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 미소년이 살아남는 법-222화 (221/413)

〈 222화 〉 미유키와 데이트(21)

* * *

“오빠. 앞으로 10분 후면 도착할 거예요. 그러니까 이제 안전벨트 매야 해요.”

그렇게 말하며 안전벨트를 착용해주는 미유키.

마치 벌서 부부라도 된 것 같다.

미유키와 혹시 결혼이라도 하게 되면, 부카티를 타고 회사에 출근하고, 전용기를 타고 출장을 가겠지?

사실 그런 럭셔리한 것들은 부수적인 것들이고.

지금 나에게 안전벨트를 매주며 천사같이 웃고 있는 미소녀 미유키.

이렇게 아름답고 똑똑하고 착한 미유키와 한 평생을 같이 살 수 있다니.

상상만으로도 설렌다.

사실 감히 나같이 평범한 녀석에게 이런 기회가 찾아왔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인데, 문제는 나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예슬이의 자리가 미유키 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비록 짧은 순간이었지만, 예슬이에게 느꼈던 첫 사랑의 감정은 진짜였기에, 쉽게 잊히지가 않는다.

예슬이와의 설레던 순간을 생각하는데 비행기가 하강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높은 고도에 있어서 먹먹했던 귀도 조금씩 풀리기 시작한다.

우우우우웅!

떨리기 시작하는 비행기.

그리고 마침내!

쿵! 우우웅!

소리와 함께 미유키의 전용 비행기가 활주로에 착륙했다.

“오빠, 일본에 도착한 것을 환영 합니다! 우리 도쿄에서 할 일이 많아요. 그러니까 미유키 잘 따라다녀야 해요.”

“알겠어. 미유키. 일본에서 잘 부탁해.”

미유키가 나와 같이 일본에 온 것이 기쁜지 생긋 웃음을 보인다.

역시나 일본에서도 전용비행기는 특별대우다.

출·입국 수속을 위한 각종 심사대, 보안검색과 출입국수속, 검역, 세관통관등 모든 절차가 일사철리로 끝나버렸다.

이렇게 쉽게 해외여행이 가능하다니.

정말 재벌들의 세계란 편리하구나.

그렇게 감탄하며 출입국장을 나가는데, 딱 봐도 무서워 보이는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공항 입구에 주르륵 서 있다.

그리고 미유키가 나오자마자, 모두들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큰 소리로 인사를 한다.

“미유키님 일본에 돌아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 합니다!”

그 모습을 본 미유키가 다급하게 이노우에 아저씨를 부른다.

“이, 이노우에씨! 이런 유치한 짓 좀 하지 말라니까요! 우리 오빠도 있는데, 참.”

“죄송합니다. 아가씨. 저것들 당장 치우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이노우에 아저씨가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들을 향해 발길질을 해서 쫒아 버린다.

“아가씨. 리무진 대시 시켜 놨습니다. 가시죠.”

이노우에 아저씨를 따라 미유키와 걸어가니, 영화에서 자주 보던 럭셔리한 검은색 리무진이 서 있다.

“아가씨. 오셨습니까!”

역시나 90도로 인사를 하며 문을 열어주는 리무진 운전기사 아저씨.

한국에서의 미유키도 대단하지만, 일본에서의 미유키는 정말 그녀의 집안이 왜 일본 100대 재벌에 들어가는지를 보여준다.

넓고 안락한 리무진 안.

미유키에게 다음 행선지를 물어본다.

“미유키. 우리 지금 어디 가는 거야?”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리무진에 실려 어디론가 떠나는 나.

혹시 이대로 납치라도 당하는 건 아니겠지?

리무진에서 내리니 도착한 곳은 어디 한적한 마을.

그리고 야쿠자 아저씨들에 의해 그 곳의 어느 외딴집에 감금당한 나는 미유키의 정부가 되어, 한 평생을 살아가게 되는데·······

라는 끔찍한 상상을 하고 있는데, 미유키가 반짝이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곳은 미유키가 제일 좋아하는 곳 중에 한 곳이에요. 오빠에게도 미유키가 좋아하는 곳을 보여주고 같이 느끼고 싶어요.”

으응? 제일 좋아하는 곳을 보여주는 건 그렇다 치고, 같이 느끼고 싶다니?

설마·······

미유키가 나에게 특별 서비스라도 제공하려는 걸까?

예를 들면, 일본 AV에서 자주 나오던 오일을 온 몸에 바르고 부비부비 해주는 안마라던가.

아, 아니야!

청순한 미유키가 그럴 리는 없고.

도대체 어디를 가는 걸까? 나의 궁금증은 더해만 간다.

리무진은 점점 더 발전한 일본거리를 달린다.

그리고 마침내 멈춰 선 곳은 웅장한 하얀 색 건물.

그냥 보기에도 우아하고 예술적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 있는 가장 비슷한 건물이라면, 서초동에 있는 예술의 전당 정도?

“오빠. 다 왔어요. 여기가 바로 미유키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중의 한 곳 도쿄 신국립극장이예요.”

도쿄 신국립극장이라면? 공연을 하는 곳인데·······

“이노우에 아저씨. 자리는 미리 예약해 두셨죠?”

운전기사와 앞자리에 앉아있던 이노우에 아저씨가 공손하게 대답한다.

“네, 아가씨. 가장 좋은 VIP자리로 예약해 두었습니다.”

무슨 공연을 보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가장 좋은 VIP자리라니.

가슴이 설렌다.

“오빠, 혹시 한국에서 오페라 보신 적 있으세요?”

“오페라?”

오페라라니. 오페라는 사실 본 적이 딱 한 번 있다.

바람 불던 가을날, 잠실 종합 경기장에서 생전 처음 봤던 오페라.

하지만 가장 싼 표를 사서인지 오페라를 공연하는 배우들의 모습이 거의 개미처럼 보였다.

그 것 뿐만이 아니다.

바람 때문에, 그나마 배우들이 뭐 하는지 형체라도 볼 수 있었던 대형 화면도 나가버려서, 그야말로 눈만 껌뻑껌뻑 거리다 왔다.

“오늘 저희가 볼 오페라는 아이다(AIDA)라는 건데, 혹시 아세요?”

“아, 들어는 봤는데. 아직 본 적은 없는데. 마침 보고 싶었는데 잘 됐다.”

“오빠도 보고 싶었다니 다행이에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 중의 하나거든요.”

사실 아이다(AIDA)라는 오페라 들어 본 적도 없다.

그냥 아예 모른다고 하면 쪽팔리니까, 일단 들어 본적은 있다고 한 거다.

차에서 내리니, 검은 정장에 나비넥타이를 품격 있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나와 미유키를 오페라 극장 안으로 안내해 준다.

우리 자리는 영화에서나 보던 2층 귀빈석.

나와 미유키, 단 둘 만을 위한 자리이다.

화려하고 럭셔리한 오페라 극장.

그 안에 초라해 보이는 건 나밖에 없다.

다른 VIP들은 전부 명품 정장을 입고 오페라를 관람하기 위해 자리에 앉아있다.

하지만 나는 고작 청바지에 후드 티.

왠지 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미유키. 나 너무 초라한데, 미리 말 해줬으면 격식에 맞는 옷이라도 입고 왔을 텐데.”

내 말을 들은 미유키가 가만히 하얀 손을 들어 올려 내 손을 잡는다.

“아니에요. 오빠. 오빠는 오빠 자체만으로 미유키에겐 이 오페라 극장 안에서 가장 빛나는 사람인걸요.”

다시 시작되는 미유키의 직설적인 심장어택 공격.

하지만 미유키의 진심이 느껴져서인지 오글거리기보다는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그 때 불이 꺼지고 드디어 시작되는 오페라 아이다(AIDA).

사실 오페라를 정식으로 보는 건 거의 처음이나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집중하기 힘들었지만 점점 더 오페라의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마음을 울리는 배우들의 연기에 빠져들어 가고 있었다.

아이다(AIDA)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집트 공주의 노예가 된 이디오피아 공주 아이다가 이집트 젊은 장군 라다메스와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사랑과 조국 사이의,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와의 갈등 등을 겪다가 결국 연인 라다메스와 함께 생매장으로 생을 마감하는 슬픈 오페라였다.

특히 Every story is a love story 같은 그나마 귀에 익숙한 노래를 들었을 때는 감동으로 눈시울이 살짝 젖을 정도였다.

오페라 아이다(AIDA)의 모든 공연이 끝나자,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보며 미소 짓는 미유키.

그녀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오빠. 오페라는 괜찮았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 아이다(AIDA)인데······”

“응. 미유키. 사실 태어나서 오페라를 제대로 본 건 처음인데, 너무 감동받아서 중간에는 살짝 눈물도 나올 뻔 했어.”

“다행이에요. 오빠. 그런데 오빠는 여자 주인공 아이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정말 연인을 위해 같이 죽을 수 있는 여자가 세상에 있을까요?”

“글쎄. 다른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정도의 사랑이라면. 어머니 말고는 없지 않을까?”

“어머니요······”

어머니 얘기가 나오자 살짝 우울한 목소리로 변하는 미유키.

아······

생각해 보니 미유키는 어머니를 어렸을 때 잃어버렸다고 했지.

괜히 미유키의 아픈 곳을 건드린 것 같아 미안해졌다.

다시 리무진에 탑승한 후 나는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재빨리 말했다.

“미유키, 우리 이제 어디 가?”

잠깐 우울한 표정으로 감상에 젖어있던 미유키가 다시 미소 지으며 말한다.

“오빠. 배 안 고파요? 저는 살짝 배고파지려고 하는데?”

“응? 미유키가 그렇게 말하니 배고프네. 사실 오페라에 너무 빠져들어서 배고픈 것도 잊고 있었거든.”

생각해보니 한강에서 이른 점심을 먹은 이후로, 커피 말고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더군다나 비행기를 타고 한국과 일본을 오고 가서인지 더더욱 배가 고픈 것 같다.

“잘 됐어요. 오빠. 마침 미유키가 예약한 곳이 있거든요. 오빠, 초밥 좋아해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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