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3화 〉 세 명의 미소녀(1)
* * *
지하철에서 나를 도와주었던.
그리고 PC방에서 오렌지 주스를 건네주었던
나에게는 친절하기만 했던.
신비로운 소녀.
강세나였다.
영상 속에서 무표정하고 차가운 얼굴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세나는.
마치 어렸을 적 보았던 일본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의 히로인 레이와 같이 감정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그 모습이 묘하게 매력적으로 다가와 남자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다.
본래의 세나는 이런 차가운 성격인건가?
내 기억속의 세나와 너무 다른 걸.
영상 속으로 빨려들어 갈 것만 같은 범접하기 힘든 카리스마와 포스.
단순히 아름답다는 차원을 넘어선 신비한 매력이다.
완벽한 브이라인의 작은 얼굴에 백설기처럼 하얀 피부.
고양이처럼 큰 눈은 잘 세공된 자수정을 박아 넣은 듯한 맑고 투명한 자안이었다.
작고 오뚝한 귀여운 코와 루비처럼 붉은 입술에 가느다란 목 선.
어느 곳 하나 완벽하지 않은 곳이 없다.
거기다가 청순한 영상이 지나가자 나오는 대담한 바니걸 코스프레 옷.
토끼처럼 손을 머리 위로 하고 수치심 가득한 얼굴로 살랑살랑 엉덩이를 흔드는 세나.
제법 야한 바니걸 코스프레 복장이라서인지 세나의 상큼한 몸매도 비춰서 보여 진다.
겉에서 보이던 가녀린 몸매와는 정반대.
볼륨 빵빵한 탱탱한 가슴과 엉덩이다.
얼굴만으로도 이미 넘사벽 여신급인데.
몸매까지 군살 하나 없는 쭉쭉빵빵한 완벽한 몸매라니.
꿀꺽········
영상을 보니 나도 모르게 마른침이 넘어간다.
거기다가 촬영 메이크업을 받아서인지 카카오통 프로파일 사진 속의 세나의 얼굴보다 훨씬 더 상큼하고 사랑스러워 보인다.
고작 5분도 되지 않는 그라비아 모델 홍보 동영상이었지만 조회 수와 댓글들의 반응은 엄청났다
총 조회 수 210만회.
달린 댓글 12,000개.
같은 회사의 다른 그라비아 모델 홍보 동영상과 비교해 봐도 비교도 안 될 정도의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멋상무] ♥ 2320
와! 말도 안 돼! 그라비아 모델인데, 무슨 얼굴이 한국 탑 배우보다 더 예뻐? 저거 어플리케이션으로 얼굴 조작한 거 아님?
[참참참] ♥ 1520
얼굴, 몸매 완벽하다. 진짜! 언니 나 죽어 헤으응.
대한민국 백합단이여, 뭉쳐라! 여왕님이 나타났다!
[포썸플레이스] ♥ 1243
어, 저 언니 강세나인데. 학교 다닐 때도 얼짱에 일진으로 유명했음.
그런데 카리스마 쩔어서 우리 같은 하꼬 급식들은 말도 못 걸었다.
일진인데도 약한 애들 도와주고 양아치같은 애들만 까는 진짜 멋진 언니였음.
고등학교 때 세나 언니 좋아하는 애들 진짜 많았는데.
[반지하의제왕] ♥ 753
어? 저 누나 서영PD가 키우는 새로운 연예인 아님?
지금 그라비아 음지 탈출해서 새 드라마 촬영한다는 것 같은데.
진짜 완전 레전드다. 레전드.
얼마나 예쁘면 그라비아 홍보영상만 찍고 서영PD한테 발탁 되서 양지로 캐스팅 되냐.
실물 완전 쩔겠지?
+답글 3개 보기
[비사이로막박어 30분 전]
서영 PD? 그러면 거기 소속사 장난 아니게 빡셀텐데.
서영 PD 여배우들 따먹고 다닌다는 소문도 있고.
거기 배우들 관리하는 매니지먼트 거의 조폭급이라던데.
우리 언니 걱정되네. 히잉.
세나가 출연한 동영상은 그라비아 영상을 홍보하기 위한 홍보영상이었다.
그런데 댓글들을 보니 세나는 저 영상만 촬영하고 서영 PD라는 권위 있는 PD의 눈에 띄어서 그라비아 음지를 떠나 MBS같은 공영 방송국의 신인 여배우로 발탁된 듯하다.
하긴 처음 봤을 때부터 일반인이라고 하기에는 외모가 너무 눈이 부셨다.
예슬이와 세나를 비교해 보자면.
예슬이는 누가 봐도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국민여동생 걸그룹 아이돌 느낌이라면, 세나는 말 걸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너무나 조각같이 아름다운 여배우의 얼굴이다.
거기다가 오늘 영상에서 본 차가운 표정과 도도함까지 갖춰지니.
여왕님 같은 카리스마까지 느껴진다.
얼굴 몸매 전부 완벽한데 얼음같이 차가운 한기가 돌아서, 남자들이 감히 말을 못 붙이는?
예슬이와 세나는 그야말로 다른 느낌으로 용호쌍박의 미인들이다.
하아········
원래 세계였다면 만나 볼 꿈도 못 꿀 정도의 SSS급 클래스의 미소녀들이 지금 내 주위에 있다.
가슴이 뛰고 설렌다.
지이이잉!
그때 마침 핸드폰으로 느껴지는 진동.
얼른 핸드폰을 열어서 카통을 확인해 봤다.
[미유키: 오빠, 아직 안자요? 미유키는 오빠 생각하면서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토요일에 오빠랑 한강 갈 생각하니까 하트가 두근거려서 일이 손에 안 잡혀요!]
아····
그러고 보니 일본소녀 미유키도 있었구나.
사실 세련된 느낌의 미소녀 미유키도 결코 예슬이와 세나에 비해 떨어지는 외모가 아니다.
거기다 재력과 적극성으로 따진다면 세 명의 소녀 중에서 단연코 가장 뛰어나다.
[나: 아. 미유키씨. 일하고 있어요? 저는 집에서 인터넷하고 있어요. 미유키씨 어떡해요? 너무 바빠서.]
[미유키: 괜찮아요. 오빠. 미유키는 오빠 생각하면서 힘내요. 그래도 어제는 열두시에 자서 오늘 미유키 에너지 있어요.]
[나: 열두 시요? 몇 시에 일어났는데요?]
[미유키: 네. 오늘은 조금 늦잠자서 다섯 시에 일어났어요. 헤헤. 부끄럽다. 오빠.]
헉·······
새벽 열두시에 자서 다섯 시에 일어났다면.
고작 하루에 다섯 시간 밖에 안 잤는데.
이걸 많이 잤다고 한다면.
미유키는 평소에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거야!
다래정이라는 청담동에 위치한 고급 일식당까지 가진 집안의 손녀딸이면서 이렇게 열심히 살기까지 하다니.
그야말로 금수저에 미소녀.
거기다가 부지런하기까지 한 사기캐 아닌가?
하루를 열심히 사는 미유키를 보며 게으른 나를 반성해본다.
[나: 와. 미유키씨. 완전 부지런해요. 본받아야 할 것 같아요.]
[미유키: 치이. 오빠도 참. 걱정 말아요. 오빠도 우리 식구 되면 미유키랑 매일매일 같이 할 테니까요. 앗. 오빠. 아버님이 찾으세요. 이따 카통 다시 할게요. 토요일에 봐요. >.
우리 식구가 되면 이라니?
미유키는 아직 한 번밖에 안 만났는데 벌써 거기까지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가?
부담스러우면서도 또 싫지만은 않다.
아이돌 급의 화려한 미소녀에.
엄청난 부잣집의 손녀 딸.
거기다가 부지런하기까지 하다니.
감히 내 주제에 언감생심도 못 낼 만큼 화려한 스펙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겐 예슬이와 세나가 있다.
지금 나의 마음이 가장 쏠려있는 건 물론 예슬이지만.
미유키와 카통을 끝내고 이번에는 나에 대한 동영상을 뉴튜브에서 검색해 봤다.
사실 진정한 나.
유시현이 아니라 아이돌 박지훈에 대한 것이지만.
과연 예상대로 박지훈의 뉴튜브 영상은 대부분 무대에서 공연하는 영상과 뮤직비디오였다.
새하얀 얼굴에 금발을 휘날리며 무대를 장악하는 미소년.
내가 봐도 반해버릴 정도의 엄청나게 사랑스러운 외모다.
무대 메이크업까지 해 놓으니 이게 정말 내가 맞나 싶을 정도로.
박지훈의 무대 영상은 생각보다 더 다이나믹하고 환상적이었다.
노래에 맞춰 시작되는 백댄서와의 칼 군무.
춤 선도 날카롭고 매력적이다.
물론 세계적인 스트리트 댄서들과는 비교할 봐가 못되지만.
내가 원래 살던 세계의 남자 아이돌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실력이다.
다행스럽게도 박지훈은 남녀역전 세계의 다른 아이돌처럼 귀엽거나 흐느적거리는 춤을 추지 않았다.
카리스마 있고 절도 있는 솔로 댄서.
원래 세계의 아이돌이었다면, 충분히 팀의 메인댄서를 맡을 만 한 실력이다.
하지만 춤에 관해선 이미 내 스스로 증명을 했기 때문에, 걱정이 되지 않았다.
정말로 걱정되는 건 노래실력.
랭크 C(상당한 개선이 필요, 가수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실력)
도대체 어느 정도의 노래실력이기에 가수라고 하기에도 민망하다는 랭크C가 나온 걸까?
궁금해서 박지훈의 라이브 공연 동영상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박지훈의 무대 동영상들은 찾을 수 있었지만, 무대에서 mr없이 라이브를 한 동영상은 찾을 수가 없다.
JYK에서 철저히 숨기고 있지 않고서야, 잘 나가는 아이돌 가수의 생 라이브 무대가 담긴 뉴튜브가 하나도 없다니.
더욱더 커져가는 불안감.
스스로 요즘 가장 핫한 노래 중에 한 곡인 BDS의 와퍼를 뉴튜브 가사를 켜놓고 따라 불러 보았다.
아니. 따라 불러 보려고 했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윽! 가사가 다 영어잖아.
BDS는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차지 할 정도로 세계적인 남성 그룹이 되었다.
그런 만큼 노래도 아예 영어가사로 발매하는 추세다.
안 그래도 노래 실력이 좋지 않은데, 가사까지 영어면 더 본래의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
다른 노래를 찾아보았다.
으음. 복고풍이긴 하지만 그래도 단순한 멜로디에 청량한 가사.
이무진의 신호등을 불러보기로 한다.
감정을 잡고 뉴튜브에서 흘러나오는 반주와 가사에 맞춰 불러 본다.
“붉은색 푸른색 그 사이 3초 그 짧은 시간
노란색 빛을 내는 저기 저 신호등이
내 머릿속을 텅 비워버려 내가 빠른지도
느린지도 모르겠어. 그저 눈앞이 샛노랄 뿐이야~”
응? 생각보다는 괜찮은데?
원래 세계에서의 나랑 비슷한 노래실력인데.
그런데 생각해보니 원래 세계에서 노래를 잘 부른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다시 박지훈의 라이브 노래 동영상을 뉴튜브로 찾아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발견한 하나의 영상.
라이브는 아니고 요즘 유행하는 mr 제가 영상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