버렸다.

하지만 이제 이 아기 고양이는 내거다.

이 녀석은 이제 더 이상 길냥이가 아니다.

시현 오빠와의 추억이 깊든 아기 고양이.

이 정도 상처쯤 아무것도 아니다.

아기 고양이.

너는 이제부터 나와 함께야.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게.

두 손으로 고양이를 푸욱 감싸서 품에 끌어안는다.

그러자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는 고양이.

하지만 시현오빠가 다가가 고양이를 부드럽게 쓰다듬자 아기 고양이가 잠잠해 진다.

‘아기 고양이. 너도 이제 마음을 정한 거구나. 그래. 아기 고양이의 아빠는 시현오빠. 엄마는 세나. 우리 이렇게 행복한 가정이야.’

고양이가 시현오빠를 아쉬움이 듬뿍 담긴 눈빛으로 바라본다.

아빠가 가야 하니까 슬픈 거구나.

아기 고양이.

걱정 하지 마.

세나 엄마가 잘 돌봐 줄 테니까.

“세나씨. 고양이 잠깐 줘 보세요.”

시현오빠도 우리 아기와 헤어지는 게 싫은지 헤어지기 전에 한 번 더 안아보려고 한다.

아기 고양이를 건네자 시현 오빠가 능숙하게 고양이를 품에 안는다.

시현 오빠 품에서 평안하게 갸르릉 거리며 눈을 감는 고양이.

역시 우리 시현오빠는 아기도 잘 돌보는구나.

그래, 모름지기 아빠는 집에서 아기를 돌보고, 엄마는 밖에서 돈을 벌어 와야 화목한 가정이 되는 거야.

“세나씨 고양이는 말이죠. 이렇게 부드럽게 안아 주어야 해요. 자, 다시 한 번 안아 보세요.”

시현오빠와 가정을 이루어 오순도순 아기고양이를 돌보는 상상을 하고 있는데, 시현오빠가 아기 고양이를 나에게 넘긴다.

아기 고양이를 받아서 품에 안자, 다시 내 손을 할퀴며 물어뜯는다.

“자, 천천히 이렇게 쓰다듬어 줘 보세요.”

시현오빠가 고양이 쓰다듬는 법을 능숙한 집사의 손놀림으로 보여준다.

역시 세심한 시현오빠.

시현오빠와 같이 아기 고양이를 돌보니까, 벌서부터 시현오빠의 신부가 된 것 같다.

지금 이 순간이 멈추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시현오빠 옆에서 계속 있을 수 있다면.

그런데 이렇게 행복한 나와 시현 오빠와의 순간을 방해하는 기분 나쁜 소음이 들린다.

“예슬이 많이 컸네? 왜? 동생한테 반말 들으니까 열 받아? 열 받으면 먼저 데뷔를 하던가. 어디서 선배한테 눈을 치켜뜨고 지랄이야. 눈 깔아라. 그 예쁜 눈깔 뽑아 버리기 전에.”

그리고 예슬이라는 말에 시현오빠의 눈빛이 차갑게 변한다.

“미안해요. 세나씨. 저 지금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아는 동생이 곤란한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고 싸움이 벌어진 곳으로 달려가는 시현오빠.

감히 시현오빠와의 달콤한 순간을 방해하다니.

나도 모르게 눈빛이 홍안으로 붉게 빛나기 시작한다.

혹시라도 우리 시현오빠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죽인다.

죽여 버린다.

* * * * *

캬우응!

세나의 품안에서 손을 깨물며 할퀴던 아기 고양이가 살기를 느꼈는지 더욱 발버둥을 친다.

“고양이. 조용.”

세나가 홍안의 눈으로 아기 고양이를 바라보며 귀에 대고 속삭이자 아기 고양이의 눈빛이 두려움으로 흔들린다.

역시 고양이는 사람보다 오감이 뛰어난 동물.

목숨의 위협을 느끼자 분노 조절 장애가 바로 고쳐져서 분노 조절 잘해가 되어버린다.

냐, 냐오옹!

살짝 애교까지 섞인 목소리로 갸르릉 거리며, 자신이 물어뜯었던 세나의 손을 작은 혀로 핥기 시작하는 아기 고양이.

아무리 아기라도 세상 풍파를 다 겪은 길냥이의 경험치가 지금은 애교를 부려야 살아남는 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낀 것이다.

그런 아기 고양이를 한 손으로 안은 채, 시현이와 판도라의 싸움을 구경하고 있는 세나.

시현이가 위험해지기라도 하면 언제라도 달려들 준비를 하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판도라의 대가리를 벽돌로 찍어버리고 싶지만, 그런 모습을 보였다가는 시현오빠에게 미움을 받을지도 모른다.

일단 상황이 급박해지기 전까지는 최대한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기로 한다.

그러다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판도라의 멤버 중 혜민이라는 미친년이 시현이의 뺨을 향해 손지검을 날린 것이다.

급하게 주위를 돌아보는 세나.

마침 보이는 건 쇠파이프.

1 대 4의 숫자상 불리한 다구리 싸움에서는 무기를 드는 것이 현명하다.

한 손에는 호피 무늬 아기 고양이를.

다른 한 손에는 쇠파이를 쥔 세나가 쇠파이프로 지면을 긁으며 천천히 판도라와 유시현이 싸우고 있는 자리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드르르륵!

섬뜩한 소리가 지하주차장 안에 울려 퍼진다.

혹시라도 시현오빠가 다치기라도 했으면 최소한 저 판도라 년들 중 두, 세 명은 병원에서 휠체어 타고 다니게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의외의 상황이 발생했다.

혜민의 팔을 탁! 쳐낸 유시현이 오히려 반격을 해서 반대쪽 손으로 혜민의 뺨을 사정없이 갈겨버린 것이다.

쫘악!

시원한 사이다 같은 일격!

역시 세나가 선택한 남자 유시현은 보통 남자와는 달랐다.

하지만 여자와 남자는 힘 차이가 난다.

거기다가 혜민이라는 판도라 멤버들 중 리더는 전문적으로 복싱을 배운 듯 날렵한 움직임을 보여 준다.

“씨발, 너희 씨발년놈들은 오늘 죽었어.”

갑자기 방심한 상태에서 일격을 당한 혜민이 유시현의 복부를 노리고 주먹을 내지른다.

아마추어가 아니라 잘 훈련된 프로복서 같은 몸놀림이다.

손으로 가드해서 막아낸다고 해도 남자와 여자의 피지컬 차이가 너무 커서 그 충격이 온 몸으로 전해질 것이다.

‘역시 이대로는 안 되겠어. 비록 시현오빠에게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더라도 일단은 오빠를 구하는 게 우선이야.’

세나가 본격적으로 판도라 멤버들을 복날 개잡듯 잡아 족칠 채비를 마치고 쇠파이프를 질질 끌며 그들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드륵! 드르르르륵!

“고양이. 고양이는 눈 감아. 선혈이 낭자할지도 모르니까.”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