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 미소년이 살아남는 법-145화 (145/413)

〈 145화 〉 꿈속의 그녀.

* * *

이 늦은 시간에 세나가 나에게 카통을?

뉴튜브에 내가 나온걸 알아보고 카통을 보낸 걸까?

아니면 예슬이와 한강에서 데이트 한 것을 들키기라도 한 것일까?

아니지.

아직 세나와는 아무 관계도 아닌데, 예슬이와 만나는 것을 들켰다고 해도 꺼림칙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면 왜 나에게 카통을 보냈을까?

아무래도 궁금하다.

늦은 시간이라 답장을 보낼까 말까 망설였지만, 답장을 보내 봤다.

[나: 세나씨. 늦은 시간에 웬일로 카통을 다 보내셨어요?]

[세나: 오빠. 저 궁금한 게 있어서요. 혹시 오빠 한강.......]

아! 뭐지!

궁금한 것이 있다니.

역시 예슬이와 데이트 한 것을 들킨 건가?

[세나: 오빠, 혹시 한강 좋아해요? 저희 이번 주 일요일에 점심에 초밥 먹고 한강에 갈래요? 요즘에 날씨가 좋아서, 한강에서 지는 노을을 보면 멋질 것 같아서요.]

하으.......

아니구나!

다행이다.

그런데 또 한강을 가자고?

이걸 거절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런데 이유도 없이 거절하기는 또 그렇다.

한강 한 번 갔다고 두 번 못 가겠냐.

그래, 가자. 가.

[나: 그래요. 세나씨. 그럼 일요일에 초밥 먹고 한강에 가요.]

[강세나: 고마워요. 오빠. 역시 오빠는 착한 것 같아요. 그럼 일요일에 봐요.]

[나: 네. 세나씨. 그럼 일요일에 봐요]

[강세나: 오빠, 아무리 여름이라도....... 물에 젖은 상태에서 찬바람 맞으면 감기 걸릴 수 있으니까, 꼭 따뜻하게 하고 자요. 잘 자요.]

[나: 네. 세나씨도요.]

하아........

이렇게 해서 일요일에는 세나와 초밥을 먹고 또 한강에 가게 되었다

어찌되었든 세나한테 지하철에서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니까, 이번에는 세나가 원하는 곳에 가줘야겠지.

그런데, 뭔가 이상한데.

세나와 카통을 끝내고 나니 뭔가 내가 놓친 게 있는 것 같다.

그게 뭘까......

라고 생각하며 세나와의 카통을 열어보는데.

다시 카통 소리가 울린다.

­카통! 카통왑섭!

이번에는 누구야!

하고 카통을 열어보는데..........

[미유키: 오빠, 늦은 시간에 미안해요.]

윽.

이번에는 미유키다.

아니, 왜 소녀들이 연달아 이 시간에 카통을 보내는 건데!

라고 생각하며 살펴보니.

음.........

내가 예슬이와 데이트를 하고 있는 동안 미유키에게서 카통이 꽤나 와 있었다.

다만 내가 모르고 있었던 것 뿐.

나는 서둘러 미유키에게 답장을 보냈다.

[나: 아니에요. 미유키씨. 답장이 늦어서 미안해요. 제가 이제야 미유키씨 카통을 봤어요.]

[미유키: 아니에요. 남자란 자고로 바빠야죠! 너무 쉬운 남자는 매력이 없다고 한국 TV에서 봤어요. 한국 여자는 남자가 넘어 올 때까지 기본 10번은 도끼로 찍는다면서요. 미유키도 열심히 한국여자처럼 시현 오빠 도끼로 찍어 볼게요!]

아. 미유키는 한국 TV를 너무 많이 보나 보다.

한국문화를 TV로만 배워서인지, 자칫 잘 못하면 오해 살 말을 쉽게 한다.

남자를 도끼로 찍다니.

생각만 해도 무섭다.

[나: 아. 예. 그건 그렇고 무슨 일로 카통을?]

[미유키: 오빠. 저희 토요일에 한국 문화 체험하기로 했는데요. 미유키 한국에 오면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어요. 그래서 오빠랑 같이 가고 싶다고 말하고 싶어서 카통 했어요.]

서, 설마!

아니겠지.

아닐 거야!

[미유키: 오빠. 저희 토요일에 한강에 가면 안 될 까요? 한국 드라마 보면 연인들이 한강에서 데이트 하더라고요. 미유키는 그래서 신랑감이 생기면 꼭 한강에 같이 가는 것이 일본에 있을 때부터 소원이었어요.]

역시 한국 드라마가 외국인들 다 망쳐 놓는다!

왜, 하필 또 한강이야!

일주일에 한강을 세 번이나 가야 하다니.

이건 또 이것 나름대로 골치 아프다.

하지만, 일본에 있을 때부터 한강에 가보는 것이 소원이었다고 하니 거절하기도 힘들다.

하아, 할 수 없지.

그런데 신랑감이라니?

아마 농담이겠지.

이제 겨우 한 번 만났을 뿐인데.

그것도 식당에서 잠시 스치는 정도로.

나는 미유키에게 카통을 보냈다.

[나: 네. 알겠어요. 그럼 토요일에 한강에 가요.]

[미유키: 오빠. 고마워요!!! 오빠 도끼로 찍은 보람이 있어요. 사랑해요! 그럼 잘 자요. 내 꿈꿔!♥♥♥♥♥]

하으........

역시 미유키는 한국어를 드라마로 배워서인지 표현이 직설적이고 부끄러움이 없다.

메시지를 읽고 있는 내가 다 닭살이 돋을 정도다.

그렇게 미유키와도 토요일에 한강에 가게 되었다.

아, 진짜 한강에 무슨 꿀이라도 발라 놓았나.

왜 다들 한강에 가자는 거야.

뭐 사실 딱히 서울에서 한강 말고 데이트 할 만 한 곳이 없는 것도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러니까 한강 주변에 있는 아파트들이 그렇게 비싸겠지.

나는 전화기를 들어서 이번에는 진영이 누나에게 전화를 했다.

­딸칵!

“여보세요.”

[야! 유시현, 너 지금 어디야? 아직도 바깥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거 아니지?]

“아니에요. 대표님. 지금 택시타고 집에 가고 있어요.]

[그래? 어서 들어가. 그리고 너 진짜 어쩌려고 그래. 탑 아이돌이 길거리에서 춤이나 추고. 아무리 얼굴을 모자랑 마스크로 완벽하게 가렸다고 해도. 휴가 줬더니 무슨 스텝업 영화 주인공 흉내나 내고 있고 말이야. 누나가 뭐라 그랬어. 너는 춤 보다는 노래를 연습해야 한다니까. 공기반 소리반! 복식호흡!]

"알겠어요. 누나. 미안해요. 다음부터는 조심할게요.”

정중하게 사과를 하자, 그제야 진영이 누나 마음이 좀 풀어졌는지 살짝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한다.

[그건 그렇고. 너 춤 더 늘었더라. 언제 또 그렇게 연습을 한 거야? 잘 추는 건 알았지만, 오늘은 차원이 다르던데. 외국 정상급 트레이너라도 구한 거야? 국내에서는 그 정도 feel 나는 댄스 트레이너 없을 텐데. 하여간 퍼포먼스는 잘했어.]

국내에서 최정상급 실력을 가진 진영이 누나에게도 인정을 받자 내 춤에 대한 자부심이 생겼다.

“아니에요. 누나. 그냥 외국 전설적인 댄서들 보면서 연습 좀 했어요.”

[그래? 영상만 보고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뭐 그건 그렇고. 그 여자애 YJ연습생이던데. 너랑 같이 있던 여자애. 이번에 데뷔 할 걸 그룹 블랙블루 중에서도 비쥬얼 담당. YJ에서도 지금 난리 났어. 그 영상보고. 걔. 한예슬인가? Z드래곤이 특별히 트레이닝 시키고 관심 가지고 키우고 있다는 소문도 있고.]

그래. 그런 거였구나.

역시 예슬이의 우아하고 품격 있는 외모는 YJ가 전력을 다 해 키우는 초특급 걸그룹 블랙블루 중에서도 비주얼 담당을 할 정도였어.

그러니까 예슬이를 잠깐이라도 스쳐지나간 사람들은 다들 뒤 돌아 볼 정도로 예뻤던 거겠지.

그리고.

그렇다면 예슬이에게 중간에 전화 걸었던 사람이 진짜.

국내. 아니 해외에서도 알아주는 연예인들의 연예인 Z드래곤?

그렇게 생각하니 나와 예슬이 사이의 벽이 더 높아만 보인다.

하지만........

곧 생각을 고쳐먹었다.

아니야. 유시현.

너도 이 세계에서는 탑 티어 아이돌 박지훈 이잖아.

꿀릴 것 없어.

자신감을 가지자.

“아. 예슬이요. 그냥 아는 동생이에요.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누나”

[그래. 시현이가 다른 건 몰라도 자기 관리는 철저하니까. 누나가 믿는다. 밤도 늦었는데, 어서 들어가서 자. 휴가 기간 동안 노래 연습 좀 하고. 알겠지?]

“네. 누나. 주무세요.”

­딸칵!

진영이 누나와 전화를 끊을 때쯤이 되자 어느덧 집 앞 아파트에 도착해 있었다.

택시기사 아줌마에게 택시비를 지불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띵!

엘리베이터가 12층에 올라가는 동안 오늘 저녁에 있었던 일을 눈을 감고 떠올려 봤다.

YJ에서 심혈을 기울여 키우는 초대형 신인 걸그룹 비주얼 담당 예슬이와 키스를 하다니!

지금 생각해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마치 10대처럼 설레서 심장이 두근두근 거린다.

­띵! 지이잉!

엘리베이터가 12층에 멈추었다.

­찰카닥, 덜커덩.

열쇠로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불 꺼진 집.

예슬이가 이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말도 안 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쏴아아아.........

욕실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침대에 바로 눕는다.

오늘은 피곤한 하루여서인지 침대에 눕자마자 바로 잠에 빠져 들었다.

* * * * *

몽롱한 상태에서 눈을 떴다.

그런데 여기는 어디지?

뜬금없이 화려한 호텔에서 사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아 그렇다면.

지금 이 곳은 꿈속인걸까?

흔히들 말하는 꿈속에서 본인이 꿈이라는 걸 인지하는 상태.

자각몽을 꾸고 있는 것이다.

기분 좋은 상큼한 라일락 향기가 호텔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품격 있고 멋진 장소에 있지만 나와 어울리지 않는 곳에 와있는 느낌이라 불편하다.

꿈속이라면 이 갑갑한 곳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런데, 내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내가 꿈속이라는 것을 인지한 이상 내 의지대로 몸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하는데.

도대체 이건 뭐지?

그렇다고 해서 가위에 눌린 건 아닌 것 같은데.

하여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내가 움직이는 걸 허수아비처럼 바라보는 것 밖에 없다.

몸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꼭두각시처럼 마음대로 움직인다.

발이 하나 둘!

앞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들려오는 웅장한 클래식 음악소리.

내가 내 몸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감각은 느껴진다.

심장이 긴장해서 터지도록 빠르게 뛰고 있다.

식은땀도 나는 것 같고.

걸어가면서 주위를 둘러본다.

대부분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부모님은 알아 볼 수 있다.

부모님은 곱게 한복을 입고 계신다.

그렇다면 나는?

나도 턱시도를 쫘악 빼입고 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이곳은 결혼식장.

나는 신랑인 것이다.

꿀꺽.......

긴장이 되는지 목이 타고 입술이 바짝 마른다.

긴장해서 로봇처럼 발걸음이 딱딱해진다.

긴장해서 한 걸음 한 걸음이 천근처럼 무겁다.

하지만 드디어 그 길을 걸어서 주례자 앞에 선다.

그리고 울려 퍼지는 아름답고 우아한 음악소리.

중년 남성의 손을 잡고 입장하는 빛이 날 정도로 아름다운 하얀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소녀가 나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너무 아름답고 순결해서 감히 똑바로 볼 수가 없을 정도다.

점점 가까워지는 우아하고 청순한 소녀와 그런 그녀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중년의 남성.

그렇다면 저 천사 같은 소녀는 내 미래의 신부이고 중년의 남성은 장인어른이시구나.

조금만 더 가까이 오면 신부가 누군지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천천히 내 미래의 신부와 장인어른이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다.

점점 거세게 쿵쾅 거리는 심장소리.

그리고 점점 나에게 다가오는 숨이 멎을 것 같이 아름다운 소녀.

그녀는 바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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