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4화 〉 한예슬과 한강에서 데이트(6)
* * *
“아까도 말했지만. 오빠만 괜찮다면 저 오빠 계속 만나보고 싶어요. 걸 그룹 아이돌이 되는 것도, 오빠를 알아가는 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왜냐하면........”
예슬이가 한 없이 부드럽고 온화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제 인생에서 처음이에요. 같이 있는데도, 계속 더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 헤어지기가 아쉬운 사람. 집에 가자마자 그리워 질 것 같은 사람.........”
자신이 말해놓고도 부끄러운지 예슬이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저도 아직 잘 모르겠어요. 이런 감정이 사람들이 말하는 사랑이라는 건지. 하지만 제가 처음 느껴보는 이 감정. 목표를 이루는데 방해 된다고. 겁먹어서 놓치고 싶지 않아요.”
하아.........
예슬이의 수줍은 고백.
나는 손을 뻗어서 예슬이의 곱고 하얀 손을 꽈악 잡으며 말했다.
“예슬아. 이렇게 되어서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에 예슬이의 작고 하얀 손이 안쓰럽게도 덜덜 떨렸다.
“오빠.........”
예슬이의 크고 하얀 눈에 살짝 눈물이 고인다.
나는 담백하게 말을 이었다.
“나도 예슬이 계속 만나면서 예슬이에 대해 알아가고 싶어. 내가 먼저 고백했어야 하는데. 예슬이가 고백하게 해서 미안해.”
사실 예슬이의 고백을 듣고 있자니, 내 자신이 한심스러웠었다.
이렇게 여린 어린 소녀도 용감하게 자신의 감정을 내보이며 정면으로 돌파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겁쟁이처럼 혹시라도 내가 이뤄야 할 것을 감정에 휩쓸려 이루지 못 할까봐 미리 겁먹고 고민하고 있었다니.
예슬이가 내 말을 듣더니 흘러내리는 투명한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오빠! 내 마음에 안착 한 남자 안할래. 진짜 그냥 나쁜 남자야. 오빠가 만나지 말자고 하는 줄 알고,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아요!”
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예슬이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주며 그녀의 부드럽고 촉촉한 붉은 입술에 다시 한 번 살짝 입술을 맞추었다.
예슬이가 그런 나를 바라보며 천사처럼 환하게 다시 웃는다.
나 역시도 귀엽게 보조개가 들어가는 하얀 얼굴의 예슬이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예슬아. 울다가 웃으면........”
별빛이 춤추는 서울의 야경
달빛이 환하게 비추는 한강.
상쾌하게 불어오는 여름밤의 시원한 강바람
모든 것이 완벽한 밤이었다.
* * * * *
“오빠, 제가 데려다 준다니까요.”
"아니야. 예슬아. 예슬이는 내일부터 다시 연습생 생활 하려면 힘들잖아. 택시타고 가도 금방이니까. 어서 들어가 예슬아. 밤이니까 운전 조심하고.”
남자가 되어서 예슬이의 배달의 민족 폭주 오토바이가 너무 빨리 달려서 토 쏠리니까 타기 싫다고 할 수는 없고.
적당한 핑계를 되었다.
“치. 알겠어요. 오빠. 그럼. 집에 도착하면 카통 보내요. 걱정되니까요.”
"알겠어. 예슬아. 잘가~”
그렇게 예슬이를 보내고 얼른 택시를 잡아탔다.
남녀가 역전된 세계인만큼 늦은 시간에는 남자를 대상으로 하는 여자 성폭행 범이 많다고 하니 안전할 콜택시를 불렀다.
“어서 오세요. 손님.”
깔끔하게 옷을 입은 예의 바른 아주머니가 운전기사였다.
나는 목적지를 말하고 핸드폰을 열어서 뉴튜브를 켰다.
사실 내가 오늘 춤추는 상어가 진행하는 무대에서 펼쳤던 퍼포먼스의 반응이 궁금했다.
춤추는 상어.......
춤추는 상어...
응?
그런데 내 예상과는 다르게 공연의 반응이 그닥 좋지 않았는지 춤추는 상어 뉴튜브로 검색해도 별다른 이슈가 검색되지 않는다.
하아.........
그래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어.
한 번 공연으로 뉴튜브에서 이슈가 될만큼 세상이 만만하지 않지.
나는 실망에서 다시 핸드폰을 닫고는 살짝 눈을 감았다.
오랜만에 춤을 추느라 모든 기력이 다 쏟아 부어서 피곤했던 것이다.
그렇게 눈을 감고 택시에 앉아있는데, 전화기가 울린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내 전화번호를 알고 있는데 내가 차단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중요한 전화겠지.
아무리 피곤해도 일단 받고 본다.
“여보세요.”
그리고 들려오는 딕션이 뚜렷한 개성 있는 목소리.
“야! 너 미쳤어? 네가 거기서 왜 튀어 나와!”
윽......!
이건 생각지도 못했는데, 나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JYK.
김진영 누나였다.
그런데, 진영이 누나는 아무리 화가 나도 잘 흥분 안하는 걸로 유명한데, 왜 이렇게 흥분한 거지?
“어. 대표님? 대표님이 이 시간에 웬일로 전화를 다 하셨어요?”
“웬일? 야! 너 지금 한가하게 그런 말이 나와? 그 난리를 쳐 놓고서는.”
난리? 난리라는 말에 정신이 확 든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대표님. 제가 무슨 난리를 쳤다고.........”
“야! 박지훈! 아, 아니. 유시현. 지금 너랑 YJ연습생 때문에 트윈치TV 발칵 뒤집혔어! 네이바 실시간 검색어에도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는데, 네가 그걸 모른다고!”
“네에? 잠깐만요. 대표님. 금방 다시 전화 드릴게요.”
“야! 유시현. 전화 끊지 마. 끊지.......”
딸칵!
나는 급하게 전화를 끊고는 핸드폰을 켜서 네이바 실시간 검색을 조회해 보았다.
그리고 찾아낸 기사!
[길거리 공연에 레전드 댄서 등장! 트윈치 동시 접속자 수 10만명 돌파.][놀라운 댄서의 등장에 쏟아지는 별풍선과 후원. 공연 10분 동안 벌어들인 급식중딩소녀의 트윈치 수익은 무려 3,000만원!][연예인보다 더 예쁜 소녀와 프로 가수보다 춤 더 잘 추는 일반인! 일반인이 뜬다!]
나는 그제야 무언가 잘 못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황급히 뉴튜브에 춤추는 상어가 아닌[급식중딩소녀]로 검색을 해 보았다.
조회된 동영상 수는 1개.
그런데 그 동영상의 조회수는 이제 막 2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무려 100만 뷰를 넘어가고 있다.
그야 말로 경이적인 속도의 조회수였다.
나는 급식중딩소녀의 동영상을 클릭했다.
썸네일에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를 낀 내 모습과 신비할 정도로 아름다운.
그야말로 결점이라고는 하나 없는 예슬이의 모습이 담겨 있다.
물론 영상으로는 예슬이의 눈부신 미모를 절반도 담아내지 못한다.
나는 동영상을 클릭해서 틀어 보았다.
에미넴의 lose yourself에 맞추어 춤을 추는 내 모습이 거의 초반부터 끝까지 담겨져 있다.
영상을 촬영한 것은 예슬이 옆에 서 있던 어린 소녀였다.
처음에는 구경하는 사람이 없던 무대.
하지만 사람들이 점점 호응하기 시작하며 비를 아랑곳하지 않고 모여든다.
그리고 불빛하나 없는 어두운 밤거리를 핸드폰의 조명을 켜서 마치 별빛처럼 단 한 명의 댄서를 위한 무대를 만들고 있는 모습.
그야말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기적과 같은 장관이었다.
비가 쏟아지는 밤거리.
아름다운 조명.
거기다가 나중에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차를 가지고 온 관객이 앰프가 설치된 오디오로 Eminem의 Lose yourself를 거리가 쩌렁쩌렁 울리도록 크게 튼다.
더욱 커지는 관객들의 함성소리와 화려해지는 춤동작.
그리고 노래와 춤이 끝났을 때.
마치 최고의 오페라를 보고 감동받은 관객들처럼 사람들의 전율에 가득 찬 표정.
그리고 들려오는 박수소리와.........
아수라장!
관객들이 무엇을 봤는지.
특히 여자 관객들이 최고의 공연을 선보인 댄서를 향해 좀비처럼 달려들기 시작한다.
윽........
그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정신이 어질어질하다.
예슬이의 도움으로 도망쳐서 다행이지.
나는 영상 아래에 달린 댓글들을 빠르게 읽기 시작했다.
[사이비교주 39분 전]
이거 영화 촬영한 거 아님?
길거리 공연이라고 하기에는 말도 안 되게 댄서의 수준이 높고, 일행으로 보이는 여자가 인형처럼 예쁨.
[maxima2018 1시간 전]
춤추는 댄서 모자랑 마스크로 가려서 자세히는 안 보이지만, 저거 여자가 남장한거임.
자세히 보면 얼굴형이나 이목구비도 여자처럼 예쁨
우리나라 남자 댄서 중에 저 정도로 춤 잘 추는 댄서 없음.
내가 현직 JYK 백댄서라 100% 확신함.
[떡방앗간 53분 전]
춤추는 상어 공연 영상 봤는데, 저거 실험카메라임.
처음에 저 댄서 춤추는 상어 영상에서 간질병 환자처럼 존나 ㅂㅅ 같이 춤.
그러다 박지훈 커버 댄스에서 트리플킬 급 반전 댄스영상 찍고
그리고 급식중딩소녀 영상에서 펜타킬 레전드 영상 찍어버림.
이거 사람들한테 카타르시스 주려고 만들어진 실험 카메라 영상임.
그런데 알고 봐도 영화 속 장면처럼 쩔긴. 개 쩌네.
[김덕팔 28분 전]
저거 박지훈 본인 아님? 이목구비 존나 닮은 것 같은데.
+답글 2개 보기
[이시아 16분 전]
저거 박지훈 아니다에 내 보지구멍 건다!
박지훈 오빠 팬이긴 한데, 지훈이 오빠도 저 정도로는 못 춤.
저 사람 아이돌 아니고 전문 댄서임.
[박지훈보라해 13분 전]
ㅅ ㅂ. 보지까. 우리 지훈이 오빠가 우주 최강이야.
저 댄서는 춤만 잘 추지 마스크 벗으면 쿵쾅이 개 오크 일거임.
으.......
한글 답글만 봐도 어질어질 한데.
어디서 몰려왔는지, 외국인들의 답글은 더 많았다.
외국인들의 답글도 대부분 내 춤이 월클이라던가, 예슬이가 천사처럼 예쁘다던가 하는 댓글들이었다.
하으.
이걸 어디서부터 수습해야 하지.
그나마 다행인건, 모자가 벗겨졌을 때, 워낙 아수라장이고 어두워서였는지 관객들이나 뉴튜브 시청자들에겐 내 정체를 안 들켰다는 것 정도다.
당연히 진영이 누나 같이 처음부터 내 모든 걸 봐온 경우에는 춤 선만 보고도 나인지 알아봤겠지만.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카통이 울린다.
카통, 카통왔섭!
진영이 누나인가?
하긴 내가 정신없이 전화를 끊어 버렸으니.
나는 얼른 카통을 열어서 확인한다.
그런데,
이번에도 내 예상과는 다르게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람에게 서 온 카통이었다.
[강세나: 오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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