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2화 〉 신입사원 김아영의 남녀역전 세상에서의 하루(4)
* * *
어떻게 해야 하지!
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내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사이, 체육관에서 종합격투기를 배운다는 얄미운 남자 새끼가 건장해 보이는 여자를 데리고 나타났다.
그런데, 이건 성별만 여자지, 내가 원래 살던 세계의 남자와 견주어 손색이 없을 정도로 남성화된 얼굴과 신체를 가지고 있다.
아니 내가 원래 살던 세계의 웬만한 남자도 이 성별만 여자인 종합격투기 선수가 원 펀치 때리면 그대로 골로 갈 것 같다.
“아, 실례 합니다. 종합격투기 선수 김동연이라고 하는데요. 제 귀여운 동생이 여기 무개념녀 좀 참교육 해달라고 해서 왔습니다.”
말투는 상냥했지만 김동연이라고 자신을 밝힌 종합격투기 여자 선수의 눈빛은 차갑다 못해 서늘할 정도로 카리스마가 넘친다.
눈빛만 봐도 오줌을 지릴 것 같다.
근육이 빵빵한 아줌마가 김동연이라는 종합격투기 선수를 살펴보더니 어깨를 툭툭! 치며 말한다.
“이야, 이거 운동 제대로 했나 보구먼. 압축근육이 장난 아니야. 나도 무방비 상태에서 제대로 펀치 한 대 맞으면 골로 가겠는데? 어디 내 바디에 펀치 한대 날려 봐요.”
“아. 그래도 되겠습니까. 제 펀치는 흉기라서 일반인이 감당하기에는 위험 할 텐데요.”
“아, 괜찮다니까. 내가 이래 뵈도 헬스장에서 3 대 500 드는 헬창인데. 가오 상하게 시리.”
김동연이라는 선수가 고개를 좌우로 까딱 까닥 거리며 몸을 풀며 말한다.
“그러면 제가 진짜 살짝 한 번 시범만 보여드리겠습니다.”
“거, 어서 치라니까! 난 준비 다 됐어. 저 무개념 년 참교육 할 만큼 펀치가 좋은지 한 번 보자고. 지금 동연씨 말고도 저 무개념 때문에 열 받아서 대신 때려주겠다는 사람이 줄을 섰어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 불만 잠재우려면 실력 한 번 보여줘야지!”
씨발.......
맞을 사람을 바로 앞에 두고 시범까지 보이다니.
이건 해도 해도 너무 한 거 아니냐고.
마음 같아서는 당장 도망가고 싶었지만,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둥글게 원을 싸듯 모여들어 있어서 도망갈 구석이 어디에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도망가다가 잡히면 단체로 다구리를 당할 것 같다.
“예, 그럼 갑니다! 아줌마. 조심하세요.”
그렇게 말하고는 김동연 선수가 헬창 아줌마를 향해 펀치를 날렸다.
“가볍게, 갑니다. 보통 펀치!!!!”
후우욱!!!!!
진짜로 펀치가 바람을 가른다.
마치 대기의 공기가 갈라지며 용이 승천하는 것 같은 위압감이다.
빠악!!!!
김동연 선수가 헬창 아줌마의 복부를 보통 펀치! 로 가격하자, 헬창 아줌마가 배를 잡고 무릎을 꿇는다.
“흐억....... 괴, 굉장하군. 마지막에 동연씨가 펀치 속도를 줄이지 않았으면 내장이 끊어질 뻔 했어. 흐윽. 숨 쉬는 게 힘들 정도야. 조, 좋아. 자네에게 저 무개념 년을 구타 할 수 있는 선택권을 양도하겠네. 동연씨 정도의 펀치면 저 무개념 년의 강냉이를 남김없이 털어 버릴 수 있겠어!”
뭐, 뭐라고!
내 강냉이를 다 털어버리겠다니.
씨발, 이빨 한 두 개도 아니고 30살도 안 된 이 꽃다운 20대의 나이에 틀니를 하게 될 위기에 놓였다.
이, 이건 안 돼.
어떻게든 해야 해.
그때, 김동연 종합격투기 선수를 데리고 온 얄미운 남자 녀석이 동연선수를 향해 말한다.
“누나, 저 년 아주 나쁜 년이야. 자기가 힘 좀 쌔고 키가 크다고 줄 서 있는 남자들 무시하고 막 새치기 했다니까. 그 것 뿐이야? 저기 뒤에 있는 형이 줄 제대로 서라고 바른말 하니까, 막 무시하면서, 못 생겼다고 저 분 부모님 욕하고. 성추행 발언까지 했어. 진짜 누나가 오늘 제대로 혼 좀 내줘.”
씨발........
때리는 시어머니 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더니.
김동연 선수라는 여자를 부채질 하는 저 남자 새끼가 더 미웠다.
씨발......
이거 어떻게 하지.
인생 최대의 위기가 하루 사이에 무려 두 번이나 찾아오다니.
진짜 이 미친 남녀가 역전된 세계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고 싶다.
제발 원래 세계로 보내주세요.
원래 있던 세계에서 제가 선량한 남자들한테 좀 막대한 건, 저도 인정하는데, 솔직히 이 정도면 저도 당할 만큼 당한 거 아니에요?
씨발.......
나를 이 세계로 보내 버린 게, 신이든. 작가 새끼든.
이제 할 만큼 했으면 좀 원래 세계로 보내 주라고!
그렇게 마음속으로 다시 원래 세계로 보내 달라고 빌고 있는데, 김동연 선수가 나를 무서운 눈으로 바라보며 말한다.
“그 쪽 아줌마가, 우리 귀여운 학생한테 무개념 짓 했다면서요? 이게 다 아줌마가 맞을 만하니까 맞는 거니까 괜히 나 원망하지 마세요. 알았죠? 학생, 나 진짜 저 아줌마 마음 놓고 때려도 뭐 고소당하거나 이럴 일 없는 거죠? 다음 달에 대회 있어서, 징계 당하면 곤란하거든요.”
그러자, 처음에 나에게 시비를 걸었던 호빗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걱정 마시고 마음 놓고 참교육 시켜 주세요. 딱 한 대 맞는 걸로 공공질서 위반, 인격무시, 성차별, 성추행, 협박 다 까주기로 한 거니까요. 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증인이에요. 자기가 먼저 한 대 치라고 했다니까요. 그리고 더 이상 서로 문제 만들지 말자고. 뭐, 맞는 거에 자신 있나 보죠. 마음껏 치세요.”
호빗 남자의 말에 김동연 여자 종합격투기 선수가 살벌하게 입을 쫘악 벌리며 웃었다.
“아, 진짜죠? 요즘에 안 그래도 시합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한 방 제대로 치고 싶었는데....... 받아 줄 사람이 있어야죠. 저도 저희 팀원들은 맞고 병원신세 지게 될까 봐, 제대로 치지도 못하고. 오늘 잘 됐네. 그 꼭 펀치만 때려야 하는 거 아니죠? 발이 근질근질 해서, 로우킥으로 한 대 차 버릴 게요.”
로, 로우킥!!!!!
아, 안 돼!
종합 격투기 선수들의 로우킥은 살짝 스치기만 해도 일반인은 다리뼈에 금이 간다는데, 마음먹고 격투기 선수가 찬 로우킥에 제대로 맞으면 이건 다리가 부러지는 건 당연하고, 100프로 장애인 된다.
으..... 엄, 엄마.
나 어떡해!!!!!!
그냥 내 연봉이라도 주고 돈으로 해결하는 게 맞았는데.
씨발... 씨발. 씨발..
좆같은 남녀역전 세상.
진짜!
호랑이 앞에 놓인 토끼처럼 부들부들 떨고 있는 나를 향해, 먹이를 노리는 하이에나처럼 김동연 선수가 다가왔다.
그리고는 나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아줌마한테 개인적인 원한은 없는데, 아줌마가 너무 누가 봐도 개념 없는 썅년처럼 행동했나보네. 봐봐. 다들 누구하나 아줌마 감싸주는 사람 없고, 다들 시원해 하는 표정들이잖아.”
나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돌아보았다.
남자도 여자도 다들 속 시원하다는 표정으로 나와 김동연 선수를 지켜보고 있다.
누구하나 나를 위해 나서 줄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자, 아줌마 간다! 준비 단단히 해!”
김동연 선수가 오른쪽 발을 뒤로 뻗어서는 최대한 수축 시킨다.
그것이 종합격투기 선수가 제대로 상대편 발을 부셔버리기 전에 취하는 준비동작인가 보다.
“아줌마, 간다. 진심 로우킥!!!!!”
씨발,
아까는 보통 펀치를 근육질 아줌마한테 날렸는데도 근육질 아줌마가 거의 내장이 끊어질 뻔 했다고 했는데.
진심 로우킥이면 내 다리는 어떻게 되는 거야!
흐윽.........
시, 싫어!!!!
제발 누가 이 악몽에서 구해 줘!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후우우욱!!!!!!
사람의 다리에서 나오는 소리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파공음이 바람을 가른다.
마치 진격의 거인급 태풍이 공간을 부수며 휘몰아치는 것 같다.
내 인생 이대로 끝인 건가?
내가 의식의 끈을 놓기 직전..........
김동연 선수의 진심 로우킥이 내 바로 머리 앞에서 멈추었다.
그리고는 그녀가 나를 내려다보며 말한다.
“에헤이! 아줌마! 누구를 살인자로 만들려고, 내 로우킥 아줌마 머리에 맞으면 아줌마 죽어! 알아? 자, 빨리 일어나서 제대로 서요.”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내 앞에 멈춰 서 있는 김동연 선수의 근육으로 압축된 다리를 쳐다보았다.
저 다리가 내 머리를 강타했다면........
아마 수박처럼 뇌수가 터져 나갔겠지.
그 생각을 하니.
쏴아아아아.......
뜨거운 것이 내 은밀한 곳에서 흘러나온다.
팬티가 축축하다.
나도 모르게 너무 무서워서 팬티에 오줌을 제대로 지려버리고 만 것이다.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흐윽. 흐윽. 흐끄그극. 하,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제, 제발. 한 번 만요. 이렇게 빌게요. 네...... 제, 제발...... 흐으윽.”
나는 비참하게 오줌을 지린체로 무릎을 꿇고는 도게자하며 머리를 바짝 바닥에 붙이고 양손을 싹싹 빌었다.
부끄러움이고 자존심이고 다 소용없다.
일단 살아야 그 다음이 있는 거다.
“흐윽. 제, 제발요. 제가 장애인에 미친년이라서 큰 실수를 범했습니다. 제가 정신병이 있어서 그래요. 제발, 한 번만. 한 번만 살려주세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이렇게 반성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빌고 있습니다. 흐흑.”
나는 머리를 쾅 쾅 소리가 나도록 땅에 박으며 소리쳤다.
장애인이 되고 싶지 않다는 절박함.
살고 싶다는 절박함.
지금 내 눈앞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팀원들 커피 사로 왔다가, 모든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꼴사납게 머리를 쿵쿵 조아리고 있다.
너무 서러워서 계속해서 눈물이 나온다.
그런 내 모습을 본 사람들이 수군수군 거리기 시작했다.
“진짜, 정신병이 있어 보이기는 해.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남자한테 그렇게 막말을 했겠어?”
“그치? 정신병 있는 장애인 같은데....... 좀 불쌍하긴 하다. 어? 저 여자 지금 오줌 싸는 것 같은데?”
“어? 오줌이다. 오줌. 너무 무서워서 오줌까지 지렸나 봐. 아, 다 큰 여자가 진짜, 사람들 앞에서 수치스럽지도 않나.”
“아, 진짜 더럽게. 맞기 싫어서 오줌 공격하는 거야 뭐야. 여자가 가오도 없이. 여자는 가오 빼면 시체인데 그것도 모르나. 하긴 보니까 지능이 5살도 안 되는 저능아 같은데. 저능아한테 가오 찾는 건 좀 무리지.”
씨발........
나 미국명문대 대학원 졸업장 있는 삼종리서치 팀장 김아영인데.
갑자기 정신병자에 오줌싸개 저능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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