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9화 〉 서유리 100% 조교 완료(final)
* * *
“원래는 제가 결정해야 할 사항이지만. 서유리씨가 파이널 테스트를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했으니····”
마지막 남은 칵테일을 모두 들이킨 후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자신의 운명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도록 하죠. 그럼, 먼저 가 볼게요.”
의자에 걸어 두었던 겉옷을 걸치고는 서유리가 고민 할 시간을 주기위해 자리를 떠나는데.
지금까지 들어 본 적 없는, 서유리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린다.
“남녀가 역전된 세계의 서유리에게 몸을 주게 되면.”
그녀의 목소리에 이끌려 뒤를 돌아 서유리를 바라본다.
강렬하고 진실 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서유리.
지금 까지 내가 알던 서유리와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깨끗하고 흔들림 없는 눈빛.
이것이 바로 100% 조교되어 갱생된 서유리인가?
“제 기억은 사라져도. 주인님을 계속 볼 수는 있겠죠?”
그제야.
나는 서유리가 이전까지의 자신만 생각하던 이기적인 서유리가 아님을 확신했다.
자신의 생사 보다.
나를 다시 볼 수 없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다니.
나를 향한 서유리의 마음에 처음으로 마음이 흔들린다.
나는 그녀를 향해 처음으로 순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마도요.........”
천천히 꺼져가는 Jesus 칵테일 bar의 조명.
그 안에서 과연 서유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아마도 Jesus만이 답을 알고 계시겠지.
* * *
Jesus 칵테일 bar에서 나온 서유리.
그녀는 이미 결정을 내렸는지, 눈빛에 단호함이 느껴진다.
시간은 이미 늦은 새벽.
택시에서 내린 서유리가 그녀가 살고 있는 빌라로 걸어간다.
딸칵!
아파트 문을 열자 보이는 익숙한 풍경.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 와 처음으로 혼자 살게 된 자취방이다.
외투를 벗고 마른 목을 축이기 위해 냉장고 문을 여는데.
온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곤두 설 정도로 싸늘한 느낌이 든다.
천천히 뒤를 돌아보는 서유리.
그리고···
..
.
그녀가 뒤를 볼아 본 곳에는.
시퍼런 부엌칼을 들고 서 있는 또 다른 서유리.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 * * * *
(유시현의 집)
‘하아. 이거 생각보다 서유리와 늦게까지 같이 있었네.’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었더니 어느덧 시간은 새벽 3시에 가깝다.
세나와 만나기로 한 시간은 오후 1시.
아직 시간 여유는 있지만, 아침부터 움직인 탓에 온 몸이 피곤하다.
‘미유키는 괜찮을까?’
마음 같아서는 걱정되어 지금 당장이라도 미유키에게 전화를 걸고 싶다.
하지만 이노우에 아저씨의 부탁대로 일단은 기다리기로 한다.
‘도대체 그 은발의 실눈 자식은 누구이기에 나를 죽이려 했을까?’
남녀역전 세계에서 여자도 아닌 남자가 나를 죽이려 했다.
그렇다면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원래 세계에서 온 살인청부 업자일 확률이 크다.
풀리지 않는 의문.
목숨이 걸린 문제인 만큼 쉽게 잊히지 않는다.
드르르륵!
고민을 하고 있는데,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혹시 미유키가!’
다급하게 핸드폰을 확인한다.
그러나 카통을 보낸 사람은 미유키가 아니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그녀.
[한예슬: 오빠···]
예슬이의 카통을 보자 다시 마음이 답답하고 아파온다.
하지만 이미 나에게 이별을 말한 그녀다.
거기에다가 Z드래곤과 스캔들까지.
쉽게 답장을 할 수 없다.
하아···
예슬이에게는 차이고. 미유키는 나 대신에 부상을 입고.
마음이 심란한 하루다.
머리가 아파와 베개에 얼굴을 묻고 잠시 눈을 감는다.
피곤에 지쳐 그대로 스르륵 잠이 든다.
그렇게 다사다난 했던 하루가 끝나간다.
* * *
눈을 떴다.
지금 보이는 곳은 현란한 네온사인이 쏟아지는 도심 속 한 가운데.
‘내가 왜 이런 곳에? 분명히 집에서 잠들었는데.’
의문이 들었지만 곧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 지지 않는다.
느끼고 생각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지금 이 곳은 다시 예지몽 속인 것이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눈을 감고 호흡을 고르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예전의 예지몽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눈을 감고 있어도 보이는 것 같고.
주위를 기울이지 않아도 미세한 소리마저 들린다.
그야말로 모든 오감이 열려있는 상태.
슉!
열린 오감 사이로 날카로운 물체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린다.
마치 하늘을 나는 새처럼 자유롭게 공중제비를 돌며 물체를 피해낸다.
챙강!
날카로운 물체는 건물 벽에 맞아 파열음을 내며 바닥으로 떨어진다.
날카로운 물체의 정체는 날카롭게 날이 선 수리검.
생각할 겨를이 없다.
또 다시 들려오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
슉! 슈! 슉!
이번에는 세 개의 수리검이 동시에 덮쳐온다.
파바밧!
제자리에서 회전을 하며 미세한 차이로 세 개의 수리검을 피해낸다.
그리고.
허리에 차고 있던 단도를 꺼내든다.
백수의 왕 호랑이가 새겨진 단도.
미유키와 시장에서 샀던 바로 그 커플단도다.
파랗게 예기가 서린 단도가 달빛을 받아 아름답게 반짝 거린다.
단도를 손에 쥔 손.
마치 하루도 빼지 않고 이 단도를 쥐었던 것처럼 익숙하다.
쏟아지는 네온사인을 받으며 건물 위를 달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건물의 끝에서 5M는 떨어져 보이는 다음 건물을 향해 날아오른다.
빠르게 스쳐가는 도심의 풍경.
그리고 그 끝에는.
푹!
손끝에 전해지는 살아 있던 생명의 불씨가 꺼져가는 느낌.
단도는 정확하게 수리검을 던진 상대의 심장을 꽤 뚫었다.
살인을 했음에도 마음의 동요는 없다.
단도를 비틀어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시체에서 거둬들인다.
하지만 단도를 걷어 들임과 동시에, 날카로운 살기가 덮쳐온다.
챙!
바로 단도를 등 뒤로 돌려, 살기가 가득 담긴 검을 쳐낸다.
지잉!
간신히 상대의 검을 쳐내기는 했지만, 손이 저릴 정도로 떨려온다.
후우우웅~!
건물 위로 불어오는 여름 바람.
네온사인이 별빛처럼 흩날린다.
“드디어 본인이 왔군.”
내 입에서 나온 목소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차갑다.
깊게 후드를 눌러 쓴 상대는 대답 대신 검을 치켜들고 나를 겨눈다.
달빛에 파랗게 빛나는 아름다운 단검.
그 단검에는.
신비로운 전설의 동물 주작이 지금 당장이라도 날아오를 듯 새겨져 있다.
그리고 그 단검을 보는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저 단검은.
바로 미유키의 단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설마.
지금 나에게 살기를 내뿜으며 검을 겨누고 있는 상대는 미유키!
믿을 수 없는 사실이다
휘이잉~!
다시 불어오는 여름의 밤바람.
나에게 단검을 겨눈 상대의 후드가 밤하늘 위로 펄럭이며 날리기 시작한다.
‘확인해야 해.’
확장된 오감을 사용해 상대의 얼굴을 확인하려는 순간.
갑자기 세상이 환하게 밝아져 온다.
뜨겁게 내려 찌는 햇살.
그리고 다시 허물어지듯 무너져가는 꿈속의 공간.
그렇게 나는 다시 자각몽에서 깨어나 현실 세계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 * *
결정적인 순간 마다 자각몽에서 깨어난다.
평소보다 더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침대에서 눈을 뜬다.
‘몇 시 길래 이렇게 햇살이 강한거야.’
한 손으로는 눈을 가리고 다른 손으로는 핸드폰을 집는다.
[12시 20분]
뭐! 12시 20분!!
놀라서 정신이 번쩍 든다.
어제는 너무 많은 사건들이 있어서 피곤했는지, 무려 8시간을 꿀잠을 자고 만 것이다.
재빨리 침대에서 일어나 샤워를 하고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세나와 만나기로 한 시간이 오후 1시인데.
아무리 빨리 준비해도 그 시간에는 절대 못 맞춘다.
부모님에게 약속 시간을 지키는 것은 기본이다! 라는 가르침을 받고 자랐다.
허둥지둥 어떻게든 약속 시간에 늦지 않게 최선을 다해 본다.
드르르륵!
그런데 그 때 책상 위에서 울리는 핸드폰 진동 소리.
재빨리 확인 해 본다.
[세나: 오빠, 미안해요. 저 늦잠 자서 늦을 것 같아요. 우리 2시에 봐도 괜찮아요?]
하아···
다행이다.
세나도 피곤해서 오늘 늦잠을 잤나보다.
하긴 일요일이니까.
[나: 괜찮아요. 세나씨. 그럼 2시에 봐요.]
[세나: 네. 미안해요. 오빠. 아, 그리고! 오빠. 마침 오빠 동네 가까운 곳이라 픽업할게요!]
응? 세나 방금 전에 늦잠 잤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우리 동네 근처라고?
뭔가 이상하지만, 픽업 와주면 고맙기는 하지.
[나: 알겠어요. 세나씨. 그럼 두 시에··]
[세나: 그럼 두 시에 오빠네 아파트 711에서 봐요. 늦어서 미안해요.]
[나: 괜찮아요. 세나씨. 이따 봐요]
711이면 바로 우리 아파트 앞이다.
그야말로 핵이득.
그런데.
세나한테 내가 어디 사는지 얘기 했던가?
했었나?
요즘 들어 너무 많은 일을 겪다보니, 내가 한 말도 잘 기억이 안 나긴 한다.
어찌 되었든 시간적 여유가 생겼으니, 마음이 편해졌다.
오늘은 세미정장 스타일로 스타일링을 하고, 컴퓨터를 켰다.
[화제의 그룹. 블랙블루 전격 데뷔!]
당연히 눈에 들어 올 수밖에 없는 기사제목이다.
마우스를 내리며 확인해 보니 대부분 블랙블루에 관한 기사로 도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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