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 미소년이 살아남는 법-187화 (187/413)

〈 187화 〉 샤넬 프리미어 클럽 파티(5)

* * *

“설영씨 미안해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 목소리는.

분명 VAN 차량을 타고 올 때 나를 메이크업 해줬던 메이크업 아티스트 형 목소리인데.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귀를 기울이며 따라가 보니.

판도라 무대 대기실 이라는 팻말이 붙어져 있다.

판도라라면 우리 예슬이를 비웃음거리로 만들었던 싸가지 없는 멤버가 속한 걸그룹 아닌가.

호기심이 발동해서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보이는 건.

허리를 90도로 숙여가며 사과하고 있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형이었다.

“씨발. 미안하다면 다야? 이게 얼마짜리 옷이 줄 알아? 고작 허드렛일 하는 메이크업 스태프 주제에 지금 나랑 장난 해? 야!”

메이크업 아티스트 형들보다 한참 어린 싸가지 없는 설영이라는 년이 반말을 툭툭 까며, 화를 내고있다.

그러자 보다 못한 다른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중재에 나선다.

“설영씨. 너무 형한테 그러지 마세요. 사실 설영씨가 커피 마시면서 메이크업 수정 받다가 화장품이 옷에 묻은 거잖아요. 그리고 저 형이 설영씨보다 나이도 한참 많은데. 너무 한 거 아니에요?”

“뭐? 너 지금 말 다했어? 씨발. 이 새끼가 미쳤나. 진짜. 너 내가 나이 어리다고 만만해 보여? 지금 그래서 그러는 거지? 어디서 주제도 모르고 끼어들어. 우리 뒤처리나 해주는 스태프 주제에! 나이? 나이도 어느 정도 레벨이 맞아야 인정해 주는 거지. 너희 같은 새끼들이 몇 살 처먹었는지 내가 알게 뭐야.”

설영이 더 화가 나서 날뛰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런 설영을 보다 못한 다른 판도라 걸그룹 멤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색 머리에 강렬한 이미지.

팀의 리더이자 메인 댄서.

혜민이었다.

“야. 설영아. 그만 해라. 일부러 한 실수도 아닌데. 그쳐? 오빠?”

혜민이가 설영의 흥분을 가라앉히며 사람을 편하게 보이는 웃음을 지어 보인다.

혜민이라는 판도라 멤버.

보기에는 기도 강하고, 싸가지 없어 보이는데.

생각보다는 개념이 있는 여자인가 보다.

이제야 좀 안심이 된다.

하긴 그룹 안에 다 썅년들만 있으면, 그게 걸그룹이야?

개그룹이지.

“오빠. 미안해요. 많이 놀랐죠? 요즘 설영이가 스케줄이 힘들어서 잠도 모자고 많이 예민해져서 그래요. 설영아 어서 자리에서 일어나서 오빠한테 사과해.”

“언니! 진짜 이러기야? 저 새끼가 잘 못해서 무대의상 다 망쳤는데?”

“야. 사과하라고!”

혜민이라는 여자는 확실히 걸그룹의 리더답게 카리스마가 있었다.

싸가지 없는 막내 설영이도 자리에서 일어나 툴툴거리며 사과했다.

“미안해요. 씨발.”

“뭐. 씨발? 야! 제대로 사과 안해?”

혜민이 씨발! 거리는 설영을 향해 다시 화를 내며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설영에게 언어폭행 당했던 나이 많은 아티스트 형이 급하게 혜민의 들어 올린 손을 잡으며 말했다.

“혜민씨. 괜찮아요. 사과했으면 됐지. 손은 내리세요. 그러다 싸움 나겠어요.”

혜민이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형을 바라본다,

그리고 입가에 미소를 띠며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하. 진짜 어이가 없네. 어이가 없어.”

“혜민씨 참으세요. 괜히 저 때문에 멤버간에 갈등 생기면 안 되잖아요.”

혜민의 눈동자가 순간 사악하게 변한다.

그리고는 아까와는 정 반대의 차가운 말투로 메이크업 아티스트 형을 바라보며 말한다.

“씨발, 멤버 간에 갈등이 왜 생겨? 내가 어이가 없는 건 너 이 개새끼 때문이거든? 지금 이거 네가 먼저 내 손 잡은 거다. 이거 성추행이야. 알아? 성추행이라고! 감히 허드렛일 하는 스태프 주제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걸 그룹을 성추행 해?”

“네? 서, 성추행이라고요?”

성추행이라는 말에 메이크업 아티스트 형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사실 남녀가 역전된 세계에서 남자가 여자 손 잡았다고 성추행이 될 순 없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 저 싸가지 없게 돌변한 여자가 국내 최고의 걸그룹 판도라의 리더라는 사실이다.

옆에서 재미있게 구경하던 금발 머리의 여자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찰칵! 찰칵!

“어머. 오빠 사진 잘 받는다. 이거 내일 우리 팬 커뮤니티에 뿌리면 난리 나겠다. 판도라 리더 혜민. 스태프를 가장한 사생팬에게 성추행 당하다. 타이틀 멋지네!”

“어머. 하이린 언니. 한국사람 다 됐네? 기사 제목도 한국말로 쌈빡하게 찍어내고.”

“야. 말도 마라. 다연아. 언니, 한국에서 더 살면, 중국어도 다 잊어버리겠어. 쯔쯔쯔쯔.”

남자 하나를 두고 여자 네 명이서 조롱하며 놀리고 있다.

보다 못한 중간에 중재에 나섰던 남자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끼어들었다.

“저기요. 판도라 분들 너무 하시는 거 아니에요? 아무리 실수해서 옷에 화장품 좀 묻혔다고 해도 사람을 너무 쥐 잡듯 잡으시네요.”

“아~ 그래요?”

하늘색 머리에 색기가 가득해 보이는 다연이라는 여자가 의자에서 일어나서는 요염하게 대기실을 한 바퀴 돌며 말한다.

“그러면. 오빠. 우리 깔끔하게 해결 하자. 오빠들이 이 의상비 물어주면 되겠네?”

“의상비요?”

당황했다는 듯이 메이크업 아티스트 형이 말하자.

하늘색 머리의 다연이 여우처럼 웃는다.

“응. 의상비. 오빠. 얼마 안 해. 오빠들 일 년 연봉 정도? 한 삼천 만원 하나? 그치 언니?”

다연의 말에 하이린이 깔깔거리며 웃는다.

“정말? 그 정도 밖에 안 해? 삼천 만원이면 우리 중국에서는 하루 파티하고 노는 돈인데? 어머, 진짜 싸다. 역시, 한국은 물가가 싸다니까.”

“자, 그럼 우리 이렇게 해결 보는 걸로, 오빠들. 내일까지 시간 줄게. 우리 매니저 통장으로 내일까지 삼 천 입금해요. 알겠죠? 사실 우리도 오빠들이랑 얘기 길게 하고 싶지 않다니까요. 품격 떨어지게.”

하지만 삼천이라는 말에 메이크업 아티스트 형들의 얼굴이 당황해서 부들부들 떨렸다.

삼 천 만원이라니.

그 돈이 재벌들에게는 얼마 안 되는 돈일지는 몰라도.

일반 사람들에게는 일 년.

혹은 그 이상을 벌어야 만질 수 있는 돈이다.

한 번 실수로 그 정도의 돈을 갚아야 하다니.

서민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화장품을 옷에 묻히는 실수를 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형이 무너지듯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무릎을 꿇으며 애원하듯 말한다.

“잘 못 했습니다.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한 번만. 봐주시면 다시는 같은 실수 안하겠습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형이 무릎을 꿇자 혜민이라는 여자가 눈을 반짝인다.

“꼭 이세계든 저세계든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해줘야 알아듣는다니까. 남자라는 새끼들은.”

이세계?

그리고 저 역겨운 말투.

혹시 저 썅년들도 현세계에서 이세계로 빙의된 년들인가?

“언니들. 길게 말할 것 없잖아요. 얼른 저 새끼들 쫒아내고 우리 할 일 해요. 아저씨들. 우리 메이크업 수정하는 거 다른 언니들 부를 거니까, 내일까지 돈 입금하고 나가요. 얼른. 꺼지라고.”

나이도 자신보다 한 참 어린 여자들에게 무릎까지 꿇고 애원해 보지만 저 싸가지 없는 년들은 도통 용서해 줄 기미가 없다.

거기다 더불어.

다연이라는 하늘색 머리의 요염해 보이는 여자가 방긋 웃으며 비수를 꽂는다.

“그리고 아저씨들. 아시겠지만. 이 바닥이 스태프들에 소문 빠른 거 아시죠? 메이크업 아티스트 주제에 걸그룹 성폭행하고. 옷도 망치고. 우리가 여기서 일어난 사실들 매니저 언니한테 말하면 이제 아저씨들 일할 곳이 있으려나 모르겠네.”

사실 돈 보다도 더 무서운 건 평생 꿈꿔온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의 경력의 단절이다.

그 동안 자부심을 가지고 일해 온 형들이다.

직장을 잃어버리는 것.

이것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하고 싶다.

“잘 못했습니다. 한 번만.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그러면 진짜 시키는 일은 뭐든지 다 할게요. 제발요. 제발, 일자리만큼은 빼앗지 말아주세요. 저희가 이 자리에 오기 위해서 얼마나 힘들게 일했는데요.”

시키는 일은 모든지 다 한다는 말에 혜민이 관심을 보인다.

“정말? 시키는 일은 뭐든지 다 할 수 있어?”

혜민이 자신의 오른손으로 왼손을 쓰다듬으며 차갑게 웃는다.

아티스트 형이 머리를 바닥에 바짝 숙인다.

“네. 다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제발. 오늘 일은 없던 일로 해주세요.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비록 오늘 잠깐 본 사이지만, 형들의 모습이 너무 안쓰럽다.

지금이라도 끼어들어서 저 썅년들로부터 구해주고 싶다.

하지만 이곳은 뒷공작과 가스라이팅이 파다한 연예계.

회사에 비하면 진정한 피도 눈물도 없는 정글의 세계다.

신중해야 한다.

“그러면 오빠. 우리 이렇게 하자. 안 그래도 요즘에 높으신 분들한테 굽신, 굽신 거리느라 스트레스가 좀 쌓여있거든. 그러니까. 오빠. 아니 저기 서 있는 오빠까지. 잠깐 동안만 우리 샌드백 좀 되 줘라.”

“네? 샌드백이요?”

샌드백이라는 말에 메이크업 아티스트형이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하긴 남녀가 역전된 세상에서 남자를 패는 여자는 흔치 않으니까.

거기다가 남자들은 야만스러운 스포츠에는 관심도 없고.

어찌 보면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네. 할게요. 그게 뭔지 몰라도 무조건 할게요.”

“그럼 오빠는 그렇다 치고. 저기 서 있는 오빠는?”

혜민이 중재에 나섰던 다른 메이크업 아티스트 형을 바라본다.

자꾸만 중간에서 끼어드는 게 마음에 안 들었던 것 같다.

분노로 가득 찬 얼굴로 판도라 멤버들을 바라보는 남자.

하지만 무릎을 꿇고 있는 형을 바라보자 그의 마음도 약해진다.

“마음대로 해요. 대신에 약속은 지키세요.”

결국 남자 둘 다 걸 그룹 판도라 멤버들 앞에 무릎을 꿇고 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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