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 미소년이 살아남는 법-117화 (117/413)

〈 117화 〉 김아영 팀장(11)

* * *

씨발.......

이건 아무래도 제대로 좆 된 것 같다.

최악의 상황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수치스러운 모습을 하필 저 악마같은 유시현 새끼한테 걸리다니.

악마같은 놈이 내 천박한 동영상을 팀원들에게 보여준다고 한다.

아니 뉴튜브에 까지 올려 버린다고 한다.

남녀가 역전이 되기 전 세상의 유시현은 우유부단한 병신이었지만, 지금 이세계의 유시현은 무슨 짓을 저지를 지 가늠이 안 되는 미친놈이다.

이 새끼는 분명히 내 수치스러운 동영상을 팀원들에게 보여주고 만 천하에 공개할거다.

물론 내 영상 무단배포로 소송을 걸 수도 있겠지만, 그 때는 이미 내 천박하고 더러운 모습이 세상에 전부 공개되고 난 후다.

이런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이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이 것 만큼은 막아야 한다.

영원히 사람들에게 더럽고 추잡한 년으로 남을 수는 없다.

나는 유시현을 애처로운 표정으로 최대한 동정심을 유발시키며 말했다.

“시현씨. 우리 이러지 말자. 자기도 이러면 좋을 거 없잖아. 그 영상......... 지워줘. 응.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

아니꼽지만 유시현 새끼를 바라보며 양손을 모으고 손바닥을 싹싹 비볐다.

그 영상만은 세상에 공개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유시현 이 미친새끼는 내가 이렇게 애처롭게 부탁하는데도 듣는 채도 하지 않는다.

“싫은데요? 팀장님. 아, 빨리 팀원들에게 팀장님이 대야에 똥싸는 동영상 보여주고 싶다. 팀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 궁금해 죽겠네. 진짜. 그런데 지금 다시 봐도 동영상 속에서 우리 팀장님 똥 싸는 모습은 너무 추잡하고 더러워 보인다.”

씨발새끼.

일부러 더러운 미사어구를 써서 나를 비참하고 저질로 만들고 있다.

씨발.........

“씨발새끼야! 지워! 지우라고! 안 지우면 진짜 죽여 버린다. 나 한다면 하는 미친년인거 알지?”

이런 건방진 새끼한테는 좋게 말로 해서는 통하지 않는다.

겁을 주고 협박해서 궁지로 몰아넣자.

“아, 알지. 김아영 팀장. 화장실 사람들 다 보는 곳에서 천박하게 똥도 싸는 여자인데. 진짜 미친년인거 알지. 머리에 꽃은 안 꽂으셨나?”

유시현 개새끼.

이제는 아주 노골적으로 나를 미친년으로 몰아가고 있다.

도저히 말로는 내가 안 될 것 같다.

말로 안 통하면 힘으로라도 뺏어서 지우면 된다.

나보다 키도 작고 유약한 새끼니까 이 새끼 정도는 내 손에서 제압 가능하다.

“씨발. 내가 분명히 경고했다. 이 존만한 새끼야.”

산적 두목 같은 닭갈비 사장년은 나와 체급부터가 맞지 않았다.

그년은 슈퍼 헤비급이고 나는 라이트급이다.

그러니 처음부터 상대가 되지 않는 싸움 이었다.

하지만, 남녀가 역전 된 세상에서는 여자가 남자보다 몸도 더 좋고 힘도 쎄다.

비실비실하고 얼굴만 예쁘게 생긴 유시현 새끼 정도는 한 손으로도 제압 가능하다.

이 새끼가 소리 지르고 발버둥만 치지 않는다면 순식간에 제압 할 수 있다.

유시현 새끼가 나에게 제압당해서 그 예쁜 얼굴로 펑펑 울면서 나를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본다고 생각하니, 약간의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진다.

나는 유시현 새끼를 노려보다가 그 새끼의 뺨을 향해 오른손을 재빠르게 휘둘렀다.

후욱!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난다.

전직 조폭이었던 닭갈비집 사장 년에게 날렸던, 내 회심의 귀싸대기 갈기기다!

전직 조폭도 막지 못했던 싸대기인데 유시현 따위의 평범한 회사원이 막을 수 있을 리 없다.

닭갈비집 사장년이야, 워낙 덩치도 크고 근골이 튼튼해서 내 귀싸대기를 갈기기를 맞고도 버텨냈으나, 유시현 새끼는 다르다.

얼굴도 조그맣고, 몸도 내가 원래 있던 세계의 여자들처럼 가냘 퍼 보인다.

거기다가 이번 귀싸대기 갈기기는 유시현 새끼가 방심하고 있는 사이 날린 회심의 일격이다.

유시현 새끼 따위는 제대로 골로 보낼 수 있다.

­휘이익!

파앗!

하지만 유시현 새끼는 어떻게 생겨 먹은 녀석인지 가볍게 내 회심의 귀싸대기 갈기기를 피해내고는 오히려 내 손목을 꽈악 틀어잡았다.

나는 녀석의 가녀린 손을 뿌리치기 위해 손을 위에서 아래로 힘차게 털어냈다.

역시 몸이 가벼운 새끼라 운 좋게 내 일격을 피해냈을지는 몰라도, 힘으로는 나에게 상대가 안 된다.......

라고 생각했는데?

씨발......

아무리 애를 써도 이 새끼의 손아귀에서 벗어 날 수가 없다.

나는 유시현 새끼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이거 놔! 놓으라고! 후회하기 전에 놔라. 이 씨발새끼야!”

유시현이 차갑게 웃으며 나를 바라본다.

“내가 왜? 씨발년아. 그래도 나보다 나이도 많고 팀장이라고 이렇게 까지는 안하려고 했는데, 김아영. 씨발년아. 나이 값도 못하고 어디서 자기보다 어린 부하 직원한테 주먹질이야. 씨발년아, 네가 먼저 폭력 휘두른 거다.”

유시현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전까지만 해도 온실 속에서 사랑만 받고 자란 화사한 고양이 같은 녀석이었는데, 지금은 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오금을 저리게 만드는 맹수의 왕 사자와 같은 눈빛이다.

차가운 눈빛과 분위기에 압도당해, 유시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나도 모르게 숨이 막히고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릴 지경이다.

마치 맹수의 왕 사자 앞에 놓인 연약한 새끼양이 된 기분이다.

나는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간신히 떼며 말했다.

“노...... 놓으라고.”

하지만 유시현은 잡고 있는 내 팔을 놓는 대신에, 오히려 더 꽉 힘을 주었다.

“하으으윽! 아, 아아아! 아파... 흐윽.”

전직 조폭이었던 닭갈비집 사장년이 내 팔목을 잡고 힘을 가하였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압력과 통증이었다.

나도 모르게 무릎을 땅에 대고 무릎 꿇었다.

눈물이 한 방울씩 툭 툭 화장실 바닥에 떨어져 내리기 시작한다.

너무 아파서 실신할 것 만 같다.

내가 지금까지 무슨 짓을 한 거지.

이런 압도적인 힘을 가진 유시현을 상대로 겁도 없이 까불고 있었다니.

마치 배고픈 사자에게 나 먹어 주세요. 하고 재롱 피우던 새끼양이나 다름없었다.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을 뚝 뚝 흘리는데, 유시현이 내 머리를 손바닥으로 강하게 내리친다.

­빠악!

뇌가 다 흔들릴 정도의 고통이 머리에 강하게 느껴진다.

“하으윽........ 자, 잘 못했어. 때리지 마.... 흐흑.”

너무 아파서 나도 모르게 잘 못했다는 말이 나온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한테도 쉽게 잘 못했다는 말을 안 하던 깡따구 소녀 김아영이 오늘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

유시현이 내 팔목을 잡고 꾸욱 누르며 다시 말한다.

“잘 못했어? 때리지 마? 아영아. 말이 짧다.”

나는 흐끅 흐끅 울면서, 유시현을 향해 말했다.

“자, 잘 못 했어요. 시현씨. 이제 그만 손을 놓아 주세요. 너무 아파요. 너무 아파서. 흐흑......”

나도 모르게 처량하게 무릎을 꿇고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누가 보면 선생님에게 참교육 당하고 있는 급식 일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참하다.

원래 있던 세계와 유시현과 나.

상하의 관계가 완벽하게 바뀌었다.

유시현이 천천히 허리를 구부려서 자세를 낮추고는 나와 눈을 마주한다.

덜덜덜.........

너무 무서워서 이빨이 다 떨린다.

동물이면 본능적으로 느끼는 포식자에 대한 공포다.

내가 무서워서 눈을 내리 깔며 고개를 푹 숙이자, 유시현이 내 머리채를 잡고는 들어 올린다.

“아영아. 그러게 힘이 있을 때 좀 잘하지 그랬니. 불쌍하고 힘없는 나를 네가 얼마나 악질 같이 괴롭히고 갈구었는지 너도 알지? 끄떡하면 갈 곳 없는 나를 취업시켜주었더니 제대로 하는 건 하나도 없는 병신이라고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질 않나. 우리 부모님 들먹거리면서 욕하는 건 일도 아니고. 어디 그 것 뿐이야? 온갖 힘든 일은 나에게 다 시켜놓고, 돌아오는 건 항상 질타와 욕. 씨발년아. 진짜. 내가 그 생각만 하면 아직도 치가 떨려. 알아!”

평소라면 남자가 뭐 그런 걸 쪼잔 하게 마음에 담아두고 있어. 라고 맞받아쳤겠지만, 지금은 감히 유시현에게 대들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그저 유시현에게 현세계에서 저질렀던 짓을.

조금 후회할 뿐이다.

사실 나도 알고 있었다.

유시현이 얼마나 답답하고 억울했는지.

하지만 원래 힘이라는 게. 권력이라는 게 그렇다.

있으면 휘두르고 싶고, 남용하고 싶어진다.

이세계로 떨어져서 유시현보다 힘없는 약자가 되고 보니 이제야 조금 현세계에서 유시현이 얼마나 억울했을지 그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었지만 마음으로는 굴복하지 못한다.

그래, 나 사실 유시현 씨발. 네가 억울한 것도 알고 공평하지 못했던 것도 아는데, 그래서 뭐?

내가 팀장이고 힘이 있어서, 내 눈에 예쁜 서유리 좀 감싸고 병신 같은 유시현 너 좀 괴롭혔다고. 그게 뭐 어때서?

특히 페미니즘 여자 인권이 존중받는 여자가 유리한 대한민국에서 남자 새끼 좀 차별했다고 그게 뭐 대수야?

억울하면 네가 여자로 태어나고.

먼저 회사 들어오고 승진해서 팀장 했으면 될 거 아니야.

그게 내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일단 지금은 이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

눈을 치켜뜨며 유시현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래서요. 원하는 게 뭔데요. 시현씨. 말해 봐요. 내가 다 할게. 그러니까 제발 그만 팔 좀 놓아줘요. 흐윽. 아, 아파 죽겠어.”

유시현이 애원하는 나를 악마같이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살짝 입가에 미소를 띤다.

“아영아, 너 눈빛이 그 따위인 걸 보니 아직 정신 못 차렸네? 일단 그 건방진 말투부터 고치자. 아영아. 이제부터 너는 나를 시현씨가 아니라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거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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