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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 미소년이 살아남는 법-198화 (198/413)

〈 198화 〉 샤넬 프라이빗 클럽 파티(16)

* * *

박지훈이 나를 뉴튜브에서 봤다고 한다.

사실 그 그라비아 뉴튜브 동영상 때문에 요즘 들어 귀찮은 일들이 많이 생긴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걸어도 어떻게 알아봤는지, 쭈빗쭈빗 걸어와 싸인을 해달라는 스토커 같은 녀석도 있다.

마음대로 사진을 찍는 인간도 있고.

돈을 받았으니 뉴튜브 동영상을 내려주라고 할 수도 없고.

하아········

요즘 들어 자주 생기는 이런 일 때문에 우리 시현 오빠를 스토킹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아. 뉴튜브.”

귀찮아서 답답형으로 대답을 한다.

박지훈이든 누구든 우리 시현오빠가 아니라면 그냥 인간 1.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아니 이 녀석에게는 오히려 화가 난다.

고양이 주인이 돈도 많은 아이돌 박지훈인데 이렇게 자기 고양이가 삐쩍 말라서 다 죽어가도록 혼자 내버려 두었다고?

이 녀석 혹시 고양이 학대범인 걸까?

실제로 동물을 학대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금수보다 못한 인간들도 있다고 하던데.

참을 수 없다.

분노를 담아 물어본다.

“이 고양이. 그 쪽 거예요?”

하지만 돌아온 것은 의외의 대답.

“아니요. 저도 방금 발견했어요.”

뭐야. 이 녀석이 고양이 주인이 아닌 거야?

그렇다면 고양이는 왜 저 남자에게 친근하게 계속해서 자기 머리를 부비고 있는 거지?

부러우면서 의구심이 든다.

박지훈을 바라보며 동물적인 감각을 극대화 시켜본다.

고양이는 오감이 뛰어난 동물이다.

그런 맹수가 저 남자에게 호감을 느낀다면 분명 무엇인가가 있다.

킁킁킁.

먼저 후각.

고급스러운 향수 냄새로 감추어져 있지만, 그 안에 숨겨진 은은하게 나는 상큼한 비누향.

이건.

우, 우리 오빠가 자주 쓰는 비누인데.

심장이 두근두근 거린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다음은 안력을 높여본다.

두꺼운 방송용 메이크업과 달라진 헤어스타일.

하지만 나는 시현 오빠의 자랑스러운 풀타임 스토커 강세나다.

잠시 동안은 그 모습에 현혹될 수 있지만, 진실은 밝혀지게 되어있다.

메이크업이 없는 자연스러운 박지훈의 얼굴을 상상해 본다.

거기다가 평소 우리 시현오빠의 검은색 머리를 덧칠.

점점 더 또렷해져가는 상상속의 얼굴.

그리고 그 얼굴은·······

울컥.

바보같이.

바로 앞에 두고도 모르고 있었다니.

나도 모르게 살짝 눈물이 나와 버리고 말았다.

강세나 시현오빠의 풀타임 스토커라서 완전 자격 미달이다.

우리 시현오빠와.

연예인 아이돌 박지훈.

그 둘은 하나였던 것이다.

* * * * *

두근두근두근!

박지훈이 우리 시현오빠라는 것을 알게 되자, 미친 듯이 빠르게 뛰기 시작하는 심장.

심장이 터져나갈 것 같이 떨려온다.

긴장하지 말자.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거야.

최대한 자연스럽게.

우리 시현 오빠가 박지훈이라는 것을 숨기고 다니는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굳이 그 사실을 밝혀서 시현 오빠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그런데, 시현이 오빠가 안쓰러운 눈빛으로 내 손을 바라보고 있다.

손?

고등학교 때 싸움도 많이 하고 험하게 자라서 내 손은 시현 오빠의 섬섬옥수 같이 고운 손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거기다가 지금은 고양이가 할퀸 상처까지.

얼굴을 붉히며 손을 허리 뒤로 감춘다.

그리고 어색함을 무마하기 위해 봉지에서 주섬주섬 햄버거와 오렌지 주스를 꺼냈다.

두근두근

시현오빠 앞이라고 긴장 할 것 없어.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거야.

이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다.

역시 시현오빠와 나는 하늘이 맺어준 인연임에 틀림없다.

아니 이번에는 고양이가 맺어준 인연인가?

조심스럽게 시현이 오빠 옆에 쭈그려 앉았다.

옆에서 바라본 시현 오빠의 얼굴.

귀여운 시현 오빠의 본 얼굴을 두껍게 가리고 있는 메이크업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천사처럼 완벽하다.

이대로 넋 놓고 시현오빠만 바라보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일단 고양이 먼저 챙겨야 한다.

배고픈 고양이가 야옹 거리면서 내 손에 들린 비닐봉지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고양이. 아까부터 아무 것도 못 먹어서 배고파요.”

자랑스럽게 고양이가 좋아할만한 음식들을 꺼내놓았다.

오렌지 주스와 햄버거.

세상에 오렌지 주스와 햄버거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고양이도 마찬가지일 거야.

햄버거를 꺼내서는 잘게 부스고 오렌지 주스 뚜껑을 따서는 그 위에 오렌지주스를 살짝 부었다.

“이것 좀 고양이한테 주실래요.”

조심스럽게 시현오빠에게 말을 걸어본다.

하지만 너무 설레고 수줍어서 오빠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 볼 수가 없다.

나 불광동 미친년 강세나인데.

시현 오빠 앞에만 서면 열 살짜리 수줍은 소녀가 되어버리고 만다.

“네. 알겠어요.”

시현 오빠가 햄버거와 오렌지주스를 넘겨받았다.

오빠의.

시현 오빠의······

손이 내 손과 맞닿았다.

하악하으·······

손가락만 닿았을 뿐인데, 온 몸에 전기가 찌릿찌릿 통하는 것만 같다.

너무 설레서 온 몸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심장에 무리가 온다.

이러다 심장마비 걸려서 죽을지도 몰라.

역시 시현 오빠의 치명적인 매력은 건강에 좋지 않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자꾸만 자꾸만 시현오빠에게 빠져 들어간다.

시현 오빠가 햄버거와 오렌지주스를 받아서 아기 고양이 앞에 내려놓았다.

그런데 건방진 아기 고양이가 냄새만 킁킁 맡아보고는 먹지를 않는다.

그리고 시현 오빠에게 얼굴을 부비며 갸르릉 거리기만 한다.

역시 아기 고양이도 시현 오빠의 매력에 빠져서 음식 먹는 것을 잊어버릴 정도인가?

살짝 질투가 나지만, 고양이니까 봐주기로 한다.

거기다 아기 고양이는 비틀비틀 위태위태해 보인다.

“고양이. 왜 안 먹니? 먹어야 살아. 강해져야지.”

고양이에게 물릴 까봐 두려웠지만 용기를 내어 햄버거 부스러기를 가져다 된다.

하지만.

키얏옹!

역시 고양이 녀석이 화를 내며 발톱으로 내 손등을 긁어버렸다.

이번에는 제법 날카로운 냥냥 펀치였다.

붉은 피가 손등에서 흘러내린다.

“괜찮아요?”

손등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보며 시현오빠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설마 시현오빠가 나를 걱정해 주는 거야?

고작 손등에 피가 나는 정도로 시현오빠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다니.

오빠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다면, 이까짓 냥냥펀치 쯤 전혀 두렵지 않다.

냥냥펀치를 맞았을 때는 살짝 화가 났지만, 지금은 오히려 손등을 할퀴어 준 아기 고양이가 사랑스럽다.

역시 아기 고양이는 나와 시현오빠의 사랑을 이루어주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 준 신수이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시현오빠.

너무 설레서 시현오빠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다.

수줍어서 고개를 돌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요. 고양이가 수줍음이 많아서 그래요. 저처럼.”

“잠깐 손 좀 줘 봐요. 상처가 작아도 감염되면 아플 수 있어요.”

손, 손을 잡고 싶다고요?

설마 오빠도 나를 좋아하는 걸까?

아니면 모든 여자에게 이렇게 친절한 것일까?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오빠와 손을 잡다니.

그건 진도가 너무 빠른데.

상상만으로도 얼굴이 장미꽃처럼 붉어지고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쿵쿵 거리며 뛰기 시작한다.

“괘, 괜찮아요. 저 심장이 약해서.”

오빠의 손을 너무 잡고 싶었지만, 그러면 심장에 무리가 올 것 같다.

아쉽지만 오빠와 손을 잡는 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일요일 데이트 때·······

“안된다니까요. 아무리 작은 상처라고 감염되면 큰일 난다니까. 마침 알콜도 있으니까.”

하지만 시현오빠가 박력 있게 밀어 붙인다.

“자, 손 주세요! 빨리요.”

시현오빠가 손을 내밀며 카리스마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저 눈빛을 보고 반하지 않을 여자가 어디 있을까?

너무 긴장되어서 나도 모르게 부르르 떨리는 손을 시현오빠에게 내밀었다.

칙! 췩!

시현 오빠가 내 손을 잡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알콜을 꺼내어서는 손등에 뿌려주었다.

오빠와의 첫 스킨십.

너무 떨려서 심장이 가슴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다.

하지만 아쉽게도 오빠와의 첫 스킨십은 길진 않았다.

아니 오히려 잘 된 것일지도 몰라.

이대로 오빠와 더 오래 손을 잡고 있었으면, 너무 황홀해서 기절해 버렸을지도 몰라.

잡고 있던 손을 놓으며 시현 오빠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아기 고양이를 바라본다.

“세나씨. 손은 괜찮은 것 같아요. 그런데, 세나씨. 아기 고양이한테는 오렌지 주스나 햄버거는 무리일 것 같은데요. 혹시 다른 것 있어요?”

“다른 거요? 햄버거. 오렌지 주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만 사왔는데요.”

사실 건방진 아기 고양이가 편식을 할 거라 생각 못했다.

배고픈 주제에 오렌지 주스와 햄버거를 거부하는 고양이 녀석이라니.

그러다 문득 생각난 사은품.

“우유 정도 밖에.”

“우유요?”

“네. 사은품으로 줘서.”

“우유 줘 보세요. 세나씨.”

“네? 우유? 우유는 맛없어서 고양이가 싫어할 텐데. 역시, 초콜릿이나 사탕을 사 올걸 그랬나.”

시현 오빠는 고양이에 대해 너무 모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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