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 미소년이 살아남는 법-218화 (217/413)

〈 218화 〉 미유키와 데이트(17)

* * *

미유키의 순수함에 감동 받아 나도 모르게 고백의 말을 내뱉는 순간.

풀밭에 누워 잠들었던 아유미가 언제 깨어났는지 불쑥 우리 둘 사이에 끼어든다.

“센빠이! 그리고 미유키! 둘이서 무슨 얘기를 그러게 하고 있는 거야! 치. 나만 빼고 치사하게!”

결정적인 순간에 방해를 한 아유미.

그런 아유미가 불만인지 미유키가 귀엽게 볼을 부풀리며 말한다.

“아유미! 너는 정말 어렸을 때부터 눈치가 없더라. 지금 중요한 순간이었는데!”

“뭐? 내가 눈치가 없어? 나니!! 내가 왜! 아유미가 왜 눈치가 없는데!”

“너 기억 안나? 우리 어린이집 다닐 때도. 우리 엄마랑 둘만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꼭 끼어들어서 방해하고!”

“그, 그거야. 나도 아유미 엄마를 좋아해서 같이 놀고 싶었으니까 그랬지! 우리 엄마는 너무 일찍 돌아가셔서 나도 다른 애들처럼 엄마랑 놀고 싶었단 말이야!”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중학교 때는! 선생님들 몰래 빠구리. 아, 아니 땡땡이 좀 치려고 하면 꼭 따라와서 엉거주춤 하는 바람에 선생님들한테 다 들켜서 혼나고!”

“미유키가 나랑 안 놀아주고 혼자 도망가려니까 그런 것 아니야! 나 친구 없는 것 다 알면서.”

으응? 뭐야?

이거 듣다보니까, 점점 미유키와 아유미. 둘은 적이 아니라 오히려 주욱 같이 자란, 둘도 없는 친구인 것처럼 느껴진다. 특히 아유미는 꼭 큰언니 느낌나는 미유키를 죽자 살자 쫓아다니는 늦깎이 막내 동생 같다.

“대학교도 내가 도쿄 대학교 조기 입학하니까, 눈치 없이 따라서 들어오고!”

“그게 왜 눈치 없는 거야! 내가 미유키 따라서 도쿄 대학교 들어가려고 얼마나 많은 날을 밤새가면서 공부했는지 알아! 사실 나나 미유키는 굳이 좋은 대학교 안 가도 가업을 이어 받으면 되는 건데. 왜 도쿄 대학교는 조기 입학해가지고, 그 때 생긴 다크써클이 아직까지 안 없어지고 있단 말이야!”

아니 뭐 이정도면 아유미는 완전히 미유키 스토커 수준 아니야!

“그래. 대학교 따라온 건 아니라고 치고. 하여간! 아유미. 미유키 좀 눈치 없이 그만 따라다니란 말이야. 이제 우리 오빠랑 오붓한 시간 좀 보내게.”

미유키의 말에 아유미가 충격 받은 듯 울먹거리며 말한다.

"하지만. 하지만. 아유미는 친구 없단 말이야. 미유키 말고 친구 없는 걸.”

친구가 없다는 말에 미유키가 한숨을 휴~ 내쉬며 말한다.

“친구가 왜 없는데? 아유미 인기 많잖아. 중학교 때도. 고등학교 때도. 아유미 좋아하는 애들 한가득 이었잖아?”

“걔네들은 친구 아니야. 그냥 아유미가 예쁘고, 부자니까 좋아하는 척 할 뿐이지.”

흐음. 아무리 부자에 미소녀라고 해도 사람은 다 저마다의 고민이 있는 법이구나.

보아하니 아유미는 어렸을 적부터 부자인 자신을 이용하기만 하는 사람들에게 당한 상처가 큰가 보다.

“미유키씨. 우리 그러지 말고 아유미씨랑도 같이 놀아요. 둘 보다는 셋이 노는 게 더 재미있잖아요. 그리고 사실 아유미씨가 허락 안 해줬으면 우리 한강에서 놀지도 못했을 거예요.”

강아지 같은 큰 눈동자로 애처롭게 나를 바라보는 아유미를 보니 도저히 못 본 척 할 수 없었다.

사실 아유미는 미유키와 동갑이지만 미유키 보다도 훨씬 어려 보인다.

얼굴만 보면 고작 열여섯? 열일곱? 정도로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거기에다가 투명한 하얀 피부와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금발머리 때문인지, 왠지 하루 종일 쓰다듬어 주고 싶게 생긴 귀여운 여동생 같다.

미유키가 나와 아유미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휴우~ 한숨을 쉬며 말한다.

“알겠어요. 오빠. 오빠까지 그렇게 말한다면. 아유미! 딱 오늘만이다. 다음부터는 오빠랑 나랑 데이트 방해하기 없기다. 알았지?”

미유키의 말에 아유미가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지만 뭔가 불만이 있는지 혼자 중얼거린다.

“치. 보니까 데이트도 아닌 것 같은데. 뭐. 미유키 혼자 우리 센바이를 짝사랑 하고 있으면서 데이트라고 우기긴. 또 혼자서만 좋은 것 독차지 하려고.”

빈정거리는 아유미의 말을 들었는지 미유키가 눈을 매섭게 뜨며 말한다.

“아유미! 방금 뭐라고 했어?”

미유키의 날카로운 말에 아유미가 화들짝 놀란다.

“아, 아니야! 같이 놀자고 해서 고마워, 미유키.”

그렇게 시작된 아유미와 미유키 사이에서의 피크닉.

같이 자전거도 타고, 한강을 바라보며 얘기도 나누며 우리는 맑은 여름 하늘만큼이나 즐거운 시간을 가진다.

“자, 여기 자리가 좋겠다. 슬슬 배도 다 꺼져 가는데 여기서 간식 먹자. 미유키. 그리고 센바이.”

큰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미유키가 가지고 온 귀여운 고양이가 그려진 돗자리를 깔기 시작한다.

“하여간, 아유미 너는 진짜. 어렸을 때부터 한시도 쉬지 않고 먹는 구나. 도대체 이 작은 체구에 그 많은 음식이 어디로 다 들어가는 거야? 설마 그래서···”

라고 말하며 미유키가 아유미의 뒤로 돌아가서는 그녀의 부풀어 오른 젖가슴을 양손으로 들었다 놓았다 거린다.

출렁출렁~

헉! 마치 커다란 멜론 두 개가 탐스럽게 움직이는 것 같다.

이것이야 말로 말로만 듣던 로리 거유인건가?

얼굴은 고작 중 고등학생으로 밖에 안 보이는 주제에 가슴은 미유키보다 훨씬 크다.

“아으응. 하, 하지 마! 나 거기 민감하단 말이야!”

화를 내며 부끄러운 표정을 짓는 아유미.

나도 모르게 자꾸만 눈길이 아유미의 가슴으로만 향한다.

이건 진짜 내가 변태라서가 아니라 남자라면 본능적으로 어쩔 수 없는 거다.

킹정 해줘야 한다.

“하, 하지 말라니까! 진짜! 흐으윽.”

미유키의 계속되는 짓궂은 장난에 울상을 짓는 아유미.

“알겠어. 뚝! 울지 마. 우리 아유미. 착하지~”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 듯 아유미를 달래주는 미유키.

보아하니 자주 이렇게 싸우고 달래며 노는 것 같다.

그리고 미유키가 달래주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기분이 좋아진 아유미가 피크닉 바구니에서 샌드위치와 생과일주스, 과일 등을 꺼낸다.

“그나저나 아유미. 너는 한국에 진짜 무슨 일로 온 거야? 설마 정말로 나 따라온 건 아닐 테고.”

아유미가 왜 한국에 왔는지 궁금해 하는 미유키.

미유키가 나를 바라보며 얼굴을 붉힌다.

“아, 그게 실은. 사실 내가 좋아하는 케이팝 가수보러 샤넬 프리미어 클럽파티 갔었는데, 늦어서 못 봤지 뭐야. 그래서 은밀하게 정보를 입수했는데, 오늘 그 가수가 한강에 온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어.”

“응? 좋아하는 가수? 그게 누군데?”

“아, 좋아하는 가수가 아니라. 좋아했던 가수. 역시 사생활 복잡한 연예인보다는 일반인이 좋으니까”

수줍게 웃으며 곁눈질로 나를 바라보는 아유미.

그런 아유미를 똑바로 바라보자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린다.

사실 오늘 처음 만나 사이지만, 나도 아유미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궁금하다.

“그래서요. 아유미씨. 좋아하는 연예인은 오늘 한강에서 만났어요?”

“아. 네, 그게··· 정보원 실수했나 봐요. 분명 오늘 한강에 올 거라 했는데, 아직도 안 온 걸 보면. 그리고 사실 이제 그 연예인이 오든 안 오든 상관없어요.”

“그래도, 그 연예인 보려고 일본에서 한국까지 왔는데. 아깝잖아. 누군데? 내가 연예계에 인맥이 좀 있으니까, 가능하면 연결시켜 줄게.”

“지, 진짜?!”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미유키가 인맥을 이용해 소개시켜준다고 하자, 역시나 들뜨는지 소리를 지른 아유미.

“응. 그러니까 우리 오빠는 여우처럼 그만 쳐다보고, 빨리 말해 봐. 그게 누군데?”

역시나 미유키는 나를 바라보는 아유미의 눈빛이 신경 쓰였었나 보다.

아유미에게 그녀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소개시켜주고, 귀찮은 방해꾼을 차단하려고 한다.

“요즘에 가장 잘 나가는 연예인이라면 혹시 Z드래곤 오빠? 아니면 BDS소년 제국단?”

하지만 계속해서 고개를 도리도리 내젓는 아유미.

“아, 답답해! 빨리 말 해. 그래야 내가 연결 시켜 줄 것 아니야.”

답답해 하는 미유키를 보며 아유미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연다.

“으응. 혹시 그럼 미유키. 박, 박지훈이라고 알아? 꺄악! 어떡해! 말 해 버렸어!”

“박지훈?!!”

“네!!!! 박지훈이요!!!”

의아한 말투의 미유키와 놀래서 크게 소리를 질러버린 나.

미유키와 아유미가 둘 다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젠장.

아유미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나였다니. 그래서 모자가 강바람에 날려 떨어졌을 때, 그런 수줍움이 가득 담긴 표정을 지었던 건가?

미유키가 당황해서 큰 목소리를 내버린 나를 향해 말한다.

“오빠. 오빠랑 박지훈이랑 무슨 사이라도 되요? 왜 그렇게 놀라세요?”

“아, 아니. 그게 아니라요. 그 박지훈이 요즘 워낙 인기가 많잖아요. 잘생기고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자, 잘··· 아, 아니. 이건 아닌가? 하여간. 그래서 그만.”

“박지훈이 잘 생겼어요? 흐음. 어제 봤지만 그냥 그렇던데···”

박지훈을 그냥 그런 외모라고 평가하자, 아유미가 잔뜩 볼을 부풀리며 화를 낸다.

“미유키!!! 어디서 그런 막말을 하는 거야! 박지훈 일본 팬클럽 회장으로서 절대 용서 못 해! 그리고 나보다 지훈 오빠를 먼저 만나다니. 여우는 내가 아니라 미유키, 너잖아!”

“그거야, 우연히. 어쩌다 보니. 같이 빠구리 하게 되어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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