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 미소년이 살아남는 법-200화 (199/413)

〈 200화 〉 샤넬 프라이빗 클럽 파티(18)

* * *

세나가 한 손에 안고 있는 아기 고양이에게 명령하자, 고양이가 두 눈을 꼬옥 감는다.

일촉즉발의 상황!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섬뜩한 카리스마가 가득 담긴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STOP! 거기까지만 하시죠.”

유시현과 판도라 멤버들을 향해 다가가던 세나도 움찔할 정도로 대단한 카리스마다.

‘굉장한 살기. 누구지?’

세나가 갑자기 나타난 여자를 바라봤다.

분홍색 머리에 손등에는 정교한 매화 문신.

‘설마 미유키?’

세나의 눈빛이 그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날카롭게 빛났다.

미유키라면, 세나도 알고 있었다.

일본에서 온 크라브마가의 고수.

싸움 좀 한다는 선배들에게 전해들은 얘기로는 거의 국제고등학교에서 독보적인 존재의 싸움실력을 가진 미소녀.

얼굴만 보면 귀여운 10대 소녀로 밖에 보이지 않지만, 한 번 진심이 되어버리면 미친년이 되어서 날 뛴다.

소문으로는 16 대 1로 자신을 왕따 시키던 일진들을 밟아버렸다는 전설도 있다.

적으로 만난다면 아무리 불광동 강냉이 머신 세나라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여러 명이서 한 명을 괴롭히고 있네요? 재미있어요. 이지매 중인건가요? 아, 한국에서는 왕따라고 하던가? 재미있어 보이지만, 여기서 그만 하시죠. 이 남자 제가 좋아하는 분이랑 닮았거든요.”

하지만 다행히 그녀는 시현오빠와 한예슬이라는 여자의 편인 것 같다.

휴우·········

한 숨을 돌리며 들고 있던 쇠파이프를 내려놓는 세나.

미유키가 시현오빠를 지켜준다면 자신이 나타나지 않아도 안심할 수 있다.

거기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판도라 멤버들은 미유키에게 쩔쩔매고 있다.

시현오빠의 주위를 맴도는 여자들.

한예슬과 미유키.

경쟁자인 그녀들이 마음에 드는 건 아니었지만 일단 오늘은 시현오빠를 지켜주는 역할을 대신해주고 있기 때문에 용서해주기로 한다.

아기 고양이를 품에 안은 세나의 눈빛은 다시 원래와 같이 아무런 감정을 느낄 수 없는 공허한 눈동자로 돌아와 있다.

유시현과 관계된 일이 아니라면, 어떠한 흥미도 느끼지 않는 홍안의 미소녀 강세나였다.

세나의 품에 안긴 호랑무늬의 아기고양이도 어느덧 세나의 품에 적응했는지 얌전히 두 눈을 감고 잠들어 있다.

그런 아기 고양이를 보며 세나가 미소를 짓는다.

마치 정교하게 조각된 완벽한 비너스 상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고양이. 오늘부터 네 이름은 시나야. 시현오빠의 시. 세나의 나. 시나. 누나가 오늘부터 시나가 강해지도록 훈련시켜 줄게. 매일 매일 오렌지 주스 1L 마시고 강한 고양이가 되는 거야. 강하고 튼튼해져서 시나를 버린 엄마에게 나 이렇게 잘 컸어요. 하고 복수해 주는 거야. 알겠지. 시나야?’

강제로 매일 1L의 오렌지 주스를 마시고 맹훈련을 해야 하는 아기 고양이 시나.

잠자고 있던 시나가 사람 말을 알아들었으면 경기를 일으킬만한 세나의 혼잣말이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아기 고양이 시나는 새로운 집사를 만났다는 안도감에.

엄마에게 버려진 이후 처음으로 편안한 단잠에 빠져, 고르릉 소리를 내고 있을 뿐이었다.

* * * * *

내가 왜 그랬을까!!!!

침대에 누워 베개를 부여잡고 후회를 해 본다.

하지만 이미 한 번 뱉어버린 말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

‘절대로! 네버! 그 얼굴만 번지르르한 오빠 녀석에게 결혼하기 전까지는 어떠한 스킨십도 허락하지 마세요!’ 라니!

스스로 무덤을 파고 들어가서, 자기 자신을 매장해 버리고 말았다.

눈을 감자, 미유키의 분홍색 단발머리에 페르시안 고양이처럼 크고 우아한 눈.

눈처럼 하얀 피부와 루비처럼 붉은 입술이 떠오른다.

머리를 부여잡고 쥐어뜯어 보았지만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다.

[시현오빠랑 데이트하려고 서울에서 제일 좋은 호텔 스위트룸으로 예약해놨었는데, 당장 취소해야겠네요.]

서울에서 제일 좋은 호텔 스위트룸에서 요염한 미유키와 뜨거운 밤!

상상만으로 코피가 쏟아질 것 같다.

하아·······

자기가 자기를 질투해서 동정을 뗄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리다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미유키가 좋아하는 오빠가 나라는 걸 알아낸 걸로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할까?

오늘 샤넬 프리미어 클럽파티에서 본 미유키는 다래정에서 봤던 모습보다 훨씬 더 세련되고 아름다웠다.

거기다가 엄청난 재력까지 갖춘 재벌가의 손녀.

일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서로의 첫 키스까지 나눈 예슬이가 있다.

예슬이의 귀엽고 상큼한 얼굴을 떠올리자, 어느새 미유키가 머릿속에서 지워지고 있다.

‘그래. 차라리 잘 된 거야. 내 이상형은 예슬이니까. 예슬이를 두고 미유키와 그런 짓을 할 순 없지.’

물론 20대의 불타는 욕구를 가진 청년으로서 아쉽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썸타는 여자를 두고 부정한 짓은 하고 싶지 않다.

‘예슬이는 집에 잘 들어갔을까?’

Z드래곤과 같이 식사를 하러 간 예슬이.

Z드래곤의 예슬이를 바라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는데.

마음이 불안해진다.

아무리 내가 잘나가는 아이돌이라고 해도, 연예인들의 연예인 Z드래곤이 경쟁자라면 밀릴 수밖에 없다.

핸드폰을 열어서 체크해 봤지만 역시나 아직까지 예슬이에게 온 연락은 없다.

‘카통이나 한 번 보내 볼까?’

불안한 마음에 예슬이에게 카통을 보내본다.

[나: 예슬아. 나는 이제 집에 왔는데. 집에 잘 들어갔어?]

......

..

.

하지만 예슬이는 바쁜지 답장이 없다.

이미 시간은 밤 10시가 넘어가고 있다.

설마 예슬이는 아직까지 집에 안 들어가고 Z드래곤이랑 같이 있는 걸까?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때 울리는 핸드폰 진동.

부르르릉~

재빨리 핸드폰을 들어 카통을 확인한다.

하지만 카통을 보낸 사람은 예슬이가 아니다.

[미유키: 시현 오빠. 밤늦은 시간에 연락해서 미안해요. 혹시 자고 있어요?]

의외로 방금 전에 헤어진 미유키에게서 온 카통.

미유키는 내가 박지훈인걸 모르고 그저 닮은 사람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다.

나도 굳이 밝히고 싶은 마음은 없다.

[나: 아니에요. 미유키씨. 늦은 시간에 웬일로 연락을 했어요?]

[미유키: 오빠. 다른 게 아니라요. 오빠는 무슨 음식 좋아하나 궁금해서요. 내일 식당 예약을 하려고 하거든요.]

음식?

혹시 내일 미유키와 데이트 할 때 무슨 음식을 먹을지 고민되어서 그런 걸까?

사실 나는 음식은 안 가리고 다 잘 먹는 편이다.

최근에는 민트초코피자까지 먹을 수 있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아무거나 다 잘 먹는 먹이사슬의 최강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내일은 미유키의 한국 투어인 만큼 한국 사람들이 자주 먹는 평범한 음식을 맛보여 주고 싶다.

오늘 미유키에게 도움도 받았고, 이왕 이렇게 된 거 솜씨를 좀 발휘해 볼까?

[나: 그런데 우리 내일 한강에 가기로 하지 않았어요? 한강에서는 야외에서 도시락 까먹는 게 진리죠.]

[미유키: 도시락이요? 도시락이라면, 저희 주방장한테 말해서 준비하라고 할게요. 오빠 입맛에 맞았으면 좋겠어요.]

[나: 그러면, 미유키씨만 준비하는 건 미안하니까. 나도 도시락을 준비할게요.]

[미유키: 오빠가 도시락을요?]

[나: 네. 왜요? 싫어요?]

[미유키: 아, 아니요! 너무 좋아요! 남자가 준비한 도시락 처음이에요. 벌써부터 내일이 기대가 되요!]

[나: 너무 기대는 하지 말아요. 미유키씨. 주방장님이 만든 도시락에 비하면 볼품없을 거예요.]

[미유키: 아니에요! 오빠가 만든 건 다 맛있어요. 미유키랑 결혼하면 오빠가 만든 음식 매일 먹을 수 있어서 행복해요!]

윽, 사실 계란말이에 비엔나 소세지.

볶음김치 정도 밖에 할 줄 모르는데.

너무 일이 커져버린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미유키는 항상 비싸고 고급스러운 음식만 먹어봤을 테니까.

이런 서민 음식도 한 번 쯤 먹어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 될 테니까.

[미유키: 그런데 오빠. 오늘 모임에 갔다가 우연히 오빠랑 닮은 남자를 만났어요. 물론 우리 오빠가 훨씬 더 수수하고 꽤 재재해서 귀여웠지만.]

수수하고 꽤 재재해서 더 귀엽다고?

이거 기분 좋아야 하는 거야.

나빠야 하는 거야?

[미유키: 그 남자를 보니까, 오빠가 너무 보고 싶어서 밤중에 실례인줄 알지만 오빠에게 연락했어요. 이제 미유키 자야해요. 그러면 오빠 내일 봐요!]

[나: 네. 미유키씨. 내일 봐요.]

미유키와 카톡을 끝내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내일은 미유키가 평소 보지 못했던 한국의 서민적인 모습을 보여 줄 생각이다.

남대문 시장 정도 가면 되려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다시 카통이 울린다.

이번에는 누구지?

대수롭지 않게 핸드폰을 들어서 잠금을 풀었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동영상 화면이었다.

다짜고짜 이런 동영상을 보내다니, 설마 그녀가 나를 원망이라도 하는 것일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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