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1화 〉 서유리 100% 조교 완료(6)
* * *
“해 봐! 어디 할 수 있으면.”
사실 남녀가 역전된 세계로 빙의 된 후 힘이라면 나도 자신 있다.
183cm 미터의 키와 운동으로 다져진 몸에서 나오는 괴력.
남녀가 역전된 세계에서 마음에 드는 것 한 가지는 바로 나의 물리적인 능력이 원래 세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향상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주인님에게 주제도 모르고 덤볐다가 복날의 개처럼 얻어맞고, 밧줄에 온 몸을 구속당한 채 온갖 수치스러운 일을 겪기는 했지만.
그건 주인님의 능력이 남녀가 역전된 세계에서 남자의 한계를 벗어낫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지금 나 정도의 피지컬이라면, 키도 작고 젓가락처럼 말라비틀어진 남녀가 역전된 세계의 남자 알바생들 몇 명 정도와 붙는다고 해도 무서울 것 하나 없다.
“정말이죠? 후회 없죠? 저 여자분이 원하는 거니까, 시현 오빠도 방해하지 말아주세요. 알겠죠?”
이수연 여우같은 년이 감히 주인님을 시현오빠라고 부르고 있다.
질투가 나서 피가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그런데 당연히 이수연을 말리며 나를 도와줄 줄 알았던 주인님이 침묵을 지키며 나를 바라본다.
뭔가 이상하다.
이건 분명 주인님의 충실한 노예로서의 능력을 증명하는 final test.
주인님에게 무언가 내가 모르는 숨은 큰 뜻이 있는 것 같다.
“여기요. 손님이 난동 피우는데, 밖으로 정중히 좀 모셔드리겠어요?”
이수연이 외치자, 검은 그림자들이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런데···
어. 이거 뭐야!
당연히 비실비실한 남자 알바생들이 나타날 줄 알았는데, 정작 내 눈 앞에 보이기 시작하는 건 닭 가슴살과 고구마로만 생명을 연장할 것 같은 근육질 헬창 언니들이다.
아, 아니.
이건 애반데?!!
키도 나보다 크고, 몸도 더 다부지다.
보아하니 칵테일 bar 안은 호리호리한 남자 알바생들이 손님들을 접대하고, 진상손님은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헬창 언니들이 관리하나 보다.
꿀꺽.
나도 모르게 마른침이 넘어간다.
주인님. 저 어떡하죠? 보지 된 것 같아요.
“자, 우리 알바 언니들 왔는데. 어떡할래요? 제 발로 나갈래요? 아니면 언니들한테 실려서 나갈래요?”
이것이야 말로 진퇴양난.
이대로 꼬리 내리고 스스로 나가면, 보나마나 주인님의 첫 번째 노예가 되기 위한 파이널 test는 불합격.
온 몸에 식은땀이 흐른다.
그 때, 시현 주인님이 나를 보며 무언가 힌트를 주신다.
주인님이 내 머리를 가리킨다.
머리?
주인님이 내게 무엇을 원하는 거지?
더 미친 척 하라는 건가?
아, 아닌데.
머리를.....?
주인님이 손가락으로 회전시키는 제스처를 취한다.
돌리라고?
아, 아니. 머리를 써서 해결하라고!
그제야 ok 싸인을 보내는 시현 주인님.
그렇다!
이제야 주인님의 깊은 뜻을 알았다.
사실 남녀가 역전되기 전의 나는 누구나 다 아는 잔머리 여우로 통할정도로 머리를 잘 굴렸었다. 그런데, 남녀가 역전된 세계로 빙의 된 후에는, 업그레이드 된 피지컬만 믿고 머리 굴리는 것을 게을리 한 것이다.
그리고 주인님은 그런 약점을 보완하는 것을 final test 과제로 내 준 거다.
한 마디로 몸이 여포가 되었다고, 지능까지 무식한 여포가 되지 말라는 주인님의 큰 뜻인 것이다.
사실 요즘 들어서 무슨 문제만 생기면, 피지컬을 믿고 힘으로만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나보다 더 강한 헬창 언니들을 만나거나 일 대 다수의 적을 만났을 때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그러니까, 잘 생각해 보자.
분명히 저 이수연 년에게는 약점이 있다.
그러니까 머리를 잘 굴려서 그 약점을 파고들어야 한다.
* * * * *
“자, 잠깐!!!!”
나를 향해 곧 달려들 것 같은 헬창언니들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왜요? 힘으로 해결하자면서? 이제 와서 우리 언니들 보니까, 뭔가 잘 못 된 거 같아? 그러게 자신 없으면 찌그러져 있지. 뭔데 남자 앞에서 가오 잡는다고 힘자랑인데?”
“그게 아니라. 우리 다 같은 지성인인데 말로 해결 할 수 있는 건 말로 해결해야죠. 무식하게 현피 뜨기 전에 일단 대화로 좀 풀어 봐요.”
내가 원래 살 던 곳에서 페미니스트가 자주 쓰는.
상황이 유리 할 때는 힘으로 밀어 붙이고, 상황이 불리 할 때는 싸우는 건 무식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대화로 풀어 보자라는 작전을 펼쳐 본다.
일명 페미니스트 전형적인 꼬리 내리기 작전이다.
꼬리 내리기 작전은.
예를 들어 직진인데 우회전해서 차 사고가 났을 때, 누가 운전했는지를 살피고.
상대편 운전자가 옆에 타고 있는 남자친구 보다 허약해 보이면, 적반하장으로 강하게 밀고 나간다.
‘야! 누가 운전을 그 따위로 하래? 우리 남친이 3 대 500 치는데, 한 번 뒤지게 맞아 볼래! 비오는 날 먼지나도록 맞기 싫으면 꺼져라.’
하지만 의외로 그 허약해 보이던 남자가 윗도리를 벗으니 온 몸이 문신으로 가득 한 조폭이라던가, MMA 파이터 라던가 하면.
그때는 급격하게 꼬리를 내리며.
‘저기요! 무식하게 무슨 현피에요. 급식도 아니고. 법으로 해요. 법으로.’
라며 갑자기 말을 바꾸는 작전이다.
그리고 이 작전은 이수연에게도 먹혀들었다.
“대화로 하자고? 그래. 할 말 있으면 해 봐. 쫓겨나기 전에 들어는 줄게.”
뒤에 헬창 언니들이 버티고 서 있자 기고만장한 이수연.
눈동자를 슬슬슬 굴리며 어떻게 이 상황을 유혈충돌 없이 타파 할지 잔머리를 굴려 본다.
“그러니까. 언니. 사실 말이죠. 이게 언니 가게인 건 알겠는데. 그래도 저도 손님인데, 제가 크게 소란을 피운 것도 없는데, 손님을 이렇게 쫓아내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소란 피운 거 없다니요. 제 손가락 막 걸고. 소리 지르고 했잖아요. 그리고 저보다 나이도 많은 것 같은데 왜 언니라고 불러요? 징그럽게.”
“아이 진짜. 그냥 저보다 돈 많으면 다 언니죠. 언니, 그리고 제가 손가락 걸고 막 그런 건, 언니랑 친해지고 싶어서 그런 건데. 언니가 오해하셨나 보다. 호호호.”
180도로 태도를 바꾸어서 능구렁이처럼 아부하며 이수연에게 친한 척 하기 시작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이수연도 조금은 기분이 풀어진 것 같다.
“그건 그렇다 치고. 나한테 소리치고 여우 같은 년이라고 욕한 건 맞잖아.”
“그거야. 제가 시현오빠를 너무너무 좋아하는데, 너무 예쁘고 돈 많은 부자 언니가 막 들이 대니까 조바심 나서 그런 거죠.”
“하아. 진짜 할 수 없네.”
싸움에서 진 개 마냥 꼬리를 말고 바짝 수그리고 들어오자, 이수연도 할 수 없다는 듯이 내 사과를 받아 준다.
“이제야 주제 파악 좀 했나 보네. 그래요. 불쌍해서 봐줄게, 고개 바짝 숙이고 들어오면 뭐. 나도. 어쩔 수 없지. 그건 알겠으니까, 이제부터 우리 시현 오빠랑 나 사이에 끼어들어서 방해나 하지 말아요. 거치적거리니까.”
나를 완전히 제압했다고 생각했는지, 그렇게 말하며 뒤 돌아서는 이수연.
하지만 원래 방심할 때가 가장 엿 먹이기 좋은 순간이다.
"그런데 말이죠. 언니?”
“아. 또 왜? 사람 귀찮게 진짜.”
짜증을 내며 나를 향해 뒤돌아보는 이수연.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인다.
“그런데 사장언니. 언니가 돈도 많고 힘 센 헬창 언니들도 많이 알고 해서, 나도 친해지고 싶은데. 아무리 그래도 여자랑 같이 온 남자 손님한테 개념 없이 대놓고 작업 걸어도 되는 거예요?”
“뭐? 지금 뭐라고 그랬어?”
꼬리를 잔뜩 말고 있던 개새끼가 갑자기 팩트로 주인을 조지기 시작한다.
이수연이 당황해서 커진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어머. 언니. 왜요? 제가 틀린 말 했어요? 그리고 언니. 손님한테 막 그렇게 반말해도 되는 거예요? 제가 나이도 더 많은 것 같은데요? 저는 꼬박꼬박 존댓말 써 드리고 있는데. 설마, 남자 꼬시는 거 방해했다고, 손님을 막 헬창 언니들 시켜서 쫓아내려는 것 아니죠?”
“이게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사람을 가지고 놀아? 언니들!”
이수연이 뒤에 서 있는 헬창 언니들을 바라보며, 축객령을 내리려한다.
하지만 나는 당연히 준비가 되어 있다.
“어머, 언니. 이것 봐 언니 화면 발 잘 받는다. 인사라도 좀 해 줘요. 이거 제 뉴튜브에 실시간 방송 중인데요. 지금 제목은 Jesus bar 예쁜 20대 사장님과 한 잔? 인데, 이거 제목을. Jesus bar 예쁜 20대 사장님이 같이 온 오빠한테 꼬리쳐요~ 누가 좀 조언 좀 해주세요. 라고 바꾸면 시청자 수 많이 늘 것 같지 않아요?”
핸드폰을 들어 보이며 뉴튜브 개인 방송에 찍히고 있는 이수연의 얼굴을 보여준다.
당황해서 얼굴이 시퍼렇게 질린 이수연.
가게 이름까지 오픈 된 상황인데, 불안하겠지?
“이, 이거 언제부터 촬영한 거예요?”
“글쎄요. 언니가 저 우람한 덩치의 언니들 불렀을 때부터요?”
한 마디로 내가 이수연을 불여우라 욕하고 소리쳤던 불리한 상황은 모두 방송에 담겨있지 않다. 오직 나보다 나이도 어린 이수연이 반말 하면서, 시현 오빠 꼬시는 거 방해하지 말라고 하는 장면들만 방송에 담겨있다.
한 마디로 이수연에게 불리한 최악의 상황만 화면에 담겨있다.
“언니. 언니들도 화면 보면서 한 번 웃어줘요~ 몸 진짜 좋다. 언니들!”
이번에는 핸드폰으로 헬창 알바 언니들을 비추자, 헬창 알바 언니들이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도망간다. 그제야 완벽하게 당했다는 것 을 파악 한 이수연이 이빨을 으드득. 갈며 나를 노려본다.
“언니. 얼굴 펴요. 예쁜 얼굴 다 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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