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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 미소년이 살아남는 법-124화 (124/413)

〈 124화 〉 새로 온 팀원

* * *

나는 바짝 굳어 버린 얼굴로 팀장 유시현이라고 써진 명패를 보고 있는 김아영팀장에게 말했다.

“에이, 아영 팀장님. 많이 놀라셨어요? 얼굴이 완전 파랗게 질렸네?”

아영팀장이 토끼 같이 놀란 얼굴로 나와 명패를 번갈아 바라보며 말한다.

“시현씨. 이게 지금 무슨 일이야? 왜 시현씨가 팀장인데? 여기 내 자리야. 내 자리!!”

아, 시끄러워.

아영팀장이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지른다.

누가 오늘 생리 하는 날 아니랄까봐 하여간 유난을 떠네.

나는 능글능글 맞게 웃으며 아영팀장에게 말한다.

“아영 팀장님 잊어버리셨나 보네. 저번 주 금요일에 오늘부터 이번 주 금요일까지 팀원 간 직급 바꾸기 시범 케이스 한다고 회사 공고에 올라왔잖아요.”

아영팀장이 여전히 어리둥절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그래서? 그게 지금 건방지게 시현씨 이름으로 새겨진 팀장 명패를 놓고 내 자리에 앉아있는 거랑 무슨 상관인건데?”

“거 참. 팀장님. 이해가 느리시네. 당연히 상관이 있죠. 그 팀원 간 직급 바꾸기 시범 케이스로 우리 팀이 선정되었으니까요. 그래서 그 결과가 바로. 저는 팀장으로 당첨. 어때요? 재미있죠?”

내가 빈정거리는 말투로 아영팀장을 놀리듯이 말하자 아영팀장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시현씨 지금 장난 해! 어서 자리로 안 돌아가요? 안 그래도 하루 종일 빡치는 일 뿐이라 미쳐 버릴 것 같은데 말이야.”

나는 유시현 이라고 써진 검은색 명패를 손으로 만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예. 뭐. 팀장님이 원하시면 일어나야죠. 그런데 아쉽네. 이번에 팀원 간 직급 바꾸기 시범 케이스만 잘 수행하면, 아영 팀장님은 다음 인사이동 때 절대 해고 될 일은 없을 거라고 사장님이 직접 이은우 상무님한테 얘기 하셨다던데. 굴러들어 온 복을 스스로 차 버리네. 할 수 없죠. 뭐. 팀장님이 싫다는데.”

절대 해고 될 일은 없을 거라는 말에 아영팀장의 귀가 쫑긋 거리며 씰룩씰룩 거렸다.

내가 던진 미끼를 덥썩 물고 만 것이다.

“잠깐! 시현씨. 그거 정말이야?”

나는 능청스럽게 내 이름이 새겨진 검은색 명패를 집어 들며 말했다.

“네? 뭐가요? 아영 팀장님?”

아영 팀장이 내 이름이 새겨진 팀장 명패를 바라보며 갈등을 하는지 머릿속이 복잡해 보인다.

“그, 내가 이번 팀원 간 직급 바꾸기 시범 케이스만 잘 수행 하면 절대 이번 인사이동 때 회사에서 해고 될 일 없다는 거?”

“아~ 그거요? 네. 직접 이은우 상무님께 확인 해 보세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내 확신에 찬 말에 아영팀장이 결단을 내린 것 같다.

“씨발...... 알겠어. 시현씨가 금요일까지 팀장 해. 내가 양보 할 테니까.”

나는 손에 들고 있던 [팀장 유시현] 이라고 새겨진 검은색 명패를 다시 책상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진짜요? 팀장님 불편하시면, 꼭 안 그러셔도 되는데. 제가 이은우 상무님한테 팀장님은 도저히 이런 유치한 회사정책은 못 따르시겠다고 대신 말씀드려 줄게요. 뭐, 그 결과는 저도 책임 못 지겠지만.”

김아영팀장이 주먹을 꽈악 쥐며 나에게 신경질적으로 말한다.

“아니, 시현씨. 남자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그냥 시현씨가 팀장 하라면 하면 되는 거지. 꼭 두 번씩 말을 하게 만드네.”

나는 아영팀장의 확답을 받고야 다시 팀장 자리의 푸근하고 편안한 가죽 의자에 풀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팀장님. 그러면 이건 팀장님이 직접 저보고 금요일까지 팀장 하라고 하신 겁니다. 다들 들으셨죠?”

내가 다른 팀원들에게 소리치자, 다들 한 마디씩 한다.

“네~! 저도 다 들었어요. 시현 팀장님.”

“이야, 이제 시현씨가 금요일까지 팀장인거야? 축하해. 시현 팀장님.”

나는 손을 들어서 다른 팀원들의 환대에 답해 주었다.

아영팀장은 여전히 기분이 안 좋은지 나를 바라보며, 신경질 적으로 말한다.

“그럼 시현씨. 내 자리는 어디야? 과장? 차장?”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아영팀장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내 180도 달라진 눈빛에 아영팀장이 살짝 긴장했는지, 얼굴이 얼어붙었다.

“시현씨. 왜 그런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그래. 재수 없게.”

“아영씨. 지금 팀장을 시현씨라고 하대하면서 감히 재수 없다고 하는 건가?”

완전히 달리진 내 딱딱한 말투에 아영팀장이 다른 팀원들을 바라본다.

다른 팀원들은 다들 아영팀장의 눈빛을 피하며 일을 하는 척 한다.

“시, 시현씨. 왜 그래. 갑자기. 사람 어색하게.”

“아영씨. 김아영씨!! 아직도 정신 못 차렸나 본데. 지금부터 나는 팀장. 아영씨는.......”

나는 벌떡 일어나서 아영팀장의 손목을 턱 붙잡았다.

아영팀장이 깜짝 놀라 나를 바라본다.

나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다른 팀원들이 있는 자리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시. 시현시. 이 손 놔!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인데?”

나는 내 손을 뿌리치려는 아영팀장의 손을 더 꽈악 붙잡았다.

내 손 아귀힘 때문에 아영팀장의 얼굴이 찌푸려진다.

“아흑... 아, 아파. 알겠어. 따라갈게. 가면 되잖아!”

아영 팀장이 마지못해 내 손에 이끌려 팀원들이 있는 곳으로 따라 온다.

또각또각!

오늘 출근하지 않아서 공석인 최다정 차장 자리를 지나친다.

“시현씨. 어디 가? 응? 나 차장 아니야? 다 지나쳐서 어디 가는 건데?”

나는 말없이 아영팀장의 손목을 붙잡고 걸어간다.

그리고 마침내.......!

작은 간이용 책상 앞에 멈추어 선다.

아영팀장이 간이용 책상과 나를 번갈아 바라본다.

“시현씨. 이거 뭔데? 웬 어린애들 앉는 의자랑 책상이 여기 있는 건데?”

나는 아영팀장의 손목을 다시 꽈악 압박하며 말한다.

“시현씨가 아니고 팀장님. 팀장님! 이라고 해야죠.”

아영팀장이 얼굴을 구기며, 나를 바라본다.

“왜요? 싫어요? 싫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은우 상무님한테 말 해 준다니까. 아영씨가 회사에서 해고당하는 한이 있어도 더럽고 치사해서 내 지시는 못 따르겠다고 했다고. 뭐, 그래서 아영씨가 회사에서 해고라도 당하면 서로 좋은 거 아닌가? 이제 더 이상 회사에서 볼일 없으니까.”

내가 실실 웃으며 비꼬아서 말하자, 아영팀장이 입술을 꽉 깨물며 나를 바라본다.

하지만, 이미 결과는 정해져 있다.

아영 팀장이 손을 부르르 떨며, 겨우 입술을 떼며 말한다.

“티, 팀장님. 시현 팀장님. 제 자리는 어디인데요?”

나는 자연스럽게 어린 아이한테나 어울릴 것 같은 간이 책상과 의자를 바라보며 말한다.

“어디긴 어디야. 아영씨 자리는 여기지. 여기 아영씨 이름도 써져 있잖아.”

“내, 내 이름이 써져 있다고?”

아영팀장이 간이 책상 위에 대충 도화지로 만들어진 명패를 바라보며 읽는다.

“이, 이게 뭐야. 신입사원 김아영? 시..... 신입사원? 내가? 신입사원이라고???”

나는 아영팀장.

아니 이제는 신인사원이 되어버린 아영씨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그래요. 신입사원 아영씨. 앞으로 잘 부탁해. 알겠죠?”

신입사원이 되어버린 아영씨가 허탈한지 작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의자가 작아서 엉덩이가 꽉 끼어 보인다.

“거, 모르는 거 있으면 선배들한테 배우고. 그나저나, 분명히 우리 신입사원 아영씨가 스탈벅스에서 커피 사오기로 했던 것 같은데? 커피는 어디 있나?”

신입사원 김아영이 나를 날카로운 눈으로 째려본다.

“씨발..... 진짜. 안 그래도 짜증나 죽겠는데, 커피는 무슨 커피.......”

나는 짐짓 모르는 척 그녀의 눈빛을 여유롭게 받아 넘기며 한 마디 한다.

“방금 전에 뉴튜브 보니까 어떤 저능아 여자가 스탈벅스에서 오줌을 지리........”

내 말을 듣던 신입사원 김아영이 붉어진 얼굴로 강시처럼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씨발.

얼굴을 모자이크해서 혹시나 해서 찔러 봤는데, 저 반응을 보니 역시 오줌싸개 스탈벅스녀는 김아영 신입사원이 맞았구나.

“티, 팀장님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란데 사이즈. 성현대리도 아아 그란데. 김미희 주임이랑 서유리씨는 제, 제일 비싼거. 씨발.... 제일 큰 사이즈. 미영대리는 그린티 프라푸치노. 맞죠? 금방 갔다 올게요.”

황급히 지갑을 챙겨서 나가려는 신입사원 김아영의 어깨를 붙잡았다.

“왜요? 빨리 갔다 온다니까. 아니. 갔다 온다니까요.”

김아영 신입사원이 흔들리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본다.

마치 제발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스탈벌스 오줌싸개녀가 자기라는 것을 말하지 말라고 애원하는 것만 같다.

“아영씨.”

“네. 네! 팀장님.”

아까와는 다르게 군기가 잔뜩 들어있다.

“갈 때 가더라도, 새로 온 팀원한테 인사는 하고 가야지.”

새로 온 팀원이라는 말에 신입사원 김아영의 눈빛이 반짝 거린다.

“팀장님, 오늘 저희 다른 신입사원이라도 오는 거예요?”

자기가 우리 팀에서 제일 낮은 서열이 아니라는 기대감에 가득 차 있는 목소리다.

나는 대답 대신 터벅터벅 우리 팀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사람을 가리키며 말한다.

“마침, 지금 오네. 인사 하라고. 인사.”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우리 팀을 향해 걸어오던 사람이 반갑게 손을 흔들며 큰 목소리로 떠든다.

“어! 뺀질이. 유시현. 이거 우리 뺀질이가 팀장 된 거야? 이야, 진짜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야. 그건 그렇고 옆에는 우리 개발 사업부의 섹시한 팀장. 김아영씨 아니야!”

“아, 진짜. 동철 차장님. 아니 이제 과장이지. 동철 과장님 회사에서는 좀 뺀질이라고 하지 마세요.”

그렇다.

우리 개발 사업부 팀의 새로 온 직원은 바로 다름 아닌 이번 주 금요일까지 특별히 우리 팀에서 과장으로 근무하게 된 김동철 과장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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