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화 〉 신입사원 김아영의 남녀역전 세상에서의 하루(5)
* * *
“아, 진자 곤란하네. 오줌까지 지려 버리면 때리기 좀 곤란한데.”
내 머리 바로 앞까지 뻗었던 발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으며, 김동연 선수가 말했다.
나에게 처음 시비를 걸었던 호빗 남자도 하아~ 하고 한숨을 내 쉰다.
“하긴, 처음부터 눈빛도 그렇고 하는 짓도 그렇고. 정상인은 아닌 것 같더라. 정신병 있는 저능아면 조용히 정신 병원에나 처박혀 있을 일이지, 왜 일반인들 있는 곳에 기어 나와 가지고 병신 짓을 해. 병신 짓을.”
나는 무조건 고개를 땅에 처박고 양손을 싹싹 빌며 말했다.
“잘 못 했습니다. 잘 못 했습니다. 제발 용서해 주세요.”
“하아.......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아무리 저능아라고 해도 그냥 넘어가기는 그런데. 아, 진짜 오줌 좀 그만 지려. 찌릉네 쩌네.”
한 번 풀린 방광은 쉬지 않고 계속해서 찔금찔금 샛노란 오줌을 지리고 있다.
“죄송합니다. 제가 천박하고 더러워서. 아직도 때릴까 봐 너무 무서워서 오줌이 멈추질 않아요. 흐흑. 저도 이런 제가 싫어요.”
“아, 진짜. 뭐 이런 저능아가 다 있어. 씨발. 장애인을 불구까지 만드는 건 좀 아닌 것 같고.......”
처음 나에게 시비 걸었던 녀석이 내 앞으로 다가온다.
빠악!
그리고 내 뒷통수를 손바닥으로 후려갈긴다.
“시발, 진짜. 아줌마. 저능아라서 오늘 그냥 넘어가는 줄 알아! 다음에 또 덜 떨어진 지능으로 새치기 하다 내 눈에 띄면 그때는 저능아고 뭐고 없어. 알아?”
호빗 새끼가 덩치는 작은데 손은 맵다.
뒤통수에 불이 난 것 같이 화끈거리고 아프다.
“네. 네........ 잘 못했습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흐흐흑. 용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흐윽... 흐윽......”
“아, 씨발. 진짜. 재수가 없으려니. 아으. 찌릉네.”
호빗 녀석이 그렇게 말하고는 급하게 자리를 떴다.
그리고.........
“동연이 누나 지금 보니까 저 아줌마 좀 불쌍하다. 저능아라서 그랬나봐. 우리도 그만 가자.”
“그래. 나도 괜히 저능아 때려서 병신까지 만들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다. 지우야. 가자. 우리 귀여운 지우 누나가 맛있는 거 사줄게.”
그렇게 김동연 종합격투기 선수도 자리를 떴다.
나도 눈치를 보며 얼른 이 수치스러운 자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을 일으키는데........
두터운 손바닥이 내 뒤통수를 향해 날라 왔다.
빠각!!!!!!
엄청 큰 소리와 함께 머리에서 불통이 튄다.
별이 보이고 머리가 빙빙 돈다.
아픈 머리를 부여잡으며 고개를 들어보니, 근육질 아줌마가 나를 매서운 눈으로 바라보며 서 있다.
“아, 씨발. 너 저능아 년 때문에 괜히 나만 복부에 한 대 맞았잖아. 아유, 그냥! 확 죽여 버릴라!”
아니, 지가 먼저 김동연 선수한테 처 보라고 해 놓고는.
괜히 내 탓을 하고 있네........
씨발.......
하지만 나는 일단 어떻게든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다.
즉시 폴더처럼 허리를 숙이며 근육질 아줌마에게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정신병이 좀 있어서. 용서해 주세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 씨발. 진짜. 앞으로 내 눈에 띄지 마라. 이 미친년아. 또 눈에 띄면 진짜 가만 안 둬!”
그렇게 근육질 아줌마도 소리를 지르고는 자리를 피했다.
하으.......
드디어 다 끝난 건가.
서러워서 펑펑 쏟아져 나오는 눈물을 소매로 훔치며 터벅터벅 스탈벅스를 나가기 위해 걸음을 옮기는데, 또 누군가가 내 소매를 꽈악 붙잡는다.
“저기요. 아줌마. 샛노란 오줌 지리고 그냥 가면 어떡해요? 그건 누가 치우라고? 아, 빨리 대걸레로 냄새 안 날 때까지 100번 닦고 항균제 뿌리고! 안 그래도 아줌마가 오줌 지려서 찌릉내 난다고 손님들 다 떠나서 재수 없어 죽겠는데. 청소도 안하고 어딜 튀어요!”
나는 덩치가 산만한 스탈벅스 매니저의 손에 이끌려 다시 스탈벅스 안으로 끌려 들어와서는 무려 20분 동안 바닥 청소를 한 후에야 풀려 날 수 있었다.
하아.........
편의점에서 새로 팬티와 스타킹을 사서 화장실에서 갈아입는데, 자꾸만 서러워서 눈물이 났다.
내가 씨발........
진짜 원래 살던 세계에서 잘 못 한 게 많아서, 지금 벌 받는 건가?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잖아.
마음 같아서는 회사고 뭐고 다 때려 치고 집에 가서 쉬고 싶었지만, 지금은 조퇴를 하기에는 시기가 너무 안 좋다.
아무리 좆같아도 회사에서 월급을 받아야 밥을 먹고 사는데, 지금은 다음달에 있을 정리 해고를 앞두고 직원 평가가 한참중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아무리 좆같은 일을 당해도 회사에 밑 보이면 안 되는 시기다.
더군다나 이 남녀가 역전된 좆같은 세상에서는 구직을 원하는 여자의 수는 많고 여자를 구인하는 회사는 적다.
명문대를 나오고도 백녀나 하고 있는 여자들이 쎄고 셌다.
우리 집은 부자도 아니라서, 지금 내가 회사에서 해고되면 나는 꼼짝없이 그 동안 모아 놓은 돈을 다 탕진하고 노숙자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더럽고 치사해도 회사에서 절대 해고되면 안 된다.
그리고 내가 사원에서 팀장까지 어떻게 이를 악물고 올라갔는데.........
회사에서 해고당하고 운 좋게 새로운 회사에 취업해도 신입사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건 정말 죽기보다 싫다.
하으......
나는 터벅터벅 걸어서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안녕하세요. 아영팀장님?”
옆 팀 수지현 팀장이 나를 보며 인사 한다.
나도 억지로 웃으며 인사를 한다.
“아, 네. 지현팀장님.”
그런데 나를 보는 수지현 팀장의 눈초리가 좀 이상하다.
억지로 웃음을 참고 있는 듯 입꼬리가 이상하게 올라가 있다.
안 그래도 기분 좆같은데, 이 씨발년이.
나는 매섭게 수지현 팀장을 노려보며 말했다.
“아니. 지현씨. 뭐 저한테 할 말 있어요?”
지현 팀장이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옆 엘리베이터로 자리를 옮긴다.
"아니, 아니. 그런 거 아니고. 그냥 좀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푸핫.......“
씨발년이 어디서 재수 없게 처 웃고 지랄이야.
그리고 냄새?
무슨 냄새.........
서, 설마?
나는 당황해서 반문 하 듯 수현팀장에게 말했다.
“왜? 뭐 나에 관해 보기라도 한 거야? 수현씨?”
“아니 뭐. 커피숍에서........ 우리 회사 명찰 한 여자가 머리를 땅에 박으면서 샛노란 오줌을 지리던데........ 그거 아영씨 맞지? 그치?”
뭐, 뭐야!
누가 그 동영상을 찍어서 벌써 뉴튜브에 올린 거야?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강하게 부정했다.
“미쳤어? 수현씨. 지금 나를 커피숍에서 오줌이나 싸는 천박한 여자라고 의심하는 거야?”
내가 거세게 소리치며 노려보자, 수현팀장이 눈을 살짝 내리깔며 말한다.
“자기 아니야? 아, 아니면 말지. 뭘 그렇게 흥분하고 그래. 더 의심가게.”
씨발년이 진짜!
안 그래도 싸가지 없는 년이긴 했는데, 오늘 따라 더 말하는 게 재수 없고 얄밉다.
그 때.
띵!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린 엘리베이터를 바라보며 수현 팀장이 나에게 말한다.
“아영팀장 먼저 타고 가. 나는 다음 거 타고 갈게. 같이 타면 찌릉내 날거 같아서.”
씨발년.
말은 안하지만 여전히 나를 그 커피숍 오줌싸개 주인공으로 의심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러던가. 씨발.”
나는 차갑게 수현 팀장에게 한 마디를 던지고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개발 사업부 팀이 있는 9층 버튼을 눌렀다.
올라갑니다! 띠디딩!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동안 나는 재빨리 핸드폰을 열어서 뉴튜브를 검색했다.
[스탈벅스 오줌싸개]
씨발, 내가 타이핑하기에도 민망한 단어들이었지만, 한시 빨리 그 동영상을 찾아서 신고를 해야 했다.
안 그러면 내가 커피숍에서 오줌 지리면서 도게자 하는 영상이 모두에게 공개 될 판이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바로 떠오르는 화제의 동영상으로 커피숍 오줌싸개 저능아라는 동영상을 찾을 수 있었다.
얼굴은 모자이크 음성은 변조 처리가 되어있었지만.........
내가 새치기한 이후부터 모든 상황이 그대로 녹화된 동영상이었다.
씨발... 씨발......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재빨리 신고 버튼을 눌렀다.
하윽.
다행히 동영상 조회수가 50,000뷰 정도로 아직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문이 열립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나는 우리팀을 향해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옮겼다.
또각, 또각!
설마 팀원들 중에 누가 보지는 않았겠지?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 개발 사업부 팀에 도착.
다행스럽게도 우리 사무실은 조용하다.
누군가가 봤으면 내다 도착하자마자 부산을 떨며 내 앞을 가로 막았을 텐데.
특히 유시현 새끼가 그 동영상을 봤다면 나는 그야 말로 죽은 목숨이었다.
하으. 하으.........
떨리는 마음으로 천천히 내 자리를 향해 걸어갔다.
또각, 또각.........
조용한 사무실에 내 하이힐 소리만 들릴 뿐이다.
그래 역시 아무도 모르는 구나.
다행이다. 다행이야.
그리고 드디어 내 팀장 자리에 도착해서 앉으려는데.........
“아, 아영씨. 이제 왔어요? 왜 이렇게 사람이 늦어. 그리고 커피는 어디 있어? 안 보이는데?”
씨발, 이게 무슨 개 같은 일이야!
유시현 자식이 건방지게도 내 팀장 자리에 앉아서 나에게 반말을 지껄이는 것이다.
나는 흥분해서 유시현을 바라보며 격하게 말했다.
“유시현씨. 저 지금 장난 칠 기분 아니거든요. 빨리 제 자리에서 일어나서 본인 자리 가서 앉으세요,”
씨발 유시현 새끼가 내 부끄러운 동영상만 가지고 있지 않으면 싸대기라도 확 올려 쳤을 텐데.
지금은 최대한 화를 참으며 공손하게 말했다.
내가 진짜 이 건방진 새끼 약점만 잡으면 저 예쁜 얼굴을 시멘트에 확 갈아 버릴 거다.
그런데, 내가 너무 좋게 얘기해서인가?
유시현 새끼가 자리에서 일어나지는 않고, 오히려 더 거드름을 피우며 내 책상에 놓인 명패를 가리키며 말한다.
“아영씨. 이거 정신 못 차리네. 자 봐봐. 여기 뭐라고 써져 있는지.”
“뭐? 아니. 유시현씨. 내가 진짜. 참고 참으면서 좋게 말하니까 내가 개 좆으로 보여? 개소리 하지 말고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요, 얼른! 그리고 명패에 뭐라고 써져있긴 뭐라고 써져있어. 김아영팀장.....아영? 어, 유, 유시현 팀장? 이게 뭐야. 씨. 씨발!”
내 책상에 팀장 유시현이라고 쓰인 검은색의 반짝이는 명패를 확인 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너무 놀라서 입술이 얼어붙고 말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