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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 미소년이 살아남는 법-190화 (190/413)

〈 190화 〉 샤넬 프리미어 클럽 파티(8)

* * *

수줍음이 많아서 고양이가 손등을 할퀴었다고?

하여간 생각을 알 수 없는 소녀다.

“잠깐 손 좀 줘 봐요. 상처가 작아도 감염되면 아플 수 있어요.”

손을 줘 보라는 말에 세나의 얼굴이 장미꽃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괘, 괜찮아요. 저 심장이 약해서.”

역시나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세나.

“안된다니까요. 아무리 작은 상처라고 감염되면 큰일 난다니까. 마침 알콜도 있으니까.”

내가 원래 살던 세계에서는 코로나라는 못쓸 질병 때문에 손소독 알콜을 가지고 다니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막상 가지고 다니면서 쓰다 보니, 나름 편리하고 유용해서 이세계에 와서도 작은 녀석으로 하나쯤 가지고 다니고 있다.

“자, 손 주세요! 빨리요.”

내가 손바닥을 위로 뻗으며 세나에게 말하자, 세나가 빨개진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이상하게 가녀린 새처럼 손을 부르르 떨고 있다.

나는 세나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하얗고 고운 손이다.

사람의 손이 이렇게 까지 섬섬옥수처럼 예쁠 수도 있구나.

이상하게 익숙하면서 편안한 느낌이 드는 손.

하지만 세나는 정반대인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한다.

다행히 아기 고양이가 할퀸 상처는 깊지 않았다.

칙! 췩!

손 세독용 알콜을 뿌려주고는 그녀의 손을 놓아주었다.

두근두근!

어디에선가 심장 뛰는 소리가 나에게까지 들리는 것 같다.

세나에게서 나는 소리인가?

그래도 연예인인데 겨우 남자에게 손 한번 잡힌 걸로 이렇게까지 부끄러워하다니.

앞으로 드라마 촬영은 어떻게 하려고.

“세나씨. 손은 괜찮은 것 같아요. 그런데, 세나씨. 아기 고양이한테는 오렌지 주스나 햄버거는 무리일 것 같은데요. 혹시 다른 것 있어요?”

“햄버거. 오렌지 주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만 사왔는데.”

세나가 방금 전까지 나한테 잡혀있었던 손을 두 눈을 댕그랗게 뜨고 바라보며 읊조리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말한다.

“우유 정도 밖에.”

“우유요?”

“네. 사은품으로 줘서.”

“우유 줘 보세요. 세나씨.”

“네? 우유? 우유는 맛없어서 고양이가 싫어할 텐데. 역시, 초콜릿이나 사탕을 사 올걸 그랬나.”

하아···

세나는 정말 고양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다.

고양이님을 보살피는 집사가되기 위해선 피나는 수련이 필요해 보인다.

봉지에서 흰우유를 찾아 능숙하게 우유곽을 열고는 아기 고양이 앞에 놓아주었다.

그러자 아기 고양이가 꼬리를 흔들며 다가온다.

킁킁 거리며 검은 코로 우유 냄새를 맡더니.

할짝 할짝.

며칠을 굶은 아기 고양이가 우유 맛을 음미하며 작고 귀여운 혀로 맛있게 핥기 시작한다.

그 모습이 신기한지 세나가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본다.

고양이를 바라보고 있는 세나의 모습.

마치 그리스에 살던 미소녀 여신이 내 옆에 앉아있는 것 같다.

그 정도로 완벽하고 우아한 얼굴이다.

보면 볼수록 마치 세계적인 거장의 명화를 감상하는 것 같다.

내가 그녀를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는 것도 모를 정도로 세나는 아기 고양이에게 푹 빠져버린 모습이다.

“고양이. 흰우유 따위를 좋아하다니. 그렇게 약해 빠져서는 뺭셔틀 고양이가 되어버린다고.”

여전히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세나.

그때!

따르르릉.

울리는 알람소리.

혹시나 늦을까 봐 예슬이와의 약속시간에 알람을 맞춰놓았었다.

세나하고 고양이와 헤어지는 건 아쉽지만 이제 그만 가봐야 한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세나도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대로 아기 고양이만 두고 갈 수는 없는데···

그렇다고 내가 가져가기도 힘들고.

아기 고양이가 걱정이 된다.

* * * * *

“저 가볼게요”

세나가 고양이에게 눈을 떼지 못하며 아쉬운 얼굴로 걸음을 옮긴다.

이대로 가면 안 되는데.

염치는 없지만 세나를 바라보며 일단 부탁이라도 해본다.

“세나씨. 혹시 이 고양이 좀 맡아 주실 수 있어요? 기르기 힘드시면 며칠 동안이라도 부탁드려요. 제가 반듯이 찾으러 갈게요.”

고양이를 맡아 달라는 말에 세나의 차갑기만 한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얼음처럼 차가운 들판에 피는 한 송이의 꽃과 같이 향기롭고 아름답다.

“정말요? 제가 길러도 되는 거예요?”

보아하니 세나는 진작부터 고양이를 기르고 싶어 했는데, 내가 나타나서 나에게 양보하려고 했던 것 같다.

“네. 세나씨가 길러주시면 좋겠어요. 염치없지만 부탁드려요. 제가 지금 고양이를 기를만한 상황이 아니라 서요.”

세나는 뭐가 그리 기쁜지 재빨리 다가와 다시 고양이 앞에 앉는다.

그리고 손을 뻗어서 고양이에게 가져다 된다.

킁킁 냄새를 맡던 고양이가 세나의 손을 와왕 하고 물어 버렸다.

하지만 세나는 전혀 개의치 않고 두 손으로 고양이를 푸욱 감싸서 품에 끌어안는다.

세나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는 고양이.

천천히 고양이와 세나에게 다가가 고양이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고양이가 내 손길을 느끼고는 제발 데려가 달라는 애원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세나씨. 고양이 잠깐 줘 보세요.”

세나가 손에서 발버둥치고 있는 고양이를 나에게 건넨다.

내 품에 안기자 평안하게 갸르릉 거리며 눈을 감는 고양이.

“세나씨 고양이는 말이죠. 이렇게 부드럽게 안아 주어야 해요. 자, 다시 한 번 안아 보세요.”

세나의 품에 다시 아기 고양이를 넘겨주자, 다시 한 번 세나의 손을 물어뜯는 아기고양이.

세나에게만 가면 사나운 녀석이 된다.

하지만 세나는 자신의 손 따위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행복한 표정으로 고양이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자, 천천히 이렇게 쓰다듬어 줘 보세요.”

능숙한 집사의 손놀림으로 아기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시범을 보여준다.

세나도 내 손놀림을 보며 따라하지만 금방 다시 아기 고양이게 물리고 만다.

보아하니 세나와 아기 고양이는 쉽게 친해지긴 힘들 것 같다.

하지만 초보 집사는 또 나름대로 배워가는 재미가 있으니.

그렇게 세나와 고양이를 바라보고 있는데, 귀에 익은 거슬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거기다가 그 목소리가 시비를 걸며 부르고 있는 그녀의 이름.

“예슬이 많이 컸네? 왜? 동생한테 반말 들으니까 열 받아? 열 받으면 먼저 데뷔를 하던가. 어디서 선배한테 눈을 치켜뜨고 지랄이야. 눈 깔아라. 그 예쁜 눈깔 뽑아 버리기 전에.”

바로 내가 만나기로 한 우리 귀여운 예슬이의 이름이었다.

“세나씨. 저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아요. 그럼 고양이 잘 부탁해요.”

그렇게 말하고는 예슬이 이름이 들린 곳으로 전력을 다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씨발년들이 이제는 우리 예슬이까지 건드려!

진짜 죽고 싶어서 발악을 하는구나.

* * * * *

헉헉.

숨이 차도록 소리가 들린 곳으로 달려갔다.

지하주차장에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다행히 예슬이를 찾기가 쉬웠다.

“그 말 취소해.”

예슬이는 무엇 때문인지 단단히 화가 나 보였다.

그에 반해, 예슬이를 날카로운 눈으로 째려보고 있는 여자.

바로 판도라의 멤버 설영은 비열하게 웃으며 예슬이에게 계속해서 폭언을 퍼붓고 있었다.

“취소? 내가 왜 취소해? 없는 말 한 것도 아니고. 너, 이 씨발년이 우리 Z드래곤 오빠 꼬셔서 블랙블루에 들어간 거 맞잖아. 이 걸레 같은 년아. 그 사실 모르는 사람도 있어? 안 그래요. 언니들?”

예슬이를 둘러싸고 있는 다른 판도라의 멤버들.

고작 키가 168cm 밖에 안하는 예슬이에 비해 판도라의 멤버들의 키는 평균 180cm.

거기다가 4 대 1의 대치상황.

누가 봐도 예슬이가 불리하다.

하지만 예슬이는 그런 그녀들 앞에 서서 당당하게 전혀 물러섬이 없다.

“누가 그런 헛소문을 만들었는데? 나 Z드래곤 오빠랑 그런 사이 아니거든.”

“아니긴. 씨발년아. 너 우리랑 같이 연습생 활동 할 때부터, Z드래곤 오빠하고 몰래 데이트하고 다녔잖아. 누가 모를 줄 알고? 너, 내가 Z드래곤 오빠 좋아하는 거 알고 일부러 엿먹인 거지?”

판도라 멤버 설영이 억울하고 분한 눈빛으로 예슬이를 째려본다.

보아하니 예슬이 때문에 설영이 Z드래곤에게 까이기라도 한 것 같다.

예슬이와 설영이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바라보며 기 싸움을 하고 있는데, 옆에 서 있던 혜민이 나선다.

“아~ 예슬이언니. 무섭게 째려보고 그래? 그런데 언니는 얼굴이 강아지 같이 귀여워서 그래 봤자 하나도 겁 안나 거든. 그래. 그 귀여운 얼굴로 우리 설영이 애인 뺏은 거야? 알고 보니 이거 완전 썅년이네. 그치 하이린?”

금발 머리에 섹시한 검은색 원피스를 입은 하이린이 혀를 차며 말한다.

“진짜, 한국 사람들은 참 이해가 안 된다니까. 남의 애인 뺏은 년은 우리 중국이었으면, 머리카락 다 밀어버리고 옷도 다 벗겨버려서 다시는 얼굴 못 들고 다니게 하는데. 한국 사람들은 착한거야 바보 같은 거야?”

하이린 옆에 서 있던 포니테일 머리를 한 다연이가 얄밉게 웃으며 음흉한 눈빛으로 예슬이를 바라본다.

“진짜? 그럼 우리도 그렇게 하면 되지. 누구 가위 가진 사람 없어? 어차피 보는 사람도 없는데.”

머리를 자르고 옷을 벗긴 다는 말에 예슬이가 당황해서 그 자리를 벗어나려 한다.

하지만 예슬이를 막아서는 판도라 멤버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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