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 미소년이 살아남는 법-219화 (218/413)

〈 219화 〉 미유키와 데이트(18)

* * *

“뭐? 빠, 빠구리이!!!”

(*빠구리는 일본어로는 훔치다, 덥썩 먹다와 같은 의미로 여인의 정조를 훔치다 빼앗다 등의 뜻으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아, 아유미! 그게 아니라. 일본어가 아니라 한국어인데. 아 그러니까 한국어로는 빠구리가 침대에서 하는 그거라고 하는데,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점점 더 미유키가 변명을 할수록 분위기가 이상해져만 간다.

“미유키! 너 설마 우리 지훈 오빠의 동정을 훔친 거야! 용서 못해! 진짜 용서 못 해!!! 내가 먹기 전에 지훈 오빠를 먼저 맛보다니!”

아, 아니 이 여자들아!

지금 본인을 앞에 두고 무슨 성희롱을 하는 거야!

물론 내가 박지훈 본인이라고 밝힐 수는 없지만, 두 미소녀에게 대놓고 성희롱 당하니까 기분이 묘했다.

“아니야. 그게 아니라. 한국어 선생님이 빠구리를 이상하게 가르쳐 줘서···”

“뭐! 한국어 선생님 이랑도 그 짓을 한 거야! 미유키, 너 정말! 그렇게 쉽게 줄 거면 차라리 나한테··· 아, 아니 그건 아니고. 하여간, 미유키 도대체 얼마나 문란하게 한국에서 살고 있는 거야!”

으········

미유키가 변명을 할수록 점점 더 오해만 쌓여간다.

차라리 전후 사정을 전부 알고 있는 내가 설명해 주는 게 낫겠다.

“아유미씨 그게 아니라, 빠구리치다라는 말이 한국에서는 같이 수업시간에 도망간다. 땡땡이친다. 이런 의미도 되는 거라 서요. 박지훈이랑 미유키씨가 같이 샤넬 프리미엄 클럽 파티에서 도망쳤다는 의미에요.”

내 설명을 듣고 나서야 안심이 된 듯 숨을 크게 내쉬는 아유미.

“아··· 진짜요? 그러면 진작 그렇게 말 할 것이지. 미유키. 괜히 오해했잖아. 오늘 아유미가 또 한 명 주님 곁으로 보낼 뻔 했네.”

휴우.

이제야 겨우 아유미가 미유키가 한 말을 이해한 것 같다.

그런데········

어째 등 뒤가 싸늘하다.

아니나 다를까 나를 묘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미유키.

그녀가 나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차갑게 말한다.

“그런데 제가 박지훈씨랑 샤넬 클럽파티에서 도망친 사실을 오빠는 어떻게 알고 있는 거죠? 저는 누구한테도 말한 적 없는데?”

* * * * *

젠장!

생각해보니, 박지훈이 아유미와 샤넬 클럽파티에서 땡땡이친 건 나와 아유미 그리고 진영이 누나만 아는 사실이다.

내가 박지훈.

즉 유시현이 박지훈이라는 것을 아유미가 모른다는 사실을 잠시 잊어버리고 셋 만 아는 사실을 말 해 버린 것이다.

이걸 어떻게 해야 잘 넘어갈 수 있을까!

“아니요. 미유키씨. 그게 실은···”

말로 대충 때우며, 이 상황을 어떻게 해쳐나가야 할지 머리를 굴려보았다.

하지만 딱히 떠오르는 대안은 없다.그냥 대충 얼버무리자!

“사실, 제가 지훈이랑 친, 친해요! 그래서 제가 오늘 미유키씨 만나러 간다고 하니까, 지훈이도 미유키씨 안다고 하고. 그렇게 지훈이랑 미유키씨 얘기하다가 어제 미유키씨랑 지훈이랑 있었던 일을 듣게 된 거예요.”

“네?? 오빠가 박지훈이랑 친하다고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는 미유키.

윽! 역시 너무 막 지어냈나?

한 낯 회사원이 요즘 가장 잘 나가는 신인 아이돌이랑 친하다니.

누구나 믿기 힘든 상황·······

“아! 그래서 센빠이랑 박지훈이랑 얼굴도 닮은 거군요! 역시 베스트 프랜드끼리는 서로 닮아간다고 하더니! 센빠이랑 박지훈이랑은 잘생김이 닮은 거군요!”

“그, 그래? 나는 우리 오빠랑 박지훈이랑 닮은 거 하나도 모르겠던데?”

“무슨 소리야! 미유키! 나도 센빠이. 모자가 바람에 날려 떨어졌을 때, 잠깐 본 거지만, 박지훈이랑 눈이 완전 쌍둥이처럼 닮았던데! 그래서 나도 갑자기 넋 놓고 센빠이 바라본 건데. 너 혹시 한국에서 렌즈 안 끼고 다니는 거야?”

“렌즈? 피. 그 따위 거 안 껴도 나 잘 보이거든!”

“잘 보이긴 무슨! 너 시력 마이너스잖아.”

“흥. 나 같은 무도인에게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시력 따위 중요하지 않아! 기의 흐름으로 사물을 느끼면, 만물의 본질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법이야!”

“그건 또 무슨 개소리인데? 그냥 렌즈끼면 눈 아프고, 불편해서 안 끼는 거잖아.”

미유키에 대해 너무 잘 아는 아유미.

미유키도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지 이마를 찡긋거리며 말한다.

“치. 그럼 어떡해! 아무리 좋은 렌즈를 껴도, 눈이 뻑뻑하고 말라서 적응이 안 되는 걸. 그래도 괜찮아. 고도의 훈련을 통해 미유키는 안경 안 껴도, 사고한 번 낸 적 없는 베스트 드라이버인걸!”

뭐야! 그러면 나 눈도 잘 보이지 않는 미유키의 차를 타고 다래정 까지 간 거였어?

속도도 빨랐는데.

잘 못하면 주님 영접하러 갈 뻔 했구나.

“미유키! 렌즈가 잘 안 맞으면 그냥 안경 끼면 되잖아.”

“아, 안경은! 오히려 시력을 저하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우물쭈물하는 미유키를 보며 아유미가 씨익 웃는다.

“미유키, 너 안경 끼면 쎈빠이한테 못생겨 보일까봐 그런 거지?”

으응? 나한테 못생겨 보일까 봐?

머릿속으로 안견 낀 미소녀 미유키를 상상해 보았다.

이지적인 모습의 미유키.

충분히 매력적이고 청순해 보일 것 같은데?

거기다가 외모만 보면 반항아 같은 미유키가 안경을 끼면 범생이 같은 반전매력까지!

한 번 쯤 보고 싶은 모습이다.

“미유키씨, 저 미유키씨 같은 미소녀라면 안경 낀 여자도 좋아하는데.”

“네. 네? 저, 정말요!”

미유키가 얼굴을 붉히며, 미소 짓는다.

“알겠어요. 오빠. 그러면 다음 데이트 때는 미유키. 안경 낀 모습 보여드릴게요!”

미유키와 정답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아유미가 못 마땅한지 끼어든다.

“그래서. 박지훈이랑 미유키 그리고 쎈빠이 둘 다 아는 사이라는 거예요?”

아유미의 말에 나와 미유키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인다.

“네. 아유미씨.”

“응. 어제 처음 만났지만. 투자 문제 때문에 앞으로 자주 보게 될지도 모를 것 같고.”

아유미가 한숨을 푸욱 쉬며 부러운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본다.

“부럽다. 진짜. 우리 할아버지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에는 관심이 없어서, 안 그랬으면 나도 투자를 핑계로 지훈씨 만났을 텐데. 하아······”

아니, 아유미씨.

지금 그 박지훈이 눈앞에 있다고요.

물론 무대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만큼, 원래 아유미가 알던 박지훈과는 다른 모습이겠지만.

“걱정하지 마. 아유미. 다음에 박지훈 회사랑 미팅하게 되면 아유미도 데리고 갈게.”

미유키가 이번에 박지훈을 못 만나게 돼서 서운해 하는 아유미를 달랜다.

하지만 아유미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나를 곁눈질로 바라본다.

“괜찮아. 연예인 박지훈은 못 봤지만, 오늘 내 이상형에 더 가까운 남자를 만났으니까.”

“이상형에 가까운 남자?”

미유키가 날 선 눈빛으로 아유미를 바라본다.

아유미도 미유키의 눈빛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한다.

“응. 너도 알고 있지. 미유키. 내 이상형?”

“잘생기고, 요리 잘하고······· 그리고. 미유키가 좋아하는 남자.”

그렇게 말하며 동시에 나를 바라보는 아유미와 미유키.

이거 어째, 점점 더 여자관계가 복잡해져만 가는 것 같다.

* * * * *

“그럼 이만 가 볼게요. 센빠이. 그리고 미유키.”

“네. 잘 가요. 아유미.”

“다음에는 보지 말자. 아유미!”

아유미가 자신의 이상형으로 나를 콕 찍어서 지목한 이후 계속해서 아유미를 바라보는 눈빛이 못 마땅한 미유키.

그리고 그런 미유키를 도전적인 눈빛으로 아유미가 바라본다.

“미유키. 센빠이 뺏기지 않으려면 더 노력해야 할 거야. 요리도 연예도 아유미가 미유키보다 한 수 위니까.”

“흥. 아직 남자 손도 한 번 못 잡아본 모쏠인 주제에. 뭐라는 거야!”

남자 손도 한 번 못 잡아봤다는 말에 아유미가 이를 으드득 간다.

“그거야, 우리 집안이 너무 엄해서 그런 거지! 하지만 나도 이제 성인이고, 처음으로 사귀고 싶은 남자가 생긴 만큼. 이제 집에서도 더 이상 반대 안 할 거야. 우리 쎈빠이 정도면, 할아버지. 아버지도 인정해 주실 거라고!”

“흥. 잘도? 나는 벌써 이렇게 우리 오빠랑 손도 잡고 다니는데?”

그렇게 말하며 내 손을 꽈악 쥐는 미유키.

아유미를 바라보며 승자의 미소를 짓는다.

자신의 허전한 손을 바라보며, 칙쇼! 라고 중얼거리는 아유미.

그녀가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센빠이! 아니 시현오빠. 다음에는 오빠 손을 잡고 있는 사람은 미유키가 아니라 아유미가 될 테니까. 그 때 까지 잘 있어요.”

도발적인 말을 하며 뒤 돌아서는 아유미.

그런 그녀를 향해 미유키가 볼을 부풀린다.

“흥! 안 뺏겨! 이번에는 정말 어림도 없어! 그러니까, 우리 오빠를 훔쳐 갈 꿈도 꾸지 마!”

* * * * *

아유미가 가버리자 미유키가 나를 고양이 같은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한다.

“오빠. 제가 말한 것 가져 왔어요?”

미유키가 말한 것.

그것은 바로 녹색표지에 자랑스럽게 써진, 대한민국.

즉 대한민국 여권이었다.

“네. 가져는 왔는데. 왜 이걸?”

미유키가 손목에 차고 있는 고급스러운 까르띠에 시계를 바라보며 말한다.

“이제 세 시니까, 지금 쯤 가면 될 것 같아요. 오빠. 이제부터 오빠는 그냥 미유키를 믿고 따라오시면 되요. 오빠 때문에 한국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니, 이번에는 미유키가 오빠를 즐겁게 해드리고 싶어요.”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