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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 미소년이 살아남는 법-143화 (143/413)

〈 143화 〉 한예슬과 한강에서 데이트(5)

* * *

“오, 오빠........”

예슬이가 놀라서 토끼같이 커진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미안해. 예슬아. 나도 모르게, 예슬이가 너무 귀여워서........”

예슬이가 멍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더니, 살짝 차가운 얼굴로 나에게 말했다.

“오빠, 진짜 착한남자인 줄 알았는데, 안착한 남자였어요.”

역시 예슬이는 아직 준비도 안 되었는데, 내가 너무 갑자기 키스를 했나보다.

하긴 볼 뽀뽀도 처음 해 보았다는데, 갑자기 키스라니.

물론 키스라기보다는 뽀뽀에 가까운 가벼운 입맞춤이었지만.

“예슬이 많이 놀랐나보구나. 그래도 오빠는 예슬이한테 나쁜 남자가 되었어도 후회 없어. 예슬이가 내 볼에 키스 했을 때, 예슬이의 첫 키스도 꼭 나였으면 했으니까.”

예슬이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이고는 손가락을 비비꼬며 말한다.

“아니요. 그게 아니라. 오빠. 오빠....... 나쁜 남자가 아니라 오빠는 안착한 남자라고요. 제 마음속에 안착 한 남자.......”

아........

우리 예슬이.

남자랑 썸타는 것 처음인거 너무 티내는 거 아니니.

상상도 못했던 예슬이의 반전 개그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내가 푸하하! 하고 배꼽이 빠지게 웃어 되자, 예슬이가 귀엽게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내 어깨를 가볍게 툭 친다.

“치! 오빠. 너무해요. 저 나름 이 고백하려고 아침부터 준비 한 건데. 뉴튜브 연애박사에서 남자한테 고백하면 무조건 먹히는 멘트라고 해서.......”

아니, 이게 남자한테 무조건 먹히는 고백 멘트라고?

도대체 그 연애박사라는 뉴튜버는 누구야!

이런 사이비 연애 고수 같으니라고.

이런 유치한 멘트가 남자한테 먹힐 리가 없잖.........?

어? 그런데, 생각해보니 예슬이의 엉뚱한 고백이 나한테는 먹혔네.

그것도 200%

아니야. 그런데 이건 연애박사 사이비 뉴튜버의 멘트 때문이 아니라, 그냥 예슬이가 너무 예쁘고 청순해서 먹힌 거다.

사실 예슬이 정도로 인형같이 예쁘고 귀여운 여자라면 어떤 말로 고백해도 남자한테 무조건 먹힌다.

“아니야, 예슬아. 오빠가 예슬이가 귀여워서 웃는 거야.”

나는 그렇게 말하며 자연스럽게 예슬이에게 다가가 예슬이의 귀여운 이마에 살짝 입맞춤 해 주었다.

예슬이가 그런 나를 별처럼 빛나는 아름다운 에메랄드 빛 눈으로 바라본다.

그리고는 살짝 볼을 햄스터처럼 부풀리며 말한다.

“치, 오빠. 내 이마에 막 뽀뽀해도 된다고 한적 없는데요. 저, 그렇게 쉬운 여자 아니거든요!”

응? 내가 잘 못한 건가?

하긴 분위기에 젖어 가벼운 키스를 허락 했다고 해도, 아직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내가 너무 오버 했나.........?

라고 생각하는데, 예슬이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천사같이 예쁜 얼굴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그녀의 붉고 촉촉한 귀여운 입술을 내 이마에 살짝 부딪쳤다.

“저 쉬운 여자 아니고, 당한만큼 되갚아 주는 여자에요! 그러니까 다음에 오빠가 또 제 이마에 뽀뽀하면 저도 오빠 이마에 키스 할 거예요!”

그렇게 말한 예슬이는 자기가 말을 해 놓고도 쑥스러운지, 미소를 짓는다.

나는 달빛에 비춰 달의 여신같이 신비스러울 만큼 예쁜 예슬이를 넋 놓고 바라보다가, 내 입술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런데, 예슬아. 당한만큼 되갚아 준다며. 그러면 예슬이가 입술에 당한 키스도 되돌려 줘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능청스럽게 말하자 예슬이가 당황해서 빨개진 작은 얼굴을 양손으로 가리며 말한다.

“모, 몰라요! 오빠! 저 키스 처음이었단 말이에요! 자꾸 생각나게 하지 말아요. 부끄럽단 말이에요.”

청순한 예슬이는 남자와 스킨십조차 처음인건지 부끄러움이 많았다.

어떻게 저렇게 인형같이 예쁜 소녀가 그동안 남자와 키스조차 안 해 봤을까?

좋다고 달려드는 남자가 한 트럭.

아니 못 해도 한 개 사단만큼은 되었을 텐데.

정말 몸을 막 굴리는 우리 회사 페미 걸레 노예들과는 딴판이었다.

남녀가 역전된 세계라고 해서, 모든 여자들이 다 순결을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건 아니었구나.

역시 세상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그런데 예슬이는 그러면 남자랑 그 흔한 썸도 한 번 안 타 본거야?”

예슬이가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귀엽게 끄덕거렸다.

“네. 오빠.”

문득 궁금해졌다.

“왜? 혹시 그 동안 예슬이 좋다는 남자가 없었어? 아니면, 혹시 남자보다 여자를 좋아한다던가........”

예슬이가 발끈해서 살짝 삐진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아니거든요! 제 말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저 좋다는 남자가 얼마나 많았는데요. 중학교, 고등학교 때 수업 끝나고 다른 학교 남학생들까지 저 한 번 보겠다고 선물이랑 편지 사들고 찾아왔었거든요. 물론 다 거절했지만. 그리고, 저 여자 안 좋아해요. 그냥, 그동안 아이돌 연습생 준비하느라 너무 바쁘기도 했고. 마음에 드는 남자도 없어서.......”

학교 끝나고 남학생들이 줄서서 기다렸다고?

역시 예슬이는 어렸을 때부터 누가 봐도 인형같이 예쁜 핵인싸 소녀였구나.

하아.........

지금이야 이세계의 유시현으로 빙의되어서, 내가 봐도 매혹되어버릴 것 같은 천사 같은 외모의 유시현이기 때문에 감히 예슬이 같은 인싸 미녀와 썸이라도 탈 수 있지만.

원래 세계의 유시현이라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거다.

나는 핸드폰에 비췬 이세계의 유시현과 눈앞에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는 예슬이를 바라보았다.

정말 마치 하늘에서 맺어준 인연처럼 잘 어울린다.

눈부시도록 빛이 나는 두 사람이었다.

“마음에 드는 남자가 없어서? 그러면 예슬이가 보기에 나는 어떤데?”

예슬이가 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서 한다.

“오빠를 처음 봤을 때, 사실 저도 이해 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었어요. 정말 그런 감정은 태어나서 처음이었어요. 오빠를 본 건 잠깐이었지만, 오빠를 처음 만났던 그 순간만 생각하면 가슴이 뛰고 심장이 두근거렸어요. 그래서 사실, 오늘 오빠에게 만나자고 한 건, 제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서예요.”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서?

사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물론 예슬이가 인형처럼 예쁘고 귀여운 건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 연인이 될 수는 없다.

나는 예슬이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그래서, 오늘 나를 만나보니 어땠어. 예슬아?”

“오늘 오빠를 만나보니........”

예슬이가 붉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나를 바라본다.

“사실, 지금도 제가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왜 오빠를 보면 가슴이 설레고, 바보같이 행동하는지. 저 원래 별명이 뭔지 아세요?”

“예슬이 별명? 글쎄..........”

예슬이의 별명이라면 귀엽고 착하고 예쁘니까 아마 신데렐라?

아니면 피부가 눈처럼 하얗고 투명하니까 백설공주?

몸매도 완벽하고 얼굴이 요정처럼 아름다우니까 엘프녀?

물론 이런 유치한 생각을 입 밖으로 말하지는 않았다.

예슬이가 살짝 한 숨을 쉬며 말을 이어간다.

“오빠. 사람들이 저보고 엘사라고 불러요. 그게 제 별명이래요.”

엘사?

겨울왕국의 엘사?

그것도 나름 어울린다.

예슬이의 저 풍성하고 청순한 검은 머리를 금발로 염색한다면.........

아! 생각만 해도 너무 요정같이 예쁠 것 같다.

“엘사도 잘 어울리는데? 공주님 같이 예쁘니까, 엘사라고........”

예슬이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말한다.

“아니요. 그게 아니라. 마치 심장이 얼음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차가워서 엘사라고 부른데요.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처럼. 정말, 저. 걸 그룹 아이돌이 되기 위해서 열심히 자기관리 해 왔거든요. 아무리 잘 생기고 돈 많은 남자들이 대쉬해 와도 한 번도 마음이 흔들린 적 없어요. 지금처럼 이렇게 마음 놓고 음식을 먹어 본 적도 없어요. 오빠도 연습생 생활 오래 해 보셔서 아시겠지만, 이렇게 먹고 나면 앞으로 일주일간은 정말 물만 마셔야 해요. 그걸 아는데도........ 이상하게 오빠만 만나면 자꾸 제 얼음 같은 마음이 흔들리고 약해져요.”

그랬구나.

예슬이도 사람인데, 그것도 아이돌 연습생.

이렇게 마음대로 음식을 먹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런데 나를 만나면 예슬이의 얼음 같은 단단한 마음이 부드럽게 녹아버려서 그 동안 참아왔던 하고 싶던 것들을 저지르고 마는 것이다.

나는 고개를 들어서 예슬이를 바라보았다.

달빛에 비췬 예슬이의 조각같이 아름다운 얼굴.

그동안 예슬이에게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차가운 기운이 감돈다.

마치 얼음으로 만들어진 감정 없는 사람 같다.

“그래서, 사실 저 오늘 고민 많이 했어요. 오빠. 이대로 오빠를 계속 만나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사실 나도 예슬이의 입장이 이해가 간다.

왜냐하면 나도 예슬이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으니까.

예슬이를 처음 봤을 때는 예슬이가 그저 하늘에서 내려 온 천사처럼 예쁘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래서 한 번 쯤 다시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꼭 해야 할 일들이 있다.

내가 원래 살던 세계로 쫓겨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나에게 주어진 퀘스트를 수행해야 한다.

퀘스트를 수행한 후에는 아이돌 박지훈으로서의 삶을 살아야 한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한가롭게 연애에 많은 시간을 할애 할 수만은 없다.

“그래서 오빠. 저 오빠한테 지금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예슬이가 마음의 결단을 내렸는지 얼음같이 차갑고 도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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