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 미소년이 살아남는 법-208화 (207/413)

〈 208화 〉 미유키와 데이트(7)

* * *

비장의 무기?

도대체 어떤 무기를 말하는 거지?

설마 세일 품목을 획득하기 위해, 한국 가정주부 아저씨들을 업어치기로 매쳐버린다거나 하지는 않겠지?

그러면 미유키의 인지도로 봤을 때, 신문기사 1면에 실리기 딱 좋다.

[일본에서 온 재벌 3세 미소녀. 마트에서 한국 남자들을 업어치기로 굴복시키다!]

나는 덤으로···

[일본 재벌 3세 미소녀 옆에는 비밀 데이트를 나누던 아이돌 박지훈까지! 이번 사건. 일본인 스폰서와 연결된 것인가! 전말이 심상치 않다!]

생각만 해도 기자들에게 딱 좋은 먹잇감을 던져주는 셈이다.

설마 일본에서 제일 좋은 대학교를 조기 입학까지 한 천재 소녀 미유키인데, 그런 무모한 짓을 하지는 않겠지.

“오빠.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E마트 다 왔어요. 우아! 진짜 크다!”

어느덧 E마트 앞에 다다른 우리.

“오빠. 잠시 만요. 전투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준비를 해야 하니까요.”

전투? 준비?

“자! 이리 모여 보세요.”

미유키가 하늘을 향해 박수를 짝! 하고 치자, 열 댓 명의 검은색 정장을 입은 일본인 아저씨들이 순식간에 그녀 앞에 나타났다.

척! 척! 척!

한 쪽 무릎을 땅에 대고 극도의 충성심을 보이는 일본인 아저씨들.

유감스럽게도 얼굴과 팔을 문신으로 도배한 아저씨들이 무릎까지 꿇고 있으니, 영락없이 일본 야쿠자로만 보인다.

그리고 미유키는 그런 야쿠자들을 통솔하는 미소녀 보스?

“자, 자. 일어나요! 여기가 무슨 조합원들 모이는 자리도 아니고. 오늘은 제 개인적인 부탁이 있어서, 아저씨들을 소환한 것이니. 편하게 있으세요.”

“아닙니다. 아가씨! 저희는 이 자세가 편합니다!”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하는 검은 양복을 입은 아저씨들 중에서 대장격으로 보이는 아저씨.

미유키가 할 수 없다는 듯이 휴우··· 한숨을 쉬며 말한다.

“알겠어요. 그럼. 자! 이거 보이시죠!”

미유키가 E마트 전단지를 들어서 흔들자 모든 야쿠자 아저씨들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난다.

“오늘의 목표는 바로 이 세일 품목들입니다. 특히 이 녀석! 이 계란 한판에 100원! 이 녀석이 최종보스입니다. 무슨 말인지 다들 아시겠죠?”

다른 야쿠자 아저씨들을 대신해서 대장격으로 보이는 야쿠자 아저씨가 손을 들고 질문을 한다.

“그럼 저 안에 상대조직원들이 있다는 말씀이신거죠? 애들아! 연장 꺼내라!”

철컹. 챙! 쿠당당!

순식간에 야쿠자 아저씨들의 품에서 방망이, 칼, 도끼같은 연장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미유키가 가볍게 손을 들자, 대장 야쿠자 아저씨가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다시 말한다.

“예? 왜 그러시죠. 아가씨?”

“오늘 임무는 연장 없이 처리합니다. 그러니까 다들 연장들 반납하세요.”

“네? 연장 없이 적을 치라는 말씀이신가요? 그건 너무 위험합니다!”

조용히 있던 야쿠자 아저씨들의 입에서 불만 섞인 목소리들이 튀어 나온다.

“아가씨! 칼이 안 된다면 면도칼이라도 허락해 주십시오! 저는 암살자 타입이라, 칼이 없으면 쓸모없는 민첩 스텝 올인 쓸모없는 도적 캐릭터에 불과합니다!”

“아가씨. 저는 힘만 세고 몸이 느린, 힘 올인이라. 이 쇠방망이가 꼭 필요합니다! 아니면 적이 맞지를 않아요!”

“저는 저격스텝인데. 총 없으면, 적에게 딱 좋은 먹잇감에 불과하단 말입니다!”

뭐야! 이 사람들.

도대체 여태까지 어떤 삶을 살았기에!

다른 야쿠자 아저씨들의 불만이 이어지자, 대장 야쿠자 아저씨가 벌떡 일어나 소리친다.

“갈!!!!! 감히 아가씨에게 반항을 할 생각들이냐! 지금부터 한 마디라도 하면 내가 직접 손가락들을 잘라주겠다!”

과연 대장 야쿠자 아저씨의 카리스마는 대단했다.

순식간에 조용해진 야쿠자 아저씨들.

그 야쿠자 아저씨들을 대신해서 대장 야쿠자 아저씨가 미유키에게 말한다.

“아가씨. 명 받들겠습니다. 저희는 아가씨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그림자 같은 존재. 어떠한 희생이 따르더라도···”

아니 E마트에 고작 세일 물품을 사러 가는 것뿐인데, 다들 너무 각오가 비장하다.

“좋아요. 그러면 오늘 작전을 개시해 보죠. 먼저 1조는 돼지고기 100g에 1,000원 품목을 노립니다. 그리고 2조는 감자 1kg에 1,000원. 마지막으로 이노우에 아저씨가 포함 된 3조는··· 이번 임무의 핵심이자 보스. 달걀 한 판에 100원을 노립니다.”

달걀 한 판에 100원이라는 말에 야쿠자 아저씨들 중에 보스.

이노우에 아저씨의 목소리가 떨린다.

“달걀 한 판에 100원이라. 과연··· 여태까지 만나 본 적이 없는 대단한 녀석이군요.”

“쉽지 않겠지만 부탁합니다. 아저씨. 그리고 모두들 잘 들으세요! 이번 임무는 어느 누구에게도 상해를 가해서는 안 됩니다. 그만큼 고되고 힘든 임무가 될 거예요. 다들 마음 단단히 먹으세요.”

미유키가 말을 마치자 비장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야쿠자 아저씨들.

마치 전쟁을 치루기 직전의 무사들 같다.

“자, 그럼 다들. E마트를 향해 돌진!”

야쿠자 대장 이노우에 아저씨의 돌진 명령이 떨어지자, 바람과 같이 야쿠자 아저씨들이 사라져 버렸다.

그들의 수십 년간 갈고 닦은 전문기술을 너무 엉뚱한 곳에 낭비하고 있는 것 같은데···

* * * * *

오랜만에 온 E­마트는 역시나 넓고 다양한 물건들인 잔뜩 진열되어 있었다.

다만 주말이라 사람들이 많아 혼잡한 것이 살짝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원래 남자라는 동물은 쇼핑 + 사람 많은 공간에는 쥐약이니까.

“오빠. 이것 좀 보세요! 글쎄 연어회가 10,000원 밖에 안 해요! 우리 식당에서는 100,000원 인데!”

당연히 고급 식당에서 먹는 연어회와 냉동코너에서 파는 연어회의 품질과 서비스는 다르다.

하지만 이런 평범한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에 온 적이 없는 미유키에게는 그저 모든 것이 신기 할 뿐이다.

“우아! 라면이 한 6봉지에 3,000원! 호텔에서는 라면 한 개에 20,000원 인데! 정말 이 곳은 천국인가요! 우아! 새우깡이다! 우아! 덴푸라가 한 팩에 2,000원!”

보는 것마다 신기해서 귀여운 눈을 크게 뜨고 소리를 질러대는 미유키.

그런 그녀의 천진난만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웃음이 지어진다.

“그것보다 미유키씨. 이제 11시가 다 되어 가는데, 빨리 할인품목을 파는 코너에 가야 하는 것 아니에요?”

무료시식대에서 나눠주는 덴푸라를 질겅질겅 씹던 미유키가 꿀꺽 삼키며 전의를 불태운다.

“마, 맞아요! 무료 음식 때문에 잠시 주의가 흐트러졌습니다. 역시 한국에서 가장이 되는 것은 쉽지 않네요. 오빠. 이런 참기 힘든 유혹들을 이겨내고 전진해야 한다니.”

미유키의 눈은 계속해서 녹차, 비엔나소시지, 닭강정 같은 것을 무료로 나누어 주는 시식 코너에 머물고 있다.

“가, 가요! 오빠!”

미유키가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고 드디어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곳.

특별세일 할인 품목을 파는 코너로 자리를 옮겼다.

“자, 자! 여러분 흥분하지 말고 5분만 기다려 주세요. 5분 후부터 할인품목 판매 들어갑니다!”

E­마트 종업원들이 계속해서 소리를 질러 되었지만, 신선하고 값싼 할인품목을 누구보다 빨리 획득하기 위한 한국 가정주부 아저씨들의 집념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아, 밀지 말아요. 제가 먼저 왔단 말이에요!”

“힘만 세면 다야! 어딜 비집고 들어와!”

“응. 미경아. 아빠야. 오늘 아빠가 꼭 돼지고기와 감자를 획득해서 맛있는 제육볶음 해줄게. 집에서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각자의 사연을 가진 한 집안의 살림을 책임지는 한국 아빠들.

그들이 눈에 불을 킨 채, 11시가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5, 4, 3, 2, 1!

드디어 시작되는 할인품목 판매!

미유키도 우르르 달려가는 한국아저씨들과 섞여서 자웅을 겨루기 시작한다.

“아! 아아아!! 머리 채 잡지 말라고, 이 새끼들아!”

“그거 내가 먼저 집었다. 놔! 진짜 놔! 확 눈깔을 파버리기 전에!”

“그 쪽은 이미 돼지고기 3개나 획득했잖아요!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이건 저한테 양보해요. 진짜!”

그야말로 순식간에 강한자만이 살아남는 서바이벌 시장이 되어버린 현장.

미유키가 잽싸게 한국 아저씨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물건을 획득하고 있다.

“돼지고기 300G 획득. 포인트 추가. 감자 1kg. 획득!”

몸이 날렵한 미유키였기에 생각보다 요리조리 잘 피해 다니며 득템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감히 엄두를 못내는 품목이 있었으니.

달걀 한 판에 100원 코너.

그 곳은 그야말로 장보기 고수들만이 도전할 수 있는, 험난한 사지였다.

뒹구르르르!

검은 양복을 입은 야쿠자 아저씨들 중 덩치 큰 아저씨 한 명이, 계란 한판을 100원에 얻기 위해 겁 없이 도전했다가 좀비 때처럼 밀려드는 한국 아저씨들에게 밀려 E­마트를 가을날 떨어진 나뭇잎처럼 뒹군다.

“으윽. 역시. 힘보다 민첩을 키웠어야 하는데···”

아무리 덩치가 좋고 힘이 세다고 할지라도 한국 아저씨들의 인해전술에는 밀릴 수밖에 없다.

큰 장애물을 협심해서 해치워버린 좀비 때 한국 아저씨들.

이제는 자기들끼리 100원짜리 달걀 한판을 얻기 위해 자웅을 겨루기 시작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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