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2화 〉 얀데레 강세나와 데이트(3)
* * *
“세나씨. 이 길로 계속 운전하면 막다른 골목인데요?”
“알고 있어요. 오빠. 걱정 말아요. 다 왔으니까.”
끼익!
차를 멈추자 시현 오빠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어? 여기는···”
“네. 오빠. 제가 PC방을 좋아해서요. 딱 한 시간만 게임하고 가요. 괜찮죠?”
“아··· 네. 그래요. 뭐, 저도 PC방 좋아해요.”
사실 시현 오빠의 최애 장소가 PC방 이라는 건 이미 모든 데이터 분석을 끝낸 상태였다.
얼마나 PC방을 좋아하면, 쉬는 날만 되면 PC방에서 시간을 보냈을까!
덕분에 시현 오빠와 나도 첫 만남이 이루어 질수 있었다.
PC방이 이루어준 인연이라고나 할까?
PC방만 열심히 다니면 SSS급 남자친구가 생긴다니.
여자들에게 있어서는 정말 꿈만 같은 스토리다.
드르륵!
“어서오세요!”
금발머리에 태닝한 년이 시현오빠를 보며 반갑게 인사를 한다.
검은색 모자에 마스크를 쓴 시현 오빠.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려도 타고난 귀티는 어쩔 수 없구나.
“오빠, 저기로 가요.”
시현 오빠를 데리고 미리 예약해 둔 자리로 간다.
“어. 여기 내가 항상 앉던 자리인데.”
시현 오빠의 PC방 지정좌석 77번.
이 자리를 미리 예약하기 위해 두 시간 전에 와서 돈만 내고 자리는 비워두었었다.
“정말요? 저는 78번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숫자라 예약한 건데.”
우연을 가장한 척 연기 해 본다.
원래 인연은 이런 사소한 것부터 시작한다니까.
자리에 앉은 시현 오빠가 PC방 메뉴 창을 연다.
지금 시각은 오후 2시20분.
시현 오빠의 평소 쿨타임을 볼 때 가장 배고플 시간이다.
시현 오빠의 하루 생체시간표는 모두 내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다.
“그러면, 오늘도 육개장에 삼각김밥을···”
시현오빠가 평소에 PC방에 오면 항상 시키는 최애 메뉴를 주문하려고 하는데.
“손님~ 주문하신 육개장 컵라면 두 개. 삼각 김밥 두 개. 그리고 오렌지 주스 두 개 나왔습니다.”
시현오빠가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자리에 앉자마자 PC방 알바생이 가져온 음식들을 바라본다.
“아. 오빠. 제가 배가 고파서 미리 시켜놨어요. 괜찮죠?”
“아··· 예. 저도 마침 배고팠는데.”
“네. 오빠 먼저 점심부터 먹고 ROL 해요.”
“어? 세나씨도 ROL할 줄 알아요? 아, 아니다. 남역세계니까 당연히 여자는 ROL은 기본으로 하겠구나.”
남역세계?
그게 뭐지?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육개장 사발면에 삼각김밥 먹기에 집중하는 시현 오빠.
후루루룩~!
복스럽게 면치기를 하는 시현 오빠.
하아, 라면 먹는 모습마저 너무 품위 있고 사랑스럽다.
이래서 사람들이 뉴튜브로 먹방 같은 걸 보는 걸까?
아니지.
이게 다 우리 시현 오빠니까 가능한 일이다.
시현오빠가 복스럽게 음식 먹는 것을 바라보는데, 발밑에서 갸르릉!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숙여 아래를 바라보니, 언제 따라왔는지 시나가 발밑에 있다.
“시나. 너는 언제 왔니? 차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으라니까. 치. 할 수 없네.”
배가 고픈지 시현 오빠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냐옹~! 거리며 침을 흘리고 있다.
배가 고픈가?
발밑에 있는 시나를 들어 올려서 무릎 위에 앉혔다.
“어? 시나야. 시나도 PC방에 왔어? 하긴 차에 있으면 답답할 테니.”
시현오빠도 내 무릎 위에 올라와 있는 시나를 발견하고는 다정하게 말한다.
“시나야. 배고파?”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우유를 하나 가지고 돌아왔다.
“시나야. 우유 먹자.”
우유를 손등에 묻혀서 시나의 입가에 내민다.
시나가 킁킁~! 냄새를 몇 번 맡더니 고개를 획 돌려 버리고 만다.
“응? 시나가 왜 이러지? 배가 고픈 게 아닌가?”
시현 오빠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아, 그게 아니라요. 오빠. 이거. 줘 보세요.”
시현 오빠의 손 등에 우유 대신 오렌지 주스를 살짝 적셔주었다.
“어? 오렌지 주스를? 아기 고양이가?”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오렌지주스가 묻은 손등을 시나에게 내민다.
“냐오옹~! 고르릉. 갸르릉~!”
즉각 반응을 보이며 시현 오빠의 백옥같은 손등에 묻은 오렌지주스를 맛있게 핥는 시나.
그 모습이 신기한지 시현 오빠가 나에게 말한다.
“와! 시나는 우유 대신 오렌지 주스를 먹어요? 취향 한 번 특이하네. 어?”
다시 무언가가 생각 난 듯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시현 오빠.
‘아, 아닌데. 며칠 전 까지만 해도 우유 맛있게 먹었는데.’
그거는 시나가 오렌지 주스 안마시면 원산폭격 당하기 전 얘기에요 오빠.
오빠는 남자라서 군대를 안 가서 잘 모르겠지만.
원래 사람이든 고양이든 개처럼 구르면 음식 취향 바뀌는 것 따위야 일도 아니랍니다.
허겁지겁 오렌지주스를 먹어치운 시나.
그런 시나를 늦게 발견한 PC방 알바생.
“저기요. 손님. 죄송하지만 PC방은 애완동물은 출입 금지에요. 그러니까 어서 내보내···”
건방진 PC방 알바생이 말을 다 끝마치기도 전에, 시현 오빠가 강아지 같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아. 죄송합니다. 그런데 아기 고양이를 혼자 차에 둘 수가 없어서, 어떻게 좀 안 될까요?”
시현오빠의 밤하늘의 은하수 같은 눈빛.
그런 눈빛을 제대로 마주하고 거절 할 수 있는 여자는 세상은 없다.
“아, 네? 네!!! 그, 그럼요! 아기 고양이를 혼자 둘 수는 없죠. 저 동물한테 그렇게 매몰찬 여자 아니에요. 오빠. 혹시 필요한 것 있으면 언제든 말 해 주세요. 알겠죠?”
뭐야. 이 미친년이.
감히 내가 바로 옆자리에 떡하니 앉아 있는데, 감히 우리 시현오빠한테 꼬리를 쳐!
한예슬, 미유키 만으로도 스트레스 받는데.
어디 PC방 알바 금태양 듣보잡년까지!
이건 인정 못하지.
부들부들....
오렌지주스를 잡고 있는 손이 떨린다.
하지만 시현 오빠는 내 마음도 모르고 PC방 알바 금태양년에게 살인 미소를 날린다.
“아. 정말요?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오.빠. 혹시 더 필요한 거 있으시면 언제든 불러주세요~ 제 이름은···”
PC방 알바년이 쓸모도 없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시현오빠에게 TMI하려한다.
이 미친년이 진짜!
“저기요! 알겠으니까. 이제 그만 가시죠. 게임에 방해되니까.”
차가운 눈빛을 날리며 PC방 알바 금태양년을 쏘아 보았다.
그런데 이 금태양년도 좀 놀던 년인지 내 눈빛을 피하지 않고 맞받아친다.
“피, 아직 게임도 안하면서. 까칠하기는. 알겠어요.”
싸가지 없는 양아치 년 같으니라고 제대로 교육 한 번 시켜줘야겠는데?
“세나씨.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갑자기 훅 존잘 얼굴 들이미는 시현 오빠.
아니, 오빠!
그렇게 귀여운 얼굴을 갑자기 들이밀면 어떡해요.
심장 멈출 뻔 했잖아요!
“아, 오빠. 아니에요.”
“네. 세나씨는 아직 라면이랑 삼각김밥 다 안 먹었네요? 인터넷 하고 있을 테니 다 먹으면 말 해줘요. 같이 ROL 한 판 해요.”
“ROL이요? 네. 좋아요. 오빠.”
“세나씨는 ROL에서 포지션이 뭐에요? 저는 주로 TOP 가는데.”
당연히 시현 오빠가 TOP을 좋아하는 건 알고 있다.
물론 우리 오빠는 실버 치고는 ROL을 잘하는 건 알고 있지만 제발 TOP 틴모는···
아무리 내가 시현 오빠를 어머니 같은 마음으로 무한사랑 한다지만.
사람에게는 한계라는 것이 있다.
틴모가 TOP에서 상대팀에게 개 썰리고.
깔짝깔짝 거리면서 헤헤헷! 웃고 다니는 걸 보면 나도 모르게 주먹이 불끈 쥐어진다.
“아. 오빠는 탑 좋아하시는 구나. 저는 미드 주로해요. 오빠.”
“세나씨는 미드? 좋아요. 콜.”
좋아, 오늘 미드 마이로 캐리해서 시현 오빠한테 잊지 못 할 추억을 만들어 줘야지.
후루르륵!
시현 오빠와 같이 ROL 할 생각에 들떠서 재빨리 라면을 먹어 치웠다.
그리고 화장실에 가는데 카운터에서 알바생들끼리 떠드는 목소리가 들린다.
“미친년아. 쟤 77번 자리 그 귀요미 맞다니까.”
“77번 귀요미 아니다에 가슴 양 쪽 다 건다.”
“뭐래? 내가 가까이에서 봤다니까. 아, 진짜.”
“자신 있으면 너도 젖가슴 걸면 되잖아. 양아치년아.”
“지랄한다. A컵 가슴은 안 받거든요. 차라리 돈을 걸어 이 미친년아.”
“지금 국민가슴 A컵 무시 하냐? 너도 뽕 없으면, A컵이야.. 가슴 부심 쩌내? 뽕발이면서”
“뭔 개소리야. 나는 뽕 빼도, B는 되거든? 그나저나···”
“그나저나 뭐?”
둘이 티격태격 하다가 내가 옆을 스쳐지나가자 금태양년 PC방 알바년이 카운터 알바년한테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야. 저년 졸라 재수 없지 않냐? 내가 77번한테 작업 좀 걸었더니 바로 차단 들어오더라.”
“아. 쟤가 77번이랑 같이 온 년이야?”
내 뒷모습을 유심히 보더니 금태양년에게 속삭인다.
“뭐 너랑은 몸매는 좀 하는데? 나올 때 나오고 들어갈 때 들어가고”
“미친. 좀 하긴 뭘 해? 내가 훨씬 더 섹시하지.”
“섹시하긴. 피부만 태닝하면 다 섹시하냐? 몸매부터 쟤가 압도적 감사인데 무슨. 남자들이 좋아 죽는다는 미사일 가슴 이네. 보니까? 가슴 존나 화나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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