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9화 〉 (1부 끝) 동철 과장과 신입사원 김아영(4)
* * *
고생해서 만든 설문지 문항을 다 뺏겨버린 아영 사원이 머리를 감싸 쥐며, 혼잣말을 한다.
“씨발.......... 진짜 막걸리 같은 소리 하네. 과장이면 다야? 내가 진짜. 더럽고 치사해서.”
그리고 마침 시간은 4시 30분.
“자! 다들 만든 설문지 가지고 오셔서 제출 해 주세요.”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동철 과장이 쪼르르 달려와서 설문지를 제출한다.
나는 동철 과장이 만든 설문지를 읽고는 감탄을 하며 동철과장을 칭찬한다.
“이야, 과장님. 영업팀에서만 있어서 설문지 만드는 건 못하실 줄 알았는데, 설문지도 잘 만드시네? 아이디어도 완전 좋고.”
“에이, 뭐. 그 정도 가지고. 내가 원래 좀 전천후 플레이어 아니야. 축구로 치면 토트넘 손흥미 선수처럼.”
내 칭찬을 듣고 기가 살아난 동철 과장이 신나 한다.
그리고 성현대리, 미희 주임. 미영 대리. 서유리 순으로 설문지 문항을 제출 했다.
성현대리야 워낙 실력이 뛰어나니 당연히 좋은 설문지 문항을 만들었고.
나머지 팀원들도 그럭저럭 봐 줄만한 수준의 설문지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영 사원이 설문지를 제출했다.
그런데........
아영 사원의 설문지는 동철과장의 설문지와 거의 유사했다.
나는 한 숨을 크게 내쉬며 아영 사원을 바라보았다.
“아니. 아영씨.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너무 하네! 이젠 새로 온 과장님 설문지 문항까지 카피하는 거예요? 아영씨가 무슨 복사기야? 작년 보고서를 카피하고, 과장님 설문지 문항 카피하고. 도대체 팀장은 어떻게 됐던 거야? 뭐 사장님 이사진들 엉덩이라도 빨아주고 팀장 됐던 거야? 어이가 없네. 진짜. 어이가!!!!”
나는 화가 나서 김아영 사원이 제출한 설문지를 아영 사원을 향해 확! 던졌다.
A4 용지가 하늘 위로 흩날리며 김아영 사원의 면전에 떨어져 내린다.
사실 내가 현 세계에 살 때는 일주일에 몇 번씩이나 김아영 팀장에게 당했던 짓이다.
김아영 사원도 그 때의 내 억울한 심정과 비참함을 한, 두 번쯤은 느껴봐야 자기가 무슨 짓을 했었는지 알 것 아니겠는가?
김아영 사원의 큰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는 울먹거리며 말한다.
“그게 아니라요. 제가 먼저 만든 건데. 동철과장님이. 흐윽. 과장님이......... 제 설문지를... 흐흑. 다 베껴서......”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아니! 남의 설문지 다 베껴서 제출한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상사 탓을 하는 거예요! 상사 탓을! 진짜 아영씨 안 되겠네. 지금 일부러 반항하는 거야. 뭐야! 진짜 나이만 많지,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뭐야? 보고서를 잘 쓰기를 해? 설문지를 잘 만들기를 해? 기본이 안 되어 있잖아. 기본이!”
물론 원래의 아영 팀장이었다면 여기다가 부모님 욕까지 하며 멘탈을 부셔놨겠지만, 나는 그 정도로 쓰레기는 아니다.
김아영 사원을 갈구며 소리치고 있는데, 가만히 듣고 있던 서유리 사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나에게 다가온다.
아무래도 내가 너무하다 싶어서 아영 사원을 도와주려고 오는 것 같다.
사실 지금 상황이 불합리 하다는 건 내가 더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현 세계에서 내가 항상 김아영 팀장과 서유리 사원에게 당했던 일상이니까.
그러니까 김아영 팀장과 서유리도 똑같이 한 번쯤은 당해봐야, 자신들이 얼마나 개 같은 짓거리들을 했었는지 알게 되겠지.
나는 나에게 다가오는 서유리 사원을 슬쩍 보고는 주머니에 있는 리모컨 버튼을 꾹 눌렀다.
그러자.......
우웅! 위잉! 위이이잉!
소리가 서유리의 천박하고 요란한 소리가 서유리의 은밀한 곳에서 들려왔다.
“하으윽. 흐윽....... 아흐흐흐흥”
나에게 걸어오던 서유리가 급하게 뒤 돌아서서는 다시 제자리로 허벅지를 꽉 조이며 돌아간다.
어디서 감히 끼어들려고 그래!
보지에 딜도나 꼽고 다니는 노예 주제에.
나는 서유리를 전동 딜도 리모컨을 눌러 가볍게 퇴치 한 후에, 아영 사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영 사원은 오늘 이거 다 하고, 집에 가요. 무슨 말인지 알겠죠?”
아영 사원이 억울해서 빨개진 얼굴로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고 자리로 돌아간다.
나는 그런 아영 사원을 다시 부른다.
“아영씨!!!!”
아영 사원이 억울하고 서러워서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얼굴로 뒤돌아본다.
“아니, 팀장이 말하는데. 한 숨 쉬고 그냥 들어가나! 인사를 하고 가야지.”
아영 사원이 흐윽 흐윽 거리며 고개를 숙인다.
“죄, 죄송합니다. 팀장님.”
자기 자리로 돌아간 아영 사원이 얼굴을 양손으로 가리고 울기 시작한다.
팀장이었다가 신입사원이 된 것도 억울한데, 신입사원이었던 나한테 깨지기 까지 하니까 감정이 복받친 것 같다.
이제야 좀 사이다를 콸콸 들이킨 것처럼 가슴이 뻥 뚫리고 시원했다.
저런 이기적인 년들은 이렇게 직접 다른 사람이 당했던 일을 본인이 당하기 전까지는 절대 그 억울한 마음을 모른다.
자기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내로남불의 전형적인 케이스다.
오늘 제대로 당했으니 이제 그 때의 내 억울한 심정을 조금은 이해하겠지.
나는 나에게만 보이는 정보 창을 불러내어 김아영 사원의 인물일람을 불러냈다.
“인물 정보 확인”
[대상을 지정해 주십시오.]
김아영 사원을 바라봤다.
[스캔중입니다.]
띠링!
[스캔이 끝났습니다. 인물일람을 화면에 표시합니다.]
띵!
+
이름: 김아영
나이: 29세
전용 스킬: [거짓말 LV.3 ].[뻔뻔함 LV.3][남자 괴롭히기 LV.4][우기기 LV.3]
필살기: 없음
종합 능력치: [체력LV.2], [근력LV2], [민첩LV3], [지능LV1], [마력LV0]
페미 걸레 등급: B급
*추가정보*
김아영 노예 조련도: [40% 완료]
약점: [혀], [애널]
종합평가: 강단이 쎄서 조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잔머리가 좋습니다. 양성애자이지만 남자보다 여자를 더 좋아합니다. 들러붙는 남자에 약합니다.
+
“인물 정보 닫음”
삥!
김아영 사원이 많이 고분고분 해 졌다 생각했는데, 과연 김아영 사원의 걸레 조련도가 40%나 완료 되어 있었다.
나는 생각이 난 김에 전체 팀원들의 걸레 조련도도 살펴보았다.
+
걸레 조련도: [최다정 차장 40% 완료] [서유리 80% 완료] [김미희 주임 65% 완료] [김아영 사원 40% 완료]
+
최다정 차장은 오늘 출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걸레 조련도가 오를리 없고.
서유리 사원은 딱히 조교를 빡세게 하지 않고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조교도가 꽤나 올라 있었다.
나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성심이 생기나 보다.
그리고 내 덕분에 필리핀 빈민가 지사장으로 파견근무 나갈 것을 봉사활동으로 끝났다고 해서인지, 김미희 주임의 조련도가 생각보다 더 많이 올라 있었다.
빡세게 조련도를 올렸으니 이제 조금은 느슨하게 회사 팀원들을 조교해도 될 것 같다.
* * * * *
나에게만 보이는 창을 닫고 시간을 보니 어느 덧 오후 5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팀원들에게 말했다.
“자, 자! 퇴근 준비들 합시다.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동철과장이 가방을 싸서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나에게 다가와서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야. 뺀질이. 오늘 회사 끝나고 뭐하냐? 시원하게 맥주나 한 잔 하자. 내가 좋은 곳 알아 놨다. 미씨들이 자주 오는 호프집인데, 물이 아주 죽인다. 죽여.”
에휴. 우리 동철 과장님.
또 자기 얼굴이 먹히는 술집을 찾아냈나 보다.
나는 단호히 거절하며 말했다.
“저는 오늘 약속이 있어서. 조만간 마셔요. 동철이 형.”
“약속? 무슨 약속? 이 뺀질이 너 어제도 약속 있다고 안 나오고. 요즘 뭐 여자라도 만나는 거야?”
“예 뭐........ 다음에 좀 더 친해지면 형한테도 소개 해 드릴게요.”
동철과장이 나를 능글맞은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알았다. 혹시 그 친구는 아직 결혼 안 한 언니 없냐? 있으면 다음에 같이 더블데이트.......”
“없어요. 절대 없어요.”
내가 단호하게 말하자, 동철과장이 실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이 뺀질이 자식. 혼자만 여자 만나고 말이야. 그러면 다음에 언니 없음 이모나 고모라도 부탁해~ 나는 먼저 간다.”
역시 동철과장은 포기를 모르는 남자다.
동철과장이 나에게 인사를 하고는 아영 사원이 있는 쪽으로 걸어간다.
아영 사원은 여전히 실의에 빠진 얼굴로 업무를 보고 있다.
도저히 말을 걸 분위기가 아닌지라 동철과장이 입맛만 쩝쩝 다시고는 사무실을 나간다.
그 다음에는 성현대리, 김미희 주임, 서유리 사원이 차례로 나에게 인사를 하고 퇴근을 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이미영 대리가 나에게 다가와서는 친근하게 말을 건다.
“팀장님. 저희 녹차 다 떨어졌는데요. 제가 아영 사원한테 내일까지 사오라고 해도 될까요?”
“아, 예. 그러세요.”
내가 말하자 미영 대리가 아영사원에게 다가간다.
“아영씨. 우리 녹차가 다 떨어졌는데 내일까지 좀 사오세요.”
아영사원이 귀찮다는 듯 짧게 대답한다.
“네.”
미영 대리가 악마의 인형 같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런데, 우리 녹차 이번에 좀 고급지고 우아한 걸로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아영씨 보성 녹차 알아요?”
“네? 보성 녹차요?”
아영 사원이 의아한 눈빛으로 미영대리를 바라본다.
“어. 그게 맛있더라고. 그러니까 아영씨가 보성에 가서 좀 사와요. 내일까지. 알았지?”
“보, 보성에 가서요? 지금요? 전라남도 보성을?”
미영대리가 나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한다.
“팀장님. 보성 녹차 아영씨한테 사오라고 했는데요. 괜찮죠?”
나도 당황한 눈빛으로 미영대리를 바라본다.
악마다.
악마가 여기에 있다!
질투에 눈이 멀어 마음먹고 괴롭히는 미영대리는 나보다 훨씬 더 한 악마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