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 미소년이 살아남는 법-135화 (135/413)

〈 135화 〉 2부­소년이여 신화가 되어라!(2)

* * *

[너와 함께 있으면 모든 술이 다 달콤해~

하지만 그 중에서도 너와 함께 마시고 싶은 술은 바로 소주~

마음 속 깊은 얘기도. 수줍은 고백도 너와 함께 소주를 마시면 난 다 말할 수 있어~]

잔잔하고 부드러운 발라드 스타일의 노래에 맞춰 내가 출 수 있는 춤은 많지 않았다.

그저 손과 발을 흐느적거리며 리듬에 맞추어 흔들 뿐이었다.

나는 최대한 열심히 최선을 다해 춤을 추었다.

그런데, 그런 내 모습이 꽤나 웃겼는지 구경하던 사람들이 배꼽을 잡고 웃기 시작했다.

뉴튜버 춤추는 상어도 마이크를 쥐고는 경박스럽게 큭큭 거리며 비웃기 시작했다.

“야! 저 아저씨 뭐야. 무슨 아이들 율동 하는 것도 아니고. 뭐 저렇게 흐느적거려?”

“얼굴이 오징어같이 못생겨서, 연체동물 흉내 내는 건가?”

“박자도 엇박이라 뭔가 기괴해. 그런데 진짜 저렇게 춤 못 추는 사람 처음 본다.”

“그런데 이상하게 묘한 매력이 있어서 계속 보게 되네? 아, 매력이 아니라 병신력 때문에 보게 되는 건가? 진짜 어이가 없는 병신춤이네.”

“나 저런 춤 본 적 있어. 우리 할아버지 별명이 탑골 Z디 인데, 우리 할아버지가 노인정에서 추던 춤이랑 막상막하인데? 저 아저씨 나이가 한 60살 쯤 먹었나 봐.”

뒷자리에서 앉아서 지켜보던 예슬이는 도저히 못 보겠는지 두 눈을 꼬옥 감아버렸다.

하아........

좆 됐다.

예슬이와 첫 데이트에서 이런 개망신을 보여줬으니.

사람들의 반응을 보니 이제 예슬이가 나를 모른 척 외면해도 사실 할 말이 없다.

탑골 Z디 할아버지와 맞짱 뜨는 병신력 가득한 춤이라니.

남녀가 역전 된 세계로 왔어도 내 개쓰레기 춤 실력은 달라지지 않았구나.

앞으로 아이돌 생활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씨발.

앞날이 막막했다.

춤을 추기 시작한 지 MCT의 [소주프리]에 맞추어서 춤을 추기 시작한 지 1분도 안 되어서, 춤추는 상어가 음악을 중단 시켰다.

그리고는 무대로 재빨리 마이크를 들고 달려왔다.

“아, 이거 죄송합니다. 아저씨. 제가 옷차림이랑 몸매 핏만 보고 예슬씨랑 같은 나이 또래인 줄 알았네요. 자, 나이도 있으신데 힘드시죠? 수고 하셨습니다.”

으.......

이제는 아예 대놓고 틀딱 아저씨 취급을 하네.

예슬이의 얼굴도 부끄러워서 빨개져 있다.

내가 그래도 현재 대한민국에서 탑티어 아이돌이라고 하는데, 자존심이 상해서 이대로 무대에서 내려 갈 수는 없었다.

“저기 죄송하지만, 한 곡만 더 추면 안 될까요? 이번에는 진짜 제대로 열심히 춰 보겠습니다!”

“아저씨는 됐고요. 자, 어디 새로 온 참가자 분 안 계세요?”

춤추는 상어가 새로운 댄스 참가자 신청을 받으려고 했으나, 이미 공연장 분위기는 식을 대로 식어서 싸늘해진 상태.

이제 구경하는 사람들도 다 빠져서 3~40명밖에 남지 않았다.

방송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찌되었든 시간 끌 사람이 필요했다.

춤추는 상어가 휴우~ 한 숨을 쉬며 나를 바라본다.

“아저씨. 그러면 다음 참가자 분 참여하실 때 까지, 딱 1분만 시간 때워 주세요. 뭐, 원하시면 트로트라도 틀어드릴까요?”

나는 모자를 더 푹 눌러쓰며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아니요. 그런 노래 말고, 좀 빠르고 비트 쪼개는 걸로 틀어주세요.”

“아, 참나. 아저씨 나이에 그런 노래에 맞춰서 퍼포먼스하면 허리 나갈 텐데. 후회 없으시죠?”

“네. 괜찮으니까 노래나 주세요. 비트 강한 걸로.”

춤추는 상어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음악을 담당하는 VJ에게 신호를 보냈다.

“진성아, 그냥 빡센 박지훈 노래나 틀어드려라. 알아서 좀 흔드시다가 들어가시게.”

박지훈?

그거 내가 아이돌로 활동 할 때 쓰는 이름 아니야?

박지훈 노래라는 말에 사람들이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야, 박지훈 노래면 남자 아이돌 그룹 중에서도, 메인 댄서나 가능한 거 아니야? 웬만한 아이돌들도 박지훈 춤은 못 따라 할 텐데.”

“아저씨가 춤추겠다고 행패 부리니까, 망신이나 주고 들여보내려나 보지.”

“MCT 노래 중에서도 쉬운 안무에 속하는 [알콜 프리]도 못 따라 하고 병신력 제대로 보여준 아저씨인데, 이번에는 어떤 기괴한 안무를 보여줄까? 나름 기대 되는데?”

“아저씨 무리해서 응급실 실려 가겠다. 아저씨 춤추다 사망 테크로 뉴튜브 조회수 뽑아내려는 건가? 춤추는 상어 너무 하네.”

각종 악담이 들려오는 가운데, 처음 들었지만 신기하게도 익숙한 멜로디가 귓가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빰빠 빰 빰빠바 밤!

분명 처음 듣는 전주인데........

마치 10,000번 이상 되뇌어 들은 듯한 기묘한 느낌이다.

그리고 뇌로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하기 시작한다.

군대에서 아침 6시만 되면 나도 모르게, 눈이 저절로 떠지고 어느 사이엔가 각 잡아서 모포를 접고 있는 것과 같은 조건 반사였다.

박자에 맞춰서 다리의 스텝이 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마치 로봇이 자신에게 입력된 프로그램대로 다리를 움직이는 것처럼.

복잡하고 정교한 안무를 숨 쉬듯 자연스럽게 연계시키고 있다.

더불어 눈빛과 표정까지 변해가고 있다.

차가우면서 카리스마가 가득한.

무대 위에서 보던 탑스타 남자 아이돌들이 내 몸속에 빙의 된 것 같다.

사람에게는 아우라 라는 것이 있다고 하는데, 지금 내 몸에서 최근 대한민국 아이돌 순위 1위의 포스가 뿜어져 나온다.

그리고 그런 내 현란한 몸놀림과 아우라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뭐, 뭐야! 미친 거 아니야? 저게 말이 돼?”

“아저씨 아니었어? 박지훈 블랙홀 커버댄스 뉴튜브에서 1,000번도 넘게 봤는데. 완전 차원이 다르잖아.”

“꺄!!!!!! 조, 존나 멋있어. 갑자기 완벽하게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

­쿵!!!!

춤추는 상어가 내 박지훈 안무 댄스를 보다가 넋을 놓아서 마이크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하지만 주울 생각도 없는지 그저 입을 상어처럼 쫘악 벌린 채, 내 박지훈 안무댄스를 보고만 있다.

[귓가에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

다시 나를 애태우고 있지만. 너는 이미 없는데.

이건 나의 착각, black hole. 잊으려고 할수록 더욱 더 빨려 들어가!]

박지훈의 노래 블랙홀이 공연장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최근 유행하는 일렉트릭한 사운드와 빠른 템포, 쿵! 쿵! 쪼개지는 현란한 비트.

다행스럽게도 이세계의 박지훈은 MCT와 같이 여자 아이돌이나 부를 것 같은 귀여운 노래가 아니라, 내가원래 살던 세계의 남자 아이돌들의 노래와 유사한 카리스마 넘치는 노래를 부르는 아이돌이었다.

360도 고속 턴을 돌며, 무릎으로 착지 한다.

그리고 그대로 뒤로 누워서는 손을 땅에 짚고 박차며, 앞으로 튕기듯 몸을 일으킨다.

현세계의 아이돌이라고 해도 쉽지 않은 고난이도 동작이었다.

하지만 이세계 유시현의 몸은 이런 고난이도 동작에도 완벽하게 녹아들었는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계시키고 있다.

“꺅!!!! 저 오빠 뭐야. 장난 아니다. 방금 봤어? 박지훈도 저 동작은 생방 때 위험해서 못하던 동작들 아니야?”

“미...... 미쳤어. 미쳤어. 나 방금 팬티에 지렸잖아. 존나 멋있다 진짜. 완전 쩔어. 지금 이거 현장에서 보고 있는 내 인생이 레전드!”

“나, 저 오빠. 본 것 같아. 박지훈 백댄서 중에서 잘생긴 오빠 있었는데 그 오빠 아니야? 와, 얼굴 존나 궁금하다. 모자랑 마스크 벗었는데 꽃미남이면 어떡하지? 나 진짜 심쿵해서 응급실 실려 갈 것 같은데.”

박지훈의 춤을 추기 전까지만 해도, 아저씨라느니. 탑골공원 할아버지라느니 각종 악담을 쏟아내던 관객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서 미친 듯이 환호하고 있었다.

예슬이도 전혀 예상을 못 했는지, 귀엽게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두 손을 꽉 잡은 채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black hole. ohohoho.

헤어 나올 수 없는 너는.

black hole. ahahaha

이제는 너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박지훈의 노래 블랙홀이 하이라이트를 향해 점점 치닫고 있었다.

그리고 빠져나갔던 사람들이 내 안무 댄스를 보기 위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미친 듯이 물 믿듯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처음 박지훈의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출 때는 고작 2~30명의 관객들 밖에 안 남았었는데, 지금은 거의 MCT가 공연했을 때처럼 사람들로 다시 가득차기 시작했다.

못해도 100명은 되어 보였다.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내 공연을 보고 있으면, 긴장될 리도 한데.

이세계의 박지훈의 몸은 이러한 상황이 익숙하기라도 한 듯 전혀 떨리거나 흐트러지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 탑급 신인 아이돌의 여유라는 것일까?

MCT의 여자 걸그룹처럼 흐느적거리는 댄스와는 달리, 박지훈의 춤은 간결하고 깔끔했다.

하지만, 평소 월드 오브 댄스와 같은 세계 탑급의 댄서들의 뉴튜브 영상을 취미로 보던 나에게는 성에 차지 않았다.

아무리 박지훈이 남녀역전 세계에서의 남자 아이돌 중에서는 파워풀 한 댄스를 춘다고 해도 내가 원래 살던 세계의 세계 정상급의 얼반 댄서들.

아니 국내의 신인 남자 아이돌 그룹에 비해서도 한참 못 미쳤다.

남자가 여자 취급을 받는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지는 한계였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그 이상의 것을 알고 있고, 영상으로 봐왔다.

더군다나 박지훈의 몸은 내가 상상한 것을 그대로 구현해 낼 수 있을 정도로, 피나는 훈련으로 만들어진 몸이다.

내가 상상으로만 꿈꿔왔던, 세계 최정상급의 안무들을 지금 이 곳에서 펼쳐 보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니 이건 기분이 아니라 확신이다.

그리고 이것은 대한민국의 전설이자, 뉴튜브 1억뷰 조회수를 기록하는 신화의 첫 장이 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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