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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 미소년이 살아남는 법-197화 (197/413)

〈 197화 〉 샤넬 프라이빗 클럽 파티(15)

* * *

계속되는 기자들의 사진 요청과 갑자기 들어오는 인터뷰 때문에 녹초가 되어버린 강세나.

그녀가 마침내 모든 인터뷰를 끝내고 자리로 돌아왔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서영 PD.

세라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마치 미의 여신인 비너스라도 바라보는 것처럼 경외심으로 가득 차 있다.

“잘했어. 세나야. 역시. 세나는 다르구나. 단지 외모만으로 다른 연예인들을 오징어로 만들어서 압살 해 버리다니.”

그 후로도 계속되는 서영PD의 세나를 향한 칭찬과 질척거림.

하지만 세나는 성공적인 연예계 데뷔나 서영PD의 칭찬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인다.

“저 잠깐 화장실 좀 갔다 올게요.”

“으응. 그럴래?”

그렇게 말하며 서영PD가 손짓을 하자, 서영 PD 뒤에 서있던 덩치 좋은 여자 매니저 두 명이 세나에게 따라 붙는다.

하지만 세나가 잔뜩 짜증난 표정을 지으며 서영PD에게 말한다.

“그만 좀 하지? 안 그래도 사진 찍느라 피곤한데, 화장실은 좀 편하게 가고 싶거든?”

위협적으로 붉은 홍안의 눈을 크게 뜨며 서영 PD를 노려보는 세나.

사실 외부도 아니고 샤넬 프리미엄 클럽 파티 행사장 안.

서영 PD도 이곳에서는 약간의 경계심은 늦추어도 될 것이라 판단이 선다.

특히 세나는 저 붉은 눈동자가 불타오를 때는 아무리 서영PD라고 해도 감당이 안 될 정도의 엄청난 카리스마와 난폭함을 보여주니까.

서영 PD가 다시 손가락으로 지시를 하자, 덩치 좋은 매니저 두 명은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

“그러면 행사장에 먼저 가 있을게. 일 다 보면 거기로 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세나는 천천히 포토존을 벗어나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아. 피곤해. 계속해서 번쩍거리는 카메라들도. 지긋지긋한 아줌마도. 멧돼지 같은 매니저 년들도.’

드디어 혼자가 된 세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마음을 고쳐먹으며 생각에 잠긴다.

‘아니야. 그래도 시현 오빠와의 미래를 위해서 이정도 고생쯤이야, 이겨 내야지. 가장이 되어서 적어도 시현 오빠랑 같이 살 집이랑 차 정도는 마련해야 하니까.’

화장실에서 손을 씻으며 다시 시현이와의 밝은 미래를 상상해 본다.

‘약해지지 말자. 강세나. 우리 시현 오빠 손에 물 안 묻히게 살게 해 주려면 가정부 아저씨도 고용해야 하고. 나이 들어서 같이 해외여행도 가고 편하게 살려면 빌딩도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지. 그리고 우리 시현오빠 다른 남자들한테 안 꿀리게 강남에 아파트 정도는 사줘야하고. 차는 우리 세련된 시현오빠랑 잘 어울리는 포르쉐 정도가 좋을까? 포르쉐 선물 해주면 우리 시현 오빠가 좋아하겠지?’

사실 강세나는 연예계 생활 따위에는 관심이 1도 없는 여자였다.

대중들의 관심을 받는 일 따위는 그저 귀찮을 뿐이다.

그녀에게 필요한 건 그저 유시현 한 명의 완벽한 사랑과 관심뿐이다.

유시현의 관심을 받기 위해서 필요한 기본적인 것.

그것은 외모와 돈이다.

외모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

하지만 돈을 버는 것은 어렵다.

고등학교 때 수행 능력을 봤을 때, 머리로 돈을 번 다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큰돈을 벌 수 있는 건 가장 자신 있는 외모를 활용하는 것 밖에 없었다.

물론 싸움에도 자신은 있었지만, 프로 경기를 뛰다가 혹시라도 얼굴이 상하기라도 하면 유시현의 관심을 받지 못 할까봐 걱정되는 그녀였다.

‘복싱이나 종합격투기는 안 돼. 안 그래도 우리 시현오빠에게 잘 보일만한 것이 남들 보다 좀 더 나은 외모밖에 없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화장실을 빠져 나오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냐옹냐옹~

평소 유시현 외의 인간에게는 호기심이 없지만, 동물에게는 호기심이 많은 세나였다.

세나는 어렸을 적부터 강아지나 고양이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귀찮고 질리도록 따라붙는 남, 녀 인간들과 다르게 동물들은 항상 세나에게 적대적이었다.

아마도 세나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카리스마와 광기를 동물들은 직감적으로 위험하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고양이가 혼자 여기에?’

세나가 무표정한 얼굴로 냐옹냐옹 소리가 나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세나가 발견한 것은 호랑무늬의 귀여운 아기 고양이.

이제 태어 난지 한 달도 안 되어 보이는 자그마한 녀석이었다.

“고양이 왜 혼자 있는 거니?”

세나가 아기 고양이에게 다가가며 말을 건다.

하지만 세나의 카리스마와 광기를 느낀 아기 고양이가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린다.

“고양이. 엄마랑 친구들은 어디 있니?”

부들부들 떨고 있는 아기 고양이를 향해 세나가 그녀의 아름다운 하얀 손을 내밀었다.

겁에 질려있는 아기고양이지만 본능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쥐도 밟으면 꿈틀거리는 법!

아기 고양이가 사나운 소리를 내며 세나의 손을 할퀸다.

키얏옹!

아기 고양이에게 할퀴어진 손을 움찔거리며 뒤로 빼는 세나.

다행히 피는 나지 않았지만 아기고양이의 냥냥 펀치가 꽤나 매섭다.

“고양이. 어디에서 수련 좀 했나 본데? 원 투 잽이 제법 날카로웠어.”

세나가 빙긋 웃으며 다시 고양이를 향해 손을 내민다.

냥냥 펀치는 날리지만 다른 고양이들처럼 도망가지는 않는 아기 고양이에게 흥미를 느낀 것이다.

키얏옹!

인생 최대의 적을 눈앞에 두고 바짝 긴장해 있던 아기 고양이가 다시 한 번 세나의 손을 향해 냥냥 펀치를 날리려다가.

그만 풀썩 힘없이 쓰러지고 만다.

세나가 놀라서 자세히 보니 아기 고양이는 안쓰러울 정도로 마르고 볼품없어 보인다.

그제야 세나는 이 아기 고양이가 엄마와 친구 고양이들에게 버림받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세나가 쓰러진 고양이를 양손으로 들어서 품안에 쏘옥 안는다.

키얏! 키얏옹!!

쓰러진 상태에서도 열심히 세나의 손을 물어뜯으려는 아기 고양이.

하지만 일단 세나의 품속에 안기자 언제 그랬냐는 듯 얌전해진다.

적장의 품에 안긴 이상 살아남기 위해 일보 후퇴를 선택한 것이다.

“고양이. 세나처럼 세상에 혼자인 거야?”

버려진 아기 고양이를 바라보며 자신의 과거를 투영하는 세나였다.

그녀의 아름다운 홍안의 눈동자가 가볍게 떨려온다.

하지만 고개를 흔들어 과거에 대한 기억을 지워낸다.

“가자. 고양이. 먹을 만한 걸 줄 테니.”

세나는 고양이를 품에 안고 사람들의 인적이 드문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자동차 사이에 고양이를 풀어주며 고양이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고양이. 좋아하는 게 뭐니? 사탕? 초콜릿? 피자?”

피곤하고 배고파서 지칠 대로 지친 아기 고양이는 다시 힘없이 주저앉는다.

세나가 당황해서 안절부절 하며 재빨리 말한다.

“아, 알았어. 고양이. 그냥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걸로 사 올 테니까 기운 내는 거야.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그 사이에 죽, 죽기라도 하면 정말 가만두지 않을거야!”

다급해진 세나가 재빨리 음식을 사기 위해 지하주차장을 빠져 나간다.

* * * * *

그렇게 세나가 없어지자 다시 힘든 발걸음을 옮기려던 고양이.

그런 고양이 앞에 이번에는 새로운 적이 나타났다.

“엄마는 어디 갔니? 고양아?”

이번에 새로 나타난 적은.

아니 적이라고 생각했던 인간에게서는 이상하게 좋은 냄새가 난다.

따뜻하면서 포근한.

버려지기 전 엄마에게서 나던 그 냄새.

자기도 모르게 처음 보는 낯선 인간의 손등에 머리를 비비며 갸르릉 거린다.

그리고 역시나 이 새로 나타난 인간은 적이 아니라 집사였다.

그것도 제법 능숙하게 주인님의 머리를 쓰다듬을 줄 아는.

집사가 머리를 만져주자 살포시 잠이 올 정도로 기분이 좋아진다.

아니 기분이 좋았었다.

다시 음침한 기운을 가진 인생 최대의 적인 인간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 * * * *

“아··· 고양이 주인?”

능숙하게 고양이 머리를 쓰다듬는 남자다.

저렇게 사납고 거친 맹수 같은 고양이 녀석이 머리를 맡기며 애교를 떨고 있다니.

저 남자는 고양이 주인이 분명하다.

내 목소리에 놀라 고양이 주인 녀석이 뒤를 돌아보았다.

녀석이 고양이 주인이라면, 주인이 있음에도 없는 척 한 건방진 아기 고양이를 위해 몇 마디 위협 해 줄 생각이었다.

다시는 이렇게 힘없는 처량한 모습으로 돌아다니지 않게.

밥도 잘 주고 잘 보살펴 달라고.

하지만 고양이 주인 녀석이.

아니 고양이 주인이 뒤돌아보는 순간, 나는 준비하고 있던 가시 돋친 날카로운 말들을 그대로 주어 담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고양이 주인은 우리 시현오빠와 너무 닮은 모습을 하고 있었으니까.

“세나씨?”

“네? 누구···?”

고양이 주인이 나를 보고 아는 채를 한다.

우리 시현오빠와 닮은 사람이라면 절대로 내가 모를 리가 없다.

두뇌를 재빨리 가동시켜 본다.

이곳은 샤넬 행사장.

연예인들이 오는 곳.

연예인 중에 그나마 우리 천사 같은 시현오빠와 가장 닮은 사람은?

요즘 떠오른다는 아이돌 박지훈.

그래. 이 남자는 박지훈이다.

“아, 그 요즘 뉴튜브에서 유명하셔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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