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 미소년이 살아남는 법-141화 (141/413)

〈 141화 〉 한예슬과 한강에서 데이트(3)

* * *

예슬이와 나는 성큼성큼 걸어서 한강에 위치한 매점에 들어갔다.

역시 한강에 위치한 매점은 라면에서부터 과자, 음료수까지.

각 종 다양한 음식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뭘, 먹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예슬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매점에서 예슬이를 본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동작이 느려진다.

그리고 천천히, 우리 옆을 지나가면서 감탄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지나친 후에도 조건 반사처럼 다시 한 번 뒤를 예슬이를 돌아본다.

역시 예슬이는 인형탈을 쓰고 행사 뛰기에는 그냥 본판이 너무 예쁘다.

얼굴이 인형인데........

예슬이를 본 남자들은 무심코 예슬이 옆에 서 있는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예슬이와 맞잡은 손을 보고는 질투가 가득한 싸늘한 눈빛 또는 부러움 가득 찬 시선으로 나를 본다.

아무리 남녀 비율 1대10의 남녀역전 세상이라도, 예슬이 정도로 너무 예뻐 버리면 남자들의 질투와 부러움을 받는다.

나는 혹시라도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봐, 마스크를 더 올려 쓴다.

예슬이가 그런 나를 보며 말한다.

"오빠, 마스크 안 답답해요?"

나는 고개를 흔들며 말한다.

"응, 괜찮아. 예슬아, 마스크 쓰고 있는 게 더 편해. 예슬이처럼 천사같이 예쁜 여자랑 같이 다니려면."

예쁘다는 말에 예슬이의 얼굴이 다시 붉게 달아올랐다.

"오빠, 농담하지 말아요. 치."

예슬이가 기분이 좋은지 보조개가 살짝 들어갈 정도로 환하게 웃는다.

역시 예쁘다는 말 싫어하는 여자는 없구나.

설령 천사라도 말이다.

"뭐 찾으시는 거라도 있으세요?"

매점 아저씨가 친절하게 인사한다.

물론 예슬이한테.

예슬이가 두리번 거리며 무엇인가를 찾고 있다.

그러다가 계산대 옆에 있는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어묵 꼬치를 발견하고는 냉큼 하나를 집어 든다.

예슬이 어묵 아까 만나분식에서도 먹지 않았나?

예슬이는 분식을 어지간히 좋아하나 보다.

"오빠, 여기 매운 빨간 어묵도 있어요. 오빠도 먹어요. 여기 제 단골 한강 매점... 아, 아니 처음 왔는데 이런 게 다 있네요?"

예슬이는 벌써 양볼이 빵빵하도록 어묵을 입에 넣고 오물오물 거리고 있다.

예슬이는 남녀역전 세계의 여자치고는 키도, 덩치도 작은 편인데. 저게 다 어디로 들어가는 걸까?

다시 봐도 군살하나 없는 매끈하고 슬림한 몸매다.

그런데 진짜 요즘 한강 편의점에는 별에 별걸 다 파는 구나.

나도 예슬이 옆에 서서 빨간 어묵을 하나 집어 들었다.

"오빠, 오물오물. 그거 진짜 맛있어요."

나는 매점 아저씨를 보며 말했다.

"아저씨, 이거 먼저 계산하고 먹어야 해요?"

그런데, 이 아저씨가 질문한 나는 쳐다보지도 않고 어묵을 오물거리고 있는 예슬이를 보며 말한다.

아저씨. 아무리 예슬이가 예뻐도 적당히 합시다. 좀!

"아니에요. 먼저 드시고 나중에 계산하셔도 됩니다. 그런데 저기 혹시. 여자 걸그룹 아이돌 이세요? TV에서 본 것 같아서요."

어묵을 열심히 먹던 예슬이의 눈이 갑자기 토끼처럼 크게 떠진다.

"우물.... 아, 아니에요. 케, 켁."

윽, 이 아저씨야. 그러게 적당히 하라니까.

우리 예슬이 사래질렸잖아!

아무리 우리 예슬이가 예뻐도 걸그룹 아이돌이라니, 인형탈 쓰고 알바하는 애한테.

나는 재빨리 냉장고에서 포카리스웨트를 꺼내서 예슬이에게 건넸다.

­딸칵!

예슬이가 포카리스웨트 뚜껑을 따서는 벌컥벌컥 들이킨다.

"흐아. 살 것 같다. 고마워요. 오빠."

나는 매점 아저씨에게 지갑에서 돈을 꺼내어서 내민다.

"아저씨, 지금까지 먹은 것 계산해주세요."

예슬이를 넋놓고 바라보던 아저씨가 귀찮은 티를 내며 차갑게 말한다.

"8,300원이요."

엉?

8,300원이라니.

큰 돈은 아니지만, 나와 예슬이는 이제 고작 포카리 스웨트 하나랑.

내 어묵 한 개.

그리고 예슬이 어묵 2....?

어.... 예슬이 손에는 어묵 꼬챙이가 5개나 들려있나.

하아, 그 짧은 순간에 어묵을 다섯 개나 해치워 버리다니.

이 어묵이 정말 맛있나?

나는 계산을 하고 어묵을 한 입 베어 먹었다.

­우물우물 꿀꺽!

으음. 별다를 것 없는 맛인데?

그냥 예슬이가 잘 먹는 거구나.

내가 계산을 하고 잔돈을 받는사이 예슬이가 한강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오빠, 우리 여기서 한강 구경해요."

"그래, 예슬아."

나도 예슬이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렇게 예슬이와 오순도순 정답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매점 아저씨가 또 방해를 한다.

"저기, 아가씨. 나랑 같이 사진 한 장만 찍어주면 안 돼요?"

분명 걸그룹 여자 아이돌이 아니라고 했는데도, 계속해서 치근덕거리네, 저 아저씨.

"걸그룹 아이돌 보다 더 예쁜 아가씨를 봤다고 하니까, 우리 아들도 보고 싶다고 그래서요. 부탁해요."

흠, 그래? 뭐 유부남에 아들이 보고 싶어 해서라고 하면 이해해 줘야지 뭐.

보아하니 순수한 팬심 인 것 같은데.

팬심? 예슬이는 연예인도 아닌데? 아니지. 연예인보다 더 예쁘니까 팬심이라고 하자.

나는 아저씨의 핸드폰을 받아 쥐고 브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예슬이와 매점 아저씨의 초점을 맞추었다.

윽.....

이건 완전 문어아저씨와 바비인형이네?

­찰칵!

사진을 찍어서 아저씨에게 주자, 매점 아저씨의 표정이 굳어진다.

왜요? 설마 스폰지밥에 나오는 squidward(스퀴드워드)같은 아저씨 얼굴이 제가 사진을 못 찍어서라는 건 아니겠죠? 본판 보다는 잘 나왔구만 뭘.

매점 아저씨가 사라지자, 예슬이가 나를 보며 말한다.

"오빠, 음료수 마실래요? 제가 사 올게요."

마침 갈증이 좀 나던 터다.

"응. 예슬아. 나도 예슬이 마시는 걸로 부탁해."

"알았어요. 오빠."

예슬이가 뭐가 그리 좋은지 환하게 웃으며 다시 매점으로 들어갔다.

예슬이가 매점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는데, 주위를 보니 나처럼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다.

남자도, 여자도. 모두 예슬이를 보고 있다.

하아, 우리 예슬이는 너무 예뻐서 사람들의 시선을 자석처럼 끌어 모으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나는 부러움과 질투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매점에 들어간 예슬이가 한참동안이나 나오지 않는다.

혹시 안에서 또 어묵 먹고 있는 건가?

에이, 신경끄자. 예슬이는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찌는 체질인데 뭐.

오늘 따라 아름다운 한강의 야경을 바라보며 멍 때리고 있는데, 뒤에서 귀여운 목소리가 들린다.

"오빠. 미안해요. 오래 기다렸죠?"

"아니야. 예슬아."

그렇게 말하며 뒤를 돌아본다.

그런데. 허억.

예슬이의 손에는 음료가 잔뜩 든 비닐봉지와.....

어디에서 구해왔는지 전기 통닭구이가 들려있다.

"오빠, 배고프죠? 오빠 어묵도 하나 밖에 안 먹고, 우리 통닭 뜯어요."

예슬아, 너는 어묵을 5개나 먹고 통닭이 들어갈 배가 남아있니?

예슬이가 천사처럼 환하게 웃으며, 통닭을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세상을 다 가진 듯 예슬이의 표정이 행복해 보인다.

그리고 비닐봉지에서 음료들을 꺼낸다.

응? 그런데, 예슬이가 꺼낸 음료는 맥주?

나는 당황해서 예슬이에게 말했다.

"예슬아, 맥주 마시면 안 되지 않아? 집에 갈 때 오토바이 운전해야 하잖아."

"아, 오빠. 이거 무알콜 음료에요. 그냥 통닭 샀으니까 기분만 내려고요. 괜찮죠? 통닭엔 맥주잖아요."

아, 그래 통닭에 맥주긴 하지.

"응. 무알콜이면 괜찮지. 나는 진짜 맥주인 줄 알고......."

­딸칵!

예슬이와 나는 무알콜 캔맥주를 땄다.

그리고.

예슬이와 짠! 하고 건배를 한다.

­벌컥벌컥.

알콜이 안 들어가서 인지 살짝 밍밍한 맛은 나지만, 그런대로 분위기가 난다.

무알콜 맥주를 마신 예슬이가 전기 통닭 닭다리를 쭈욱 찢어서는 나에게 건넨다.

"오빠, 치킨 먹어요."

역시 예슬이는 천사구나. 치킨에서 가장 소중한 치킨다리를 양보하다니.

배는 불렀지만 치킨 다리의 호의는 거절할 수 없지.

누구는 민트초코 음료수나 권하는데 말이야.

­우물우물.......

맥주에 치킨.

한강의 아름다운 야경

거기다 천사같이 청순하고 예쁜 예슬이까지.

이보다 더 완벽한 밤이 내 인생에 있을 수 있을까?

정말, 무슨 수를 써서라도 기필코!

남녀가 역전된 이 아름다운 세상에 남고 싶다.

“그런데 오빠. 저 오빠한테 궁금한 거 사실 대게 많은데........ 오빠는 저한테 궁금한 거 없어요?”

“예슬이한테 궁금한 거?”

으음.......

마음 같아서는 예슬이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싶다.

하지만 너무 꼬치꼬치 캐물으면 스토커 같이 보일 테니까, 일단 정말로 알고 싶었던 간단한 것만 물어 보자.

“예슬이는 한참 대학교에 다닐 나이 아니야? 그런데 왜 아르바이트를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건지 사실 궁금했었어요.”

“아, 그거요.........”

예슬이의 큰 눈동자가 살짝 흔들린다.

“사실, 저는 대학교에 아직 진학 안했어요. 오빠. 그렇다고 공부를 못하는 건 아니었는데....... 소속사에서 대학교는 활동하다가도 언제든지 갈 수 있으니까, 먼저 활동에 집중하자고 해서요.”

소속사?

무슨 말이지?

요즘에는 인형탈 쓰고 행사하는데도 소속사가 필요한가?

예슬이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사실 이건 진짜 말하면 안 되는 건데. 오빠한테는 더 이상 속이고 싶지 않아요. 저 사실........”

예슬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초조한지 붉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 있다.

예슬이는 도대체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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