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4화 〉 미유키와 데이트(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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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과장대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보기에는 화려하지 않지만 그 스시 하나하나가 담고 있는 깊은 맛 때문에 한 점 베어 물 때마다 신세계를 경험한다.
“나이도 어리신데, 음식 맛을 정확히 표현하시네요. 좋은 미각을 가졌어요.”
일본 최고의 스시장인에게 칭찬을 받다니.
왠지 모르게 흐뭇하다.
“그렇죠. 우리 오빠가 요리도 잘하고 맛 평가도 잘해요. 지로상도 우리 오빠의 감칠맛나는 요리를 한 번 먹으면 헤어 나오기 힘드실 걸요!”
미유키가 자랑 하 듯 감히 스시장인 앞에서 내 애송이 요리를 자랑한다.
나는 재빨리 손으로 미유키의 입을 막으며 부끄러워 고개를 숙인다.
그런 모습을 보며 웃음 짓는 스시장인 지로 할아버지.
“두 분은 서로 좋아하는 사이인 거죠? 참 부럽네요. 저도 그럴 때가 있었는데······”
마치 옛날.
젊었을 적 나누던 달콤한 연애 기억이라도 떠오른 듯 아련한 표정을 짓는 지로 할아버지.
흘러나오는 옛 노래도.
음식을 예술품처럼 정성들여 만드는 스시 장인 할아버지도.
모든 분위기가 따뜻한 온기로 가득 찬 공간이다.
명품 레스토랑은 꼭 음식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 레스토랑만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 역시, 최고의 식당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조건인 것이다. 비록 작지만 따뜻한 스시 가게 안에서 미소녀 미유키와 최고의 만찬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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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정도의 스시 정식 오마카세가 끝나고 자리를 테이블로 옮겨 디저트로 메론과 차를 마시며 미유키와 얘기를 나눈다.
작지만 프라이빗 한 공간 때문인지 미유키와 편안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오빠. 이제 제가 오빠랑 가고 싶었던 곳은 한 곳만 빼고 다 간 것 같아요. 오늘 어땠어요. 오빠?”
“글쎄. 하루에 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신없고, 바쁘고. 그리고········”
초조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미유키.
그녀가 계획한 첫 데이트인 만큼 긴장되나 보다.
“그리고, 미유키와 함께해서 평생 기억에 남을 시간이었던 것 같아.”
“정말요?”
그녀와 함께해서 좋았다는 말에 환한 표정으로 미소 짓는 미유키.
나는 그녀의 미소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정말 다행이에요. 거의 납치하다시피 해서 오빠를 일본으로 데리고 왔는데, 혹시 별로였어! 라는 말이 오빠 입에서 나올까봐 얼마나 가슴 졸였는데요. 아, 진짜 다행이다!”
고작 나 따위가 하는 말에 이렇게 까지 재벌가의 손녀에 미소녀인 미유키가 마음을 졸였다니. 얼마나 미유키가 나를 마음 속 깊이 중요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오빠. 그럼 이제 후식도 다 먹었고, 우리 가요. 미유키가 오빠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곳이 있어요. 그리고 오빠에게 하고 싶은 말도 있고요.”
“응? 나에게 하고 싶은 말? 그게 뭔데?”
“그, 그건······”
고개를 숙이며 발그레진 얼굴로 어쩔 줄 몰라 하는 미유키.
“모, 몰라요! 그 곳에 가면 말 할 게요!”
그렇게 말하며 자연스럽게 내 손을 잡는다.
무슨 말 이기에 이렇게 수줍어하는 거지?
이제는 미유키의 하얗고 고운 손을 잡고 걷는 것도 익숙해 졌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지금은 미유키의 손을 잡고 있는 것이 편하다.
아니 오히려 미유키와 함께 걸으면서 손을 잡고 있지 않으면 허전하기 까지 하다.
“알겠어. 미유키. 그럼 미유키가 꼭 하고 싶다는 말은 그 곳에서 해. 대신에 우리가 어디 가는지는 알려 줄 수 있어?”
미유키가 나를 토끼같이 큰 눈으로 응시한다.
너무나 크고 맑은 미유키의 눈.
마치 밤하늘의 은하수 같다.
“네. 오빠. 지금 우리가 가는 곳은 도쿄에서 가장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는 곳. 모리타워 전망대에요. 사실 무리해서 오빠를 일본까지 데리고 온 것은. 오빠랑 같이 모리타워에서 도쿄의 야경을 보며··· 보며········”
또 갑자기 부끄러워하는 미유키.
그래, 적어도 어디 가는지 알았으니까, 미유키가 하고 싶다는 말은 모리타워에 가서 듣자.
“알겠어. 미유키. 무리해서 말 할 필요 없어. 그럼 빨리 가자. 이노우에 아저씨도 밖에서 기다리시느라 힘드실 테니.”
“네. 오빠!”
그렇게 미유키와 대화를 나누고 스키야바시 지로에서 나오자, 이노우에 아저씨가 우리를 반긴다.
“아가씨. 도련님. 식사는 맛있게 하셨습니까?”
“네. 이노우에 아저씨.”
미유키가 빙긋 웃으며 말하자, 이노우에 아저씨가 미소를 짓는다.
“아가씨가 이렇게 밝게 웃는 모습은 정말 오랜만이군요! 도련님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으셔서, 이 이노우에도 행복합니다.”
역시 이노우에 아저씨는 얼굴만 험악하지, 마음은 참 따뜻한 상남자다.
“아저씨도 참. 미유키 부끄럽게······· 그 것보다, 오빠랑 모리타워에 갈 거니까, 이노우에 아저씨는 미리 모리타워에 가서 준비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확인 좀 부탁드려요.”
“네? 아가씨. 그건 부하녀석들이 알아서 하고 있을 텐데요. 저 이노우에는 미유키 아가씨를 지켜야 하는 것이 우선인지라 한 시라도 아가씨 곁을 떠날 수 없······”
라고 말하는 이노우에 아저씨의 귀에 대고 미유키가 작게 속삭인다.
“아저씨. 오빠랑 단 둘이 평범하게 거리를 좀 걷고 싶어서 그래요. 이번만 한번만 부탁드려요. 네~!”
이노우에 아저씨가 미유키를 모시고 나서 처음으로 보는 천진난만한 행복한 미소와 애교.
차마 그녀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알겠습니다. 아가씨. 하지만, 조심하셔야 합니다. 특히 도쿄에서는 언제 아가씨를 노리는 암살자 녀석들이 언제 갑자기 튀어나올지 모르니까요. 요즘 사장님이 하시는 사업이······”
라고 말하며 나를 바라보더니, 목소리를 죽인다.
아무래도 내가 들으면 곤란한 사업이기라도 한가보다.
“걱정 말아요. 아저씨. 저 못 믿으세요? 아직 이노우에 아저씨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저 하나 쯤은 방어 할 수 있어요.”
“그것도 그렇긴 하지만········”
워낙에 미유키가 어렸을 때부터 그녀를 모셔온 이노우에 아저씨이기에, 이미 미유키의 무술 실력이 그녀 한 몸 지키는 데는 충분한 것을 알지만 물가에 내 놓은 어린아이 마냥 불안하다.
“자! 빨리 가세요. 아저씨. 시간 많지 않거든요.”
“알겠습니다. 아가씨. 그럼 모리타워에서 뵙겠습니다.”
불안한 듯 뒤를 몇 차례나 돌아보던 이노우에 아저씨가 점점 사라져 간다.
“오빠. 저 정말 이렇게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단 둘이서 손을 잡고 여러 사람들 사이를 걷는 거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지금 제 버켓리스트 중에 한 개를 이룰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
좋아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거리를 마음껏 걷는 것이 버켓리스트 였다니.
미유키의 버켓리스트는 생각보다 훨씬 소박했다.
“지나칠 정도로 아버지가 경호원 아저씨들을 붙여줘서 갑갑했는데. 오빠랑 이렇게 손잡고 사람들 속을 걸으니 너무 행복해요.”
진심으로 행복해 보이는 미유키의 천사같이 아름다운 미소.
그런 그녀의 미소를 보니 나 역시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면 미유키는 어렸을 때부터 경호원 아저씨들의 보호를 받았던 거야?”
“네. 오빠. 항상 저를 지켜보고 있어서, 마치 CCTV 카메라로 하루 종일 감시 받는 느낌 이었다니까요.”
“그랬구나. 나는 너무 평범하게 자라서.”
미유키와 손을 잡고 일본의 긴자역을 걷고 있다.
대한민국과는 다른 이색적인 풍경과 사람들.
그 신비로운 분위기에 취해, 마음이 들뜬다.
“미유키. 긴자역은 사람은 정말 많네. 마치 서울의 강남 같아.”
“그렇죠? 긴자역 주변은 일본의 거리 중에서 화려한 걸로 유명하니까요. 아, 오빠. 저기 리무진 보여요. 아쉽다. 오빠와 좀 더 거리를 걷고 싶었는데.”
“그러게.”
태어나서 처음 해 보는 이 평범한 데이트가 미유키는 기뻤는지 그녀의 얼굴에 아쉬움이 가득하다.
슬슬 퇴근 시간이 가까워서인지, 사람들로 가득한 긴자거리.
의도치 않아도 사람과 사람 사이가 맞닿을 정도로 가깝다.
그리고 뭐가 그리 바쁜지 미유키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가는 사람도 있다.
내가 재빨리 미유키가 미유키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보호해 준다.
“오빠. 저 괜찮은데. 하지만 지금 오빠에게 보호 받고 있다 생각하니 기분 좋아요.”
사실 나도 미유키의 가녀린 어깨를 끌어안으니 심장이 쿵쿵 뛰며 설렌다.
계속해서 밀려드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사이를 미유키의 어깨를 꼬옥 안고 지나간다.
그런데 그 때, 이번에는 내 어깨를 무심한 듯 툭. 치고 가는 한 남자.
이번에는 미유키가 눈을 번쩍이며 나를 보호해 준다.
하지만, 미유키가 발을 헛디디기라도 했는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내 품속으로 푸욱 안긴다.
어! 이것은!
설마 미유키가 실수를 가장한 키스의 신호인가!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많은 인파속에서 너무 적극적인데.
하지만 도시의 화려한 네온사인과 수많은 인파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든다.
그리고 지금 내 품에 안겨있는 미유키.
나도 모르게 자꾸 그녀에게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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