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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 미소년이 살아남는 법-214화 (213/413)

〈 214화 〉 미유키와 데이트(13)

* * *

“오빠도 느끼고 있었군요. 사실 저도 신경 쓰였어요.”

역시 무술을 익혀서 오감이 뛰어난 미유키인 만큼 그녀 역시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대화를 엿듣기라도 한 듯, 천천히 다가오는 금발 머리를 한 하얀 얼굴의 미소녀.

금발 머리의 미소녀를 바라보는 미유키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돈다.

판도라와 무술 고수 아저씨를 만났을 때도 당당했던 미유키인데.

그런 그녀를 이렇게 긴장하게 만드는 저 소녀가 누구이기에?

금발 머리에 하얀 얼굴의 미소녀가 미유키를 바라보며, 이마를 찡긋거린다.

“흥. 미유키. 오늘은 또 무슨 일로 내가 있는 곳에 나타난 거지? 도대체 내가 한강에 간다는 건 어떻게 알고 찾아낸 거야.”

응? 이게 무슨 말이지?

우리가 금발의 미소녀를 찾아왔다고?

미유키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금발의 미소녀를 바라보며 한숨을 쉰다.

“하아··· 진짜 아유미. 너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구나. 빠가야로! 너가 있는 곳에 우리가온 게 아니고, 우리가 온 곳에 네가 있었을 뿐이야.”

“크흑. 거짓말 하지 마! 미유키! 너 일부러 내가 있는 곳에 나타난 거잖아. 그, 그것도 남자랑 같이. 내가 모를 줄 알고! 너, 지금. 남자친구 생겼다고 자랑하러 온 거지?”

남자친구라는 말에 미유키의 입술이 씰룩 거린다.

기분이 좋아서 웃고 싶은데, 마음대로 웃지 못하는?

그런 모습이다.

“흥. 그래. 남자친구랑 같이 오붓하게 한강에서 시간 좀 보내려고 왔을 뿐이야. 그러니까, 아유미. 너 같은 모태솔로 패배자한테 볼일 있어서 온 거 아니거든? 우리 신경 쓰지 말고 솔로는 그만 커플들의 천국 한강에서 사라져 주는 것이 어때?”

그렇게 말하며 다정하게 팔짱을 끼는 미유키.

왠지 그녀의 얼굴에 승자의 미소가 번진다,

그와 반대로 아유미라는 금발 미소녀의 얼굴엔 분함이 가득하다.

“난데?(왜) 난데! 난데! 내가 먼저 왔는데, 왜 나보고 가라는 거야!”

미유키가 더욱 노골적으로 내 옆에 꼬옥 붙으며 말한다.

“우리 오빠와의 데이트. 모쏠 패배자 따위에게 방해받고 싶지 않거든. 그러니, 남자친구도 없는 아유미는 집에 가라고.”

헉!

미유키가 알고 보면 모쏠이면서.

가차 없이 모쏠의 마음을 송곳으로 후벼 파 버리다니.

미유키가 이렇게 무서운 여자였던가?

평소에는 착하기만 한 미유키이기에, 이렇게 가차 없이 저 금발머리 미소녀를 몰아붙이는 건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 같아 미유키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미유키씨, 저 금발 머리 여자는 누구에요?”

미유키도 내 귀에 대고 작게 속삭인다.

“저 금발 머리는 저희 가문의 숙적. 아사히 가문의 외동딸 아유미입니다. 그녀와의 악연은 기나긴 것이라, 나중에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사히 가문?

아사히라면 일본에서 꽤나 유명한 일식전문 기업 아닌가?

그야말로 미유키의 가문과 버금가는 재벌가이다.

그런 가문의 외동딸이라면, 부족한 것이 없을 텐데.

거기다가 저렇게 금발의 인형처럼 예쁜 미소녀인데.

그런데 왜 아직까지 모쏠인 것이지?

다시 한 번 하얀 얼굴의 금발의 미소녀를 바라보았다.

큰 눈에 반짝이는 하얀 피부.

인형처럼 완벽한 이목구비에 작은 얼굴.

미유키에 비해서도 전혀 꿀림이 없는 완벽한 미소녀다.

그런 미소녀가 으드득. 이빨을 갈며 미유키에게 말한다.

“흥. 잘도 내 유일한 약점을 들먹이며, 모쏠이라고 목욕했겠다. 가만두지 않겠어. 승부다!”

금발의 미소녀 아유미의 말을 들은 미유키가 배를 잡고 킥킥 거린다.

“목욕? 모욕이겠지! 역시 아직도 한국어가 서투르구나. 아유미.”

“다, 닥쳐!! 칙쇼!! 감히 남자 앞에서 수치를 주다니! 용서하지 않겠다.”

부끄러워서인지 화가 나서인지 얼굴이 빨개진 아유미.

그런 아유미를 보며 미유키가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다.

“승부를 보자 이거지. 좋아. 마침 나도 준비되어 있으니까. 승부는 단판이다.”

“흥. 항상 패배만 하는 주제에. 오늘은 남자친구 앞이라고 꽤나 건방을 떠는구나. 미유키.”

항상 패배만 한다는 말에 미유키의 얼굴이 붉어졌다.

“항상 패배라니! 120전에서 고작 한, 두 번 더 졌을 뿐인데.”

미유키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이를 바드득 간다.

“왜? 남자친구 앞이라 패배자라고 불리는 게 부끄러운가 보지? 패배자~ 패배자~ 억울하면 실력으로 보여주던가.”

얄미운 표정으로 패배자~를 연발하는 아유미를 보니 왜 미유키가 그렇게 아유미에게 잔인했는지 알 수 있었다.

“큭. 오늘은 절대 지지 않아. 그러니까, 아유미도 오늘 만큼은 각오하라고! 그럼, 아유미도 물건을 꺼내! 오빠랑 데이트 할 시간도 부족해서, 모쏠 따위와 놀아줄 만큼 한가하지 않다고! 단 번에 승부다.”

그렇게 말하며 허리에 차고 있던 단검을 꺼내는 미유키.

아유미도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역시나 허리에 차고 있는 반짝이는 단검을 꺼낸다.

설마 한강에서 칼부림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미유키. 그 단검 처음 보는 건데?”

미유키가 꺼낸 단검에 꽤나 관심을 보이는 아유미.

그런 그녀를 향해 미유키가 혀를 귀엽게 날름거리며 말한다.

“오늘 한국 전통시장에서 하나 구입했지. 우리 오빠랑 커플 단검으로.”

커플단검이라는 말에 아유미의 눈빛이 내가 허리에 차고 있는 호랑이가 그려진 단검으로 향한다.

“커, 커플 단검이라니! 내가 먼저 남자친구 생기면 하려고 했던 건데.”

부러워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아유미.

그나저나 미유키와 아유미는 남자친구가 생기면 커플 단검을 하려고 했다니 참 특이하다.

커플링도 아니고.

아유미가 커플단검을 미유키가 먼저 선수 친 것이 분한지, 입술을 깨물며 나를 바라본다.

“치. 그래도 미래의 남자친구가 미유키의 남자친구보다 훨씬 더 멋있고 잘생겼을 거야! 모자랑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걸 보니, 분명 추남이니까 얼굴을 최대한 가린 거야. 맞지? 미유키?”

나를 추남이라고 모욕하는 말에 미유키가 발끈한다.

“시니따이?(죽고 싶어?) 감히 우리 오빠를 모욕하다니. 긴 말 할 것 없다! 이 모쏠아. 어서 승부를 보자. 네가 이기면 우리가 한강에서 떠나줄게. 대신에 우리가 이기면 우리 오빠한테 무릎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백 번 절해라!”

“이게 끝까지. 모쏠이라고! 좋아. 그럼 각오 단단히 해! 오늘은 평소보다 더 무자비하게 짓밟아 줄 테니까.”

아유미가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미유키를 바라본다,

꿀꺽.

단검을 들고 대치하고 있는 두 미소녀를 보니 내가 더 긴장이 된다.

휘이잉!

마침 한강에 분위기 있게 강바람도 불기 시작한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

미유키가 박력 있게 말하며 단검을 하늘을 향해 들어올렸다.

그러자 어디에선가 바람같이 이노우에씨가 예쁘게 검은색 리본으로 묶여진 도시락 상자를 들고 나타났다. 아유미도 하늘을 향해 단검을 들자, 하얀색 정장을 차려입은 깔끔하게 생긴 여자가 역시나 하얀색 리본으로 묶여진 도시락 상자를 들고 나타났다.

미유키와 아유미가 동시에 리본을 단도로 끊어 버리자 각자의 도시락 통에 담긴 음식들이 화려한 자태를 들어낸다.

휴우~~ 다행이다.

혹시 한강에서 칼부림이라도 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승부는 음식으로 가리는 것 같다.

영롱한 빛깔들을 뽐내며 공개된 럭셔리한 음식들.

평생 보지 못했던 갖가지 산해진미가 눈앞에 펼쳐진다.

어느 덧 깔린 테이블위로 차곡차곡 정갈하게 음식들이 세팅된다.

미유키와 아유미.

둘 다 정성스럽게 음식 세팅을 끝낸 뒤 미유키가 아유미를 바라보며 말한다.

“그런데 오늘 음식 평가는 누가 하지?”

미유키의 말에 아유미가 걱정 말라는 듯 자신 있게 말한다.

“마침 고듬람지 쉐프님이랑 한국에 아사히 지점 메뉴 선정 미팅약속이 있어서 같이 왔어. 고듬람지 쉐프님 정도면 너도 승부에 불만 없겠지?”

고듬람지!

거의 전설에 가까운 요리 실력을 가지고 있으며 방송 출연도 여러 번 한.

그야말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최고급 쉐프였다.

특히 마스터 쉐프라는 요리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으로 출현해, 신랄하게 참가자들을 비판하는 모습으로 유명하다.

그의 요리에 대한 자부심과 명성으로 볼 때, 공정한 심사를 할 것이 틀림없다.

미유키도 고듬람지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며 수긍한다.

“고듬람쥐 쉐프님 정도라면 나도 결과에 수긍할게. 마침 우리 회사와 프로젝트 진행하고 계시는 것도 있으시고.”

미유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얀 와이셔츠를 입은 고듬람쥐가 천천히 걸어온다.

실제로 본 고듬람쥐는 보는 것만으로 위압감이 들 정도로 더 욕을 잘하게 생겼다.

“오. 미유키씨 오랜만이에요. 잘 있었죠?”

하지만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의외로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미유키에게 말을 거는고듬람지.

역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구나.

“네. 쉐프님. 그럼 공정한 맛 평가 부탁드립니다.”

“걱정 말아요. 미유키씨와 아유미씨의 대결인데, 최선을 다 해 심사해 드리겠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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