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화 〉 샤넬 프라이빗 클럽 파티(14)
* * *
그렇게 수줍은 얼굴로 역시 성진국 일본스러운 19금 질문을 끝낸 미유키.
그녀가 나의 답변을 기다리며 고양이 같이 요염하면서 귀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분홍색 단발머리에 페르시안 고양이처럼 크고 우아한 눈
눈처럼 하얀 피부와 루비처럼 붉은 입술.
천사처럼 청순하면서 깨끗한 미유키의 첫 순결을 어느 얼굴만 번지르르한 회사원 녀석이 가져가 버린다 생각하니 울컥 억한 심정이 차오른다.
으드득.
미유키에게는 들리지 않도록 이빨을 꽉 깨문다.
그리고는 최대한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미유키에게 설명을 시작한다.
“미유키씨. 그것은 한국과 일본이 완전히 다른 문화를 가져서 그래요. 한국에서는 절대로! 결혼하기 전까지는 남자에게 여자의 순결을 주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특히 미유키씨처럼 천사처럼 깨끗한 여자는 더더욱이요. 한국 남자들은 늑대같이 능구렁이 같은 녀석들이 많아서 여자와 하룻밤을 보내고는 연락두절! 하는 일이 많습니다. 정말 미유키씨를 위해서 하는 말인데요. 절대로! 네버! 그 얼굴만 번지르르한 오빠 녀석에게 결혼하기 전까지는 어떠한 스킨십도 허락하지 마세요!”
허억허억........
최선을 다해 미유키가 좋아한다는 오빠 녀석과 미유키와의 스킨쉽을 방해했다.
이 정도면 미유키도 첫 데이트에 순결을 바친다는 말도 안 되는 망상을 머릿속에서 지우겠지.
왠지 모르게 뿌듯하다.
내가 못 먹는 떡은 남도 먹을 수 없다.
조금 치사한 내로남불일지 모르지만, 미유키의 우아하면서 아름다운 자태를 보니 더더욱 다른 놈팽이 같은 녀석이 순진한 미유키를 건드리게 놔둘 수는 없다.
잘 한 거야!
그래 이거야 말로 완벽·······
“하응··· 정말요? 우리 시현오빠한테 미유키의 모든 걸 주고 싶었는데. 그럼 안 되겠네요. 일본과 한국의 문화차이가 그리 크다니. 조언 고마워요. 지훈씨. 미유키의 순결. 시현오빠랑 결혼 할 때 까지 꼭 지킬게요."
에?
에베베!!!
뭐, 뭐라고!!!!!!
시현 오빠아아!!!
시현 오빠라는 말에 갑자기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그렇다면 미유키가 좋아한다는.
첫 눈에 반해버렸다는.
그 회사원 오빠가 나였다는 말이야!!!
이, 이런 좆 벼, 병신을 봤나!
지금 스스로 미소녀가 자신의 첫 순결을 바친다는데, 그러지 말라고 극구 말리고 설득하는 녀석이 꼴이 되어버렸다.
“그, 그게 아니라요. 미유키씨 다시 생각을 해보니········”
끼이익!
그때 갑자기 멈추어서는 차.
“아. 이제 다 왔네요. 오늘 조언 감사합니다. 지훈씨. 내일 우리 시현오빠랑 데이트하려고 서울에서 제일 좋은 호텔도 스위트룸으로 예약해놨었는데, 당장 취소해야겠네요. 그럼. 다음에 봐요!”
그렇게 말한 미유키가 내 인사도 받지 않고 차문을 열어준다.
일이 바쁜지 빨리 내리라는 무언의 눈빛을 보내고 있다.
변명의 말도 하지 못한 채, 작별인사를 건넸다.
“네. 미유키씨··· 잘 가요.”
나라를 잃어버린 침울한 표정으로 미유키의 차에서 내렸다.
이래서 옛 어른들이 마음을 곱게 쓰라고 했나보다.
첫 동정을 졸업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날려 버렸다.
그것도 걸그룹 아이돌 보다 더 예쁜 일본 미소녀와의 첫날밤을.
‘흐으··· 이건 에반데.’
평소보다 훨씬 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멀게 만 느껴지는, 처량한 밤이었다.
* * * * *
한 시간 전.
샤넬 프리미어 클럽 파티?
시현 오빠를 생각하느라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나에게 파티 따위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저 소속사에서 귀찮게 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오기는 했지만, 역시 지루할 뿐이다.
지금쯤 시현오빠는 뭐하고 있을까?
저녁 7시니까 이제 퇴근해서 집에서 저녁을 먹고 있을 시간인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상상속의 식탁에는 시현오빠가 있다.
그리고 시현오빠를 꼭 빼닮은 남자 아이와 나를 닮은 빨간 머리의 여자아이.
“엄마, 오늘도 오빠랑 아빠가 좋아하는 고등어가 반찬이야? 피. 나는 비엔나소시지 먹고 싶은데.”
“우리 시은이 비엔나소시지 먹고 싶어요? 그럼 아빠가 시은이를 위해서 요리 해 줘야지.”
역시 우리 시현 오빠는 자상하다.
우리 딸을 위해 비엔나소시지 요리를 다하고.
“아빠! 저도 도와드릴게요.”
시현오빠와 함께 앞치마를 두르며 요리 준비를 하는 시나.
“그러면 엄마는 우리 시현 오빠랑 시나, 시은이를 위해서 오렌지 주스를 준비할게.”
“와~ 엄마. 오렌지 주스 만드는 거야? 나는 엄마가 만들어주는 오렌지 주스가 제일 좋더라.”
“세나야. 오렌지 주스 얘기하니까 우리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오르는데. 그 때 우리가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치, 오빠! 세나는 오빠를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는걸요. 오빠랑 내가 결혼해서 이렇게 행복한 가정을 만들 거라는 걸요.”
“그랬어? 하하하. 역시 세나는 선견지명이 있다니까. 고마워. 세나야. 나 같이 부족한 사람이랑 결혼 해 줘서.”
“아니에요. 오빠. 세나한테 오빠는 과분한 걸요. 저야말로 오빠랑 평생 함께 있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
“세나야···”
“시현 오빠!”
...
..
.
“아, 세나야. 강세나! 지금 눈감고 뭐하고 있는 거야? 다음 포토존은 세나 차례니까 준비해야지.”
뭐, 뭐지!
이 낯선 목소리는?
이제 막 시현오빠와 키스를 하기 직전이었는데.
씨발!!!!
* * * * *
눈을 감고 행복한 상상에 빠져있던 강세나가 천천히 크고 아름다운 홍안의 눈을 날카롭게 떴다.
그녀가 눈을 떠 보니 이곳은 시현 오빠와 아이들이 있는 상상 속의 아름다운 식탁이 아니라, 그저 복잡하기만한 클럽 파티 장이다.
그리고 그녀 옆에는 안경은 쓴 여자.
서영 PD가 꼬옥 옆에 붙어서 음침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쁘다.
서영 PD의 음산한 기운이 그녀의 머릿속을 휘젓고 있는 것 같다.
“세나야. 집중하자. 내가 세나를 이 샤넬 프리미어 클럽 파티에 초대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로비를 했는지 알아? 여기서 눈도장만 잘 찍으면, 이번에 새로 시작하는 MBS 주말 연속극 서브 주인공으로 출현할 수 있어. 너도 알지? 신인에게 주말 연속극 서브 주인공 자리 내 주는 게 얼마나 이례적인 일인지?”
세나가 얼음같이 차가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네.”
사람을 끌어당기는 신비로운 외모와 매력을 지닌 세나.
그녀만의 차가우면서 날카로운 표정은 마치 에반게리온이라는 일본 만화의 여주인공 레이와 같이 사람의 마음을 끄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세나의 매력에 빠져 자신의 모든 것을 갈아 넣고 있는 서영 PD.
세나 라는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늪에 빠져 들어가고 있었지만, 그녀는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허우적거리는 것도 잊은 채 그저 세나를 위해 모든 것을 투자하고 있었다.
“자, 그럼. 세나야. 최선을 다해서, 세나만의 매력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거야!”
서영 PD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세나는 마치 숲 속의 요정 엘프 같이 사뿐사뿐 걸어서 포토존으로 다가갔다.
기자들의 시선이 인형같이 완벽한 이목구비를 가진 신인 여배 세나에게 집중된다.
찰칵 찰칵!
파파팟!
파밧!
번쩍 번쩍!
연예인이 되기 위해 태어났다고 할 만큼 완벽한 브이라인의 작은 얼굴.
백설기처럼 하얀 피부에 고양이처럼 큰 눈.
작고 오뚝한 귀여운 코.
루비처럼 붉은 입술에 가느다란 목 선.
거기다가 가녀린 몸매와는 어울리지 않는 탱탱한 젖가슴과 히프.
어느 곳 하나 완벽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외모의 강세나.
더군다나 오늘은 무대 의상으로 협찬 받은 샤넬의 붉은색 드레스가 세나의 청초하면서 차가운 신화에 나오는 얼음 조각상과 같은 아름다음을 더욱 눈부시게 만들어 주었고, 세나의 하얀 피부와 붉은 드레스의 조화는 그야말로 「나라를 기울일 만한 여자(子)」라는 뜻으로 쓰이는 경국지색과 딱 맞아 떨어졌다.
나라의 가세를 기울게 할 만큼 엄청난 미모의 미소녀 강세나.
신인 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기자들의 넋을 빼놓기에 충분했다.
“저, 저 미소녀는 누구야! 처음 보는 얼굴인데, 비율이랑 마, 마스크가 말이 안 되잖아? 사람 맞아? 요정 아니야?”
“누구 지금 포토존에 들어서는 여자에 관한 정보 아는 사람 없어요!”
“야! 빨리 인터넷 서치해서 찾아 봐! 이 정도 외모의 미소녀면 뉴튜브든 블로그든 어디든 정보가 있을 거 아니야! 빨리! 빨리!”
사실 지금 포토존에 들어오는 연예인들은 샤넬 프리미엄 클럽 파티에 초대된 연예인들 중 가장 쩌리에 해당하는 마지막 포토타임이었다.
물론 샤넬 프리미엄 클럽 파티에 초대되는 것 자체가 인지도가 높아야만 가능했기에, 쩌리라고 해도 그 포스들이 장난이 아니다.
하지만 모든 기자들과 다른 연예인들을 외모로 압살 시키는 강세나의 아름다움은 그야말로 샤넬 행사에서 가장 메인이 되어야 할 연예인이 아니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파파팟!
파밧!
번쩍 번쩍!
한산했던 포토존이 한 장이라도 세나의 사진을 더 담기 위한 기자들의 경쟁으로 다시 뜨거워 졌다.
가장 마지막으로 포토존에 들어 선 쩌리 배우가.
단지 외모만으로 다른 연예인들을 압도하고 메인이 되어버리는 기적 같은 일이 발생한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