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4화 〉 얀데레 강세나와 데이트(5)
* * *
“야. 이 씨발년아. 쫄았냐? 왜? 직접 현피 뜨자니까, 오줌이 찔끔 나와? 아까처럼 싸가지 없게 쳐다 봐봐. 쳐다보라고. 이. 씨발년아!”
“그만 하시죠. 자꾸 이러면 저도 못 참습니다.”
세나가 정중하게 그만두라고 부탁한다.
물론 이 상황에서 정중하게 하지 말라고 부탁한다고 그만 둘 사람은 없다.
오히려 겁먹었다고 생각한 상대를 부추기는 일이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불광동 휘발유라 불리던 세나.
그녀가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왜 세나는 정중하게 부탁할까?
그건 바로 기름에 불붙이기.
“조까. 씨발년아. 못 참아? 네가 못 참아? 못 참으면 어쩔 건데? 썅년아. 현피 뜨자고. 개 같은 년아. 어! 야. 그리고 그 모자랑 마스크 뭐냐? 씨발년아. 네가 무슨 연예인이라도 되? 좆같이 못생겼으니까 가리고 다니는 거 맞지?”
처음에는 그냥 겁만 주려고 했는데, 찐따처럼 행동하는 세나의 태도에 점점 진심이 되어가는 금태양녀.
사실 고등학교 때.
이런 식으로 일진 놀이 하던 때가 그립기도 했는데, 무의식적으로 옛날 버릇이 나와 버린 것이다.
급식 일진놀이에 심취한 금태양녀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세나의 모자에 손을 올린다.
세나가 흠칫하며, 격양된 목소리로 말한다.
“모, 모자 건들지 마세요. 후회화기 싫으면.”
병신 찐따들이 보통 이런 식으로 반응하지.
고등학교 때의 기억을 되살리면 이건 찐따들이 마지막으로 반항 할 때의 멘트다.
어째 이 찐따년들은 레파토리가 바뀌지도 않네?
“건들지 마? 왜? 피부는 곰보에 얼굴은 개걸레라서? 어디 그 좆같은 낯짝 한 번 보자. 이 씨발년아.”
파앗!
세나가 피하기도 전에 금태양녀가 그녀의 모자를 벗겨서 한 손에 쥐었다.
그러자 급하게 얼굴을 가리는 세나.
“야. 뭐하냐. 얼굴 좀 제대로 보자고. 손 치워. 안 치워? 안 치우면 배때기에 펀치 들어간다. 자, 숫자 세는 거다. 한 대 맞을 때마다!”
“자, 잠깐! 알겠어. 손 치울게. 때리지 마.”
세나가 울먹거리는 말투로 천천히 얼굴에서 손을 뗐다.
....
...
..
.
손을 치우자 드러나는 얼굴.
눈처럼 하얀 투명한 피부에 붉은 머리.
그리고 보석 같이 아름다운 홍안의 눈동자.
마치 동화 속에나 존재하는 유럽의 귀족 공주같이 완벽한 모습에 망을 보던 카운터 알바녀가 자기도 모르게 소리쳤다.
“미, 미친!! 존나 예뻐. 씨발.”
금태양녀도 남자들을 홀릴 정도로 섹시한 얼굴이지만 세나에 비하면, 감히 옆에 서지도 못 할 정도의 현격한 미모의 격차.
세나의 옆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초라해지는 것 같다.
얼굴과 몸매.
모든 것에 압도당하자 더욱 분해진 금태양녀.
그녀가 질투심에 몸을 부르르 떨며 세나에게 소리친다.
“야! 얼굴 좀 예쁘다고 지금 사람 무시 하냐?”
그런 금태양녀를 차분하게 바라보며 강세나가 마스크를 벗는다.
마스크를 벗은 강세나의 얼굴.
마치 그리스의 미의 여신이라도 보는 것처럼 경이롭다.
완벽하게 조화로운 눈 코 입.
어떻게 저렇게 작은 얼굴에 보석 같이 반짝이는 완벽한 이목구비가 가능하지?
맹세컨대 그녀가 태어나서 본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웠다.
마치 평범한 사람들과는 존재자체가 달라 보인다.
마스크 때문에 예쁘게 보였거니 라고 생각했던 금태양녀의 일말의 자존심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열등감에 가득 찬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금태양녀.
세나는 하찮은 개미를 보는 눈빛으로 듯 지갑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서는 입에 물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금태양녀는 자신도 모르게 시녀처럼 세나의 담배에 불을 붙여 줄 뻔 했다.
틱. 틱!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공허한 보석같은 눈빛으로 금태양녀를 바라본다.
후우~!
맛깔나게 담배를 한 모금 빨아서는 담배연기를 금태양녀의 얼굴에 내 뱉은 세나.
“나. 사람 무시한 적 없는데?”
도도하면서 차가운 말투.
하지만 세나의 여신 같은 얼굴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
그리고 세나의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압도당해 자신도 모르게 ‘아. 그렇지. 나를 무시한 적은 없지.’ 라고 수긍할 뻔한 금태양녀.
물론 세나가 그 다음 말을 하기 전까지.
“사람 인척하는 오리 새끼 년은 무시한 적 있지만.”
“뭐! 오리!? 이 개 같은 년이!!!”
사실 금태양녀의 외모는 섹시하고 매력적이었지만, 살짝 오리처럼 입이 튀어나온 것이 그녀의 콤플렉스였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도 그녀의 별명은 오리.
물론 고등학교 이후로는 감히 그녀 앞에서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별명인 오리라고 부르는 겁 없는 년들은 없었지만.
그리고 금태양녀의 그런 치부이자 약점을 귀신같이 본능적으로 파고드는 세나였다.
“어디서 오리가 꽥꽥 거리네? 시끄럽게.”
세나의 오리 도발에 넘어간 금태양녀가 꽥! 소리쳤다.
“이 씨발년이!!!!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죽고 싶냐 진짜? 얼굴 좀 예쁘다고 찐따가 일진되는 거 아니다. 얼굴 갈아버리기 전에 아가리 닥쳐라.”
“그래? 그럼 해 보시던가? 소리만 지르지 말고. 입 튀어나와서 보기 안 좋으니까?”
세나가 금태양녀의 인내심의 끈을 날카로운 칼로 싹뚝 잘라 버렸다.
심지어 부모님도 장난으로라도 입 튀어나왔다는 말은 안하는데.
처음 본 더럽게 예쁜년에게 듣다니.
부들부들 떨리는 금태양녀의 손.
결국엔 그 손을 세나를 향해 휘두르고 말았다.
하지만 불광동 휘발유 강세나.
수많은 일진 패거리들을 단 혼자서, 주먹 하나로 굴복시킨 그녀다.
그런 세나에게 금태양녀의 손바닥은 슬로우 비디오처럼 느리게 보인다.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손찌검이었지만 피하지 않았다.
쫙!
세나의 뺨을 보기 좋게 후려갈긴 금태양녀의 손바닥.
‘뭐야. 기세만 좋지. 역시 별거 아니잖아!’
금태양녀가 우쭐한 얼굴로 세나를 바라본다.
이제 저 예쁜 얼굴로 질질 짜면서 잘 못했다고 무릎 꿇고 빌겠지.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하지만 세나의 아름다운 홍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 하기는 커녕 오히려 더 붉게 루비처럼 빛난다.
퉤!
화장실 바닥에 붉은 피가 섞인 침을 뱉은 세나.
“네가 먼저 쳤으니까 이제부터 쌍방 폭행이다. 알겠지?”
“뭐? 쌍방폭행?”
금태양녀가 어리둥정한 눈빛으로 세나를 바라본다.
뭐. 저런 독한년이 다 있지?
싸대기를 제대로 맞았는데, 쫄기는 커녕 오히려 사이코패스처럼 피식 웃고 있다.
마치 사냥을 기다리는 미친개처럼.
거기다가 쌍방폭행이라니.
분명히 폭행한 것 나 뿐·········
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다가오는 세나의 주먹.
“어? 어·· 어어!!!!”
제대로 반응하기도 전에 세나의 주먹이 정확하게 금태양녀의 왼쪽 눈을 가격했다.
쩌어억!
기우뚱하며 몸이 뒤로 넘어가는 금태양녀.
쩌억! 쩍!
세나가 빠르게 두 번 더 주먹을 날렸다.
털썩.
순식간에 화장실바닥에 고꾸라져 버린 금태양녀.
세나가 싱겁다는 듯이 조롱 섞인 말투로 말한다.
“뭐야. 얼굴 갈아버린다면서. 설마 벌써 끝난 거야? 겨우 이거 밖에 안 되면서, 오리같이 튀어나온 입을 놀린 건 아니지?”
오리. 튀어나온 입. 이라는 도발에 다시 힘겹게 일어선 금태양녀가 세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터억!
세나가 달려든 금태양 녀의 팔을 밀쳐냈다.
퍽!
그리고 뾰족하게 세운 엄지로 그녀의 턱 아래를 세차게 올려 찍었다.
“컥! 커흑!”
마지막으로 목을 부여잡은 금태양녀의 인중을 시원하게 올려쳤다.
쩌어어억!
상체를 구부렸던 금태양녀가 슬로우 모션처럼 고개를 들었다가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졌다.
완벽하고 깔끔하게 금태양녀가 세나에게 묵사발이 되었다.
“뭐야. 진짜. 오랜만에 몸 좀 풀려고 했는데.”
그러다 문 앞에서 망을 보던 카운터 알바녀를 발견한 세나.
세나가 쿡쿡 웃으며 혼잣말을 한다.
‘한 마리 더 있었네. 나랑 놀아 줄 샌드백이.’
“거기 문 앞에 서있는 씨발년. 너도 들어오지 그래? 네 친구 당했잖아. 복수안 해? 한 대는 그냥 맞아줄게. 그래야 쌍방폭행 되니까.”
고등학교 때부터 어쩔 수 없는 싸움으로 교무실을 이골 나게 끌려갔던 강세나다.
상대한테 맞는 것 보다 무서운 건 합의금.
돈이 없는 가난한 집안에서 자란 강세나는 일진은 두렵지 않았지만 돈은 무서웠다.
그런데.
이게 웬 걸?
대한민국의 법상으로 더 많이 때렸더라도 한 대라도 먼저 맞으면 쌍방폭행이 성립되어 합의금을 안 물어 줘도 된다.
그때부터 세나에게는 한 가지 버릇이 생겼다.
혹시 한 대도 안 맞고 싱겁게 끝나면 합의금 물어줘야 할 지 모르니까 먼저 한 대 맞고 시작하기. 그만큼 싸움에는 자신 있고 질 생각도 없는 강세나였다.
붉은 머리에 용광로처럼 타오르는 홍안.
거기다가 상대의 붉은 피까지 뒤집어쓴 채, 미친개처럼 일진들을 패고 다니는 세나.
그런 세나를 보고 아무도 저 싸이코 패스 년은 건들지 말라는 의미로 만들어진 별명.
그 것이 바로.
“서, 설마. 불광동 휘발유. 강. 세. 나?!!!”
몸이 근질거려 죽겠다는 붉은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세나를 알아본 카운터 알바생.
그녀가 세나를 알아보고는 놀라서 소리쳤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