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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 미소년이 살아남는 법-192화 (192/413)

〈 192화 〉 샤넬 프라이빗 클럽 파티(10)

* * *

긴박한 순간이 되자, 예슬이의 입에서 내 본명이 나왔다.

그리고 순식간에 뺨을 얻어맞은 혜민이 큰 눈을 부라리며, 불같이 화를 낸다.

“이 새끼가. 진짜 봐 주니까. 눈에 뵈는 게 없나. 넌 오늘 뒤졌어. 이 개새끼야!”

이제야 숨겨 놓았던 양아치 같은 본성이 나오는 혜민.

살이 아릴 정도로 강력한 살기에 본능적으로 몸이 움츠려 든다.

방금 전은 혜민이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방심해서 당했다지만, 직감적으로 그녀가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 대 일이라도 당해내기 힘들 것 같은데.

다연, 설영, 하이린까지.

예슬이가 도와준다고 해도 과연 무사히 벗어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나 혼자라면 별 문제가 아니지만, 예슬이까지 챙겨야 하니.

“씨발 새끼야. 분명 이건 네가 먼저 시작한 거다. 귀엽다고 오냐오냐 봐 줬더니. 개가 사람을 물어? 설영아. 당장 실장님한테 전화 넣어서 사고 나면 우리 쪽으로 유리하게 기사 쓰게 하도록 지시하고. CCTV확보하고. 무슨 말인지 알지?”

이런 일을 많이 겪어보았는지 판도라 멤버들의 대처가 일사분란하다.

아직 연예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는 나에게는 모든 상황이 불리하다.

너무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그녀들과 싸우게 된 것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진실보다 결과가 더 중요한 순간들이 많다.

그것이 거짓된 진실로 만들어진 결과라도.

바짝 긴장된 상태로 혜민과 다른 판도라 멤버들을 바라보는 예슬과 나.

“씨발, 너희 씨발년놈들은 오늘 죽었어.”

어이없게 뺨을 얻어맞아 열 받을 대로 열 받은 혜민이 갑작스럽게 주먹을 뻗어서 복부를 노려온다.

아마추어가 아니라 잘 훈련된 프로복서 같은 몸놀림이다.

손으로 가드해서 막아낸다고 해도 피지컬 차이가 너무 커서 그 충격이 온 몸으로 전해질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일촉즉발의 상황!

어디에선가 쇠파이프를 드르륵! 끄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차가우면서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섬뜩한 카리스마가 가득 담긴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STOP! 거기까지만 하시죠.”

섬뜩한 카리스마를 내 뿜으며 나타난 목소리의 주인공은 165cm정도로 이세계에서는 작은 키에 속하는 여자였다.

분홍색 머리에 손등에는 정교한 매화 문신.

입술에는 작은 고리 모양의 피어싱을 해서 얼핏 보면 여자 폭주족 같이 터프해 보이지만 얼굴은 오히려 고등학생처럼 어려보이고 귀여운 미소녀 그녀.

바로 일본 재벌가 순위 100위 안에 드는 엄청난 가문을 배경으로 지닌 미유키였다.

재벌가의 자제이면서도 그 아름다움은 결코 한국 걸 그룹 탑 아이돌에게 뒤지지 않는다.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귀여운. 그 모습이 굉장히 이질적이어서 한 번 보면 결코 잊히지 않을 뇌리에 강하게 남는 인상이었다.

“너는 누군데, 이 씨발년아? 우리가 감히 누군지 알고 끼어들어!”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에 놀랐던 혜민이 미유키의 작고 가녀린 모습을 보고는 얕잡아본다.

“저요? 지나가던 일본여자인데요? 제가 아는 오빠랑 닮은 분을 봐서 와봤더니··· ”

미유키가 유리처럼 투명한 분홍색 눈을 실눈으로 뜨며 판도라 멤버들을 바라본다.

지금까지 봐오던 미유키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입은 웃고 있지만 눈빛은 금방이라도 비수로 가슴을 뚫어버릴 것 같은 엄청난 살기로 주변 공기가 아려 올 정도다.

“여러 명이서 한 명을 괴롭히고 있네요? 재미있어요. 이지매 중인건가요? 아, 한국에서는 왕따라고 하던가?”

주위의 살기등등한 분위기를 압도하는 미유키.

왠지 그녀 앞에서는 모두가 어린아이가 된 듯하다.

주위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천천히 다가오는 미유키.

그녀가 혜민 앞에 바로 섰다.

혜민의 몸이 마치 사자 앞에 놓인 토끼처럼 바들바들 떨려온다.

“재미있어 보이지만, 여기서 그만 하시죠. 이 남자 제가 좋아하는 분이랑 닮았거든요.”

미유키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 주체할 수 없이 떨리는 몸이 부끄러운 혜민.

판도라의 리더로서 살기에 짓눌린 것이 쪽팔린지 무리를 해서 가오를 잡아본다.

“너. 우리가 누군지 알아? 일본년이라서 우리가 누군지도 모르나? 우리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아이돌 판도라거든. 지금 일반인 주제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아이돌한테 시비 걸고 있는 거야. 감당할 수 있겠어?”

판도라라는 말에 미유키가 뒤로 한 발짝 물러서며 주춤한다.

그리고 예쁜 입술을 움직이며 혼잣말로 되뇌인다.

“아~ 판도라요. 판도라·· 판도라···”

“그래. 이 미친년아. 이제 누군지 알겠지? 알았으면 꺼져. 병신 같은 년이 어디 주제도 모르고 끼어들어.”

하지만 여전히 살기를 풀지 않는 미유키.

그녀가 위험하면서 악마같이 매혹적인 미소를 흘린다.

“아니요. 여전히 모르겠는데? 그런데 하는 짓거리를 보니까. 아이돌이 아니라 어디 삼류 양아치들 같아서, 알고 싶지도 않네.”

대한민국 걸 그룹 최고 아이돌이 삼류 양아치 취급을 당했다.아무리 미유키가 위험해 보인다지만 혜민도 판도라의 리더로서 이쯤 되면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미친년이 보자보자 하니까. 일반인 주제에 감히 판도라를 양아치라고 농락해? 이, 씨발년아. 귀찮아져서 일반인은 건들지 않지만, 마음만 먹으면 너 하나 족치고, 소문 안 세어나가게 처리하는 거, 일도 아니거든.”

혜민이 마음을 정했는지 다시 오른손 주먹을 꽈악 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미유키가 가소롭다는 듯이 웃으며, 속삭이듯 말한다.

“지금 그 손. 설마 나한테 덤비려는 거야? 당장 풀지 않으면 후회 할 텐데?”

그야말로 폭풍 전야와 같은 상황.

하지만 미유키의 표정은 편안하기 그지없다.

마치 범이 하룻강아지를 가소롭게 보는 것과 같이 실눈을 뜨고 웃고만 있다.

그리고 그 모습이 혜민에게는 더욱 아니꼬와 보인다.

감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이돌에.

프로복싱 실력을 갖춘 자신을 저렇게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비웃고 있다고?

더 이상 참지 못한 혜민이 주먹을 뻗으려는 순간!

예슬이 뒤에 서 있던 하이린이 파랗게 질린 얼굴로 소리친다.

“혹시, 미, 미유키씨 아니에요?”

미유키라는 말에 분홍머리의 실눈캐 미소녀가 표정을 180도로 바꾼다.

마치 얼어붙은 조각같이 무표정한 얼굴이다.

그리고 그 차가운 얼굴로 뒤를 돌아보는 미소녀.

그녀가 하이린을 발견하고는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하이린?”

진짜 그녀가 미유키라는 것을 확신한 하이린이 급하게 혜민 앞을 가로 막는다.

그리고는 공손하게 두 손을 모으며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미유키님을 여기에서···”

미유키의 표정이 마치 가소로운 벌레를 보는 것 만 같다.

“그러게. 한국에서 연예인 한다더니. 하이린이 속한 그룹이 얘네들?”

얘네들이라는 말에 혜민이 다시 발끈했지만, 하이린이 혜민의 어깨를 꽈악 부여잡는다.

“네. 미유키님. 여기는 어쩐 일로 오셨어요?”

“응. 할아버지가 억지로 보내서. 하아··· 참. 그나저나 하이린이 있는 팀이면. 나도 그만 해야겠네. 이제 하이린도 나이가 있는데 어렸을 때처럼 가지고 놀 순 없잖아. 그럼 서로 곤란할 거 아니야?”

가지고 논다는 말에 하이린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으나, 다시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네. 제가 다른 멤버들에게도 알아듣도록 얘기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이쯤에서 서로 그만하시죠.”

그만둔다는 말에 혜민과 설영의 얼굴이 사색 빛으로 변했다.

여기서 끝내면 누가 봐도 판도라 멤버들만 실컷 당하고 끝내는 꼴이다

평소 공주님들처럼 누릴 것 다 누리고, 자존심 상해 본 적 없는 판도라 멤버들이다.

미유키가 아무리 싸움을 잘해서 힘으로 눌린다고 해도, 권력과 돈을 이용해서 찍어 누르면 그만이다.

여기서 멈추다니.

그녀들의 자존심이 용납지 않는다.

발끈해서 다시 덤비려는 혜민과 설영.

그리고 흥미로운 눈빛으로 그들을 관찰하고 있는 다연.

그녀들을 향해 하이린이 지금은 참아달라는 간절한 눈빛을 보낸다.

도대체 미유키가 누구기에?

그 오만한 하이린이 이러는 것일까?

하이린이 혜민과 설영을 불러 귓속말로 무언가를 속삭이기 시작한다.

그냥 간절한 눈빛만으로는 혜민과 설영을 납득시키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귀를 기울여서 그녀들이 나누는 얘기를 엿들어 본다.

레벨 업을 한 이 후 내 동시체력과 청력은 일반인의 그것을 훨씬 상회한다.

“혜민 언니. 지금은 참아요. 저 년. 미유키라고 제가 저번에 말했었죠. 국제고등학교 다닐 때 애들이랑 집단 따돌림 하다가···”

하이린의 말을 듣던 혜민의 눈동자가 놀란 토끼처럼 커졌다.

“그 년이 저 년이야? 16 대 1로 애들 썰어버렸다던?”

“네. 언니. 그 것뿐만 아니라 더 무서운 건 저 미친년 가문이 지금 저희 SN 대주주라는 거예요. 아마도 그래서 오늘 이 샤넬 프리미어 행사에도 초대 받았을 거예요. 언니도 알다시피 수민 선생님이 다른 건 다 용서해도, 투자자 분들 건드려서 관계 망가지면 저희 개박살 나는 거 아시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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